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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님의 서재입니다.

원굉전 袁閎傳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대체역사

pioren
작품등록일 :
2015.07.27 15:54
최근연재일 :
2016.07.3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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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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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31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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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분수 도하

DUMMY

한편 원굉군을 빠져 나온 가규는 분수를 건너 왕읍군으로 복귀했다. 진문 앞까지 나와 그를 맞이한 왕읍이 물었다.


“어떻게 된 건가. 숨어 있다가 빠져나온 건가?”

“피씨현에서 시간을 끌다 사로잡혔습니다.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원굉이 태수님께 항복을 권유해 보라면서 풀어 주더군요.”


이어 가규는 왕읍에게 원굉의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하동군의 통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상당 규모의 지원을 더하며, 거기에 흉노의 침입까지 없을 거라는 말에 왕읍이 눈을 반짝였다.


“그 정도면 항복하는 것도 괜찮지 않겠나?”


다른 이들과는 달리 왕읍은 별다른 야심이 없었다. 그는 평범한 일국의 태수 자리에 만족하고 있었으며, 세력을 키우고 영역을 넓히는 것에 대한 관심도 전무했다. 지금의 병력도 외부 의 적과 싸우기 위함이라보다는 자위를 위해 억지로 늘린 것에 가까웠다. 그러다 보니 가규의 입을 통해 들은 항복 조건은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가규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를 속여 하동 지역을 손쉽게 얻기 위한 술책입니다. 넘어가셔서는 안 됩니다.”

“원굉은 천하에 이름난 인물이고, 원씨 가문 역시 대대로 한의 최고위 관직을 역임해 온 명문 공족이다. 설마하니 그렇게 신용 없는 행동을 하겠나?”


왕읍의 반문에 가규가 한숨을 쉬었다.


“기주를 넘긴 한복이 원소에게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듣지 못하셨습니까. 또 원술은 어떻고요. 가문이나 유명세 같은 걸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아주 위험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리고 분명히 녀석들은 꿍꿍이가 있습니다. 들어 보십시오.”


가규는 곽가가 내건, 진채를 철거하고 십 리 밖으로 물러나라는 항복의 신호에 대해 설명했다. 왕읍도 영 미련한 이는 아닌지라 가규가 하는 말의 요지를 바로 알아들었다.


“달콤한 말로 우릴 꾀어 도하를 하려는 거군.”

“적의 규모는 우리의 서너배에 달하고 기병의 수도 많습니다. 그리고 훈련과 전투 경험도 충실한 정예병이고요. 포로로 잡혀 있다 빠져나오면서 진영을 살폈는데, 군기가 엄정하고 병사들의 움직임에 절도가 있는 것이 얼핏 보기에도 여간내기가 아니었습니다. 적의 술수에 넘어가 강을 건너게 해 준다면 정면 대결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겠나?”


왕읍의 물음에 가규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적의 계책을 역이용하면 기회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보게.”

“우선 진채를 철거하고 적의 말대로 물러나는 척 꾸밉니다. 그러면 아마 원굉은 자신의 계책이 들어맞았다 기뻐하며 무방비 상태로 도하를 감행할 것입니다. 적의 대열이 분수를 절반쯤 건넜을 때, 빠르게 반전해 기습을 감행하는 겁니다.”


가규의 말이 열기를 더해 갔다.


“분수의 물은 얕지만, 대신 온도가 보통의 하천에 비해 확연히 낮습니다. 도하 자체는 쉽지만 강을 건너는 중에 습격을 받으면 오히려 수심이 더 깊은 곳보다도 대처하기 힘듭니다. 그러니 제아무리 원굉군이 정예라 하더라도 우리를 당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주력에 심대한 타격을 가하면 녀석들도 물러갈 수밖에 없겠죠. 겨우 하동을 먹기 위해 추가적으로 주력을 투입하는 것은 그들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왕읍이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그대의 생각이 내 뜻과 같네.”


다음 날 왕읍군은 강가에 설치한 목책을 제거한 뒤, 후위부터 천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또한 강기슭에 일부 병력을 숨겨 원굉군이 언제 강을 건너는지를 확인하고 신호를 보내도록 했다.

상대가 물러나는 것을 확인한 척후병이 보고를 올렸다.


“왕읍군이 후퇴하고 있습니다. 분수 건너편의 목책도 전부 제거됐습니다.”

“약조한 대로군. 좋아, 모두들 강을 건널 준비를 해라. 어느 정도 적이 물러났다 싶으면 바로 도하한다.”


원굉의 지시에 견초가 불안감을 숨기지 못했다.


“전 아무래도 불안합니다. 비록 병력 차가 있다고는 하나 저들은 그간 내내 싸움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았고, 전술적으로 충분히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었습니다. 속셈이 있는 게 아니라면 이 시점에 이렇게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습니다.”


원굉은 대답 대신 곽가를 힐끗 봤다. 곽가는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거의 드러눕다시피 말등에 몸을 기대고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피식 웃은 원굉이 견초를 향해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견초의 답에 원굉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경보병대가 앞장을 선다. 성렴은 기병을 이끌고 뒤에 대기하고 있다가, 경보병들이 분수 건너에 도착하면 뒤를 이어 넘어오도록.”

