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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아아아아

형이란 이름으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살려좀줩
작품등록일 :
2021.02.10 10:18
최근연재일 :
2021.02.17 15:27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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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3
추천수 :
2
글자수 :
59,059

작성
21.02.13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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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해신의 축제. 중 편 ( 2 )

DUMMY

형이란 이름으로.


제 1 장 해신의 제물.


중 편.


- 아이템 - (2)



북쪽산맥으로 향한다.


나를 감시하기 위해 따라붙는 사람의 수가 훨씬 더 많아졌으나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야생의 몬스터가 출몰하는 필드, 북쪽산맥.


그곳엔 히든 던전이 있다.


쾅---!


내가 믿는 것은 하나.


소지품에서 꺼낸 도구로 필드의 지형을 파괴한다.


게임에선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 오브젝트지만 거침없이 도구를 휘둘러 방해물을 박살낸다.


돌덩어리가 튀고 먼지가 잔뜩 일었으나 바위에도 균열이 나타난다.


여기선 모든 것과 상호작용이가능하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다.


본래 막혀있던 길.


절대로 깨지지 않는 오브젝트로 길을 막아두었던 건, 가지 말라는 개발자의 의도.


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손에 든 오함마를 강하게 휘두른다.


쾅— 쾅---


운명은 무시한다. 그리 마음먹었다.


일만 번도 더 보았던 비극은 여기서 거절하겠다.


이 세계에선 모든 지형과 필드가 게임에 비해서 확대.


따라서 고작해야 바위 몇 개로 가로막혀있었던 길이라도,


현실에서는 며칠이고 바위를 부서야만 할 것이다.


'그럼 차라리 박살나고 부서져 버려라...!'


쾅--!


콰앙-! 쾅---!


나를 따라 미행하여 이곳까지 온 자들이 침을 삼키고 나를 감시하였으나, 바위를 부수는 것 이외엔 무력하고 무능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미련하고 멍청하게.


그러나 우직하게.


몇시간이고 바위를 파고 부순다.


곡괭이와 오함마, 그리고 삽을 이용해서 바위를 두드리고 흙을 치운다.


이보다 더욱 미련해 보일 수는 없겠지.


'하지만 내가 믿는 것은 이 길 위에 있다...'


무식하게 힘으로 도구를 다룰 뿐, 바위를 부수거나 동굴을 판 경험은 없어서 요령이라곤 찾아볼 수도 없다.


그저 우직하게.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바위산에 구멍을 내려 한다.


감시자들도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내고 내 미련함을 대놓고 구경하기 시작한다.


내 모습이 얼마나 바보같이 보였을 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행이 목적이라면 감시자들은 들키지 않게끔 조심하여야 했겠으나,


미행자로서는 지금 감시를 하고 있는 대상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고, 언제까지고 지루하게 구경만 해야 하는 것 또한 이상하다.


감시자들이 모습을 드러낸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허나 실력이야 어쨌든 간에, 같은 마을의 임무수행자로써 그들의 방만과 나태에는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스릉-


처리할 것이 있어, 바닥에 곡괭이를 던져두고 소지품에서 단검을 꺼내들었다.


보이진 않았으나 감시자들 쪽에서 무기를 드는 소리가 들렸다. 이전에 조심하질 않았으니 행동은 부산스럽다.


...단검을 몇 번 휘둘러 주변의 몬스터들을 모두 처치했다.


주변의 몬스터들이 처치하기 쉬운 몬스터들이라 해도, 이곳은 엄연히 야생의 몬스터가 출몰하는 필드다. 작업도 중요하지만 몬스터의 수가 늘어나기 전에 간간히 주변의 몬스터들을 정리해주지 않으면 곤란해진다.


몬스터를 모두 정리하고 작업을 계속하려는데, 감시자들이 있었던 쪽에서도 냉병기가 무언가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쇠가 부딪치는 소리는 날카로워 귀에 심히 거슬렸다. 어설프다.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잔 실수가 너무 많았다.


