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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학도

슬기로운 망겜 생활 [수정판]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현대판타지

hakdo
작품등록일 :
2021.04.06 10:37
최근연재일 :
2021.06.08 10:30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3,277
추천수 :
7
글자수 :
449,834

작성
21.06.0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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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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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YOUR BEST FRIEND

DUMMY

.







“지오 형?”

“지오!”


“너······?”


녀석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헤헤. 게임으로 치면 비겁하니 안 했었지만! 한번 이렇게 리본 끈을 잡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잡아보는구먼!

이 리본 감촉 좋네?”


“······.”


나는 피오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제이드에 눈을 맞추고, 노려봤다.


“아! 너에게 볼일이 있어서 말이지! 그 리본에 있는 녀석을 나에게 줄래?”

“?!”


“우리가 그 녀석이 좀 필요하거든? 아, 그 녀석이 아니라··· 그 녀석이 들고 있는 책!

그 책이 있으면 우리와 가지고 있는 ‘말’과 합치면 되니까!”


‘말들···?’


이 녀석 혹시.

바이오 리본에 잠든 유언들이 필요한 건가···.

나는 리본 끈에 손을 올리고 있는 제이드의 손에 작은 에너지탄을 살포시 올려놓아 손을 떼게 했다.


“······!”

“그렇게는 두지 않아. 그 녀석은 내가 지킬 거야. 넌 빠져있어. 진짜.”

“그래? 그럼 나는 네가 쓰러질 때까지 그 리본 끈을 잡아당겨서 뜯어주지!”


제이드는 피오의 몸을 이용해서 살짝 웃더니, 그대로 손에서 검은 가시공을 여러 개 만들어 난사하려 했다.

하지만 그걸 막아주는 유령이 한사람.


“······케일리도 모자라서 남의 동생을···”

“···르네···.”


“너도 물러서! 응? 넌 유령이잖아? 넌···.”

“······안 돼! 네가 나가면 더 위험해! 응?”


“저리 가! 게임 캐릭터 주제에 이렇게 게임을 방해하면 안 돼지!”

“어··· 으아아아아아!”



“···르네···?”

“헷, 그쪽의 코인에 들어가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주제에!”


제이드는 자기 팔을 붙잡고 선 그 애를 여기에 가까이 있던 돌풍에 날려버리고, 나에게 검은 가시 공을 난사했다.

그리고 그 틈에, 내가 가지고 있었던 바이오 리본에 달려있었던 하트를 떼어갔다.


“으아아아아아--!”


“지오!”

“지오 형!”


아···?

잠시만.



뭔가.

바이오 리본의 하트를 떼어내니.


잠이···

아···. 안 되는데······.



“자! 이제 남은 유언집은 손에 얻었고! 이제 제물들을 피아에게 다 쏟아부을 차례인가?”


······.

잠시만?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거야?

내 바이오 리본의 하트가 뜯어지고.


그 아이가 계속 들고 있던 책이···.


그리고.


“·········시만 ······빠? 우············? 으···············아아! ·········만! 뭐············야--!”

“큐비츠············ 괜·········--? 왜 ·········는 ·········?”

“·········? 난········· 커······리고 있었는···? 여긴 어············?


갑자기, 검은 소용돌이가 치면서, 쨍한 색감의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


아아.

프리즘타운에 있던 상점 주인들.


큐비츠를 안고 검은 소용돌이를 째려보고 있는 큐앤에이 씨.

영문도 모른 채, 멀뚱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거나씨, 마운티 씨.

그들이 검은 소용돌이 속에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


마음속으로는 그들을 향해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내 입은 제구실을 못 하고 잇새로 바람만 내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손을 뻗어보려고 했으나 여러 개의 돌무더기가 양팔을 짓누르는 느낌을 느꼈다. 아니 애초에 그게 정상인 듯이, 어떻게든 몸부림을 쳐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손발과 몸이 거기에 있었다.


마치, 인형 같아.


꾸르륵, 꾸르르르르륵-


빨려 들어가는 소리. 모든 게 저 상어 이빨을 드러낸 피아에게 빨려 들어가는 소리.


마치, 바다의 심연에 가라앉는 것 같이.




“잠···만! 프리즘······운 ······들을 뭐······이야! ······들을 놔·········!”

“······래! 그리고 지오········· 어······ 할 ···야? 너 ······ 어······을 하······고······!”

“그래. 이 유언집만 있으면. 이··· 유언집만 있으면 우리는 드디어 천국을 만들 수 있어.”


“천···국?”


