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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길 님의 서재입니다.

리벨리온: 광휘의 소드마스터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완결

이종길
작품등록일 :
2023.08.16 16:33
최근연재일 :
2024.04.16 20:26
연재수 :
1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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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78,034

작성
23.08.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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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화

DUMMY

3화



“1년 만에 만난 친구에게 다짜고짜 검을 휘두르는 얼간이보다는 낫지 않아?”


레이의 비난에 슈인은 침묵 속에서 냉소를 지었다.


"......"


그러나.

레이피어와 검을 사이에 두고 뒤엉킨 슈인과 레이의 시선은 여전히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치열한 눈빛이 이어졌고.

뒤로 한 걸음 물러선 슈인이 깊은 한 마디를 내뱉었다.



“이런 식으로 만나고 싶진 않았다는 변명 따윈 듣고 싶지 않겠지?”

“물론.”


검을 겨눈 자들끼리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대답과 함께 레이의 검이 슈인의 가슴팍을 강하게 찔러갔다.

카앙-.

레이피어로 그의 공격을 막아낸 슈인이 중심을 잃고 뒤로 밀려났다. 그 순간, 허리춤의 검집에 검을 집어넣은 레이가 아멜린을 와락 끌어안았다.


“공주님. 꽉 잡으셔야 합니다.”

“알았어.”


아멜린의 대답을 들은 그가 풀쩍 유리창을 향해 몸을 날렸다.


와장창-.

유리를 깨부수며 창밖으로 떨어진 레이와 아멜린을 본 슈인이 무표정한 얼굴로 뒤돌아셨다.

아무리 연회장을 벗어났다 한들 공주를 데리고 환궁을 겹겹이 포위하고 있는 방위군을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이었다.

자신은 이제 맡은 임무대로 이곳의 청소에만 신경 쓰면 되는 것이다.

레이피어를 고쳐 잡은 슈인이 울부짖는 귀족들을 향해 걸어갔다.


쿠웅-.

서로 부둥켜안은 채로 바닥에 떨어진 레이와 아멜린이 힘겹게 일어섰다.


“공, 공주님. 다치신 데는 없으세요?”


레이의 물음에 아멜린이 고개를 저었다. 바닥에 먼저 떨어진 그가 쿠션 역할을 했기에 자신은 조금 욱신거리기만 할 뿐 별다른 충격을 입지 않았던 것이다. 잠시 아멜린의 얼굴을 바라보던 레이가 허리춤에서 검을 빼 들며 말했다,


“절대 제 뒤에서 떨어지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죠?”


아멜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검의 힐트를 꽉 움켜쥔 레이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방위군을 향해 뒤 돌아섰다.


“잡아랏!”

“공주다. 공주가 여기 있다!”


레이와 아멜린을 발견한 방위군들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들을 싸늘하게 바라보던 레이는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방위군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슈아아악-.


레이의 검이 검광을 뿜을 때마다, 방위군 서넛이 동시에 쓰러졌다. 그렇게 레이에

게 달려들던 방위군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방위군의 목과 팔이 튀어 오른다.

검로를 따라 핏물이 뻗어가고.

비명이 울린다.


“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악”


비명소리 속에서 레이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지금은 적이지만 얼굴을 아는 이도 있었고.

웃으며 인사를 나누는 이도 있었다.

한때 아군이었던 자들은 벤다는 건 그 역시 비참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공주님을 지켜야 해.’


레이는 이를 악물며 검을 더욱 빠르게 휘둘렀다.

공주를 지키기 위해선 악마가 되도 상관없다.

입술을 깨문 레이의 검이 폭풍처럼 방위군을 덮쳤고.

결국.


방위군의 대다수가 시체가 되어 바닥에 널브러졌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한 발의 화살이 레이에게 날아왔다.

피융-.


“······?!”


레이는 화살을 보며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거리다. 그렇지만 피한다면······.


‘공주님이 위험해.’


결국.

푸욱-.   레이의 왼쪽 어깨에 화살이 박히며 피가 튀어 올랐다.


“크윽!”

“레, 레이!”


레이의 어깨에 박힌 화살과 튀어 오르는 피를 보며 공주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레이는 대답 대신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향해 검을 집어 던졌다.

푸학-.


“크어억!”


비명과 함께 털썩 방위군의 궁수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왼쪽 어깨에 박힌 화살을 빼낸 레이가 바닥에 있는 방위군 기사 하나의 검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레이는 섣불리 길을 선택할 수가 없었다.