일대가 정리되자 다수의 청년들이 몸을 풀면서 이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


내가 해야 할 것은 바위산을 뚫는 것. 방해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무엇을 하든 상관할 바가 아니다.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감시자들은 겁이 없었다. 들키더라도 이젠 상관없다는 듯, 바위에 몸을 숨기지도 않고 점차 내 주변으로 서슴없이 걸어와 몬스터를 처치하곤 했다.


자신들끼리 심심하다고 생각했었는지 내 이야기를 시작하는 건 덤이다. 바위에 기대거나 다리를 펴고 자리에 편히 앉아, 마치 들으라는 듯 나의 험담을 시작했다.

“저 새끼. 뭐하는 거야?”


“내버려 둬. 듣기로는 장로님 집에 혼자 쳐들어가서 깽판 쳤다고 하던데.”


“도라도 쌓는 거 아니냐. 진짜 정신이 나간 건가?”


제멋대로 낄낄거린다.


“.....”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입을 꾹 다물었다. 소리는 거북하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불쾌감마저 들 수 있겠으나 애써 무시하기로 마음먹는다.


어디에 가든 사람이 모이면 한 사람을 두고 뒷담이 시작되곤 했었다. 다수에게 반박을 하면 꼴만 우스워질 테고, 사소한 일에 주먹을 내세우면 사소한 일은 복잡한 일이 될 것이다.


본래 RPG 게임에서 ‘시작의 마을’ 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히든 던전에서 숨겨진 아이템의 가치는 고작해야 빛이나 내는 보석류 따위와는 궤를 달리했다. 허나 지금의 방식은 정석적인 방법이 아니다. 온전한 버그 플레이다.


방 탈출 카페라 가정하면 옆방으로 갈 수 있는 퍼즐이나 힌트가 적혀있는 종이를 전부 무시하고 망치로 자물쇠를 부수거나, 오함마로 벽을 뚫어서 다른 방으로 가려는 것.


전혀 세련되지 않아 무식한 방법이다. 이러한 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할 수는 없었다.


...몸이 좋으면 머리는 나빠도 괜찮겠지.


쾅-!


콰앙- 콰앙--!


오함마를 들어서 다시 한 번 풀스윙. 깨야할 바위는 아직도 많다. 그 방법이 미련해보여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목표를 정했고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한다.


나를 향해 뒷담을 하던 감시자들은 어느새 자기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필드 위에 몬스터가 나타날 것 같다 싶으면 사이좋게 앞으로 나서서 몬스터를 처치했다.


어찌되었거나 도움이 되는 존재들이건만, 하는 말이나 거들먹거리는 행세는 영 불편하다.


“아. 언제까지 이래야 해. 나도 축제 준비하고 있는 거 구경하고 싶은데.”


상성 상 이런 부류와 어울리질 못했다.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려 한 건 아니었지만, 비정상적으로 발달된 렌의 청각 덕에 바로 옆에서 대화하는 것처럼 모든 대화가 들렸었다. 몇 몇이 불만에 호응하고 말을 부풀려보았으나, 시시한 반론에 막혀 금세 사그라진다.


“됐어. 보수는 괜찮잖아.”


그들이 여기에 있는 이유. 귀찮다고 생각하더라도 마을로 내려가지 않고 필드에서 머무르는 이유.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러한 사실을 깨닫고 누군가, 귀찮다는 듯이 아무렇게나 말한다.


“야. 그냥 쟤 여기서 몰래 죽이고 가면 안 되나?”


그 말을 끝으로 대화는 사라지고 시끄럽던 양아치들의 허세는 갑자기 들리지 않았다. 빈말은 아닌 모양이다. 그들 사이로 은근한 살의가 꽤 강하게 느껴진다.


“......”


감시자로선 실격이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평가가 달라지진 않았으나 굳이 말을 하자면, 감상은 이러했다.


