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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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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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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9.01.0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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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두려움 (9)

DUMMY

“쏟아부어라!”


파괴자의 영역에 대량의 흙이 덮친다.


“모양 따위 유지할 필요 없다. 힘을 부여할 필요도 없다! 계속해서 놈에게 흙을 퍼부어!”


물론 파괴자는 생물이 아니니, 흙속에 갇힌다고 해도 질식사 같은 것을 할리도 없다.


“무슨 속셈이냐.”


파괴자는 원정대의 속셈을 알 수 없었다. 정말 쓸 데 없는 짓이다. 타격을 위한 것도 아니고, 별다른 술법을 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흙을 파괴자의 영역 위로 옮겨놓을 뿐이다.


이에 의심스러워한 파괴자는 원정대의 후방을 보았다. 각자가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이것은 분명 시간 끌기다. 이를 두고 보기만 할 정도로 파괴자는 태평하지 않다. 강철이 지하를 통해 서서히 다가온다.


그것을 감지한 하스트가 다시 술법을 펼친다. 그들이 딛고 있는 땅이 더욱 단단해지며, 강철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낸다.


“어지간히 시간을 끌고 싶은가 보군.”


지하를 통한 진행속도가 느려진 것을 확인한 파괴자의 강철이 지상으로 솟구친다. 마치 파도처럼 땅 위를 덮치듯 다가오는 강철은 너무나도 위협적이다.


“흡!”


하지만 지상으로 뻔하게 다가오는 것은 카를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그의 손에는 한 도깨비가 만들어준 석검이 들려있다.


“우와! 엄청난 충격량이야···! 검을 유지하는 것만 해도 벅차다니···!”


카를의 검을 전담한 도깨비는 식은땀을 흘리며 최선을 다해 검을 유지시키고 있다. 아무리 단단하게 뭉친다 해도 상대의 강도가 명백히 위다. 석검과 강철이 부딪힐 때마다 이쪽의 검은 계속해서 손상을 입고 있다. 그렇기에 지속적으로 보수도 하고 있다.


“검 두 개 쥐어줬으면 큰일 날뻔했네.”


검을 한 개만 사용하는 지금도, 검을 휘두르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보수 속도가 못 따라갈 지경이다. 결국 도깨비는 날을 유지하는 것을 포기했다. 어차피 베이지도 않으니. 그리고 카를이 날이 사라진 것을 눈치챈 것을 안 그는 민망함에 상대에게 불만을 쏟아내었다.


“이런 충격을 정통에서 받아내면서도 강철은 계속 진군하고 있다니. 도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놈이야?”


아무리 카를이라도 동시에 쏟아져오는 강철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한 손이 열 손을 당해내지 못하니 놓치는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카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술사들에게 조금도 다가가지 못하게 해라!


원정대의 전사들이 돌의 갑옷을 만들어서 강철에 대항한다.


“준비 완료!”


“좋아! 장전해라!”


“예!”


도깨비들의 제작 속도는 대단했다. 집마저 순식간에 지어내는 그들에게 여기에 있는 단순한 도구는 그야말로 누워서 떡먹기였다.


어느새 원정대의 옆에는 화살 모양의 거대한 돌기둥이 눕혀져 있었고, 원정대의 뒤에는 거대한 세 개의 지렛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전사들이 파괴자의 강철을 막는 사이에 숟가락처럼 되어있는 곳에 집채만 한 바위를 올려놓는다.


“장전 완료!”


“좋아! 지렛대가 망가지지 않게 내구도를 올려라!”


“네! 완료했습니다!”


“좋아! 발사!”


발사 신호와 함께 바위의 반대편을 술법을 이용해 잡아당긴다. 올려놓은 바위가 아무리 큰 바위라고 해도, 무게추에 사용한 술법 또한 바위니, 지레의 원리를 통해 손쉽게 날아간다.


“푸하하하! 투석기의 맛을 봐라!”


집채만한 바위 몇개가 공중에 떠오른다. 저런 바위가 다가오는 것을 본다면 누구라도 오금이 저려 서 있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누워서 떡 먹다 체라도 한 것인지, 명중률이 형편없다. 파괴자를 향해 똑바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 세 발 중 하나도 없을 정도다.


쿠웅! 쿠웅! 쿠웅!


결국 세 개의 바위는 파괴자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다.


“크크크. 역시 쓰레기들이라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없군.”


“쳇. 다시 장전!”


“그렇게 놔두지 않는다.”


강철의 파도가 전사들을 밀어내며 투석기로 향한다. 순식간에 투석기들이 모두 강철에 침략당한다.


“엘르, 지금이야!”


준비하고 있던 엘르의 화살이 파괴자를 노린다. 이번에 담긴 것은 오직 파괴적인 관통. 술법을 담은 것은 자연철로 만든 화살이다. 속도는 음속. 이거라면 인형들의 방패를 뚫어낼 수 있다. 그리고 강철의 대부분은 지금 앞으로 나갔다.