정문은 무리다. 아마 수백 명의 병사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으리라. 동문과 서문, 후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망설이고 있는 그에게 공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비밀, 비밀통로가 있어. 아바마마, 아바마마 서재에······.”


아멜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황제의 서재에 직계황족들만이 알고 있는 비밀통로가 있다는 것이다. 레이의 손이 떨고 있는 그녀의 손을 잡고 황제관으로 뛰어갔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주님. 제가 모시겠습니다.”


레이의 손의 온기 때문일까. 그의 뒤를 따라 달리던 아멜린의 떨림이 점점 멎어가고 있었다.



***


황궁의 중앙에 위치해 있는 황제관에서도 끝없이 비명소리와 섬뜩한 파육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끄아악!”


푸우욱-.


“이게 뭐야? 귀족 녀석들 피도 다 붉잖아? 우리랑 똑같네.”

“그래. 하하하.”


이십여 명이 넘는 병사들을 지휘하며 도망 다니는 귀족과 황족을 도륙하던 기사 둘의 입에서 광소가 터져 나왔다.

그들 역시 아이젠에게 포섭된 다른 평민 출신의 기사들과 마찬가지로 평민들을 노예처럼 핍박해온 귀족과 황족들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었다.

콧수염을 기른 기사가 바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귀족과 황족의 시체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이 정도 공을 세웠으면 아이젠님이 나중에 우리에게도 작은 영지 하나는 주시겠지? 안 그런가?”


동료의 대답이 없자 고개를 돌린 콧수염의 입이 벌어졌다.

자신의 옆에 서 있던 기사의 머리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푸아악-.

머리가 잘려나간 동료의 목 언저리에서 뿜어진 혈우가 콧수염을 덮쳐왔다.


“으아악! 어떤 자식이야!”


콧수염이 괴성을 지르며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혈우를 가르고 나타난 핏빛 검신이 그의 복부를 베고 지나갔다.

스걱-.

갈라진 콧수염의 복부에서 피와 내장이 쏟아져 내렸다. 배를 잡은 채 쓰러지던 그가 본 것은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냉혹한 인상의 소년이었다.


“윌리엄 조, 조장님!”

“너 이 새끼, 로버츠 조, 조상님을!”


분노한 열여덟 명의 병사들이 레이에게 달려들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병장기를 보고서도 그의 표정은 더 없이 침착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급함도, 분노도 버려야 한다. 머리를 비우는 대신 검이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슈각-.

레이를 향해 할버드를 휘두르려던 병사의 팔이 날아갔다.

그것을 시작으로 선혈의 검무가 시작되었다.

스걱- 서겅-.


“크아악!”


레이의 신형이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병사들의 몸에서 붉은 선혈이 튀어 올랐다.

털썩-.

단 1분 만에 열여덟 명의 병사를 모두 베어버린 레이의 검이 드디어 멈춰 섰다. 그의 뒤에는 목과 가슴에 깊숙한 자상을 입은 병사들의 시신이 자신이 쏟은 피 웅덩이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그러나 레이 역시 하나의 상처도 입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의 온몸에는 수십 개의 자상이 나 있었고, 오른쪽 옆구리에서는 시뻘건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로 서너 걸음을 옮기던 그가 일순 비틀거렸다.


“레, 레이. 괜찮아?!”


복도 한쪽에 몸을 숨기고 있던 아멜린이 뛰어나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잔뜩 걱정이 담긴 그녀의 얼굴을 본 레이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저는 괜찮습니다. 어서 폐하의 서재로······.”

“알았어!”


고개를 끄덕인 아멜린이 황제의 서재로 들어갔다. 그녀의 뒤를 따라 서재로 들어온 레아가 말했다.


“공주님. 어서 통로를······.”


그러나 레이는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황제와 황비, 자신이 그려진 가족초상화를 바라보고 있는 아멜린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던 것이다.  


“공주님”


레이의 마음도 아팠다.

지금이라도 위로를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여유가 없는 것을 알고 있는 아멜린 역시 손등으로 눈가를 스윽 닦은 뒤 말했다.


“미, 미안. 잠깐만 기다려.”


애써 미소를 지은 아멜린이 가족초상화의 아래쪽에 있는 벽을 지그시 눌렀다.

콰르릉-.

그녀가 눌린 벽의 부분이 쑤욱 들어가더니 낮은 굉음을 내며 열린 벽 아래로 계단이 나타났다.


“자, 들어가자.”

“알겠습니다.”


아멜린 공주와 레이가 안으로 들어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벽이 닫혔다.




