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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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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3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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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6
글자수 :
2,335,429

작성
17.07.12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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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다시 만난 괴물3

DUMMY

"으으..."


영민이 헐떡거리며 숨을 몰아쉬다가 앗 하고 황급히 자신의 목을 더듬었다.


"살아있는거 맞지...?"

"맞습니다. 급한 상황이라 배려가 없었던 점 사과드립니다."


영민은 그제야 자신의 뒷덜미를 잡고있는 사람을 눈치챘다. 올려다보니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어어..구해준... 건가? 고맙다."


영민의 어색하게 인사하자 가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있는 장소는 후미진 골목이었다.


시각은 몰라도 후각에 위치가 발각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가온은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배우는 커튼에게서 기척을 감추는 결계를 쳤다.






가온이 영민을 발견한 것은 우연이었다.


학교에서 시민대피라는 임무와 피난지역을 배정받은 가온은 급우들과 함께 시민들의 대피를 도왔다.


임무라고 거창하게 말하긴 했지만 일반인들보단 조금 나은 수준의 학생.

커튼 사냥꾼들이 그어놓은 경계선 안에서 어디로 피난해야 할지 모르는 시민들에게 길을 안내하는 것이 주요 일이었다.


혹시 출몰할지 모르는 커튼들을 요격하라는 말도 있었으나 어차피 프로들이 있는한 그렇게 될 일은 0에 수렴했기에 무기를 들고 시민들을 지키는 것처럼 보여 그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전부였다.


가온과 기현은 경사가 가파른 언덕길에서 피난 유도를 맡았다.


"거기다 그 무기도 우수학생 빼고는 전부 모조품이라니..."

"커튼 무기는 비싸니까. 그리고 니껀 진짜잖냐."


기현의 투덜거림에 가온이 달래듯 말했다.


"뭐 나야 무기가 있으니 한결 든든하긴 한데...넌 안 불안하냐?"

"그다지? 어차피 이 경계선 안에만 있으면 커튼에게 습격당할 일은 없을 것 아냐. 그리고 넌 이따가 우수학생끼리만 하는 다른 임무에도 차출된다며? 그게 더 불안하겠다."


가온이 선명하게 빛나는 푸른빛의 결계를 보고 말했다.

프로들이 주술을 이용해 만든 선이었다.


커튼의 공격을 조금이나마 방어하는 효과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이 안쪽으로 넘어오면 위험할 수도 있으니 들어오지 말라고 일부러 눈에 띄게 만든 듯 했다.


"이 경계선 안에 들어가면 커튼놈들이 득시글 하다는 거지?"

"득시글한지는 모르겠지만 저 너머에선 전투가 한창이겠지."


대꾸하며 피난하는 시민들의 행렬을 바라본 가온은 자신도 모르게 품속에 손을 집어넣어 뭔가를 만지작 거렸다.



"너 또 부적 만지냐? 애지중지한다."

"시끄러."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버팀목인 부적을 만질 정도로 마음이 이상하게 불편했다.


오후1시쯤. 보통이라면 활보하는 시민들과 차소리. 음식냄새 등등이 어우러져 활기를 띄었어야 할 거리는 허둥지둥 피난하는 사람들의 불안한 마음이 반영되기라도 했는지 불온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평소 알던 거리가 시시각각 스산해져 유령처럼 되어가는 모습은 신기하긴 했지만 썩 보기 좋은 것은 아니기도 했다.


가온은 혹시나 다른 곳으로 새는 시민이 없나 자세히 살펴보았다.

어릴때부터 커튼에 대한 위협을 지겹도록 교육받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얌전히 피난하겠지만 어딜가나 관심종자는 있기 마련이니까.


한동안 피난을 보던 가온은 신경 쓰이는 것을 발견했다.


다섯 살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 아이가 부모를 잃어버렸는지 허둥지둥대며 울먹이고 있었다.


"아빠아......"


가온이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가려 했을때 아이에게 남자 한명이 다가왔다. 그가 아버지인지 아이의 안색이 활짝 밝아졌다.


