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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전승 님의 서재입니다.

신검(神劒)을 찾아라!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무협

역전승
작품등록일 :
2022.10.30 11:20
최근연재일 :
2022.11.30 02:02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25,578
추천수 :
1,047
글자수 :
197,080

작성
22.11.03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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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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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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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장, 마환과 유청월의 죽음 2

DUMMY

정오가 한참 지난 시각,

부지런히 초옥으로 다가가던 삼우의 눈에 의혹이 어렸다. 초옥 울타리 주위로 수상한 사나이들이 서성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나이들은 하나같이 날렵한 무복 차림에 검을 찬 무사들이었다. 그리고 울타리 옆 풀밭엔 다섯 필의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삼우는 말과 사나이들을 슬쩍 훑어보곤 안마당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이렇듯 노골적으로 무인들이 찾아온 적은 없었다. 항시 예사롭지 않은 자들이 은밀한 곳에 숨어서 감시하듯 살피다가 돌아갔었다. 그때는 그들이 누구며 왜 감시를 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미 자신과 할머니를 노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모른 척했을 뿐이었다. 암튼 할머니는 너와 내가 무공을 익히지 않는다면 저들은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그들의 감시가 없을 때와 밤에는 무공에 관한 공부를 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이지 의외였다.


“할머니! 다녀왔습니다.”

“좀 늦었구나, 방으로 들어오너라!”

카랑카랑하던 할머니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힘이 없었다.


“예, 누가 오셨습니까?”

삼우는 문 앞에 놓여있는 낯선 신발을 쏘아봤다.


“외삼촌이 오셨다.”

“.......”


방안, 50대 사나이와 할머니가 마주앉아 있었다.


‘무슨 일이지, 분명 좋은 일은 아닐텐데...’


“외삼촌 오셨습니까?

삼우는 방에 들어서며 사나이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래, 네가 삼우구나! 한 십 년쯤 됐나, 그동안 안 봤더니 몰라보게 컸구나, 정말 힘깨나 쓰게 생겼다.”

사나이의 눈은 날카롭게 삼우를 아래위로 훑어봤다.


사나이의 이름은 황보충보, 삼우의 외삼촌이다. 나이는 55세, 황보세가의 가주이자 유청월의 배다른 아들이었다.


“삼우가 왔으니, 말씀을 하시지요.”

보기에는 공손히 말한 것 같았지만 목소리는 명령조로 들렸다.


“삼우야, 이리 앉거라! 어이구 내 새끼, 한창 공부할 나이에 나무꾼을 시켰으니, 이 할미의 죄가 많은 탓이다.”

유청월은 옆에 앉는 삼우의 손을 잡으며 한탄 조로 말했다.


“할머니! 무슨 말씀을 그렇게 하세요. 전 할머니가 안 계셨으면 벌써 죽었을 겁니다. 제가 이렇게 성장한 것은 다 할머니가 돌봐준 덕분이죠.”

“삼우야, 네 삼촌이 무경을 찾으러 왔다. 아무래도 삼촌에게 줘야겠다. 지금 갖고 있느냐?”

“할머니, 무경을요.”

“그래 내가 읽어보라고 준 것 말이다.”

“할머니, 아직 읽어보지도 못했습니다. 오늘 저녁에 읽어보겠습니다.”

삼우는 느낌이 좋지 않자, 아예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리 내거라! 그 서적은 네가 볼 서적이 아니다.”

황보충보는 탐욕의 눈빛으로 쏘아보며 손을 내밀었다.


“할머니! 삼촌께 드릴까요?”

삼우는 할머니를 쳐다봤고 유청월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지...’

삼우는 품속에서 고서를 꺼내 황보충보에게 건넸다.


“외삼촌! 여기...”

“음, 삼우야! 네가 배울만한 서책을 내가 보내주마! 네 몸 하나는 지킬 정도가 돼야겠지, 그만 나가 보거라!”

황보충보는 태연하려고 애쓰는 것 같았으나 목소리는 흥분한 듯 들뜬 목소리였다.


“예, 말씀들 나누세요.”

삼우는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충보야! 아직도 늦지 않았다. 네 생모와 인연을 끊거라!”

“그걸 말씀이라고 하십니까? 그동안 길러주신 정을 생각해 참았습니다. 그런데도 이 비급을 숨겨놓고 이제까지 날 속이셨습니다. 참 대단하십니다.”

황보충보의 눈에 살기가 일렁거렸다가 사라졌다.


황보충보는 삼우가 이곳에 온 해부터 지금까지 수하들을 시켜 감시케 했다. 무공을 익히는지 이상한 서책이나 수상쩍은 짓을 하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목적은 찾고자 하는 무공비급 때문이었다. 장장 10년을 감시했다. 이젠 지칠 때도 됐건만 황보충보는 3년 전서부터 더 은밀하게 감시를 지시했다.


