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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rebel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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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ren
작품등록일 :
2014.08.14 16:12
최근연재일 :
2014.10.0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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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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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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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213

작성
14.10.01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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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영지 정비

DUMMY

집무실로 돌아온 에반을 맞이한 것은 그렌과 칼라일을 비롯한 영지 관료들이었다. 에반이 착석하자 회의가 시작됐다. 먼저 일어난 그렌이 보고했다.


“용병들과의 계약 기간이 끝났습니다만, 절반 가량의 용병단이 혹시 상비군으로의 전환이 가능한지 문의해 왔습니다. 대략적인 절차는 이미 마무리해 놓은 상태이고, 영주님께서 승인만 해 주시면 됩니다.”

“정착? 용병이?”


에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옆에서 칼라일이 보충 설명을 했다. 맥도웰 영지를 지키고 있던 그는 징집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크리스틴 영지에 어제 도착해 있었다.


“최근 시무르와의 경계도 조용하고, 발론 산맥의 야만인들도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서쪽의 타라스 지역 역시 말할 것도 없고요. 워낙 일거리가 적다 보니 조금 수입이 적어지더라도 차라리 한 곳에 자리를 잡는 게 낫다 생각한 걸로 보입니다. 마침 우리도 병력이 필요한 실정이니까요.”

“인구와 병력이 늘어나는데 나쁠 건 없지. 진행시키게. 정착지는 되도록 크리스틴 영지 쪽으로 마련해 주도록.”

“맥도웰 영지 쪽은 안 됩니까?”


그렌의 물음에 에반이 고개를 저었다.


“안될 건 없지만 아무래도 이쪽 점령지가 우리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니까. 어느 정도 우리에게 우호적인 인구를 늘려 놓을 필요가 있지. 앞으로도 정착을 원하는 용병이나 유민들이 오면 크리스틴 쪽에 거처를 마련해 주도록.”

“알겠습니다.”

“병력 징집은 어떻게 되어 가나?”


그렌이 앉고 칼라일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 영지에서 이백, 크리스틴 지역에서 오백을 추가로 징집했습니다. 기존 병력과 정착하기로 한 용병, 그리고 크리스틴 백작군의 패잔병을 수습한 병력과 합치면 전부 이천 정도는 됩니다. 다만 영지 내 성인 남성의 비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고, 두 번의 큰 희생을 치른 크리스틴 영지 쪽은 특히 정도가 심합니다.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차피 용병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그 문제는 대충 해결이 될 거야. 그보다 지휘 체계를 잡고 훈련을 제대로 시키는 게 중요하다.”

“기존 상비군 중 경험이 많거나 높은 전과를 올린 이들, 그리고 귀순한 용병들 중 등급이 높은 이들의 명단을 추리는 중입니다. 전과나 등급에 따라 각각의 십인대와 백인대에 배치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다만 별다른 훈련 시설이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탁자를 손가락으로 두드리던 에반이 입을 열었다.


“다렌 평원 정도면 적당하겠군. 지리적으로도 양쪽 영지의 중간에 위치하고, 공간도 충분하고. 거기에 진영을 설치하고 4개 군으로 나눠 모의전을 실시하도록. 세세한 내용까지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맡겨 주십시오.”


칼라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줄리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크리스틴 영지의 관리였던 그는 크리스틴 군이 패하자 자리에서 물러나 집에 숨어 있었지만, 영지 사정에 능통한 사람을 찾던 그렌의 설득으로 관료진에 합류한 상태였다.


“영지 정비 작업은 순조롭습니다. 양 영지 내부 및 서로를 잇는 가도의 정비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백작님께서 흔쾌히 거액의 자금을 예산으로 주신 덕분입니다.”

“어차피 내 돈도 아니다. 크리스틴이 한 푼 두 푼 소중히 모아놓은 돈이지.”


에반의 말에 다른 관료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웃음이 잦아들자 에반이 줄리오에게 말했다.


“아, 그대가 크리스틴의 밑에서 일했던 걸 깜박했군. 기분이 나쁘지는 않은가?”

“딱히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습니다. 혈연 같은 특별한 관계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요. 크리스틴 전 영주나 맥도웰 백작님이나, 제게는 그저 고용주이고 전 월급쟁이일 뿐입니다.”

“그 말은 내가 누군가에게 쫓겨나도 그대는 아무 망설임 없이 그를 섬길 것이란 얘기로군.”

“...”


침묵을 지키는 줄리오를 보고 에반이 피식 웃었다.


“별로 신경 쓸 것 없네. 그렇지 않았다면 자네가 내 밑으로 들어오는 일도 없었겠지. 하던 말 계속하게.”

“...다만 두 본성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점이 걸립니다. 교역로가 길어지면 오가는 상인이나 사람들이 도적떼의 습격을 받을 우려가 있습니다. 중간쯤에 군사적으로 역할을 할 만한 요새를 하나 정도 건설하는 게 영지 운영에도 여러 모로 좋을 것 같습니다만...”


말끝을 흐리며 줄리오가 에반의 눈치를 살폈다. 에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산 걱정은 하지 말게. 추가적으로 골드를 내 주지.”

“감사합니다.”

“칼라일.”

“네, 영주님.”

“혹시 내가 다렌 평야 회전 때 크우넬을 매복시켰던 산이 어딘지 알고 있는가?”


에반의 물음에 칼라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에반이 말을 이어갔다.


