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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님의 서재입니다.

밤하늘을 가리키는 초계반의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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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츄샤
작품등록일 :
2018.12.08 02:31
최근연재일 :
2018.12.08 05:4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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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3,377

작성
18.12.08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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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Prolog]Flugbuch 001.< Krähe >

...




DUMMY

[레이더에 적기 확인, 약 29,000피트. 우리 바로 위야.]

"알았어. 이대로 상승한다."


-부우우우우우웅-

양 엔진 스로틀을 최대로 높이고 조종간을 당기자, 기체가 기분 좋은 엔진음을 울리며 우리 위에 자욱히 낀 구름을 향해 조금씩 상승하기 시작했다.


[무리하지 마, 저번처럼 이번에도 우리의 주 임무는 어디까지나 초계와 교란이야. 적 폭격기 편대를 발견해도 혼란을 줄 수 있을 정도로만, 잡아도 한 놈만 잡고 이탈해야 한다고. 알았지? 본격적인 전투는 아래에서 본대가 올라오면.....]

"알았어. 알았다고, 라우라. 시동 걸기 전부터 수십번은 더 들었겠다."

[저번에도 그렇게 말해 놓고선 폭격기 편대 사이를 휘저어놓고 다녔잖아!]

[그..... 그땐 진짜로 끔찍했지. 난 내가 살면서 그렇게 많은 예광탄에 둘러싸여 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정말이지, 이제 그런 경험은 천억 마르크를 준다고 해도 사양이야.]


윽..... 확실히 그땐 내가 좀 무모하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어디 일부러 그랬냐고. 설마 구름을 빠져나왔더니 바로 옆에서 적 폭격기가 비행하고 있으리라곤.....


[그럼 빨리 이탈했어야지.]

".....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내가 널 모르니? 분명히 구름을 나왔더니 옆에 적기가 있었다는 둥 별 시덥잖은 변명거리나 생각하고 있었겠지.]

"..... 넌 그냥 비행기 타지 말고 돗자리나 깔아라, 라우라."

[자자, 둘 다 잡담은 그만하고, 이 구름만 빠져나가면 보일 것 같으니까.]


아 참, 내 정신 좀 봐. 이제 집중해야지. 곧 있으면 방금 들어온 구름의 끝에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바로 위, 어쩌면 옆이나 앞에 떡하니 적기가 나타날지도 모른다. 설마 지난번처럼 바로 옆에서 튀어나오기야 하겠느냐만은.....


-화아아악!

"..... 어."


그리고 마치 방금 한 말을 무참히 배신하듯, 구름이 걷히고 우리 양 옆에 나타난 것은,

시야에 전부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다 못해 장대하다고까지 느껴지는 흑색 비행선 두 척이었다. ..... 이런 우라질.


------------------------------------------------------------------


-부르르릉! 푸륵! 끼기기긱! 쿵!

주기장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엔진이 작동을 멈추자, 푸른 제복을 입고 짖궂은 미소를 띄운 금발 소녀 하나가 무언가 빵빵하게 든 봉지를 두 손에 꼭 안고서 콕핏 쪽으로 다가왔다. 동료 파일럿인 한나였다.


"여어, 까마귀 아가씨들.어떻게, 비행은 잘들 다녀오셨나?"

"말도 마 한나.이번엔 정말로 훅 가는 줄 알았다고..... 도대체 뭐야 그건....."


지칠대로 지친 나는 시트 뒤로 머리를 추욱 늘어뜨리고는 힘없이 중얼거렸다.


"왜? 이번에도 저번처럼 앞뒤도 안 보고 돌격해서 공중전이라도 벌였나보지?"

"아아, 그건 아닌데요...... 레이더에 적기가 포착되서 구름 속에 숨어서 쫒아갔더니, 구름 속에서 나오자마자 생전 처음 보는 집채만한 비행선 두 척 사이에 샌드위치마냥 끼어 버렸지 뭐예요. 우리 슈레게무지크(Schrägemusik)로는 어림도 없을 것 같고, 양쪽에서 곧바로 탐조등이 켜지더니 집중 포화가 날아오는 바람에 뒤도 안 돌아보고 바로 이탈했지만요. 그래도 한 발도 안 맞은 게 기적이라면 기적인데..... 정말이지 도대체 뭐였죠 그건? 적기 식별도감에도 안 실려있던 물건이었는데."


두 번째 좌석에 탄 전탐관 라우라가 대신 대답해 주었다.


"퀸 파라다이스랑 맞닥뜨린 모양이구만..... 식겁했겠네.어이 미아, 넌 좀 괜찮아?"


한나가 씁쓸하게 웃으며 아무도 없는 세 번째 좌석으로 고개를 돌리자, 후방기총석 아래에서 엄지를 치켜올린 손 하나가 올라왔다. 마찬가지로 기진맥진해서 좌석 아래로 늘어져버린 기총수 미아였다.