그러니 나는 묵묵히 작업을 계속했다. 시작은 아침이었으나 마감 시간을 두지 않아 저녁 늦을 때까지 작업을 진행했다.


깡---


피로가 누적되었나? 요령도 기술도 없어서 무식하게 도구만 휘둘렀다. 더 이상 제대로 된 힘이 나오질 않았다. 거친 전투를 치른 것도 아닌데, 마음보다 육체가 먼저 꺾인다. 힘을 주어서 바위를 부수려고 해도 마음처럼 되질 않았다.


지쳤다.


삼삼오오 떨어져서 사냥을 하던 놈들도 내 피로를 느낀 건지, 내 쪽으로 더욱 다가왔다.


“야야야. 하지 마. 하지 말라니까?”


...무얼?


감시자들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 슬쩍 쳐다보았다. 몇몇이 무기를 꺼내들고 내게로 슬금슬금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멍청아. 우린 수가 많잖아. 우리가 더 강하다고!”


“.....”

살의는 명백했다. 살의를 내는 사람이 반, 그러한 놈들을 타박하며 말리는 놈들이 또 반. 아무리 상대가 하수라지만 나도 지쳤다.


기습이라도 당한다면 크게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수가 많으니, 무조건 선공을 성공하여 공포심이라도 깔아놔야 했었다.


묘한 기 싸움이 이어진다. 거리를 좁히던 몇 몇의 감시자가 갑작스레 멈춰 섰다.


나도 곡괭이를 내려놓고 무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싸움이 날법한 분위기를 단숨에 깨버린 건 시시한 현실이었다.


“이상한 고집 좀 부리지 마. 죽이면 어쩔 건데? 장로님이 왜 죽였냐고 물어보면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죽여 보았습니다. 하고 말할 거야?”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는 놈이 있어 다행인가?


나를 노려보던 상대가 물러선다.


무기를 내려놓고 다시 곡괭이를 들었다.


깡-


긴장하여 몸이 수축되었으나 쉴 틈은 없다.


깡-깡-


파삭-


“헉...”


곡괭이의 나무 부분이 박살났다. 곡괭이서 광석을 사용한 부위가 머리 위를 날아 뒤로 떨어진다. 좋은 재료를 써서 만들었다고 들었는데 벌써 두 개째인가.


“......”


망가진 도구의 수리를 요청하려면 마을까지 내려가야 한다. 시간은 촉박했다.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해야만 한다. 모든 사실이 은근히 부아 치밀게 만든다.


때마침 나를 구경하고 있었던 감시자들 중 한 명이 도구가 망가진 것을 알아차리고는, 은근히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로 손가락질을 하며 마구 조롱했다.


“야, 야, 야. 쟤 좀 봐. 저거, 저거. 또 망가뜨린 거 같은데?”


“.....”


비웃는 걸보아도 입을 다물었더니 그들이 나를 보며 박장대소한다.


...이것은 그리도 웃긴 일인가.


싸울 필요는 없었다. 단순히 무시하기만 하면 괜찮았었다. 주먹은 들 필요가 없는데 양 주먹이 꽉 쥐어진다. 솔직히 조롱을 참는 것도 이제는 힘이 든다. 살기는 없지만 악의는 다분하다.


나는 언제까지 참아야만 하는 것인가.


커다란 웃음소리는 쉽게 주변으로 전염되어서, 더 큰 웃음소리로 다가왔다.


“휴우.”


한숨을 내쉬었더니 그들은 이제 단순히 장비 하나가 망가진 것이 아니라, 갖가지 사소한 것을 말하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


“......”


머릿속에선 문득, 몇 가지의 가정을 계산한다.


‘부모가 없는 아이를 대량으로 만들어 낸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전부 쳐 죽이면 된다. 전부 협박하고, 전부 쳐 죽이고, 그리고...!


쾅-!


하지만 그러려고 이곳에 온 게 아니잖아!!!


