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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우 님의 서재입니다.

다음 생엔 세계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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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별우
작품등록일 :
2018.12.14 13:44
최근연재일 :
2019.01.17 23:1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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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0
추천수 :
184
글자수 :
112,320

작성
18.12.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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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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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7. 도서관

DUMMY

“찰랑찰랑할 때까지 담아주세요.”


배식아줌마가 스프를 뜨기 위해 냄비에 국자를 담갔을 때였다.

내가 재빠르게 그녀의 손에 있는 그릇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쏘아봤다.


“스프양이 정해져 있어서 안돼요.”

“에이, 그러지 마시구요.”

“안된다니까요.”

“그러면 저 남은 빵은 하나 더 가져가도 되요?”


내가 아침에 먹다 남은 빵이 담긴 바구니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저것도 안되는데...”

“어차피 아침에 먹었다고 안 먹는 사람들이 많아서 남을 것 같은데요?”

“흠...그러면 딱 하나만 가져가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바구니에서 빵을 하나 더 집으며 그녀가 주는 스프를 받아들었다.

내가 봐도 연기는 완벽했다.


처음부터 스프를 더 받을 생각은 없었다.

매번 그녀에게서 조금이라도 스프를 더 받으려고 노력했지만 전부 실패로 돌아갔다.

그래서 난 빵으로 목표를 변경했다.

물론 빵도 일인당 한 개씩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침에 나온 빵을 가져가지 않고 그냥 스프만 받아가기 일수였다.

이 모든 연기는 바로 그 남는 빵을 받기 위해 한 것이었다.

어려운 부탁을 거절하면 다른 부탁을 들어주기 쉬운 것이 사람의 심리였다.


나는 양손에 스프와 빵을 들고 옆구리에 빵을 낀 채 먼저 앉아 있는 로크의 앞으로 가서 앉았다.


“결국 그거라도 하나 더 받았네.”

“어차피 남는 거 좀 그냥 주면 안 되나?”

“그냥 준거 아냐?”

“내가 이거하나 받으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이 빵 한 덩어리를 더 받겠다고 3번이나 다른 방법으로 시도한 것을 그는 모를 것이다.

그래도 결국 얻어내는 방법은 있었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스프를 더 받는 방법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평소엔 그렇게 욕을 하면서 먹던 빵에 왜 그렇게 집착 하냐?”

“이 빵을 평소의 빵이랑 비교한단 말이야?”


오늘 나온 빵의 특별함을 모르다니.


“아침에 취사장 들어갈 때부터 풍기는 냄새 자체가 다르다고. 평소에는 하도 먹어서 역하게 느껴지는 호밀이나 통밀의 냄새가 아닌 순수하게 정제된 밀가루에서만 나는 고소한 냄새. 이걸 모르겠어?”

“그래봤자 빵 아냐?”

“쯧쯧쯧.”


내가 검지를 펴서 양옆으로 흔들었다.


“물론 이건 그냥 평소보다 좀 부드럽고 향기 좋은 빵에 불과하겠지. 하지만 오늘의 점심은 뭐지?”

“치킨스프?”

“맞아! 이 빵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스프에 찍어먹을 때 느낄 수 있다고.”


빵의 귀퉁이를 잘라서 살짝 스프에 담근 뒤 입에 넣었다.


“퍽퍽한 빵으론 절대 느끼지 못하는 촉촉한 속살 사이사이에 스며든 치킨스프의 이 맛.”

“잘 모르겠는데?”

“에휴.”


몇 번이나 로크에게 오늘 나온 빵의 특별함을 알려주려 했지만 들은 척도 안했다.

그리고 특별한 것은 빵만이 아니었다.

축제 때라 그런지 치킨스프의 상태도 굉장했다.

일단 국물을 살짝 떠서 숟가락 아래로 흘려보냈다.


“캬, 국물 때깔 봐라.”


평소에 먹던 허여멀건한 색에 그릇의 바닥이 그냥 비쳐 보이는 스프가 아니었다.