***


연회장의 5층 발코니에 서 있는 아이젠은 어둠에 잠긴 프레데른을 바라보고 있었다.


‘20년이 걸렸군. 드디어 여기까지 온 건가······.’


그날 이후로 20년이 흘렀다.

그리고 드디어 황제가 되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은 렌시아의.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 렌시아는 시작에 불과했다. 르타곤과 바루스. 자신의 계획에 방해가 될 적들은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사령관님.”


갑자기 들려온 슈인의 목소리에 아이젠이 뒤돌아셨다. 자신에게 부복하고 있는 양아들을 보며 그가 말했다.


“고개를 들어라. 아버지한테 고개를 숙이는 아들이 어디 있단 말이냐?”


3년 전. 기사들 사이에서 눈에 띌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슈인의 재능을 알아본 아이젠은 그에게 양자를 제의했다. 슈인 역시 수도방위군 사령관이라는 줄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슈인은 아이젠에게 항상 거리를 두고 있었다. 지금까지 보아온 그는 설령 자신의 친자식이라고 해도 쓸모가 없거나 방해가 된다면 스스럼없이 베어버릴 자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아멜린 공주가 황궁을 빠져나갔습니다.”


슈인의 보고에 아이젠의 눈가가 떨렸다.


“놓쳤단 말이냐?”


고개를 끄덕인 슈인이 보고를 계속했다.


“호위기사가 흘린 것으로 보이는 피가 황제폐하의 서재의 벽에서 끊어졌습니다. 벽을 부수자······.”

“비밀통로가 나왔다?”

“병사들이 추적 중입니다. 곧 소식이 있을 겁니다.”

아이젠의 물음에 보고를 멈춘 슈인이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이제 곧 그의 질책이 쏟아지리라. 하지만 아이젠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슈인의 어깨를 잡았다.

“그 일은 이제 되었다.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이 남아있으니 돌아가 명을 기다리고 있거라.”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슈인이 일어서며 아이젠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물러섰다. 출입문을 향해 걸아가는 그의 등을 씁쓸하게 바라보던 아이젠이 고개를 돌렸다.


“크로우.”


아이젠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흑의인 둘이 그의 뒤에 나타났다. 하나같이 얼굴이 까마귀 가면을 쓰고 있는 이들이 바로 아이젠의 직속 어쌔신 부대의 일원인 크로우였다.


“공주를 놓쳤다. 모든 크로우들을 동원해 공주를 찾아.”


아멜린은 이제 힘없는 한낱 계집애에 불과하다. 하지만 살아남은 유일한 황가의 적통이라는 그녀를 이용하려는 작자들이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분란의 싹은 미리 잘라내야 하는 법.


“그리고 죽여라.”

“알겠습니다. 마스터.”


짧게 대답을 한 크로우 둘의 인영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


벽에 붙어 있는 광구에서 흘러나오는 빛 때문에 레이와 아멜린은 어렵지 않게 비밀통로를 벗어날 수 있었다.

비밀통로는 작은 동굴과 이어져 있었다. 동굴에서 걸어 나온 아멜린이 자신의 옆에 서 있는 레이를 보고 물었다.


“레이. 여기가 어디야?”


깎아지른 것 같은 날카로운 산등성이 아래로 프레데른의 식수원인 네르민 강이 보인다.


“라드네인 산맥입니다. 저 산등성이를 넘는다면 프레데른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산등성이 하나를 손으로 가르키며 레이가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아멜린의 얼굴이 한결 밝아졌다. 프레데른을 벗어난다면 길이 보일 것이다.

아직 자신이 살아 있다. 그리고 렌시아 황가에 충성을 바쳐왔던 신하들이 남아 있다. 아이젠, 그 자에게 복수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는 뜻이었다.


“아이젠의 추적대가 곧 올 겁니다.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셔야 합니다.”

“벌, 벌써?”


아멜린의 물음에 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슈인, 그 녀석이라면 지금쯤이라면 자신의 흔적을 찾았을 것이다. 벌써 비밀통로를 통해 추적대가 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알았어.”


이를 악문 아멜린이 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죽인 살인마가 있는 프레데른에서. 눈물을 흘릴 새도 없이 걸어가는 그녀를 따라 걷던 레이가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어깨가 가늘게 떨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속으로 울음을 삼키고 있는 것이리라. 그러나 레이는 아무 말 없이 걸음을 옮겼다.


마음속으로 끝까지 그녀를 지켜주겠다는 다짐을 하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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