"삼촌!!"

"어이구 임마. 어디 갔었어. 이리와."


가온은 어쩐지 그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곁에서 하품을 하던 기현이 한마디했다.


"아빠가 아니라 삼촌이었네."

"......그러게."


어렵사리 대꾸한 가온은 억지로 그들에게서 고개를 돌려 먼곳을 바라보았다.

혹시나 대피하지 않은 시민이 있을까 싶어 주술을 집중해 시력을 강화했다.


"......?"


그리고 가온의 눈에 조그맣지만 사람같은 것이 보였다.


'커튼? 아니...그렇다고 하기엔 크기가 작아.'


강화된 시력으로도 개미보다도 작게 보일정도의 거리. 몇키로는 될 거리인데 저 정도 쯤이라면 전투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었다. 가온은 그게 사람이 아니길 빌었다.


하지만 개미처럼 작았던 정체모를 인영은 이쪽으로 걸어오는지 점점 잘 보였고 가온은 간신히 그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군복을 입은 걸 보니 군인같았다.


'그냥 한번 해본건데 진짜로 있냐......'


가온은 머리가 아팠다. 가만히 있어도 프로 커튼 사냥꾼에 의해 구조되겠지만 만에 하나의 확률로 그전에 죽는다면?


꿈자리가 사나울 것이다.


거기다가 사람이 커튼에게 죽는 것을 눈앞에서 보는 건 정말로 질색이었으므로 가온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했다.


"야."

"엉?"


기현이 왜 부르냐는 듯 쳐다보자 가온이 말했다.


"여기 잠깐만 부탁하자. 저기에 사람 있다."

"잠꼬대하냐?"


기현이 어이없다는 듯 되물었지만 가온은 몸을 풀고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저 사람이 있는 곳까지 갈 생각이었다.


그 모습을 본 기현도 가온이 진심인걸 깨닫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 미쳤어? 임무지 이탈하면 어떻게 될줄 알고..."

"어차피 최하위인거 뭐가 두려우리."

"야 이 미친..."


기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 가온은 땅을 박찼고 언덕의 가드레일을 뛰어넘어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이 순간적으로 사람이 떨어진 줄 알고 숨을 집어삼키는 듯한 소리를 내며 아래를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본 것은 너무나 멀쩡하게. 그리고 너무나 빠르게 어디론가 이동하는 학생의 모습이었다.


"아, 주술사였구나."

"뭐야. 깜짝이야."


시민들이 안심하고 다시 피난을 시작하는 가운데 기현만은 저놈이 저렇게 빨랐나 하고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저 미친놈이 진짜로 갔네?!"


이거 어떻게 변명해야 하나 기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게 영민에게 다가간 가온은 저 멀리서 다가오는 커튼을 눈치채고 영민에게 주술을 뒤집어 쒸어 커튼의 눈을 속인뒤 골목길로 들어왔다.


그대로 지나쳤으면 꿈자리가 사나울 뻔 했다고 가온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아...죽는줄 알았네. 진짜, 진짜로 고맙다."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지만 일부러 불안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다. 가온은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주위에 커튼들이 꽤 있네요. 들키지 않고 가려면 좀 느릿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아요."


가온의 감지에도 잡히는 것만 대략 세마리. 그리 강한 개체들은 아닌 것 같지만 들키면 무사하진 못하리라.


"그런 게 세마리나 있단 말이야?! 하아....."


질린다는 듯 한숨을 쉬던 영민이 갑자기 가온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그...커튼 사립 고교 소속인거지?"


가온은 그의 속뜻을 이해했다. 학생 신분 혼자서 커튼들에게 맞설수 있겠냐는 의미였다.


"걱정마세요. 저는 그저 피난담당일 뿐이고 이 근처엔 강력한 프로 커튼 사냥꾼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무슨 일이 있어도 신호를 보내면 금방 도와주러 올 거에요."


