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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창해 님의 서재입니다.

만능 스포츠 재벌이 심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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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창해
작품등록일 :
2022.05.11 18:53
최근연재일 :
2022.05.20 19:27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798
추천수 :
56
글자수 :
109,886

작성
22.05.12 07:00
조회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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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각성3-위험한 로프공

DUMMY

끼아악!


여자들의 자지러지는 비명이 귀를 때린다.

예전에 나이트클럽 웨이터로 일하다가

폭력 전과 4범의 손님과 싸우다

옆구리를 찔린 적이 있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조만간 갈비뼈를 꿰뚫을 것이다.


다행인 건 그게 강철 기둥에

몸이 찢기는 것보다는 고통이 덜 하다는 거였다.


착!


일순간 모든 것이 멈춘 듯 보였다.


차가운 칼날의 중간.

정찬이 왼손으로 움켜쥐고 있다.


가끔 액션영화에서 주인공이 보이는 행동.

그때는 주인공 손에서 피라도 흘렀는데,

그것마저도 없다. 참 묘하다.


이른 급박한 순간에도 감각을 느끼려 하다니.

손바닥이 베어지는 아린 감각.


그런데 그게 없다.


느리게 생각하는 사이,

홍갑의 앙칼진 목소리가 들린다.


“뭐 해 임마. 빨리 쑤셔버려!”


홍갑이 미친 듯이 발악했지만,

찌른 놈은 얼어붙은 채 꼼짝을 못하고 있다.


정찬은 다시 천천히 생각했다.


‘탱크로리 사고에서 회복된 이후 더 이상해졌다.

움직임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빨라졌고,

훨씬 더 예민해진 감각은

상대방의 의도와 심리상태마저 읽고 있다.’


이렇게 급박한 순간에 관찰하며

이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도

전 같으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긴 마찬가지였다.


손바닥에 힘을 줬다.

피가 날까?


딱! 땡그랑!


피 대신 칼날의 절반이 부러져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면서 험악한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게

청아한 소리를 냈다.


“이게 무슨.........”


믿을 수 없는 광경에 경악한 홍갑이

정찬의 눈을 쳐다봤다.

웃기는 게 정찬의 눈에서도 당혹감이 묻어났다.


‘도대체 이 새끼 뭐지?

놀라기는 왜 지가 놀라는 거야?’


실제로 그랬다. 홍갑 패거리 못지않게

정찬 스스로도 크게 놀랐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그렇다면 이 참에....’


어억!


칼날 소리가 채 사라지지도 않은 사이,

정찬에게 멱살을 잡힌 놈이 천장으로 솟구쳤다.

스스로 뛰어오른 게 아니었다.

정찬이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힘을 시험해 본 거였다.


놈은 미사일이 솟구치듯 온몸으로 천장을 때렸다.

천장은 인테리어가 되어 있지 않았다.


드러난 대형 배관에 부딪힌 놈은

비명을 지르며 다시 바닥으로 내리꽂혔다.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어깨까지 다쳤는지 녀석은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를 감싸 안았다.


패거리중 나머지 한 놈은

놀라서 얼어붙은 채 몇 발짝 물러나 있다.

붉게 타오르던 놈들의 몸 주위가

거무튀튀하게 변하고 있다.


놈들의 공포가 느껴진다.

이 역시 전에 없던 느낌이다.

사람의 공포와 신체 상태가 색상으로 느껴졌다.


“더 다치기 싫으면 제발 이만 꺼져라.”


멋있어 보이려고 한 말은 절대 아니었다.

그 말밖에는 생각나는 게 없었다.

적절한 분노와 안도,

그리고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 섞인 표현이었다.


적개심을 표현하면서도

다툼을 이 정도로 끝낼 수 있다는 안도감,

그리고...


어느 때부턴가 자신의 몸에 깃들기 시작한

가늠할 수 없는 이상한 힘과 능력에 대한 두려움을

더이상 느끼기 싫었던 것이다.


“아, 씨발 개자식, 오늘은 이쯤에서 봐준다.

근데 잘 생각해. 너 다시 어디 가서 함부로 주둥이 놀리면

그때는 정말 확 찢어버린다. 무슨 말인지 알지?”


겁먹은 놈들의 왜곡된 호기다.

후퇴하는 놈들의 마지막 자존심.


정찬은 대답 대신 피식 웃었다.


와! 짝짝짝!


놈들이 뒷걸음치며 사라지자

술집에서 뜻밖의 박수가 터졌다.

멀찌감치서 숨죽이며 싸움 구경을 하던 손님들은

선해 보이는 쪽의 승리에 안도했다.


“괜찮으세요?”


검정색 유니폼을 입은 남자 직원.

맥주집의 매니저 같아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니 의자 두 개와

탁자 하나가 박살 나고 장식품과 집기류들이

여기저기 깨진 채 흩어져 있었다.


‘이걸 다 변상하려면.....’


며칠 분 일용직 일당이 사라질 게 뻔하다.


휴우!