그런 때에 때가 됐다고 생각한 유청월은 보름 전, 깊숙이 감춰뒀던 비기를 꺼내 봤고 이를 감시자들이 놓치질 않았다. 그 일로 황보충보가 들이닥쳤고 비기를 넘겨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한 것은 삼우가 비기인 무경을 미리 봤다는 사실이었다.


“충보야! 네가 뭐라고 하든 넌 내 아들이고, 나는 아들까지 잃고 싶지가 않았다. 무경이 세상에 나가는 날부터 강호는 시끄러울 것이다. 이점 명심해야 할 것이다.”

“알았다니까요.”

“그렇다면 좋다. 충보야! 생모와 인연을 끊으라는 말은 이제 하지 않겠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절대로 생모에게 이 무경에 대한 얘기는 하지 말거라! 무엇보다도 무경을 익힌 후엔 네 손으로 무경을 없애버려라! 꼭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을 하거라!”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십시오. 꼭 없애겠습니다. 어쨌든 매년 쌀 몇 섬씩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삼우나 데리고 조용히 사십시오. 그리고 말입니다. 삼우가 무공을 익힌 것 같은데 더는 무공을 익히지 못하게 하십시오. 내 말뜻을 이해는 하시죠.”

“충보야! 네 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하지만 제 몸은 지킬 정도가 돼야, 알았다. 그럼 한 가지만 더 부탁하자, 네가 삼우를 꼭 지켜주겠다고 약속해라! 네겐 하나뿐인 조카가 아니냐! 나는 금년을 넘기기가 어려울 것 같다.”

“알겠습니다. 삼우는 제가 지켜 드리지요. 그럼...”

“.......”

털컹-

문이 열리며 황보충보가 밖으로 나왔다.


“외삼촌! 할머니에게 너무 하십니다. 할머니가 말씀은 안 하셨어도... 얼마나 외삼촌을 걱정하고 보고 싶어 하셨는데, 그러시면 안 되지요.”

삼우의 눈엔 눈물이 글썽였고 목소린 원망스럽단 투였다. 어쨌거나 황보충보는 얘기 중에도 유청월에게 어머니란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를 보더라도 두 사람 사이가 원만치 않다는 것이 드러났음이었다.


“이놈이! 어른들 얘기를 엿들어!”

황보충보는 삼우가 불쑥 나서자 불끈해선 손을 들어 올렸다. 여차하면 한 대 때릴 기세였다. 그때 카랑카랑한 유청월의 목소리가 들렸다.


“충보야! 내 말 명심하거라!”

“예~ 알겠습니다. 너 삼우! 할머니 잘 모셔라! 그리고 너! 입 조심하고...”

황보충보는 들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

“외삼촌! 안녕히 가세요.”

삼우는 밖으로 나가는 황보충보의 등에 대고 굽실 허리를 숙였다.



히히힝, 히히힝...

따가닥, 따가닥, 따가닥...

황보충보와 무사들이 초막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삼우는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고 섰다가 천천히 돌아섰다.


“할머니! 외삼촌이 밉지도 않으십니까?”

삼우는 방으로 들어서며 따지듯 말했다.


“삼우야! 그런 말 하면 못쓴다. 좋으나 싫으나 네 외삼촌이다.”

“그래도 그렇지요. 할머니에게 너무 하시니까,”

“그만 되었다. 삼우야! 이쪽으로 앉거라!”

유청월은 삼우의 말을 막곤 맞은편에 앉기를 기다렸다.

“.......”


“삼우야! 앞으로는 무공수련에 전념하거라! 나무는 하루에 한 짐이면 된다. 내 새끼, 그동안 할미 말을 잘 따라줘서 정말 고맙다.”

유청월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할머니! 왜 그래요, 언젠 제가 게을렀습니까? 이대로도 만족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할머니와 약속한 것은 꼭 지킵니다.”

삼우는 오늘따라 할머니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암튼 삼우야! 너 말이다.”

“예 할머니!”

“아, 아니다. 네 방이 어질러져 있을 것이다. 그만 건너가 치우거라!”

유청월은 정작 할 말은 꺼내지도 못했다.


“제 방에 누가... 예, 알아서 치우겠습니다. 그럼 할머니! 누워서 쉬세요. 방 치우고 주물러 드릴게요.”

삼우는 삼촌이 방을 뒤졌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알았다. 건너가거라!”