“그래. 영원히 이어지는 천국. 너희들도 같이 살자. 난 그걸 위해 이 게임을 만들었는걸?”


“······테오?”

“·········형···.”


그 와중에도 검은 소용돌이는 계속해서 총천연색 찬란한 사람들을 먹고 있었고, 무덤에서 아무것도 모르던 그 아이들도 그 검은 소용돌이로 들어갔다.


“이 게임은 너희들과 나의 영생을 위해 만들어졌어. 이 의식이 끝나면, 우리는 영원히 죽지 않는 생명이 되어서 여기에서 살아갈 수 있어.”

“······.”

“그···지만, 그건 어···게···? 우리가 여기로 불러진 건 어떻···?”

“······설마.”


시간이 지나자 잘 안 들려오던 드니팬과 메리의 목소리도 또렷이 들리게 되었다.

하지만 왜 저 둘 사이에서 검은 기운이 느껴지는 것은 왜지?

왜, 저 둘 사이에서 나와 같은 절망의 냄새가 나는 걸까.


“그래! 너희들이 하던 모바일 게임! 너희들도 모노크롬 패밀리 모바일 데모판은 알지?”


“······우리가 제일 많이 하던 형의··· 게임?”

“그래! 너희들이 죽기까지 계속해왔던 그 게임! 사실은 그 게임에 내 몸속에 있는 제이드 전자파를 흘려 넣었거든♡”


“······.”


······.

그 게임의 데모판은 피오도 열심히 하던 걸 봤다.

현실에서도 그 게임을 많이 하던 동생은 많이 봤고, 꿈에서조차 그 게임을 재미있게 하고 있던 동생이었으니까.


피아의 말을 정리하면 피오도 모노크롬 패밀리 속 제이드 전자파에 접촉했기 때문에, 제이드 전자파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피오와 테오의 몸과 영혼이 뒤바뀌기 쉬운 환경에 있었던 거겠지.


“너희들과 함께 보내는 생활은 정말 즐거웠어!”

“·····················.”

“···························.”

“············ 테오······.”


“너희들과 함께, 랩글들을 물리치고, 너희들과 함께 카페에도 가고, 그때처럼··· 그때처럼··· 다시 게임도 하고···.”


“······.”


“즐거웠어. 진짜. 너무나······. 가끔 내가 흑막인 것도 잊을 정도로···.”


검은색 소용돌이에 제물로 바쳐진 프리즘 타운의 아이들은 모두 흑백으로 변하고, 그 소용돌이에 언젠가부터 생긴 핏기없는 눈에 무지갯빛이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생각이 났어. 이 시간을 영원히 가둘 수 있다면! 이 ‘모노크롬 패밀리’를 영원히 엔들리스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면!”


마지막으로, 피오의 몸을 입은 제이드가 자기 할 일을 다 끝내고 소용돌이에 들어갔다.

끝까지 웃는 모습으로.


“···여기에 너희들을 묶어놓는 게 가능하다면···!”


“잠시만··· 테오 형? 무슨 짓을 하려고 그러는 거야?”


“나는 더욱 행복해질 수 있어! 영원히!”



소용돌이가 피아를 향해서 날아갔다.




피아는 상어 이빨을 드러낸 채로 그 소용돌이를 먹어 삼킨 후, 한 번 눈을 번뜩이더니 몸에서 새하얀 빛을 내뿜어내, 무덤가를 전부 새하얗게 만들어버렸다.



[최종보스 필드 : Endless Sketch Book, 생성.]

[최종보스 : TEO 등장]


기계 같은 차가운 음성이 지나간 자리에는 어느새 하얀 스케치북이.


그리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눈이 두 개.


아니 이걸 눈이라고 불러야 할까.

커다란 얼굴에 연필로 생각 없이 그려놓은 큰 동그라미 두 개가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들의 바로 정면에는 붉은 피와 푸른 피가 돋보이는 상어 이빨이.



“가아치이이이 노오오오오올자- 얘들아아아아아아-”



···테오였다.


순수했던 민테오의 그 마음은 던져버리고, 지금은 영원한, 우정. 아니 집착을 우리에게 원하는 채로 우리를 공격하고 있었다.


“······.”

“······테···오 형.”

“······.”


드니팬과 메리는 무섭게 변해버린 우리들의 동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 채로 테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어깨에 멘 채로.


“···그럼 우리는 이때까지, 우리들 때문에 프리즘 타운의 모두를, 프리즘 타운에서 살았던 녀석들을······”


“···우리의 영원을 위해서 죄도 없는 그 녀석들이··· 진짜 피오도, 그렇게···.”



