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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rebell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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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oren
작품등록일 :
2014.08.14 16:12
최근연재일 :
2014.10.05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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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1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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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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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정전 협상

DUMMY

바호메트 13년에 일어난 크리스틴 영지와 맥도웰 영지간의 전쟁은 새로운 맥도웰 백작인 에반이 이끄는 맥도웰 군의 압승으로 끝났다. 에반의 군대가 보병 30여 명만이 죽거나 다친 것에 비해, 크리스틴 군은 기사 100명을 비롯한 기병대가 거의 죽거나 포로로 잡히고, 1200명에 달하는 육전 병력 중 1100여 명의 사상자를 내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병력으로 동원 가능한 영지 남성 십분의 일이 사라진 엄청난 피해였다. 용병을 고용하고 기사를 양성하는 데 들어간 비용까지 합하면 크리스틴 영지는 당분간 재기하기가 요원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영주인 크리스틴 백작이 포로로 잡힌 것이 어려움을 더하고 있었다. 상대 영주를 포로로 잡은 에반 군은 후퇴를 하거나 전선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크리스틴 백작령의 경계를 넘어 들어온 상황이었다. 이에 크리스틴 영지에서는 크리스틴 백작의 맏아들인 사브레를 임시 영주로 세우고, 추가적으로 농민병을 징집해 방어에 나섰다. 그러는 한편 영지전 감독관을 통해 중재를 청하고, 포로로 잡힌 크리스틴 백작 및 기사들의 몸값 협상을 시도했다. 그로 인해 현재 전선은 소강 상태였다.


군영 한켠에서 크우넬이 불만을 터트렸다.


“젠장. 당장이라도 쓸어버리면 될 것을. 무슨 중재고 뭐하는 놈의 몸값 협상이란 말이오.”

“왕국의 법이 그렇지가 않다. 끝장을 보는 싸움은 결국 가르드 전체의 힘을 갉아먹게 되는 셈이니까. 어떻게든 서로간의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장기화되거나 다시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마무리를 짓는 것이 건국 때부터 우리 왕국이 취해 온 방침이지. 영지전 감독관도 그를 위해 파견하는 것이고.”


레이의 설명에도 크우넬은 잠잠해질 기색이 아니었다.


“그걸 누가 모르오. 그 감독관 놈이 제 할 일을 못하니까 이러는 것이지. 우리 영주님이 기습을 당해 돌아가셨을 때는 미적미적 거리다가 크리스틴 놈들이 끝장날 것 같은 상황이 되니 귀신같이 중재라니. 이걸 어떻게 참으란 말입니까?”

“그래서 상대 영주를 말에 매달고 진영으로 복귀했느냐?”

“아니, 그게...”


크우넬의 말문이 막혔다. 레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네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만, 중재 협상에서는 그런 행동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쨌건 귀족 포로를 대우하는 규정을 완벽하게 어겼으니.”

“까짓, 내 목이라도 내주면 그뿐이오.”

“나도 그런 거라면 상관하지 않는다만...”

“대장!”


발끈하는 크우넬을 보며 레이가 큭큭거리다가 이내 다시 안색이 어두워졌다.


“네 처벌도 처벌이지만, 그런 행동이 중재 협상에서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니 하는 소리다. 이번에는 대승을 거뒀다만 본디 크리스틴 영지는 우리 맥도웰 영지보다 두세 배는 규모가 큰 백작령. 원한을 품은 크리스틴 백작이 풀려난다면 다음에도 이렇게 이기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당장 우리 앞을 막고 있는 농민병들만 해도 숫자상으로는 우리가 쳐부순 적군과 숫자가 비슷하지 않느냐.”

“...”


레이의 걱정에 크우넬도 고개를 푹 숙였다.


“이거, 내 성질머리 때문에 또 큰일이 난 거구려. 또 영주님에게 경을 치겠소.”

“뭐, 의외로 영주님은 별로 화가 나지 않으신 것 같다만.”

“하긴, 나도 의외였소. 보자마자 걷어차고 목에 검이라도 들이댈 줄 알았는데.”

“무덤덤해 보이지만 결국 아버지의 원수 아니냐. 영주님도 마음속에 쌓인 게 있으실 테지. 그나저나 협상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잘 풀려야 할 텐데...”


레이가 걱정 섞인 눈빛으로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막사 쪽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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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한 명당 삼백 골드, 백작의 몸값으로는 삼만 골드.”

“삼만 골드? 그게 얼마나 큰돈인지 알고 하는 소리요? 당신네 영지의 일 년치 세금과 비슷한 액수요! 게다가 기사 한 명당 삼백 골드라니, 이런 날강도 같은...”