유청월은 삼우가 건너가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충보야! 이 어민 네가 걱정이다. 나는 너를 친자식처럼 사랑했다. 네가 원하는 것은 다 해주고 싶었고, 지금도 이 어미의 심정은 변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충보야! 자식이 나쁜 길로 빠지는 것을 지켜보자니 이 어미의 가슴은 찢어진다. 제발 악의 구렁텅이에서 발을 빼거라! 이 어미의 마지막 부탁이다. 으, 불쌍한 자식...’

유청월은 삼우가 들어간 방문을 잠시 바라보곤 밖으로 나갔다. 그런 유청월의 허리가 더 굽은 것처럼 보였다.


방에 들어선 삼우는 잠시 멍청히 서 있었다. 방안은 정말이지 도둑이 들어 발칵 뒤집어 놓은 것처럼 엉망진창이었다. 서책들이 어질러진 것은 고사하고 서고 자체가 박살이 났다. 그리고 책상은 책상대로 다리가 부러진 채 구석에 처박혔다. 그것뿐이 아니었다. 벽지마저 여기저기 뜯겨나가 흉한 맨살을 드러냈다.


“허- 이럴 수가? 외삼촌! 너무하셨습니다. 할머니가 계셨는데도 이렇게까지 하셨다는 것은 할머니와 저를 무시하신 겁니다. 솔직히 저는 외삼촌이 왜 이래야 했는지 내막은 모릅니다. 그렇지만 무무경 때문이었다면 생각을 잘못하셨습니다. 외삼촌은 틀림없이 그 무무경으로 인해 큰 욕을 당하실 겁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오늘의 일과 십 년 전의 일에 관해 변명이든 해명이든 꼭 해야 할 겁니다. 외삼촌!”


삼우의 입술이 파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눈에선 날카로운 안광이 한차례 뿜어졌다가 사라졌다. 잠시 방안을 둘러본 삼우는 서책부터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때 들창으로 저녁노을이 비쳐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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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2권 2장, 영영을 구하다.2 +12 22.11.25 452 16 11쪽
31 2권 2장, 영영을 구하다.1 +4 22.11.24 460 13 13쪽
30 2권 1장, 건들면 다친다. 3 +10 22.11.23 482 18 15쪽
29 2권 1장, 건들면 다친다. 2 +20 22.11.22 496 24 13쪽
28 2권 1장, 건들면 다친다. 1 +14 22.11.21 502 18 11쪽
27 7장, 사자(使者)와의 대면(對面)4 +4 22.11.20 531 18 13쪽
26 7장, 사자(使者)와의 대면(對面)3 +4 22.11.19 526 19 11쪽
25 7장, 사자(使者)와의 대면(對面)2 +4 22.11.18 521 19 13쪽
24 7장, 사자(使者)와의 대면(對面)1 +4 22.11.17 544 17 12쪽
23 6장, 회상(回想)2 +4 22.11.16 552 19 10쪽
22 6장, 회상(回想)1 +8 22.11.15 579 18 9쪽
21 5장, 황보세가(皇甫世家) 2 +4 22.11.14 614 15 12쪽
20 5장, 황보세가(皇甫世家) 1 +6 22.11.13 584 15 9쪽
19 4장, 하산하다. 2 +6 22.11.12 607 15 15쪽
18 4장, 하산하다. 1 +6 22.11.11 619 16 13쪽
17 3장, 늙은 종복 7 +8 22.11.10 601 16 12쪽
16 3장, 늙은 종복 6 +4 22.11.09 604 17 13쪽
15 3장, 늙은 종복 5 +4 22.11.09 628 15 13쪽
14 3장, 늙은 종복 4 +6 22.11.08 640 22 10쪽
13 3장, 늙은 종복 3 +6 22.11.07 661 19 10쪽
12 3장, 늙은 종복 2 +4 22.11.06 685 17 10쪽
11 3장, 늙은 종복 1 +6 22.11.05 723 17 11쪽
10 2장, 마환과 유청월의 죽음 5 +4 22.11.04 749 16 13쪽
9 2장, 마환과 유청월의 죽음 4 +6 22.11.04 741 18 12쪽
8 2장, 마환과 유청월의 죽음 3 +6 22.11.03 806 18 13쪽
» 2장, 마환과 유청월의 죽음 2 +8 22.11.03 815 19 10쪽
6 2장, 마환과 유청월의 죽음 1 +6 22.11.02 872 19 10쪽
5 1장, 강삼우 4 +12 22.11.02 923 26 13쪽
4 1장, 강삼우 3 +12 22.11.01 981 38 11쪽
3 1장, 강삼우 2 +36 22.11.01 1,166 107 10쪽
2 1장, 강삼우 1 +52 22.11.01 1,674 123 13쪽
1 서장 +144 22.11.01 1,910 207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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