“그 일대의 수원지기도 하고, 양 영지의 중간에 해당하기도 하니 만약의 경우 교역로를 지키거나 양쪽 영주성으로 지원군을 보내기도 적당할 걸세.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짬짬이, 4교대로 공사 현장으로 보내도록. 그러면 공사도 빨라지고 비용도 절감되겠지.”

“알겠습니다.”


칼라일과 줄리오가 동시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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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보고가 끝나고, 관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떴다. 보고받은 서류를 챙겨 나가려는 에반을 칼라일이 붙잡았다.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영주님.”

“무슨 일인가?”

“맥도웰 본성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칼라일의 말에 에반이 미간을 찌푸렸다.


“미리암...그 여자인가.”

“공식적으로는 영주님의 어머니가 되십니다. 이 나라의 귀족법은 후처나 첩실의 소생은 인정해도, 후처나 첩실 자체를 가계에 넣어 주진 않으니까요.”

“내 어머니는 단 한 분뿐이네.”


에반에게서 날카로운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나 칼라일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무리 영주님께서 그렇게 생각한다고 하셔도 공식적으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게 이 가르드란 나라가 세운 원칙이니까요. 가르드의 울타리에 속해 있는 한 가르드의 법과 질서 내에서 행동하셔야 합니다. 영주님은 더 이상 귀족가에서 쫓겨 난 방랑자가 아닙니다.”

“...명심하도록 하지. 그런데 심상찮다는 얘기는 뭔가?”


에반의 물음에 칼라일이 보고를 이어갔다.


“영지의 유력자들과 자주 만나고 있습니다. 정확히 확인된 바는 아니나, 주변 영지의 귀족들과도 서신을 주고받는 눈치였고요. 영주님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려는 듯합니다.”

“이런 코딱지만한 백작령에 유력자가 있어봐야 얼마나 있다고.”


칼라일의 말에 에반이 코웃음을 쳤다. 상업이 발달했다거나, 크기가 넓고 휘하의 영주들이 있는 것도 아닌 맥도웰 백작령 같은 곳에서 백작 부인이, 그것도 ‘현재’가 아닌 ‘전’ 백작 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그녀가 동원할 수 있는 병사라 봐야 몇십에 지나지 않는데, 현재 에반의 휘하에 있는 군사가 이천이었다. 칼라일이 걱정스러운 어조로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아직 공식적으로 작위 승계가 인정되지 않은 시점입니다.”

“어차피 백작의 후계자는 나뿐이다. 병력도 전부 내 손에 있고. 명분도 힘도 내게 있는 상황에서 걱정할 이유는 없어. 혹시 그 여자의 편에 설 생각인가?”

“...네? 무, 무슨 그런 말씀을...”


칼라일이 허둥댔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에반이 피식 웃었다.


“자네나 그렌이 움직이지 않는 이상 미리암이 날 어쩔 방법은 없네.”

“하지만...”

“...알았네, 알았어. 내가 뭘 하면 되겠나?”


에반의 물음에 칼라일이 그제야 얼굴을 폈다.


“맥도웰 영지로 복귀해 백작님의 장례를 제대로 치르고, 전승 보고를 겸해 영지민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었으면 합니다.”

“꼭 그래야 하는가?”


에반의 표정이 다시 한 번 일그러졌다.


“결국 징집된 병사를 제외하면 영지민들이나 유력자들이나 영주님의 얼굴 한 번을 뵌 적이 없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이니까요. 아무리 정당한 후계자라고 해도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이를 영주로 받든다는 게 그리 간단한 일은 아닙니다.”

“...알겠네. 어차피 한 번쯤은 정리를 해야겠지. 나가는 길에 레이와 그렌에게 언질을 주도록.”

“그럼 물러가 보겠습니다.”


칼라일이 한층 밝아진 표정으로 목례를 하고 회의실을 나갔다. 탁자를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던 에반의 숨이 거칠어졌다. 주먹을 꽉 쥐며 그가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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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걸어가던 칼라일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한숨을 푹 내쉰 그는 집무실이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머릿속에 며칠 전 맥도웰 본성에서의 만남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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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리벨리온(rebellion) 출간을 알려드립니다. +4 14.11.26 2,389 0 -
20 맥도웰 성 귀환 +4 14.10.05 5,844 151 8쪽
19 칼라일과 미리암 +3 14.10.03 5,397 141 8쪽
» 영지 정비 +1 14.10.01 6,046 136 10쪽
17 펜릴 +2 14.09.29 6,122 166 11쪽
16 영지 합병 +3 14.09.27 6,993 145 12쪽
15 뒷처리 +2 14.09.25 5,795 163 8쪽
14 전쟁 종료 +6 14.09.23 6,240 162 10쪽
13 펠레스 공작 +3 14.09.21 6,469 193 7쪽
12 협상 타결? +3 14.09.16 6,444 171 9쪽
11 정전 협상 +2 14.09.12 6,662 179 8쪽
10 대승을 거둔 에반 +4 14.09.01 5,871 174 9쪽
9 본격적인 전투 +2 14.08.30 6,594 181 8쪽
8 기선 제압 +1 14.08.28 6,238 180 9쪽
7 개전 +3 14.08.27 6,968 167 7쪽
6 작전 회의 +3 14.08.25 6,793 177 7쪽
5 영주가 된 에반 +2 14.08.23 6,730 60 7쪽
4 다렌 평원으로 +2 14.08.21 6,628 166 8쪽
3 맥도웰 영지 +2 14.08.19 6,370 168 7쪽
2 에반젤리온 폰 그레타시아 맥도웰 +5 14.08.15 8,583 197 8쪽
1 비아그나 숲의 사냥꾼 +3 14.08.14 10,305 19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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