스프의 표면에 떠있는 반짝반짝한 닭기름에 우유같이 뿌연 국물색은 그릇의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감자나 당근 두, 세 조각만이 들어있던 것과는 달리 이번엔 닭고기도 듬뿍 들어 있었다.

나는 스프를 떠서 닭고기의 뽀얀 자태를 감상했다.


“뭘 그렇게 집중해서 쳐다봐?”


두 번이나 걸렀던 치킨스프가 그리웠던 건지 나도 모르게 한참이나 쳐다봤다.


“하, 축제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 감동해서 목소리가 살짝 떨리기까지 했다.

숟가락 위에 있는 닭고기의 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였다.

입에 넣기 아까울 정도였다.

아쉬움을 뒤로하며 그것을 입에 넣었다.


미끌미끌한 닭껍질 아래로 쫄깃하게 씹히는 육질과 터져 나오는 육즙.

몇 번이나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맛이었다.

다음은 감자와 당근을 떠서 입안에 넣었다.


그것은 들어가자마자 입속에서 고기와 만나 완벽한 하모니를 내기 시작했다.

씹자마자 부드럽게 녹는 감자와 당근 그리고 그 사이로 고기가 쫄깃하게 씹혀서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와, 진짜 빨리 먹네.”

“어?”


달그락.

숟가락이 그릇의 바닥을 때리는 소리에 정신이 들었다.

어느새 스프를 거의 다 먹고 그릇에 살짝 눌은 부분만이 남아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그릇으로 로크의 뒤통수를 쳐서 기절시키고 뺏어먹고 싶었다.


“하, 이걸로 참아야지.”


아직 챙겨온 빵 하나가 남아있었다.

부드러운 빵의 껍질을 잡고 당기자 하얀 부드러운 부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것으로 바닥과 벽에 붙은 스프자국을 싹싹 긁어 먹었다.


“......”


그는 내가 먹는 모습을 입벌리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


“꺼억, 잘 먹었다.”


로크와 내가 생활관으로 돌아왔다.


“근무시간 전까지 뭐할 거냐?”

“일과 시간인데 뭘 하긴 뭘 해."

“기사단장님이 기분 좋게 돌아갔다고 우리 둘은 자유시간 보내라신다.”

“진짜?”


물론 알고 있었지만 이상해 보일까봐 모르는 척 연기를 했다.


“할 것도 없는데 축제나 보러 다닐래?”

“아니, 나는 할 일이 있어서.”

“할 일? 너 평소에도 일과시간엔 맨날 빈둥거리잖아.”

“아무튼 간에 축제는 너 혼자 즐겨라. 그러면 나 먼저 간다.”

“그래. 근무시간에 보자.”


나는 생활관을 나와서 중앙광장으로 갔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세실이 스쳐 지나갔지만 곁눈질로만 살짝 봤다.

오늘의 이곳에 온 목적은 그녀가 아니었다.


중앙광장을 지나쳐서 서쪽대로를 따라 쭉 걸었다.

서쪽 성문 바깥쪽도 동쪽의 사막정도는 아니지만 거대한 산이 가로막고 았어서 근처에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진 않았다.


서쪽성문과 중앙광장의 사이 중간쯤에 위치한 골목길을 따라 들어갔다.

그곳엔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도서관이 있었다.

나는 오늘 그곳에 볼일이 있었다.


건물치고는 특이하게도 동그란 모양의 5층 탑.

옛날엔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장소였다고 얼핏 들은 적이 있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에는 그냥 도서관으로 쓰이고 있었다.

거대하고 높은 탑의 겉모양과 다르게 나무로 만들어진 문은 별로 크지 않았다.

딱 사람 한명 지나갈 정도의 크기였다.


문으로 다가가서 문고리를 잡자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오래됐다는 소문에 걸맞게 낡아 보이는 건물이었지만 문과 그 주변만은 새로 만든 것처럼 깨끗했다.

아마도 이 전에는 문이 더 거대했던 것 같았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갔다.

겉모습이 둥그런 만큼 내부의 모양도 원통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벽면의 둘레를 따라서 책이 꽉 찬 책장이 둘러싸고 있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각 층의 가운데가 뻥 뚫려서 천장까지 보였고 천장에서는 하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드르렁. 휘유우


누군가 코고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가 들리는 쪽을 쳐다봤다.


