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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우 님의 서재입니다.

다음 생엔 세계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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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별우
작품등록일 :
2018.12.14 13:44
최근연재일 :
2019.01.17 23:1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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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글자수 :
112,320

작성
19.01.17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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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22. 꿈속의 검사

DUMMY

동부경비대로 향하는 마차 안.

반젤루스는 왕국기사단장 임명식 때 수여된 자신의 애검을 매만졌다.

자신이 최강이라는 증거이기도 한 이것은 어느새 자신을 구속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누구나 자신의 이름 앞에 서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이미 패배를 예감한 자와 싸우는 것은 하나도 재미없는 일이었다.

왕국기사단장이 된 후로 누군가와 진심으로 검을 나눈 적이 없는 그는 욕구불만 비슷한 상태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어젯밤.

이상한 꿈을 꿨다.

잠에서 깬지 한참이나 지나서 내용은 희미해져 버렸지만 꿈속에서 대련을 한 것만 얼핏 기억났다.

상대방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았다.

다만, 오랜만에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대와 대련을 했다는 사실만이 기억났다.

아마 꿈속의 그 검사와 다시 대련을 할 일은 없을 테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꼈던 상쾌한 기분을 추억하며 마차에서 내렸다.


경비대의 막사 부지를 둘러싼 낮은 울타리가 눈에 들어왔다.

흠..

이상하다.

최근 들어서 이런 적은 없었다.

기분이 고양되며 심장 박동이 빨라진다.

그렇다고 몸이 아픈 느낌은 아니다.

오히려 몸과 갑옷이 가볍게 느껴진다.

긴장감인지 기대감인지 모를 감정이 온몸을 감싼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드는 거지?

짐작가는 구석은 없다.

그냥 병사들의 실력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서 그런 것이겠지.

반젤루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영내로 들어갔다.


뚜벅 뚜벅.

병사들이 만들어낸 길을 따라서 단상으로 걸어간다.

양 옆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마차에서 내릴 때 시작된 심장박동은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점점 커져간다.

그리고 길의 끝에 있는 단상을 바라보자 그 기대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저곳이다.

꿈속의 검사는 저 단상위에 있다.

비어있는 단상 위.

내 눈엔 그곳에 있는 누군가의 잔상이 보였다.

그 잔상의 주인은 허공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

마치 어서 빨리 올라와서 자신과 검을 맞대달라는 듯이.


“...장님! 기사단장님!”

“음?”


동부경비대장이 내 옆으로 다가와서 나를 불렀다.


“저 단상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무것도 아닐세.”


아무래도 멍하니 서서 단상을 쳐다본 것이 마음에 걸린 듯하다.

나는 흥분을 가라앉히며 다시 단상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위에서 나를 기다리는 검사의 잔상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검을 겨누고 있다.


내가 단상위로 올라가자 그 잔상은 사라졌다.

그 잔상이 무엇을 의미하는 진 모른다.

어째서 나는 꿈속 이곳에서 그 검사와 대련을 하였는가.

잠시 뒤 있을 병사들과의 대련을 기대해서 그런 꿈을 꾼 것인가?

아니면 그냥 단순히 욕구불만일지도 몰랐다.

동부경비대의 병사들에겐 미안하지만 조금 화풀이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병사들의 사기를 돋우기 위한 연설이 끝났다.

예상대로 왕국기사단에 들어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병사들이 떠들썩해졌다.

그런 병사들 중에 한명.

조용히 단상위의 나를 응시하는 병사가 있다.

왕국기사단에 전혀 흥미가 없어 보이는 그 병사는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다.

이곳에서 처음 본 병사지만 그 병사의 얼굴이 어딘지 낯익다.


잠시 뒤. 대련이 시작됐다.

나는 병사들의 기본만을 확인하기 위해 충분히 막을만한 속도의 공격을 가했다.

이정도의 공격이라면 당황하지만 않는다면 막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막지 못했다.

한 명, 두 명, 세 명.

막지 못하는 인원이 늘어갈수록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내심 여러 부대를 방문할 때마다 젊은 나이에 검술을 단련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 병사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병사들은 단상위에 올라오자마자 바짝 쫄아서 아무것도 못하고 낙엽처럼 쓰러져갔다.

나의 이 검에 대한 욕구를 해소해줄만한 검사는 쉽게 발견하기 어려웠다.


털썩.


이번 병사도 단 일격도 막지 못했다.


“다음!”

신경이 곤두서서 목소리도 날카로워져 있었다.


터벅 터벅.

다음 대련상대가 단상위로 올라왔다.

그 순간.

꿈에 나왔던 검사의 잔상이 다시 나타났다.

잔상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검을 겨눈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터벅 터벅.

단상위로 올라온 병사는 여전히 대련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다른 병사들처럼 겁먹거나 긴장한 기색은 조금도 없었다.


“자네 이름이 뭔가?”

“한스입니다.”


한스는 흥미 없다는 듯이 무미건조하게 대답하며 검을 겨눴다.

그리고 그가 검을 겨누는 그곳.

한스의 몸은 꿈속에 나온 검사의 잔상과 완전히 겹쳐졌다.

그 순간 나는 그가 꿈속의 검사임을 직감했다.


