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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ition :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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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나
작품등록일 :
2020.01.2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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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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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 폭격(Bombardment) (1-2)

DUMMY

같은 시각.


부산직할시 다카즈미해연(주) 사장실에서는 포도스트로마가 몇 명의 간부들과 함께 회의 중이었다. 하이포크리알레스와 마룬을 중심으로, 대여섯 명의 중간 간부들도 참석했다. 포도스트로마는 나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쭉 둘러보다가 말했다.


/(이하 영어) 전투의 승패를 떠나서, 최우선 목적은 달성했다. 영지(領地)에 대한 지배Dominant는 작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포크리알레스./

/네. 포도스트로마./


대화를 받은 하이포크리알레스가 인쇄물을 한 부씩 돌렸다. 향후 전개에 대한 간단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였다. 모두의 손에 종이가 잡히자 하이포크리알레스가 말했다.


/말씀처럼 지배는 작동했습니다. 우리도 물러나긴 했지만 적들 역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했고, 의지흐름 역시 변화가 있었습니다. VP의 시험 추출도 성공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보통 실효지배의 영역을 「국경」이라는 명확한 선으로 나누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의지 - 영향력 - 의 투사가 가능한 영역’을 대지라는 실체에 선으로 그은 것에 불과했다. 즉, 관념 그 자체로만 보면 지배라는 개념은 현대의 국경처럼 명확한 선이 아니었다. 오히려 비선형적으로 측정되는 「농도」와도 비슷했다.


농도가 짙은 곳은 지배가 이루어지고, 그렇지 않은 곳은 지배영역 밖이라는 뜻이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전투는 내선JC 인근에서 검은색 나무의 ‘농도’를 높인 행위라고 볼 수 있었다. 설령 완벽한 승리가 아니라고 해도, 검은색 나무의 의지를 보였고 충돌시킴으로써 일종의 접경지역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추출 효율은 높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전체적인 양이나 흐름 자체가 좋기에 상당한 양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개의 고개가 만족한 듯 위아래로 흔들렸다. 하이포크리알레스가 말을 이어갔다.


/곧 일주일 내로 전투 장소 인근에 VP(Volitional Force) 추출기를 설치하고, 2주 내에 악마 하나를 추가로 소환할 겁니다. 그렇게 해서 발생하는 여유 볼리셔니스트는 4주 내에 이곳으로 도착할 예정입니다. 수는 대략 10명 정도입니다./


분위기에 화색이 돌았다. 그레모리의 소환 유지를 위해 북한에 남은 볼리셔니스트는 대략 10명 정도. 그들은 지금도 VP를 추출당하는 중이었다. 당연히 전투 투입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곳의 추출기와 전송기를 통해 포탈과 게이트에 안정적으로 VP를 보낸다면, 이들을 모두 전투에 투입할 수 있었다. 거기에 여유 VP를 쌓아 악마의 추가적인 소환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불안요소는 있습니다. 이번 전투에서 나타났다시피, 전투력은 열세입니다./

/그렇지./


적들이 보여준 전투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물론 이쪽도 겨우 한 달 남짓한 훈련기간을 거친 병력이 대부분이긴 했다. 하지만 패배나 무승부를 예상한 건 아니었다. 검은색 나무 교관들은 짧은 시간에 초보자를 집단전투의 전문가로 만드는 데에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시작은 현지에서 병력을 만들어 투입해야 하는 환경 탓이었다. 유럽 전역을 옮겨 다니며 전쟁을 치렀던 ‘마법사의 나무’ 시절부터 병력의 현장 수급은 필연적이었다. 결국 현지에서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콤팩트하면서 효율적인 훈련 과정의 수립에 많은 노력을 들였다. 이는 마법사의 나무가 오랜 기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이제 검은색 나무로 와 이러한 노하우는 하나의 시스템으로서 정착되었다. ‘고도로 정형화된 패턴 공격’과 단순화된 명령 체계, 잘 표준화된 장비와 통신 시스템 등을 포함한 훈련 패키지는 노련한 교관들을 통해 전 세계 각지에서 운용되고 있었다.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검은색 나무는 다른 볼리셔니스트 조직 - 정부 산하든 커뮤니티든 범죄조직이든 - 이 가지지 못한, 효과적인 전투인력의 양성과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유럽에서 갓 훈련을 시작한 인원들이 남한으로 넘어왔고 이곳에서 나머지 훈련을 마쳤다.