최대한 안심시키려는 가온을 보고 영민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멍하니 있다가 자신의 양뺨을 두 손으로 짝 내리쳤다.


"그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염치없지만 안내해 줄래?"

"염치없다뇨. 제 임문데요 뭐."

"목숨이 걸린 일인데 임무라고 이렇게 열심히 할 사람이 얼마나 많겠어. 그것도 네 나이에......"


칭찬이 묘하게 쑥쓰러웠던 가온은 얼버무리기 위해 헛기침을 하고 다른 화제를 찾았다.


"뭐 오면서 보셨겠지만 한국의 커튼 사냥꾼은 우수하니까요. 제가 나댈수 있는 것도 그분들 덕분..."

"한명도 못 봤는데?."

"네?"

"방벽이랑 도시간 상당한 거리가 있잖아? 거기서부터 습격을 받고 쭈욱 걸어왔는데 아무도 안 보이더라. 네가 와서 진짜로 살았어."


가온은 잠깐 침묵했다가 말했다.


"아무도 마주치지 못했나요? 누군가에게 듣고 이쪽 방향으로 오던 게 아닌가요?"

"아니. 그냥 무작정 방벽과 반대되는 쪽으로 걸었을 뿐이야."

"그건......"


이상하다.

차마 입 밖으로 내진 못했지만 가온은 그렇게 생각했다.


커튼 본부의 커튼 사냥꾼들이 총출동했다. 몇백명은 되는 인원이고 거의 모두가 이 도시에 산개되어 있어서 못 볼 수가 없을텐데...


떠오르는 불길함을 억지로 삼키고 가온은 밝게 웃었다. 그런 우연도 있을 수 있는 법이다.


"운이 좋으셨네요. 안전한 곳으로 가고 계셨어요."

"내가 찍는건 잘하거든."


그렇게 가온은 영민을 데리고 안전한 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락이 안 된다고?"


선글라스를 낀 거구의 남자의 말에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대략 스무명 정도 되는 그들이 서 있는 곳은 이미 시민의 대피가 완료된 유령같은 시내.

그것도 커튼들이 득시글하게 돌아다니는 지역이었다.


당연히 커튼들도 그만한 숫자를 눈치채지 못했을리가 없어서 곳곳에 숨어 포위했지만 쉽게 달려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저기 서 있는 것들이 연약한 피식자가 아닌 자신들을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을 아는 탓이었다.


그들은 프로 커튼 사냥꾼들이었다.


"어이 미영. 탐지도 안 돼?"


곁에서 눈을 감고 있던 여성에게 묻자 그녀가 고개를 저어보였다.


한창 도시에 들어온 커튼 섬멸전을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연락이 되지 않는 부대들이 있어서 심각한 분위기가 되었다.


"미치겠네. 무전도 안 되고 탐지도 안 되면 당했다는 건데......산(山)급 사냥꾼도 있었는데..."


거구의 선글라스 남자의 탄식에 기가 좀 약해보이는 남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적어도 상급 S이상의 개체가 섞여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너무 과장된 생각 아니야?"


그의 말에 동료 한명이 걸고 넘어졌다.


"아니. 언제든 최악의 상황은 가정해야지. 그쯤되는 개체가 있다면 이해가 가."


동시에 골치가 아파졌다.

그렇게 강력한 커튼이 들어왔다면 민간인에게서도 피해자가 나올 확률이 있었다.

수백이 넘는 커튼들이 방벽을 넘었다는 것만으로도 세계적인 뉴스인데 민간인 피해까지 있다면......


"그래도 다행입니다. 산(山) SS급인 구한씨가 저희에게 합류해 줘서요."


커튼사냥꾼의 등급. 영,산,천,성,영성 다섯가지 중 아래에서 두번째의 직급.

그렇게 듣는다면 낮은 등급인 것처럼 느껴지나 그 다섯가지는 크게 나눈 것이고 그 안에서 또 알파벳으로 등급이 새겨진다.


그중 구한은 트리플 S급으로서 언제 천(天)급으로 넘어갈지 모르는 남자였다.