쾅. 콰앙--!


남아있는 힘도 없겠으나, 모든 힘을 주어서 한없이 단단한 바위에 균열을 일으킨다. 이해받고자 한 일이 아니다. 남들과 다르단 걸 말하기 위해서 한 일이 아니다. 인정받지 않아도 지키고 싶은 걸 지킬 수 있다면 만족할 수 있다. 휘몰아치는 마음의 소용돌이는 멎길 바랐다.


빠각-


...어?


하지만 단단한 바위보다도, 도구 쪽이 더 빠르게 부서지고 만다. 망가지고 말았다. 부러진 도구를 보며 망연자실한다. 손 위에 놓인 부러진 도구를 바라보니 깊은 회의감이 몰려든다.


‘이거... 가능성이 있긴 한 걸까?’


행위에 대한 의심.


타인이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건 알고 있다. 그건 상관없었다. 행위를 지속하게 만드는 건 자신에 대한 믿음이니까. 이것이 정답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무의미하다 말하더라도 신경 쓰지 않고 행위를 지속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일 아니라면?


만약.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실패하게 될 뿐이라면?


실패할 수도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만이 믿음을 흔든다.


고된 노동의 피로함이나 멍청한 놈들의 조롱보다도, 이 작업의 보상이 확실한 건지 의심이 드는 것만큼 정신적으로 위태롭게 흔드는 것은 없었다.


무엇이든 최선이라 믿었던 결과가 결국은 아무 것도 아니었던 것이 되었을 때, 나는 버틸 수 있을까.


최선이라 믿었던 결과를 위해서 달렸었다. 모든 걸 내몰았다. 그래서 결국 실패했다.


다시 한 번. 성공할 것이라 믿어 달려갔는데 또 한 번 실패한다면 이번에도 버틸 수 있을까.


‘알 게 뭐야. 소중한 걸 잃어버린 채 줄곧 멈춰있었던 세상보단 이게 나아.’


쾅--


쾅----!


...될 리가 없잖아?


실패하고 나서도 일어설 수 있는 건 초인의 영역이다. 범재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힘이 빠진다. 때마침 커다란 소리에 눈이 돌아간 것도 우연은 아니었다.


“봐봐. 봐봐. 쟤 저거, 화났나 봐. 진짜 웃기지 않냐?”


“......”


좌절은 곧 전신을 뜨겁게 달구는 분노로 변하여 화산처럼 거칠게 타오른다.


피로가 누적된 몸을 삐걱거리며 움직인다. 제대로 된 식사도 없고, 휴식도 없다. 굴을 파거나 바위를 부순 적도 없는 초보자가 일을 해봤자 얼마나 하겠는가. 뒤를 돌아서면 참담할 뿐이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모든 것이 정해진 대로. 하지만 분은 조금 풀어줘야 하겠다.


“뭐, 뭐야. 싸우자는 거야?”


“덤벼.”


그렇게 싸우고 싶어 했잖아? 시비를 건다면 응해주마.


비틀거리고 휘청거리면서 좀비처럼 그들에게 다가갔다. 개중에는 여전히 히죽거리면서 무기를 들고 상대하려던 놈들도 있었다.


“...싫다고 한다면? 어쩔 건데?”


감시자들 중 몇몇은 여전히 얼굴에 미소를 띠우고 나를 향해 이죽거린다.


뭐지. 왜 안 싸우는 거지? 나는 상대의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해서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있었던 상대가 미간을 잔뜩 찡그리고는, 기다란 장도를 이용하여 내 목을 겨누었다.


“뒤질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칼을 겨눈 놈의 폼으로 파고들어 턱을 아래에서부터 위로 확실하게 날려버린다.


“커헉...”


손에 들고 있던 장도가 하늘 높이 올랐으나 신경 쓰지 않고 몸을 틀어서 안면 좌우로 펀치를 연거푸 먹였다. 이후 바닥으로 고꾸라지는 상대의 뒷머리를 붙잡아 그대로 바닥아 처박아 내린다.