탑의 1층의 중앙.

밝은 빛 바오 아래에 도서관 카운터로 보이는 곳에 엎드린 인물이 내는 소리였다.

아마 이곳의 사서겠지.

나는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내가 다가갈 때까지 깨우는 게 미안할 정도로 푹 자고 있었다.

카운터에 다가가니 그의 모습이 보였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얼굴, 하얗게 센 머리와 수염, 그리고 로브를 입고 마법사 같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저기요.”


드르렁, 컥

“으악!”


자다 깬 그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 덕에 나도 놀라서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아, 손님인가?”

“네, 그런...데요.”

“뭐?”

“그렇다구요”

"뭐라고?"

"그렇다니까요!"


할아버지는 귀가 잘 안 들리는 듯 했다.


“아, 왜 소리를 지르고 그래. 뭐 땜에 왔어?”

“책 찾으러 왔어요.”

“뭐? 색?”

“책이요. 책!”

“아, 알았다 이놈아. 소리 좀 그만질러. 무슨 책 찾으러 왔는데?”

“옛날에 있었다던 괴물에 관한 책 찾으러 왔어요.”

“뭐?”

“괴물이요! 괴물!”

“아, 소리 좀 그만 지르라니까! 여기 도서관인거 몰라?”

“어차피 사람도 없는데 뭐 어때요!”

“아니, 왜 짜증을 내고 그래. 알았다. 찾으러 가자.”


답답해서 속이 터질뻔 했다.

나는 위로 올라가는 할아버지를 따라서 계단을 올라갔다.


“허억, 허억, 여기...5층...어딘가...허억...”

“여기 5층 어딘가에 있다고요?”

“그래...허억...”


할아버지는 이마에서 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

노인에게 이 높이는 무리였을테지.


“아, 좀 쉬고 계세요. 저 혼자 찾아볼게요.”

“허억, 뭐,,,라고?”

“에휴, 아니에요.”


할아버지를 계단에 앉혀드린 후 나는 책장을 뒤지기 시작했다.

원형 탑의 둘레를 따라서 꽉 채워진 책장엔 수많은 책이 꽂혀있었다.

대체 이걸 어디서부터 찾아야 하는지 감도 안 잡혔다.

그래서 일단은 아무 책장이나 붙잡고 꽂혀있는 책의 제목을 읽었다.


엥? 이건 어느 나라 말이야?

대부분의 책 제목들이 읽을 수조차 없는 문자로 쓰여 있었다.

그것도 읽을 수 없다는 느낌이 아니라 읽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것 같았다.


“그건 못 읽어.”


계단에서 쉬던 할아버지가 어느새 내 옆에 다가와서 말했다.


“그런건 보면 알아요. 근데 어느 나라 말이에요?”

“어느 나라 말도 아냐. 저건 눈으로 읽는 책이 아니거든.”

“그러면 어떻게 읽어요?”

“책에 쓰여 있는 마나를 읽으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들어오지.”


할아버지가 책을 한권 빼서 손에 들었다.

그러자 책이 희미한 빛을 띄며 스스로 펴졌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할아버지가 나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건 내가 찾던 게 아니었다.


“그 책은 그만 꽂아두고 제가 찾는 책이나 찾아주세요.”

“에잉, 알았다 이놈아.”


할아버지는 약간 서운해 하며 다른 책장으로 이동했다.

그가 나를 데려간 책장은 그곳에서도 꽤나 오래된 책장인 것 같았다.


“여기 어디쯤에 있을 텐데...”


책장을 뒤지는 그의 모습은 약간 불안해 보였다.


“제가 무슨 책 찾는지는 아시죠?”

“뭐야? 이놈이 나를 치매노인 취급을 해? 괴물에 대한 거 찾는다며! 여기 있네!”


흥분한 할아버지에게 책을 떠넘기듯 받았다.

책에는 쌓인 먼지가 쌓인 눈처럼 두꺼웠다.

내가 찾던 책인지 확인하기 위해 책의 제목을 읽었다.