"아니 뭐..."


사실 류열을 쫒아가다가 결국 뒤쳐져 류열이 넌 다른 임무를 하라고 연락을 한 통에 이곳으로 왔기 때문에 동료들이 치켜세워줘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자신은 아직도 류열에겐 발목을 잡는 존재밖엔 안 되는 것 같았다.


"미래의 정부공인 순위권자로 유력하다면서?"

"그런 소리 말라고. 그 괴물같은 사람들에 비하면 나야 한참 멀었지..."


한껏 겸손을 떤 구한이 말했다.


"일단 정찰한다. 하령씨에게 연락해뒀으니 곧 이 구역으로 올 거야."

"든든한걸."

"어디서부터 정찰 시작할까?"


동료의 말에 구한이 씨익 웃었다.


"시끄럽게 굴면 강력한 것들이 알아서 나타나겠지. 혹시 모르니 후퇴할 준비를 하자고."


말끝에 구한의 신형이 사라졌고 그는 건물 벽에 붙어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던 커튼 옆에 나타났다.


[크륵?]


멍청한 신음이 놈의 유언이 되었다.

커튼의 시체째로 건물벽에 와르르르 무너졌다.


그것이 신호라도 된 듯이 숨어있던 커튼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이건 정찰이 아니라 섬멸이잖나...뭐 좋지만."


커튼 사냥꾼들이 제각각 투덜거리며 무기를 뽑아들었다.

섬광들이 번쩍인다 싶더니 커튼들이 나가 떨어졌다. 개중에는 목이 잘려 죽은 놈들도 있었다.


"짐승놈들 같으니. 조금만 시끄럽게 하면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꼴이라니."

"이 주위엔 하급밖에 없는 것 같은데."


어느새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커튼들은 사냥꾼들보다 조금 많았다.

하지만 밀리고 있는 쪽은 명백하게 괴물들 쪽이었다.


"크하하하하!!"


벽에 달라붙어 있던 커튼들을 처치한 구한이 호탕하게 웃으며 하늘에서 떨어져내렸다.


착지한 충격에 짐승처럼 네발로 엎드려있던 커튼들이 튕겨나갔으며 그 난리통에서도 구한은 한놈의 목을 붙잡고 그대로 부러뜨렸다.


그 뒤엔 일방적인 전투였다.

구한의 어시스트만 하며 커튼들을 견제하기만 해도 충분했다. 그가 팔을 휘두르기만 해도 폭탄같은 소리가 나며 땅이 꽝꽝 울렸다.


이게 천급에 가까운 산급 사냥꾼.

주위 부대들과 연락이 되지 않아 불안했던 통에 그의 합류는 너무도 든든했다.


몇분이 지나자 주위에 움직이는 커튼들은 없었다.


"하...진짜 대단하네. 우린 하루종일 찌르고 베도 안 죽는 경우도 있는데."

"류열씨는 자네보다 훨씬 강하다니. 세상 넓어."


동료들의 감탄에 기분좋음을 느끼며 구한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러던 그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졌다.


"허허...정찰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말하자마자 거의 바로 등장하셨나"


구한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냥꾼들도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높은 건물 위. 그들을 내려다보는 커튼이 둘.


"중급...? 아니. 상급?"

"한놈은 초록색. 다른 한놈은 검은색. 각각 방어형과 격투형인가."

"사마귀처럼 생긴놈은 그렇다치고 옆에 있는 놈은 대체 뭐야?"


사냥꾼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커튼들은 둘.


한 놈의 얼굴은 메뚜기처럼 생겼으며 하체나 손은 사마귀 같았다. 옆에 서 있는 검은 녀석은 눈코입은 물론 굴곡조차 없고 머리부분이 살짝 꺾인 정도의 특징밖에 없었고 몸집이 뚱뚱했다. 놈의 두 팔은 손은 없었고 그 대신 날카로워 보이는 검만이 달려 있었다.