정신을 차린 정찬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지금 제가 가진 게 이십만원 밖에 없어서....

나머지는 나중에 와서 변상하겠습니다.”


잔뜩 주눅 든 정찬의 말에 매니저가 대답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매장에서 강력 사건이 벌어지는 줄 알았어요.

손님이 안 다치신 것만 해도

저희가 오히려 다행입니다.

경찰에 신고할 게요.”


신고한다는 말에 정찬의 얼굴이 붉어졌다.


“저기, 죄송하지만 신고 안 하시면 안 될까요?

내일이라도 제가 와서 다 갚겠습니다. 아니면.....

윤택아 너 지금 얼마 있니?”


정찬의 말에 매니저가 당황했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매장 파손된 건 저희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제 말씀은 큰일 당하실 뻔했는데,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요.”


윤택이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옆에서 정찬의 옆구리를 툭 쳤다.


분쟁이 생길 때마다

보육원 출신이란 배경 때문에

자주 오해를 받던 경험이

마음을 항상 주눅 들게 했다.


타인의 배려마저도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두 사람은 소동 직후 술집을 바로 나왔다.

놈들이 다시 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그보다 호기심 어린 손님들의 시선이 더 불편했다.

매니저는 굳이 술값을 받지 않았다.


쌀쌀한 늦가을 바람이 피부를 긁었다.

버스정류장까지 걸으면서 윤택이 물었다.


“너 정말 좀 이상해졌다.”


“응? 뭐가?”


“너 힘 좋고 싸움 잘하는 거 알고 있었지만, 아까 그건....”


“그러게.”


“그러게라니. 진짜 어떻게 된 거냐구?”


“모르겠어.”


도대체 뭘까.

지난번 그놈의 노트북인지, 벼루인지 모를

검정색 판때기가 나타난 이후

종잡을 수 없는 일들이 몸과 마음,

그리고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다.


그 와중에 아득한 의식 저편에서

장방형의 실루엣이 보여줄 듯 말 듯 실룩이며

가늠할 수 없는 비밀을 감추는 듯했다.


“그런데. 어떡하냐. 거기 파손된 거.

진짜 안 물어줘도 될까. 계속 걸리네..”


울상을 지으며 말하는 정찬에게

윤택이 헛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진짜 이 자식 구제불능이네!

아까 매니저인지 사장인지

안 갚아도 된다고 했잖아.

슈퍼맨 같이 강한 놈이

정신은 완전히 유리멘탈이네.”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아 그만해라. 정말 짜증난다.”


#


정찬의 옥탑당.

난방비 아끼려고 불을 안 땠더니 냉골이다.


화장실 거울 앞에 섰다


응?


거울에 금이 갔다. 언제 그런 건지 모르겠다.

골목 어귀에 버려진 걸 쓸 만하다 싶어 주워왔더니

원래 실금이 가 있었던 모양이다.


상체의 상처와 흉터를 찬찬히 살펴봤다.

많이 옅어졌지만 장방형의 흉터는 조금 남아있다.


그런데..


희미하게 깜빡인다.

정찬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


‘잘못 본 건가. 분명히........’


흉터가 깜빡였었다.

배터리 다 된 휴대용 라이트처럼.


‘미치겠네. 이게 뭐지?’


정찬은 다시 거울을 쳐다봤다.

얼굴과 가슴 부위의 사각형 상처에서 분명히

뭔가가 깜빡였었다.


‘뭔지 모르지만, 막장 인생에

플러스 시련까지 때리는 걸까?’


희멀겋게 잘 생긴 얼굴.

훤칠한 키에 쩍 벌어진 어깨와 탄탄한 근육.

누가 봐도 잘 키운 부잣집 아들 같은 모습.

실상은 허우대만 멀쩡한 막장 청년이다.


‘어휴. 모르겠다. 내 인생에

더 나쁜 게 뭐가 있겠냐. 올 테면 와라!

돈이나 벌러 가자. 일당이 좀 쎄니까

윤택이랑 고기나 좀 사먹어야겠다.’


아침 7시, 정찬은 어제 편의점에서 사둔

크림빵으로 아침을 때우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


#

테헤란로에 있는 31층짜리 삼호빌딩.

오늘 외벽 유리창을 닦아야 하는 곳이다.


4인조로 움직이는 베테랑 로프공팀이 있는데

조원 한 명이 다리를 다쳐 정찬이 대신 하게 됐다.

일당은 30만원. 위험한 만큼 노임은 최고다.


“너 두 번짼데. 아직은 많이 떨리지?”


조장인 영철이 물었다.

그러잖아도 정찬은 로프공으로

처음 일할 때의 공포를 느껴보려 애쓰고 있었다.


“편안한 데요.”


무심결에 나온 진심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고 어이없다.

닷새 전 걸레가 됐던 몸인데,

지금 고층빌딩을 타겠다고 나와 있다.


도대체 뭘까.

몸과 마음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는 정체 모를 기운이.