훈련을 끝내고 측정한 전투력은 비교군과 대비해서 낮지 않았다. 수도 많았다. 자신감이 없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전투 결과는 예상 외였다.


/제트 스트림 어택Jet Stream Attack이 깨진 건 처음입니다./


마룬의 말에 포도스트로마가 아랫입술을 당기며 물었다.


/적 전체가 다 받아 넘겼다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


이번 상대는 달랐다. 그들은 개별 역량도 좋았고, 거기에 팀워크까지 좋았다. 변칙적인 패턴 공격도 물 흐르듯 받아쳤다. 그렇게 한 번 통하지 않은 공격이 다시 통할 리 없었다. 공격은 계속해서 실패했고 아군은 동요했다. 전력비는 시작시 세 배, 중반 이후에도 두 배 이상을 - 그레모리의 수확 주문에 이탈한 열 명 가까운 수를 감안해도 - 유지했다. 그러나 실력만으로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닫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국 전투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확인된 것만 보면 적 1명에게 중상, 나머지 4~5명에게 경상 수준. 반면에 이쪽은 사망이 3명에 중상자만 거의 7~8명. 부상도 전투 복귀에 최소 일주일은 넘게 걸릴 정도로 중했다.


특히 그레모리의 부상은 심각했다. ‘어지간한 부상은 자가치료한다는’ 카탈로그와는 다르게, 그녀는 지금도 중태에 빠진 채 침대에 누워만 있었다. 거기에 치료가 원활한 것도 아니었다. 현재 이곳에 있는 의료계열 볼리셔니스트는 단 한 명. 전투병력의 수급과는 반대로, 의료 등 특수계열 볼리셔니스트의 보충은 매우 어려운 탓이었다.


/치료는?/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습니다./


보고서를 넘기던 포도스트로마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볼리셔니스트의 주 공급처인 동유럽과 중유럽은 혼란 그 자체였다. 이러한 혼란은 전투 볼리셔니스트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커뮤니티가 무너지고 있었기에, 돈만 주면 개나 소나 칼을 들고 뛰어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부 ‘특별한’ 볼리셔니스트는 얘기가 달랐다. 특히 예지가와 의료계열은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이들은 대부분 커뮤니티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우는 경우가 많았고, 그만큼 충성심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확보한 예지가와 의료계열 볼리셔니스트는 대부분 미국 전선을 유지하기 위해 투입된 상태. 북한에 비올레타와 바이올렛이 있었지만, 둘은 떨어질 수 없는데다가 악마를 소환하기 위해서 그곳에 남아있을 필요가 있었다.


/기둥Pillar 세우는 것도 쉽지 않군. 레몬과 라임은 뭐라고 하지?/

/예지가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조금 걸릴 거 같다고는 했습니다./

/....../


거기에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SOSS가 분명해 보였던 두 명의 존재였다. 이건 SOSS가 이곳 전선(戰線)에 신경을 쓴다는 의미였다. 미국 동부의 혼돈이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에서, 천금같은 볼리셔니스트를 차출했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역시 쉽게 돌아가는 건 없나./


말끝을 흐리며 조금씩 고개를 흔드는 포도스트로마였다. 전략적인 면에서 성과를 거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패배에 가까운 전술적 결과는 향후의 전개에 큰 영향을 줄 것이 분명했다.


/대치 룰에 따르면, 다음 전투의 시간과 장소는 저쪽에서 제시하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적들이 곧바로 다음 전투를 요구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점점 나빠지던 분위기는 이 질문으로 완전히 얼어붙었다. 볼리셔니스트만으로 적들을 이길 수 없는 상황에서, 전황을 좌우할 그레모리는 부상으로 투입이 불가능한 상태. 포도스트로마가 내뱉듯 말했다.


/싸울 수는 없겠군./

/첫 번째 전투가 끝난 지 하루가 지났을 뿐입니다. 놈들이 요구할까요?/

/놈들도 멍청이는 아니야. 그럴 가능성이 높아./

/그럼 요구가 들어오면 「공식적으로」 거부합니까?/

/그것도 문제란 말이야... 패배 조건은 두 번이라고 했나?/

/네. 두 번 거부하면 패배로 간주됩니다./

/우리가 그걸 인정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군./


시간을 벌 방법이 필요했다. 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볼트」를 푸는 방법도 있었지만, 저번 니콜라이의 배달 실패 때 손실한 양이 엄청났다. 지금은 생산량의 전부를 미국에 쏟아 붓고 있었다. 그렇게 덤핑하여 투입하지 않으면 자칫 전선이 위태로울 정도였다. 결국 이곳까지 올 물량이 없었다.