"...아니, 뒤에 한 마리 더 있다."


구한의 말에 동료들이 흠칫했다. 그들은 기척을 탐지하지 못한 탓이었다.


"상급으로 추정되는 놈들이 셋인가. 무리할 필요는 없지. 대충 상대하며 후퇴하자. 어떤 식으로 싸우는지도 알아보고. 저 초록놈은 메뚜기, 검은놈은 손검이라고 칭하자."


커튼 사냥꾼들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전투자세를 잡았다.


[끅끅끅.]


소름돋는 웃음소리가 메뚜기와 손검의 뒤에서 흘러나왔다.










뉴스에서 곧 개장된다며 시끄럽게 떠들던 0호선은 어둠에 휩싸였다.

공사하던 사람들도, 관리하던 사람들도 모조리 피신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세계의 웬만한 역은 명함도 내밀지 못할 정도로 넓은 그곳의 깊숙한 어디엔가.

이상한 고치같은 것이 나타났다.


[아아...여기로군요.]


그런 장소에 어울리지 않는 앳된 소년의 목소리. 그 목소리에는 사람을 소름돋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정말. 정말 천우신조로군요. 후후후후. 후후후후후후.]


소년의 불길한 웃음과 함께 고치의 주위가 이상하게 변색되어 가기 시작했다.


[자. 우리 동포들의 위대한 발걸음. 그 시작입니다.]












"...누가...누...가."


온 몸에 감각이 없다. 시야는 까맣다.

필사적으로 땅을 기며 중얼거리는 그의 두 눈은 뻥 뚫려있었고 온 몸에 깊게 베인 상처가 남아 있었다.


그는 오히려 나은 것이라 볼 수 있으리라. 그의 주위엔 반으로 갈라지거나 사지중 어딘가가 잘려 나가 이미 죽었으니까.


그런 그들의 시체를 손검의 커튼이 절단하거나 메뚜기가 뜯어먹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한 가운데에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으로 두 눈을 크게 뜬채 사망한 거구의 남자의 시체. 그 시체의 몸뚱이는 거대한 뭔가에 찔린듯 커다란 구멍이 뻥 뚫려있었다.


그의 옆에는 깨진 선글라스가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있었다.


필사적으로 기어다니던 남자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감각에 의지해 품속에 있던 무전기를 쥐었다. 솔직히 제대로 쥔 건지도 아리송했지만 희망에 걸고 그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그런 그를 들어올리는 시커먼 손 하나.


"여기...에...있는...건..."



그는 무언가를 말했고 직후 머리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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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친구의 마음2 +4 17.07.23 1,188 9 18쪽
18 친구의 마음 +7 17.07.21 1,168 11 24쪽
17 절망의 상어4 +2 17.07.20 1,204 12 24쪽
16 절망의 상어3 17.07.20 1,226 12 21쪽
15 절망의 상어2 +4 17.07.18 1,288 12 19쪽
14 절망의 상어1 +2 17.07.17 1,271 10 22쪽
13 수송차량. +2 17.07.16 1,359 12 21쪽
12 부담 17.07.15 1,368 11 17쪽
11 오만한 결의 +2 17.07.14 1,375 14 20쪽
10 다시 만난 괴물5 +6 17.07.14 1,436 14 18쪽
9 다시 만난 괴물4 17.07.12 1,482 13 18쪽
» 다시 만난 괴물3 17.07.12 1,597 13 16쪽
7 다시 만난 괴물2 +2 17.07.10 1,683 15 17쪽
6 다시 만난 괴물 +6 17.07.09 1,912 17 14쪽
5 복수를 맹세한 소년4 +2 17.07.08 1,940 13 15쪽
4 복수를 맹세한 소년3 +4 17.07.07 2,110 20 14쪽
3 복수를 맹세한 소년2 +2 17.07.06 2,589 18 13쪽
2 복수를 맹세한 소년 +8 17.07.05 3,755 30 17쪽
1 프롤로그 +10 17.07.04 5,450 34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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