·········.

결국은 이 게임 자체가.

우리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테오가 만들어낸, 가상현실.


우리들을 그저 영원히 가두기 위해 ‘도구’로써의 기능을 갖춘 게임···?


······.


그럼!

그럼 그 녀석은 이런 게임에서 왜 나를 위해 희생했는데!


이런 게임에 뭣도 모르고 끌려와서는 이유도 모른 채, 게임의 의도도 모른 채! 플레이어로 접속한 것도 아니고, 이 사건에 그냥 끌려와서 사라진 이유는 대체!


···대체 왜···.


그 애가 왜 이런 걸 위해서 희생했어야 했어?



그리고 내 동생은!


······.


···내 동생은 몸도 뺏긴 채로, 원래 나와 가져야 할 시간도 뺏긴 채로! 그렇게 있어야 했던 거야?


생각할수록 마음속에서 검푸른 파랑이 솟아 나오는 것을 느꼈다.



“아, 맞다아! 그러고 보니 유언 중에 아직도 몸속에 남아있는 유언이 있었지?”


“무슨 말이야?”


“바로 지오 형의 유어언! 그것만큼은 아직 형의 몸속에서 팔딱팔딱, 뛰고 있는 거! 나는 느껴진다구!”


“!!!”


“형! 진짜 피오 형에게 몹쓸 짓을 해 놓고도 지금 지오 형에게 또 뭔갈 하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

도대체 뭐가 형을 그렇게 바꿔놓은 거야?”

“테오. 이 이상은 나도 못 참아. 이 이상 하면 너, 이제부터 우리 친구 절교다.”


드니팬과 메리가 정신을 잃은 나를 뒤로 돌리며 테오를 째려보았다.

(···얘들아···.)


“······상관없어어! 이젠 뭐가 뭔지 몰라도오! 난 너희들(몸뚱이)만 있으면 돼! 데이터는 얼마든지 나에게 있으니까!”


“···테오.”

“······테오 형.”

“······.”


“그러니까, 잔말 말고! 그 유언을, 내놔아아아아아아아-------!”



테오의 위로 치켜들어 올려진 입으로부터, 순간 무지갯빛의 대포가 발사되었다.

그리고 위에서부터 스케치북이 검은색으로 물들더니, 검은색은 천천히 우리까지도 좀먹어가기 시작했다.


“······! 형!”

“······지오! 너 몸에서 유언이···”


[유언 획득 – 23 : 더 이상 잃는 건 싫어.]

[GAME OVER]


[굿 나잇. pleyer.go.]



···대체 넌, 왜···

도대체 왜.




무한의 스케치북이 순식간에 검은색 크레파스로 물들여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


작가의말

BGM


Undertale - your best nightm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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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전하는 말 21.06.08 27 0 15쪽
80 찰나 21.06.07 30 0 7쪽
79 SOS (2) 21.06.06 23 0 12쪽
78 SOS (1) 21.06.05 30 0 12쪽
77 파장 21.06.04 21 0 7쪽
» YOUR BEST FRIEND 21.06.03 17 0 11쪽
75 your best friend 21.06.02 17 0 13쪽
74 스크린 속의 그 녀석 21.06.01 17 0 7쪽
73 가능성의 세계 21.05.31 17 0 14쪽
72 나와 함께, 영원히. 21.05.28 18 0 5쪽
71 ETERNAL (2) 21.05.27 23 0 15쪽
70 ETERNAL (1) 21.05.26 33 0 14쪽
69 주사위 게임 (3) 21.05.25 17 0 14쪽
68 주사위 게임 (2) 21.05.24 21 0 13쪽
67 주사위 게임 (1) 21.05.23 20 0 12쪽
66 Endless 21.05.22 25 0 15쪽
65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2) 21.05.21 20 0 13쪽
64 슈퍼 셰이킹 울트라 디럭스 봄버 (1) 21.05.20 18 0 13쪽
63 윤지오는 죽지 못해 살았다. 21.05.19 26 0 7쪽
62 어차피 게임 스토리...? (5) 21.05.18 2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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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어차피 게임 스토리...? (2) 21.05.15 21 0 11쪽
58 어차피 게임 스토리...? (1) 21.05.14 26 0 14쪽
57 버그? (2) 21.05.13 21 0 12쪽
56 버그? (1) 21.05.12 29 0 12쪽
55 스케치북 21.05.11 23 0 9쪽
54 유토피아 (2) 21.05.11 26 0 12쪽
53 유토피아 (1) 21.05.10 2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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