"퀸 파라다이스?뭐야 그건?"

아까 본 집채만한 바게트빵의 이름인가.

"이번에 왕국 녀석들이 새로 개발한 신형 비행선이야. 아까 너네가 봤다던 그거. 정보가 들어온 게 최근이라 아직 도감에 실리진 않았나본데....."

"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비행선을 띄워? 게다가 호위기도 없이 덜렁 저거 두 대만 보내다니..... 하여튼 그년들 대가릿속은 뜯어보면 뭐가 나올지 궁금하다니까. 저들끼리 온갖 품위 있는 척은 다 하면서 저런 변태스러운.....!"


-부우우우우우웅!

그 순간, 육중한 엔진음을 끌며 우리 비행단의 중전투기들이 줄지어 이륙하기 시작했다.아무래도 상대가 상대다 보니 중전투기들 중에서도 최근에 배치된 흉악한 88mm 대공포를 아래에 달고 있는 DUKA-88이 주력이 되어 올라가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까마귀 세 마리 모두 생채기 하나 없이 무사히 돌아왔으니 된 거지, 안 그래?..아니, 세 마리가 아니라 네 마린가?"


그렇게 말한 그녀는 이번엔 기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리 비행기인 NF-110의 기수에는 커다란 레이더 네 가닥과 함께 커다란 까마귀의 머리가 캐릭터화되어 그려져 있었다. 야간전투기다운 새까만 도장에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나 참, 우아한 검고양이 비행단에서 저런 얼빠져 보이는 까마귀 마킹이라니, 취향 한번 독특하다니깐."

"흑묘는 얼어죽을, 우리같이 시커먼 날틀 타는 음침한 년들에게는 우아한 고양이보다 칙칙한 까마귀가 백배는 어울려."


나는 고개를 그대로 늘어뜨린 채 킬킬거리며 웃었다.


"낸들 모르겠냐, 부대 전통이니까 그러는 거지. 자, 많이 놀랐을텐데 셋 다 이거나 먹고 들어가서 좀 쉬어."


한나가 콕핏을 향해 품에 안고 있던 봉지를 째로 던져주었다. 아직 펼쳐보지도 않았는데 받아든 봉지에서는 식었지만 맛있는 빵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웬 빵이냐? 그것도 그냥 빵이 아니라 '룩수스 즈루스바흔'(Luxus-Süßwaren)에서 파는 고급 크림빵이네? 이 비싼걸?"

"부대 밖으로 외출할 일이 있어서 나갔다 들어오는 길에 산 거야. 너희들 것만 따로 빼놨다가 주는 거니깐 다 먹어도 돼."


외부 음식 반입은 규정위반.....이긴 하지만, 솔직히 엥간해서는 묵인해주니깐 네 명이서 나란히 피아노 칠 일은 없겠지?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와중에도 내 입은 이미 성실하게 꺼내든 크림빵을 베어물고는 그 깊은 풍미를 음미하고 있었다. 역시 비행하고 나서는 당이 훅 떨어진다니깐. 뒤를 돌아보니 두 녀석들도 모두 크림빵에 정신이 팔려 누가 이 상태에서 비행기에 파이프를 꽂고 항공유를 빼 가도 못 알아차릴 모양새였다.


"그럼, 난 들어가 볼게."

"오냐.크림빵 잘 먹었다."


한나가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곁눈질로 좆은 뒤, 우리도 뒷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뒷정리라고 해봤자 비행기를 간단하게 육안 점검하고, 비행일지를 쓰고 난 뒤 보고하는게 다였지만 말이다.

보고를 마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자 고된 경험을 한 대가인지 빠르게 수마가 밀려들어왔다. 눈꺼풀이 감기고, 어느새인가 의식이 아득히 멀어져갔다.


-쿠궁!쿵!

멀리서 들려오는 전투의 잔향을 배경삼아,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내 언니를 꿈에서 보았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근 2년만에 생존신고 겸 새 작품으로 잠시 인사를 드리게 된 카츄샤입니다. 이 이야기는 밀리터리 마니아의 외전격 이야기로, 레나가 14세에 아들러 제국 공군에 입대한 뒤부터 아르티아와의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까지, 약 4년간의 일을 담고 있는 내용입니다.사실 이렇게 짤막한 1화를 올려놓고 또 언제 찾아뵈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 내년에 수능 끝난 직후쯤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만...... 아참, 그리고 밀리터리 마니아는 내년에 내용이나 묘사 면에서 조금 수정이 될 예정입니다. 지금도 조금씩이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수정과 집필을 하고 있으니, 기다려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p.s. 댓글과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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