“크크크크. 설마 투석기는 이 공격을 위한 미끼였단 말이냐? 공격보다 미끼에 더 공을 들이다니,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을.”


확실히 화살은 인형의 방패를 뚫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앞에 다른 강철들이 늘어선다면? 결국 스러지는 것은 화살 쪽이 될 것이다.


“!”


강철을 일으키려 한 파괴자는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강철들에 놀란다. 순식간에 방패채로 인형이 꿰뚫린다. 다행히 두 인형을 1자로 나란히 놓았기에 두 번째 인형에서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다. 두 번째의 방패도 파괴된 지금, 한번 더 아까 같은 일격이 날아오면 다시 술법진에 공격을 허용하게 된다.


“설마? 흙?”


그리고 파괴자는 자신의 영역을 덮고 있는 흙의 용도를 이제야 깨달았다. 그것은 그저 눈속임이나 시간 끌기가 아니었다.


“하하하하! 그걸 이제야 알았냐! 네놈이 다루는 강철의 한계는 똑똑히 목격했다! 우리 쪽으로 다가올수록 너의 영역에 있는 강철은 줄어들지! 결국 네가 다룰 수 있는 강철의 양은 정해져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방법은 간단! 강철 전부를 무게로 짓누른다! 아무리 네가 뛰어난 술사라도 수백 톤이 넘는 흙을 들어 올리며 강철을 모두 움직일 수는 없어! 네가 연결을 끊고 다시 강철을 모으려고 해도 꽤나 시간이 걸릴 거다!”


물론 이것을 상대에게 말해줄 의무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하스트는 아직 상대에게 소리가 전달되지 못하도록 바람의 막을 거두지 않았다. 지금의 설명은 지금껏 쌓아온 짜증을 풀기 위한 것일 뿐이다. 이미 지시는 모두에게 내려두었다. 자신은 계속해서 강철을 압박하며 전면에 나선 강철을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하면 된다.


하스트는 인정했다. 지금은 술법적인 것이라면 상대가 명백히 위다. 놈이라면 강철이 아니라 자연력을 직접 다뤄서 상대의 술법을 와해시키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땅의 술법으로 직접 공격하는 것은 무리다. 땅의 술법은 견고한 만큼 느리다. 지하를 통해 적의 사각에서 공격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이렇게까지 영역을 구축한 상대에게는 땅의 술법은 통하지 않는다.


나머지 세 속성도 힘들다. 땅을 제외한 나머지는 형태라는 것이 모호하다. 술법이 와해되어도 어느정도 형태가 남는 땅과는 달리 나머지는, 특히 바람과 불은 그대로 허공으로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술법이 아니라 다른 것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저 자식이...!’


하스트의 말을 듣지 않아도 파괴자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했다. 투석기가 미끼인 것은 맞지만, 완전히 미끼만이 목적인 것은 아니었다. 집채만 한 바위가 3개. 강철 위에 자리를 잡고 있는 바위들은, 비록 깨져서 여러 개로 나뉘었지만, 그 무게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처음부터 흙으로 덮는 것이 목적이었나!’


시간 끌기라고 생각했던 흙이야말로 파괴자의 술법을 봉쇄할 주 무기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날 계속 묶어둘 수는 없다!”


동시에 움직이지 못할 뿐. 조금씩은 모두 움직일 수 있다. 강철을 조금씩 움직여 위의 흙을 치워버리고, 다가오는 흙을 배제하면 된다. 그리고 전진한 강철은 계속 움직일 수 있다. 지금도 계속해서 전사들과 술사들을 몰아붙이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흙을 퍼부을 수도 없다.


‘결국 1회용 장난에 불과했다.’


그리고 지금 술법을 담아서 공격을 할 수 있는 것은 음속인 엘르의 화살뿐이다. 자연철 안에 담긴 힘이라면, 순수한 술법처럼 쉽게 와해되지도, 흡수되지도 않는다.


‘저 년에게만 대응하면-’


하지만 오산이었다. 모든 것을 흡수하는 본인에게 감히 다가서는 무모한 자는 없다고 생각한 오만이었다.


그것은 감지할 필요도 없었다. 눈으로 볼 필요도 없었다. 너무나도 뚜렷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다가오고 있으니까.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며 내는 땅의 진동은 전혀 자신을 숨길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어느 순간 파괴자 자신의 강철을 막고 있던 충격이 사라졌었다. 지금 생각하면 엘르의 화살이 날아왔을 때였다. 이미 그때 놈은 움직이고 있었다.


진동이 점점 가까워진다. 생물이 내는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큰 진동. 그 진동의 진원지에는.


“으랴! 이번 송곳은 나무가 아니라 돌이다!”


거대한 화살 모양의 돌기둥을 들고 달려오는 카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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