“강을 건너는 중에 적이 습격해 오면 어떻게 합니까?”


성렴의 물음에 원굉이 곽가 쪽을 향해 턱짓했다.


“저기 계신 군사님께 지시를 받도록. 아무래도 따로 생각이 있으신 듯하니.”

“내가?”


곽가가 말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원굉이 어깨를 으쓱였다.


“아닌가?”

“뭐, 그렇긴 하지만...그냥 난 빠지면 안 될까. 대충 감은 잡은 걸로 보이는데.”

“어렴풋이 아는 쪽보다는 애초부터 계획을 세운 놈이 지시를 하는 게 낫겠지.”

“...놈?”


곽가가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원굉은 손을 흔들며 견초와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잔뜩 얼굴을 찌푸리고 있는 그에게 성렴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어떻게 움직이면 될까요, 군사님?”

“그냥 구경이나 하다 아군이 강을 건너면 따라 건너. 주공이 말한 대로.”

“아니, 그게 아니라 적이 습격해 오면...”


성렴이 재차 묻자 곽가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럼 빨리 건너.”

“...네?”

“우리 말 모르나? 서둘러 건너라고. 어차피 강 위에서 습격을 받으면 얼마가 들어가든 전부 적병의 밥일 뿐이다. 한 명이라도 빨리 강을 건너 적에게 달려들면 된다. 일단 건너편에 부대가 도착하기 시작하면 그 이후로는 일사천리니.”


말을 마친 곽가가 다시 말 위에 드러누웠다. 이젠 아예 눈까지 감고 여유를 즐기는 그를 보며 성렴이 한숨을 쉬었다.


“그 군주에 그 신하라더니...한술 더 뜨는군, 젠장.”


세 부대로 군을 나눈 원굉은 2진을 견초, 3진을 마연에게 맡긴 뒤 선두의 부대를 이끌고 먼저 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얼음장 같은 물에 발을 담근 병사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몸을 떨었다. 해가 제법 높이 떠 있었지만 전혀 영향은 없는 듯했다.


“미치겠군. 이게 대체 뭔 난리래.”

“차라리 물이 깊기라도 했으면 뗏목이나 배를 타고 건넜을 텐데.”


병사와 장수들이 볼멘소리를 냈다. 원굉이 앞장서 물을 헤치며 그들에게 주의를 줬다.


“강을 절반쯤 건너면 적이 공격해 올 것이다. 정신차려라.”

“...네?”

“그럼 어쩝니까?”


하얗게 질린 1진의 인원들이 물이 차가운 것도 잊고 발을 멈췄다. 자신을 바라보는 그들을 향해 원굉이 말을 이어갔다.


“적의 함성이 들리면 강 건너편을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라.”

“후퇴하는 게 아니고요?”

“강을 건너지 못한 상태에게 습격을 받으면 전멸입니다.”

“그러니까 더 빠르게 달려야지. 필사적으로. 분수에 빠져 죽기 싫으면 서둘러라. 물에 빠져 죽은 귀신은 혼백이 구천에 가지도 못하고 영원히 수귀가 된다는 말도 있으니.”


원굉의 말에 병사들이 질겁했지만, 원굉이 계속 걸음을 내딛으니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랐다. 투덜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원굉이 속으로 웃은 후, 건너편을 바라봤다. 강기슭에서 연기가 하늘로 솟는 것이 보였다.


‘신호가 갔군. 그러면 이제 적이 올 텐데...’


“신호가 왔습니다.”

“좋아.”


전령의 보고에 왕읍이 칼을 빼들었다.


“전군, 돌격! 적에게 하동군의 용맹을 보여줘라. 원굉과 그 졸개들을 모조리 반하에 수장시키는 거다.”


왕읍의 명령이 떨어지자 4천의 군대가 함성을 지르며 분수 쪽으로 진격을 시작했다. 몸에 걸친 갑주는 대부분 벗어 놓은 상태였고, 손에는 창 대신 활과 화살이 들려 있었다. 진을 펼쳤던 위치에 빠르게 복귀해 강을 건너는 원굉군을 공격하기 위함이었다.


“달려라! 서둘러야 한다!”


가규와 다른 장수들도 연신 병사를 독려했다.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가장 선두에 섰던 왕굉의 부장 왕식(王植)이 도착했을 때 원굉군은 정확히 분수를 절반쯤 건넌 상태였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왕식이 명령을 내렸다.


“쏴라!”


급히 기슭에 자리를 잡은 하동군의 병사들이 궁노를 쐈다. 하늘을 날아오는 화살을 보며 원굉군의 장졸들이 몸을 움찔거렸다. 견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서둘러 건너라! 어차피 돌아가려면 늦었다. 분수를 건너야 활로가 뚫린다!”