/일단 회의는 종료하지. 마룬, 하이포크리알레스만 남고 다 돌아가도록./


포도스트로마가 답답한 듯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했다. 그의 말에 마룬과 하이포크리알레스만 남고 모두 사장실 밖으로 나갔다. 다시 문이 닫히자 적막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벽에 걸린 시계에서 초침 돌아가는 소리만이 들릴 뿐이었다. 그러다 문득 뭔가를 떠올린 포도스트로마가 책상 위에서 서류 하나를 들었다. 영문으로 된 보고서였다. 그는 그것을 테이블 앞에 내밀면서 말했다.


/역시 공권력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아./


하이포크리알레스가 서류를 받아들었다. 제목을 읽은 그가 크게 놀랐다.


/이건...!!/

/그래. 이 나라 세무청이 세무조사를 개시한다는 내용이야. 뭐 세상은 어디나 비슷하군./


포도스트로마는 서유럽, 미국 등지에서 유령 기업체를 세워 활동한 경험이 다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러한 세무조사가 어떤 힘을 가지는 지도 잘 알고 있었다. 자금 경색, 활동 압박, 업무 마비, 징벌성 세금 추징... 아마 이곳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 당분간은 힘들어질 거야. 돌파구가 필요해. 추출기 설치를 서두르도록./

/알겠습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회의가 끝났다. 저항을 예상했지만 그 강도는 상상 이상이었다. 커뮤니티, 정부 산하 볼리셔니스트 조직, 일반적인 정보 조직의 유기적인 연합은 지금껏 보지 못했던 형태였다.


하지만 포도스트로마도, 여기 있는 다른 사람들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버건디를 비롯한 검은색 나무 수뇌가 보여준 놀라운 성과들은 여전히 그들을 고무시키고 있었다. 조금의 부침은 있지만 실패할 거라는 생각도 없었다. 그저 지금껏 그래왔듯이, 이것은 약간의 어려움일 뿐 반드시 극복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윽고 포도스트로마의, 조금 자신감 어린 말이 사장실 안을 흘렀다.


/어쨌든 여기까지 왔어. 그러니 한 번 해보자고./


* * * *


다음 날, 1988년 3월 26일 토요일 9시 8분.

부산직할시 서구 남부민동, ㈜다카즈미해연 건물 5층 사무실 안.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행복하세요.
From Plasma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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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10화 : 폭격(Bombardment) (5-3) 22.03.26 42 0 12쪽
215 10화 : 폭격(Bombardment) (5-2) 22.03.20 44 0 12쪽
214 10화 : 폭격(Bombardment) (5-1) 22.03.19 41 0 11쪽
213 10화 : 폭격(Bombardment) (4-4) 22.03.14 36 0 12쪽
212 10화 : 폭격(Bombardment) (4-3) 22.03.12 37 0 11쪽
211 10화 : 폭격(Bombardment) (4-2) 22.03.06 34 0 11쪽
210 10화 : 폭격(Bombardment) (4-1) 22.03.05 34 0 11쪽
209 10화 : 폭격(Bombardment) (3-4) 22.02.27 38 0 15쪽
208 10화 : 폭격(Bombardment) (3-3) 22.02.26 37 0 12쪽
207 10화 : 폭격(Bombardment) (3-2) 22.02.20 35 0 12쪽
206 10화 : 폭격(Bombardment) (3-1) 22.02.19 31 0 13쪽
205 10화 : 폭격(Bombardment) (2-4) 22.02.12 40 0 13쪽
204 10화 : 폭격(Bombardment) (2-3) 22.02.06 24 0 11쪽
203 10화 : 폭격(Bombardment) (2-2) 22.02.05 34 0 12쪽
202 10화 : 폭격(Bombardment) (2-1) 22.01.29 34 0 11쪽
201 10화 : 폭격(Bombardment) (1-4) 22.01.23 30 0 13쪽
200 10화 : 폭격(Bombardment) (1-3) 22.01.22 21 0 13쪽
» 10화 : 폭격(Bombardment) (1-2) 22.01.16 25 0 11쪽
198 10화 : 폭격(Bombardment) (1-1) 22.01.15 27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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