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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아아아아아아

형이란 이름으로.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판타지

살려좀줩
작품등록일 :
2021.02.10 10:18
최근연재일 :
2021.02.17 15:27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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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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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수 :
59,059

작성
21.02.12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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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해신의 축제. 중 편. ( 1 )

DUMMY

형이란 이름으로


1 장 해신의 축제.


중 편.


- 아이템 (1) -



“이걸로 곡괭이를 만들고 싶다고...?”


무기나 방패를 주로 만드는 장인이 내게 되묻는다.


다소 황당해하며 거듭 물어보았지만, 내 대답은 변하지 않는다.


처음의 마을이니 레벨의 제한이 높은 고품질의 물건을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세계에 있었을 때, 게임의 진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모든 마을의 대장장이들은 고가의 아이템도 ‘일단은’ 다룰 수 있게 설정해 두었었다.


재료를 가지고 물건의 제작을 요청하면, 마법이나 다양한 기술을 이용해서 금방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단순한 도구라면 더더욱 빠르게.


장인은 마을에서 쉽게 보기가 어려운 고품질의 광석들을 가지고 구조가 단순한 도구나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며 내게 묻는다.


“정말로 괜찮겠나? 이거라면 꽤 괜찮은 무기라 방어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곡괭이라 하니 만들기 어려운 건 아닌데 너무 투박해서... 아니... 재료가 아깝다고 할까? 곡괭이로 적에게 공격해봤자 몬스터들에게 제대로 된 데미지는 안 들어갈 거야.”


도구로 만드는데 어려움은 없는 것인가?


다행이다. 나는 장인의 질문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바위만 잘 부술 수 있다면 상관없어. 가능하면 망가지지 않는 녀석들로, 여러 개 부탁해. 전부 다 사용해도 괜찮으니까.”


소지품에서 몇 개의 광석을 더 내려놓자 장인이 황당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돈만 주면 곡괭이 따위야 얼마든지 만들 수 있겠으나, 장인이라 하니 좋은 재료를 보면 그에 상응하는 물건들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도 함께 드는 모양이다.


“곡괭이는 인챈트를 부여할 수 없어. 인챈트가 부여된 무기는 정말로 강력하단다.”


장인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는다. 같은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장인은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듯 끄응- 거리는 소리를 내며 나를 설득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다.


“정말로 괜찮은 거냐...? 곡괭이가 여러 개 있어봤자 사용할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잖아. 혹시나 근처에서 이상한 정보라도 들은 것이라면 그만둬라. 아무리 땅을 파 봤자 이 근처엔 보석이라 할 만한 것도 없어. 차라리 무기나 방패를 만드는 쪽이...”


말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질 않아서, 가만히 들어보려고 했었는데 상당히 끈질긴 사람이다.


“부탁한 건 곡괭이야. 이상한 거 만들지 말고, 너도 장인길드에서 인정받아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고객이 말하는 걸 제대로 지켜. 만드는 건 너지만 사용하는 건 나다.”


탁자를 두드리며 만들고 싶은 걸 분명히 이야기한다.


장인은 길드란 이야기까지 나왔으니 더 이상 할 말은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쩔 수 없겠지. 보통 이만한 재료를 사용해서 무기나 방패를 만들다보면 실패할 때도 있지만, 이런 곡괭이 정도라면 실패할 확률도 얼마 없고 품질이 낮을 리도 없어... 바위를 부수는 게 목적이라면 다른 것도 몇 개 만들어주마. 반나절 정도... 이따가 다시 와라. 여기서 구경해도 괜찮고.”


중얼중얼 말하고 있는 장인의 말에 대답 대신 손으로 사양하고 바깥으로 나섰다.


장인 정신은 존경할 만 하지만 그걸 나한테까진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장로가 연결시켜준 상인에게서 비싼 광석을 모두 산 후에, 대장장이에게 물품의 제작을 부탁하느라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사용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시장을 들러, 자판에서 팔고 있는 사과 하나를 훔친 뒤에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골목의 뒤안길로 쑥 들어갔다.


아삭--


돈을 주고 구매하지 않은 사과지만 상호작용은 가능한 모양이다.


사과의 맛은 괜찮았다.


한참을 걸어서 평소엔 사람들이 자주 오지 않는 곳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사람들이 자주 오지 않는 곳이니, 같은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도 이곳을 자주 오지 않는다면 조금 헷갈리는 곳이었다.