그 말에 원굉군도 이를 악물고 물을 헤쳤다. 곳곳에서 비명이 속출했지만, 아직 도착한 왕읍군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희생이 그리 크지는 않았다. 1진이 반 이상을 건넌 데 이어 2진이 절반 지점에 도착했고, 3진도 도하를 시작했다.

선두에 선 원굉의 눈에 강기슭이 보다 선명히 보였다. 왕식의 부대에 이어 도착한 적이 자리를 잡고, 침착하게 활에 화살을 매기고 있었다. 계속 발을 내딛으면서도, 원굉은 자신도 모르게 뒤를 돌아봤다. 분수가 원굉군으로 가득했다.


‘지금쯤 뭔가 신호가 와야 하는데...이대로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곽가가 대책 없이 우리를 내몰았을 리가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서쪽에서 요란한 북소리가 들려왔다. 원굉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북서쪽 산기슭에 적군 출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온 척후병이 황급히 보고를 올렸다. 막 사격 명령을 내리려던 왕읍이 화들짝 놀랐다.


“북서쪽 산기슭? 제대로 본 것이냐?”

“확실합니다. 분명히 원굉군의 복색이었습니다. 얼추 2천 정도는 되는 듯했습니다.”


척후병의 목소리가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왕읍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분명히 적은 전부 분수 건너편에 있었는데...언제 강을 건넜단 말인가.”

“설마설마했는데...한치의 어긋남도 없군.”


언덕 위에서 왕읍군을 내려다보며 장의가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미리 곽가의 지시를 받고, 피씨현이 떨어지기도 전에 크게 우회해 분수를 건넌 뒤였다. 그리고 인근의 산골짜기에 은밀히 몸을 숨기고 있다가 교전이 벌어지는 것에 맞춰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달려라! 적의 옆을 치는 거다!”


창을 움켜 쥔 장의가 돌격 명령을 내린 후, 앞장 서 말을 달렸다. 노도와 같은 기세로 언덕을 달려 내려온 장의의 부대가 왕읍군의 측면을 강타했다. 당황한 왕읍이 소리를 질렀다.


“막아라! 위치를 지켜야 한다. 적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 외침도 무색하게 왕읍군의 진형은 이내 어지러워졌다. 왕읍군의 병사 대부분이 경장을 갖추고 원거리 무기 위주로 무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빠르게 복귀해 강을 건너는 적을 공격하기에는 최적의 구성이었지만, 동시에 백병전을 벌이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포진의 무게중심까지 분수 쪽으로만 쏠려 있었던 터라 속수무책으로 병사들이 쓰러져 갔다.

급히 달려 온 가규가 왕읍에게 말했다.


“다른 곳에 정신을 팔면 안 됩니다. 애초의 작전대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미 적이 강을 건너 왔네. 그 무슨 편한 소린가?”


왕읍의 말에 가규가 가슴을 쳤다.


“옆구리를 친 적이 사나운 들개라면 분수를 건너고 있는 건 설산의 대호에 다름없습니다. 저들이 강을 완전히 건너면 아군이 무슨 수를 쓰건 절대 이길 수 없단 말입니다. 이대로는 끝장입니다.”

“하지만 적의 기세가 여간이 아닌데...”

“제가 어떻게든 막아 보겠습니다. 태수님께서는 애초의 작전대로 강을 건너는 적을 막아 주십시오.”


빠르게 말을 쏟아 낸 가규가 자신의 직속 병력을 추려 장의군을 향해 달려갔다. 그들이 몸을 돌보지 않고 칼을 휘두르자 장의군의 돌격 속도도 둔해졌고, 혼란에 빠져 있던 왕읍군도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급히 병력을 수습한 왕읍이 명령을 내렸다.


“측면은 신경 쓰지 마라. 상대해야 할 건 오로지 분수 위의 적군이다. 애초의 계획대로 하는 거다.”


다시 대열을 갖춘 왕읍군이 활에 화살을 매기려 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어, 원굉군의 1진이 드디어 분수 남쪽에 발을 내딛은 뒤였다. 흠뻑 젖은 몸을 털며 원굉이 얼굴을 찡그렸다. 그의 몸에서 차가운 물이 뚝뚝 흘러 모래를 적시고 있었다.


“사람이 할 짓이 아니군, 이거. 다음부터는 그냥 물이 깊든 얕든 배를 타고 건너야겠어.”


투덜거리는 것도 잠시, 원굉은 적진을 향해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궁수 부대의 안으로 파고 든 그가 전후좌우로 철봉을 휘저었다. 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깨진 왕읍군이 하나 둘 바닥에 쓰러져 갔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몸이 녹아내리는 것을 느끼며 원굉이 소리를 질렀다.


“나는 병주목 원굉이다! 누가 나를 막아 보겠느냐!”

“감히!”


가까이에 있던 왕식이 칼을 빼들고 원굉을 덮쳤다. 하지만 그는 원굉의 적수가 못 되었다. 몇 번 무기를 맞대기도 전에 크게 휘두른 원굉의 철봉에 옆구리를 가격당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재차 날아온 철봉에 머리를 강타당해 혀를 빼물고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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