[신비한 괴물사전 – 저자 : 아벨]


“이제 됐냐?”

“네, 맞는 것 같아요.”

“뭐하러 지금은 있지도 않은 괴물을 알아보려고 하는 건지 나 원 참.”


그가 궁시렁 거리며 계단을 내려갔다.

나는 책을 읽을 만한 곳을 찾기위해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책상이나 의자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아, 참. 할아버지!”

“이놈아! 조용히 하라니까. 여기 도서관이여!”

“어차피 아무도 없는데 뭐 어때요! 여기 책 읽을 만한데 없어요?"

“3층 위로는 없어! 읽으려면 내려와!”

“알았어요!”


무슨 책은 5층에 있으면서 읽는 곳은 1,2층에 있대.

이곳을 사용했던 마법사들의 생각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2층에 도착하고 나서야 책장과 책장 사이에 있는 문이 보였다.


끼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어두웠던 방 안에 갑자기 머리 위로 불이 들어왔다.

신기하게도 그 불은 따듯함이 느껴지지 않고 온전히 밝은 빛만을 비췄다.

그 방은 딱 한사람 들어갈 정도의 방이었다.

있는 것은 책상 하나와 의자 뿐.

진짜 책만 읽을 수 있는 조그만 방이었다.


난 의자에 앉아서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책을 펼쳤다.

맨 앞에는 책의 목차가 나와 있었다.

책은 크게 세 단락으로 나뉘어 있었다.

육지, 바다, 공중.

내가 여기서 찾을 건 오늘 밤 쳐들어오는 괴물에 대한 것이었다.

육지의 카테고리를 따라서 책장을 넘겼다.

그러자 바로 앞에 있는 그림이 보였다.

너무 봐서 이젠 익숙해진 얼굴의 괴물 그림이었다.


찾았다.

역시 그것들은 마왕이 퇴치됨과 함께 전부 사라졌다고 알려진 괴물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51 수에이
    작성일
    18.12.21 15:06
    No. 1

    재미있어요 응원합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진리별우
    작성일
    18.12.21 15:23
    No. 2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아그룬타
    작성일
    19.04.13 23:38
    No. 3

    다음날 아침 기사단장과 간다고해서 마을에 묶는 줄 알았는데 바로 돌아갔네요. 그럼 별로 멀지 않은 곳에 기사단장이 향하는 도시가 있다는 소린데, 뭔가 위험을 알리려는 시도보다 끊임 없이 회귀해서 실력을 기르려는 주인공의 지능이 의심스러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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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꿈속의 검사 +6 19.01.17 198 11 8쪽
21 21. 이변 +2 19.01.16 198 8 10쪽
20 20. 골렘 +1 19.01.15 216 7 9쪽
19 19. 알 +2 19.01.14 240 10 10쪽
18 18. 긍지 +4 19.01.12 266 11 8쪽
17 17. 팔의 문신 +2 19.01.11 266 6 11쪽
16 16. 새로운 마법 (2) +4 19.01.10 265 9 11쪽
15 15. 새로운 마법 +4 19.01.09 273 11 11쪽
14 14. 볼칸 +7 19.01.08 295 6 11쪽
13 13. 반복과 특이한 오크 +1 19.01.07 276 7 10쪽
12 12. 성장 +6 19.01.05 303 9 11쪽
11 11. 천재들의 영역 +2 19.01.04 299 8 11쪽
10 10. 노력하는 범인 +2 19.01.03 335 6 14쪽
9 9. 마나를 찾아서 19.01.02 321 7 12쪽
8 8. 오크 +3 18.12.22 350 9 12쪽
» 7. 도서관 +3 18.12.21 359 10 12쪽
6 6. 일곱 번째 아침 18.12.20 367 8 10쪽
5 5. 시작 +4 18.12.19 405 9 11쪽
4 4. 삶의 의미 +2 18.12.18 415 9 15쪽
3 3. 왕국기사단장 반젤루스 +5 18.12.17 496 7 14쪽
2 2. 꿈 +1 18.12.15 550 8 12쪽
1 1. 경비병 한스 +2 18.12.14 948 8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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