하수기에 살인은 하지 않지만 하수라서 죽더라도 개의치는 않는다.


흙으로 이루어진 지면이 단단하긴 하나 머리 하나 정도는 충분히 들어갈 정도로 부드럽다.


챙---


장도의 날카로운 칼날이 바닥에 그대로 꽂힌다.


“다음.”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서 말해주었다. 일 대 일로 싸우지 않아도 괜찮고 무기를 사용하더라도 괜찮다. 나는 몸이 달아올라 더욱 싸우고 싶었다.


“....”

하지만 상대는 침묵했다.


뭐야. 이쪽은 이제 막 기분 좋게 몸이 덥혀지는데, 저쪽은 도리어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지금의 나는 맨주먹이다. 혼자 남았다. 화가 나려 하니까 도망치지 마라.


“약해. 너무나도 약해. 너희는 너무 약하다.”


짧은 감상. 선배로서 해줄 수 있는 말은 없다. 머리에 피가 쏠렸으나, 약한 상대나 데리고 분노를 표출하려고 한 게 아니다. 그다지 유쾌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나 답은 없었다.


“날 비웃던 새끼들, 전부 앞으로 나와. 나머진 넘어가줄게.”


본론만 짧게. 두 팔을 내린 상태로 태연하게 말했다.


잔뜩 겁을 먹은 감시자들에게서 특별한 의리는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서로 눈치를 보다가 은근히 누가 잘못했는지 서로가 서로를 추궁하기 시작한다. 와중에 떠밀리듯 범인 한 명이 내 앞으로 걸어 나온다.


목소리를 들어보니 아까 나를 두고 조롱했었던 새끼가 맞는 모양이다.


방어태세도, 공격태세도 갖추지 않은 채 성큼성큼 다가갔다.


“우아아악!”


상대는 기백에서 무너졌다. 덜덜 떨고 있는 상대를 팬다는 게, 그렇게나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지만 아무리 약자라 해도 본보기로 삼을 필요는 있었다.


안면에 주먹을 날린다.


“커헉.”


전의야 예전에 잃어버렸고 지금도 간신히 얼굴을 감싸는 게 고작이다.


가볍게 보디블로를 연타로 몇 방 먹여주자 몇 번이나 몸을 데굴데굴 굴러서 내게서 멀어진다.


패자가 바닥을 굴러 감시자들의 발치까지 밀려나자, 감시자들은 싸움에 휘말리고 싶진 않은지 도리어 일정 거리를 내주었다.


“사, 살려. 살려줘...”


“.....”


상대의 가슴께를 눌러 바닥과 밀착시킨 뒤, 멱살을 붙잡고 몇 번이나 주먹으로 내리친다. 상대는 이미 정신을 잃었지만 죽이진 않을 테니 딱히 신경 쓸 일도 아니다.


그의 동료들은 겁을 먹어 나를 말리지도 못하고 멀찍이 서서 물끄러미 쳐다만 보았다.


“싸우지 않는 건 착해서가 아니야. 착한 사람이 약한 건 더더욱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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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 장. 숲속 길. 상 편. 설계. 21.02.17 24 0 19쪽
8 해신의 축제. 하 편 ( 2 ) 21.02.15 24 0 20쪽
7 해신의 축제. 하 편 ( 1 ) +1 21.02.14 27 1 17쪽
6 해신의 축제. 중 편 (3) 21.02.13 33 0 12쪽
» 해신의 축제. 중 편 ( 2 ) 21.02.13 36 0 16쪽
4 해신의 축제. 중 편. ( 1 ) 21.02.12 36 0 11쪽
3 해신의 축제. 상 편 ( 2 ) 21.02.12 62 0 16쪽
2 1 장. 해신의 축제. 상 편. ( 1 ) 21.02.11 62 0 11쪽
1 -초대- +1 21.02.10 9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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