크리스틴 영지 쪽의 대표단이 펄펄 뛰었지만, 에반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로 딴청을 피웠다. 오히려 칼라일이 안절부절하며 상대 대표단과 에반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어느 정도 큰 대가를 요구할 거라 생각은 했지만, 에반의 요구는 상식선을 훌쩍 넘어 있었다.


‘혹시 전쟁을 계속 하시려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병력은 아직 크리스틴 영지 측이 우세했지만 맥도웰 영지 쪽은 기사 전력이 온존되어 있었고 사기도 높았다. 더군다나 지난 전투에서 보여 준 에반의 무용은 대단했다. 그리고 자유자재로 변환되던 아티팩트. 전투가 끝나고 에반이 함구시킨 탓에 아직 소문이 퍼져 나가진 않았지만, 이전에 보여준 무예와 힘에 그런 도구까지 가지고 있다면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을 만도 했다. 거기다가 크리스틴 측은 에반의 아버지와 형을 죽인 원수이기도 했으니.


크리스틴 쪽 대표단이 때로는 펄펄 뛰고 때로는 읍소를 해도 에반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중앙에 앉아 있던 감독관이 입을 열었다.


“맥도웰 족의 요구는 지나친 감이 있소. 그간 있었던 영지전의 전례를 생각해도 백작급 귀족의 몸값으로 삼만 골드는 너무 비싼 감이 있고 기사들의 가격 역시 마찬가지요. 기록에 남을 만한 승리를 거뒀으니 몸값 부문에서는 대승적으로 양보하는 것이 어떻겠소?”


의자에 기대 천장을 바라보던 에반이 몸을 바로 세웠다.


“그럴 수는 없소. 이번 전투로 우리도 꽤 많은 병력을 잃었고, 전대 영주가 죽었소. 성질 같아서는 바로 크리스틴의 목을 치고 싶을 정도요.”

“뭐라!”

“네놈이 감히!”


발끈한 크리스틴 쪽 대표단을 감독관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들이 잠잠해지는 것을 본 에반이 말을 이어갔다.


“요는, 결전에서는 큰 승리를 거뒀지만 우리 쪽이 입은 피해도 만만찮은 수준이라는 소리요. 게다가 전대 영주님이 돌아가신 원한도 있고. 그 정도의 배상이 없다면 우리로선 포로 석방도, 종전도 받아들일 의사가 없소. 솔직히 지금도 끝장을 보고 싶은 기분이니까.”


에반의 완강한 태도에 크리스틴 측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생각해보면 에반의 말을 반박할 거리가 없었다. 영지전이 있기 전부터 맥도웰 측이 피해를 입었고, 조금만 생각을 할 줄 아는 이라면 자신들의 영주가 그를 사주했음을 부인하기는 힘들었다. 물론 이겼다면 전혀 문제될 일이 아니지만, 졌기 때문에 쉽게 넘어가기는 힘든 일이었다. 보통의 가치관이라면 에반이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었으니.

상황이 불리해지자 크리스틴 측이 계속 감독관 측을 곁눈질했다. 감독관이 헛기침을 한 후 크리스틴 측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잠시 자리를 피해 주시오. 맥도웰 영주와 조금 얘기를 해 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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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맥도웰 성 귀환 +4 14.10.05 5,844 151 8쪽
19 칼라일과 미리암 +3 14.10.03 5,397 141 8쪽
18 영지 정비 +1 14.10.01 6,045 136 10쪽
17 펜릴 +2 14.09.29 6,122 166 11쪽
16 영지 합병 +3 14.09.27 6,993 145 12쪽
15 뒷처리 +2 14.09.25 5,795 163 8쪽
14 전쟁 종료 +6 14.09.23 6,240 162 10쪽
13 펠레스 공작 +3 14.09.21 6,469 193 7쪽
12 협상 타결? +3 14.09.16 6,444 171 9쪽
» 정전 협상 +2 14.09.12 6,662 179 8쪽
10 대승을 거둔 에반 +4 14.09.01 5,871 174 9쪽
9 본격적인 전투 +2 14.08.30 6,594 181 8쪽
8 기선 제압 +1 14.08.28 6,238 180 9쪽
7 개전 +3 14.08.27 6,968 167 7쪽
6 작전 회의 +3 14.08.25 6,793 177 7쪽
5 영주가 된 에반 +2 14.08.23 6,730 60 7쪽
4 다렌 평원으로 +2 14.08.21 6,628 166 8쪽
3 맥도웰 영지 +2 14.08.19 6,370 168 7쪽
2 에반젤리온 폰 그레타시아 맥도웰 +5 14.08.15 8,583 197 8쪽
1 비아그나 숲의 사냥꾼 +3 14.08.14 10,305 19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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