걷다 보니 커다란 벽이 나타나 길이 끊긴다.


다른 곳으로 갈 수가 없는 막다른 길이다.


즉.


이곳까지 굳이 발걸음을 돌리는 사람은 없다는 말이다.


“나와.”


뒤돌아서지도 않고 물었다.


고개를 돌리지 않았으나, 나를 주시하고 있었던 자들의 소란스러운 발걸음 소리가 갑자기 끊겼으니, 이미 주변에서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


대답이 없다.


착각한 것이 아니다.


섣불리 대답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인가.


생각이 많아지면 행동이 느려진다.


발을 차서 순식간에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뭣!?”


서번트 점프.


단순히 수직으로 높게 점프한 것에 지나지 않았으나, 체내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은 다른 세계에 있었을 때와는 상당히 다르다.


순식간에 공중으로 날아올라 잠시간 표류.


다리엔 그만한 힘을 낼 수 있는 근육이 단련되어 있다.


공중에서 지상을 바라보니 시야가 넓어진다.


지상엔 거동이 수상한 자들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들은 도망치는 대신에 주위를 경계하면서 재빨리 대형을 만들었다.


‘쫓아올 생각은 없는 건가...?’


그들에게 발견되었으나 미행자들은 대형을 만들어 수비를 굳힐 뿐, 다른 행동을 취하려는 것 같진 않다.


그들에게로 도약하기 위해서 지붕을 디딤대 삼아 지상으로 단숨에 급습.


가장 선방에 서게 된 후미의 다리를 걷어 차 넘어뜨리고 목 바로 옆에 칼을 들이밀어서 전의를 상실시킨다.


“큭..!”


한 명을 인질로 삼아 전투 그 자체를 중지시킨다.


나머지 인원들의 경계가 한 층 더 두터워졌으나 실력이 상당한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이들에게서 얻어야할 정보도 없으니 주의를 주어서 물러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오른손에 들고 있었던 칼날을 역수로 들어, 주먹을 도끼 모양으로 만든 뒤 상대의 안면을 향해 강하게 내리친다.


...뼈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상대는 기절. 행여 기절하지 않았더라도 뇌진탕으로 인해서 쉽게 움직이진 못할 것이다.


“...장로냐?”


나를 경계하고 있던 자들에게 물어본다.


나를 따라 미행한 자들은 압도적인 실력의 차이로 인해서 공격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미간을 찡그렸다.


뒤로는 벽으로 막혀 있어 달아날 수도 없다.


은근히 압박하니 손에 흉기를 쥔 미행자 중 한 명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상황이 못마땅하다 느꼈는지, 돌연 그가 얼굴에 쓰고 있었던 복면을 내린 뒤에 내게 질문하였다.


“뭘 숨기고 있는 것이냐?”


미행을 하였다면 내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보았을 텐데, 숨길 거리도 없다.


아니. 숨길 거리가 없다. 어차피 모두 드러낸다고 하더라도 무엇을 하려는지 모를 테니까.


“알 필요 없다. 내 이야기를 들어봤자 너희 같은 놈들은 이해하지도 못 해.. 송사리가방해하지 마라.”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털고 마을로 돌아서려 했다.


공격하려는 의지를 모두 잃은 것 같아 보이니,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인질을 계속해서 잡아둘 필요도 없었다.


“장로님에게서 말도 안 되는 금액을 뜯어내서 한다는 게, 상인에게 바가지를 잔뜩 써버리는 것과 고작해야 쓸모도 없는 도구나 만들어달란 것이냐?”


"....."


...해줄 말은 없다.


나를 미행한 자들이 내 행위를 이해할 것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진실을 말해보았자, 터무니없는 이야기나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의심을 그치지 않고 작업이나 방해할 것이 뻔했다.


뒤를 향해 슬쩍 보았으나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길을 나섰다.


한참을 걸어 집으로 들어서니 사이먼이 나를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아직 손은 쓰지 않은 모양이군...’


장차 미래에 세계를 구할 용사의 모습을 보니 마음속에서 가족애가 들끓어 머리를 마구 헝클어주었다.


행여 사이먼을 납치했었더라면, 일은 더 쉬워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장로도 바보는 아니라 섣부르게 행동하진 않을 것이다.