“뭐? 허! 이 친구 너무 무서우니까 오히려 객기 부리네.”


헛소리같은 정찬의 대답에

영철을 비롯한 세 사람이 모두 웃었다.

정찬 역시 쑥스러워하며 같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근데 오늘 걱정은 좀 되네.

돌풍이 문제야. 일기예보에서 돌풍 온다며?”


그 말에 모두들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무튼 조심하자. 이 부근이

고층빌딩이 많아서 그런지 유독 빌딩풍도 심하더라구.”


정찬은 부지런히 밧줄을 옥상 철제빔에 고정했다.

엉덩이를 받쳐줄 나무 깔판과 주 밧줄,

보조 밧줄을 살피고 유리닦이와 세제통까지 챙겼다.


“근데 여기 옥상은 왜 이렇게 더러워.

관리를 전혀 안 하나.”


조장인 영철이 뭔가를 툭 차며 투덜거렸다.


‘댕그렁’하며 굴러가는 걸 보니 가스통이다.


정말이지 주변에 커다란 종이박스와 낡은 담요.

기름때 묻은 호일과 버린 반찬통,

소주병, 막걸리병 같은 게 여기저기 널려있었다.


“무슨 쓰레기장도 아니고 말이야.

여기 관리업체는 뭐 하는 거야. 정말!”


일행 중에 가장 나이가 많은 홍재가 맞장구를 쳤다.


쓰레기가 하필 로프 매는 주위에 모여있어

일행은 쓰레기를 옥상 출입구 쪽으로 던져놓았다.


“자 이제 가자!”


김씨 아저씨가 외쳤다. 31층 꼭대기.

처음 난간을 넘어섰을 땐 아찔한 느낌에

아랫배가 뒤틀렸었다.


정말 현장에서 못하겠다며 포기할 직전까지 갔었다.


지금은 살짝 과장해 그네에 오르는 기분.

아무리 로프공을 오래 했다고 해도

이렇게 편안한 느낌이 들까. 분명히 정상은 아니다.


휘이익! 사가각!


“어! 뭐야?”


누군가 외친다. 돌아보니 아까 저쪽에 던져놨던

호일이 바람에 날려 유리창을 때린 거였다.


“아 씨 놀랬네.”


모두들 말은 안 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기어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다행히 바람은 세게 불지 않았다.

보조가 잘 맞은 덕분에 어느새 15층.


오후 12시50분이다.

잘하면 일을 다 마치고

늦은 점심도 가능해 보였다.


점심시간이라 오피스텔에 사람이 없을 듯한데,

창문 안쪽으로 두 사람이 보였다.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다.


“어이쿠 이런!”


뜻밖의 광경에 놀라 정찬이

순간적으로 발을 헛디디고 말았다.


“너 왜 그래?”


“아뇨 괜찮습니다.”


누군가 창문을 차는 소리에

키스에 녹아들던 여자의 눈이 정찬과 마주쳤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두 사람이 떨어졌다.


그때였다.


“누가 내 물건 건드렸어?

어떤 놈들이야. 개새끼들 죽여버릴 거야.

어디 있어? 빨리 나와!”


중년 남자의 거친 고함이 들렸다.

정찬은 순간적으로 놀라 창 안쪽을 바라봤다.

오피스텔 남자가 신경질적으로 커튼을 쳤다.


누구지?


분명히 주변에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었다.

4명의 로프공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옥상이다.

누군가 옥상에서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다.


통통, 투투툭!


곧이어 옥상에서 뭔가가 떨어져 내렸다.

정찬은 반사적으로 떨어지는 물건을 잡았다.


소주병?


그 옆으로 다시 빈 막걸리통이 떨어져 내리고 있다.


정찬은 위를 쳐다봤다.


난간 턱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남자의 머리통이다.

얼마나 오래 머리를 감지 않았는지 떡진 머리통.


“니들이지? 니들이 내 물건 건드렸지.

뒈져라 개새끼들아!”


옥상에 있던 쓰레기의 주인이었던 모양이다.


그는 옥상에서 몰래 숙식하던 노숙자였다.

그의 생활 쓰레기를 로프에 걸린다며

다른 데가 던져놓았던 게 화근이었다.


노숙자는 계속 욕설을 해댔다.

그러더니 잠시 사라졌다.


“아이구 놀래라. 다행히 어디 가버린 모양이네.”


영철의 안도가 채 마르기도 전에

떡진 머리가 나타나는 게 보였다.


“저 자식 다시 나타났는데.

그런데 저거 뭐하는 거야. 저거 좀 봐!”


홍재의 이야기에 로프공들은 모두

고개를 꺾어 옥상을 쳐다봤다.


“아이구 하나님. 저 자식 미쳤다.”


누군가의 절망적인 탄식이 흘러나왔다.


다시 나타난 노숙자가 밧줄을 붙잡고

뭔가를 하고 있었다.


공사용 커터칼로 정찬 일행이 매달린

생명줄을 끊고 있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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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각성4-고공활극 22.05.12 5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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