탁.

나도 자세를 잡고 그에게 검을 겨눴다.

심장박동이 점점 커지다가 검이 부딪히는 소리와 동시에 차분해진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실전의 감각.

그는 내 기대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 같다.


“언젠가 그런 날을 꿈꾼 적 있네.”

“예?”


***


“졌습니다.”


꿈속의 검사와의 대련은 시시하게 끝나버렸다.

분명히 한스, 그는 완전히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다.

검술은 초보자에 가까우면 서도 아직 뭔가 숨기고 있는 것이 있다는 느낌이었다.

마지막, 검을 놓치기 직전 보여준 움직임은 여태껏 그 누구에게도 보지 못한 것이었다.

왕국 최고의 검사라 자부하는 나 자신도 그런 속도는 내지 못할 것이다.


“왜 검을 놓친 것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실력을 가지고서도 겨우 경비병에 만족한다는 말인가?

왕국기사단장인 나와의 대련도 성에 안찰정도로 강하면서?

이런 끝은 납득할 수 없었다.


“기사단장님이 너무 강하신 것뿐입니다.”

“...그걸로 만족한다면 됐네.”


꿈에 그리던 검사는 아직도 해답을 찾지 못했는지 불만족스런 표정이었다.

왕국기사단장인 반젤루스도 그의 답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는 지금 자신보다 더 먼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한스, 이 병사는 앞으로도 더 강해지겠군.


“훗. 나도 추월당하지 않게 단련해야겠어.”


아침에 느꼈던 상쾌한 기분.

끝이 시시한 대련이었지만 쌓였던 욕구가 조금은 해소된 기분이었다.


***


사람들은 꿈이라는 형태로 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들을 다른 꿈과 마찬가지고 얼마안가 잊어버렸다.

잊지 않는 사람은 나와 관련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왠지 모르게 그 사람들과 접촉하면 위험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기사단장과의 면담을 무시한 채 막사를 나왔다.

그가 나에게 할 질문들에 대해 제대로 답할 자신이 없었다.

지금은 골렘에 대한 생각만으로도 충분했다.


골렘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하는 길.

최대한 만약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중앙광장이 아닌 다른 길로 향했다.

나에 대한 기억이 남겨진 것이라면 그녀.

세실도 어떤 형태로든 나를 기억할지 몰랐다.

난 그녀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도서관에 도착한 뒤 거대한 원통형의 건물을 보니 골램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녀석들도 이렇게 표면이 벽돌로 쌓아진 듯한 모양이었다.


끼익.

뻑뻑한 도서관의 나무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시게.”


늘 자고 있던 할아버지가 도서관 카운터에 멀쩡히 앉아있다.

하지만 어쩐지 할아버지는 나를 매우 째려보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왔는가?”


처음 보는 할아버지의 까탈스러운 모습에 왠지 긴장됐다.

혹시 이게 그의 원래 모습일지도 몰랐다.

그런데 왜 이렇게 날 째려보는 거지?


“책 보러 왔는데요...”

“도서관에 왔으니까 당연히 책 보러 왔겠지!”

“그야 그렇긴 한데...”

“근데 뭐!”

“저기...골렘에 관한 책을....”

“뭐? 골레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게 그런 건 왜 찾아!”

“그냥 궁금해서...”

“그런 걸 그냥 궁금하다고 봐? 너 그 녀석의 친구지?”

“네? 그게 무슨...”

“내가 모를줄 알아? 당장 여기서 썩 꺼져!”


할아버지는 노발대발하며 카운터에서 나와 나를 쫒아내려 하였다.

나는 그 모습에 급히 문을 닫고 도서관을 나왔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그 녀석은 또 누구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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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 이변 +2 19.01.16 198 8 10쪽
20 20. 골렘 +1 19.01.15 216 7 9쪽
19 19. 알 +2 19.01.14 240 10 10쪽
18 18. 긍지 +4 19.01.12 266 11 8쪽
17 17. 팔의 문신 +2 19.01.11 266 6 11쪽
16 16. 새로운 마법 (2) +4 19.01.10 265 9 11쪽
15 15. 새로운 마법 +4 19.01.09 273 11 11쪽
14 14. 볼칸 +7 19.01.08 295 6 11쪽
13 13. 반복과 특이한 오크 +1 19.01.07 276 7 10쪽
12 12. 성장 +6 19.01.05 303 9 11쪽
11 11. 천재들의 영역 +2 19.01.04 299 8 11쪽
10 10. 노력하는 범인 +2 19.01.03 335 6 14쪽
9 9. 마나를 찾아서 19.01.02 321 7 12쪽
8 8. 오크 +3 18.12.22 350 9 12쪽
7 7. 도서관 +3 18.12.21 358 10 12쪽
6 6. 일곱 번째 아침 18.12.20 367 8 10쪽
5 5. 시작 +4 18.12.19 405 9 11쪽
4 4. 삶의 의미 +2 18.12.18 415 9 15쪽
3 3. 왕국기사단장 반젤루스 +5 18.12.17 495 7 14쪽
2 2. 꿈 +1 18.12.15 550 8 12쪽
1 1. 경비병 한스 +2 18.12.14 948 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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