“형! 오래 걸린다고 했는데 금방 왔네! 형도 해신님의 축제를 보고 싶어서 온 거야!?”


...음.


뭐라고 답해줘야 할지 몰라서 얼굴에 미소를 띠우고 사이먼을 바라본다.


그러다 문득, 다른 세계에 있을 때 생각난 것이 있어서 동생에게 물어보았다.


“사이먼. 마왕이 되어버린 미래에 대해선 알고 있어?”


아이는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이해 자체를 못해서 나를 향해 고개를 갸웃거린다.


괜한 말을 했나.


손바닥을 펴 좌우로 흔들며 사이먼과의 대화를 끝냈다.


“아무 것도 아냐. 잊어.”


오랜만에 만난 사이먼과의 인사를 마친 뒤에 방으로 올라가 오브젝트라 생각했었던 것들을 모조리 부숴버렸다.


의자. 테이블. 책장. 내 방에 있었던 모든 것들을 단번에 부쉈다. 때로는 무기를 이용해서 자르고, 때로는 책이나 컵을 이용해서 부순다.


‘게임 상’이라면 타격조차 불가했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힘을 주어 손상을 준만큼 망가졌다.


‘예상한 대로.’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린 방을 보면서 희열을 느낀다.


“...형?”


소리가 조금 소란스러웠었던 탓인지, 사이먼이 방문을 열고 고개만 배꼼 내밀어 나에게 눈빛만으로 이유를 물어본다.


절대 이곳으로 들어오지 말라고 말했지만, 지금 그런 걸로 동생을 혼을 낼 수는 없겠지.


뭐라고 변명해야할지 쉽게 생각나질 않아서 굉장히 당혹스럽다.


“사이먼! 괜찮은 거야?”


생각보다도 입이 먼저 열려서 사이먼에게 안전을 물었다.


몇 초간 멈칫했었지만 적어도 부자연스럽게 보이지는 않겠지.


동생의 곁으로 뛰어가, 동생의 시야에서 사건의 현장을 완전히 감추고자 몸으로 가렸다.


“...어?”


동생은 너무 놀라서 몇 초간 사고가 정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설명할 수가 없다.


동생은 똑똑한 아이니까 억지로 설명하면 알아서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내가 과연 어린 아이를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언변이 있을지 의문이다.


한손으로 이마에 난 땀을 훔친다.


‘뭐... 굳이 설명해야 할 필요는 없겠지.’


약간 당황한 것처럼 허둥지둥 거리면서 동생에게 의뭉을 떤다.


사고가 난 현장을 일부러 살짝 보여준다.


이유가 있다면 가릴 필요는 없겠지.


“도둑이 이곳에 있었어..! 녀석과 싸우던 도중에 네가 들어오느라 놓치고 만 것 같아.”


“...엥?”


차라리 도둑이 들었단 말이 더 수긍하기 쉽겠단 생각이 들어서, 그냥 도둑이 든 것처럼 꾸며서 말했다.


“미안. 우리 집, 도둑맞은 것 같아.”


하하하...


별일 아니라는 듯 소심하게 웃으면서 말한다.


“에에엥??”


도둑이 들었단 말을 듣고, 사이먼의 미간에 자그마한 주름이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서서히 만들어진다.


“도둑! 잡으러 갈래!”


이윽고 활기찬 목소리로 말도 안 되는 걸 말하면서 눈빛을 빛낸다.


무섭다는 생각보다 도둑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진 건가.


...못 말리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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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란 이름으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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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2 장. 숲속 길. 상 편. 설계. 21.02.17 24 0 19쪽
8 해신의 축제. 하 편 ( 2 ) 21.02.15 24 0 20쪽
7 해신의 축제. 하 편 ( 1 ) +1 21.02.14 27 1 17쪽
6 해신의 축제. 중 편 (3) 21.02.13 33 0 12쪽
5 해신의 축제. 중 편 ( 2 ) 21.02.13 36 0 16쪽
» 해신의 축제. 중 편. ( 1 ) 21.02.12 37 0 11쪽
3 해신의 축제. 상 편 ( 2 ) 21.02.12 62 0 16쪽
2 1 장. 해신의 축제. 상 편. ( 1 ) 21.02.11 62 0 11쪽
1 -초대- +1 21.02.10 9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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