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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niG 님의 서재입니다.

백룡신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MniG
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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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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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백(4)

DUMMY



저 다니엘은 오랜 여행으로 인한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은 관계로 계속해서 밤낮으로 몽환에 취해있답니다.

낮에 잠깐 눈을 붙였음에도 또다시 요한 계시록에나 나올 법한 기괴한 진풍경이 연출되네요.

어쩜, 저토록 양쪽 진영이 각기 살육골(殺戮谷)를 사이에 둔 채 진을 치고는 서로를 응시하고 있을 수 있을까요.

이번 싸움에서 진 세력은 아마도 명예로운 퇴각은커녕 애곡(哀哭)이나 수렴(收殮)은 물론이고 매장(埋葬) 따위도 언감생심(焉感生心)일걸요.

그 옛날, 춘추전국시대에 진나라가 제네바 협약을 개무시하고 조나라 포로 40만 명을 산 채로 묻은 역사적 팩트와 유사하게···


저길 보세요. 이제 막 시작했네요.

단색(丹色) 갑옷을 입은 군사들은 선홍색 깃발을 들고 있는 수령의 명령에 따라 ‘양날의 고정관념’을 휘두르고 있어요.

민족주의 단군(丹軍)은 저번 전쟁에서 간발의 차이로 진 것이 분해서 눈알까지 시뻘게졌잖아요.

게다가 양날 검의 한쪽 면엔 ‘자본주의 속물•기득권•반(反) 서민•차뗴기 비리집단•개독교’를, 다른 날엔 ‘친일 매국노•토착왜구•반(反) 통일과 반(反) 평화 및 전쟁광’이란 욕설의 날을 숫돌로 세게 벼리곤 서 있잖아요.

절대 신검마저 통하지 않을 경우 매뉴얼에 따라 주검을 땔감이나 기폭제로 삼아 화공(火攻)에 나설 테죠.

쉿! 자살특공대가 벌써 제비뽑기를 통해 순서가 결정된데 이어 자살 도우미까지 출현하고 있다는 소문까지도···.

이에 반해 빛바랜 청군은 어정쩡한 자세로 방어하기 급급하군요.

누가 모를까 봐요.

공격방식 역시 방어를 위한 가라 모션이군요.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푸른 수염 영주의 성에선 그나마 유일하게 들고 있는 방어수단이 바로 ‘캡틴 아메리카’에 나오는 ‘Shield(방패)!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인 ‘Vibranium(비브라늄)’으로 만들었다는데요.

푸른 동그라미 가운데에 왕별이 그려져 있는 천하무적 원형 방패!

오로지 믿을 거라곤 그게 다지만 겁나게 무거운 방패의 무게를 견뎌내고 비싼 값을 기꺼이 치르는 게 승패의 관건!

성의 영주가 민중에게 씩씩대고 있네요.

‘당나귀는 그냥 당나귀로 존재하게 내버려 둬!’라면서요.

헌데 영주와 측근들에겐 불행 중 다행일까요.

초짜 붉은 개미들이 자기들의 절대 보검으로부터 스스로 베이고 있다니.

흙수저 가면을 쓴 채 포클레인 저리 가라 식으로 땅따먹기를 시작하는가 하면 장마당 돈봉투 돌리기에다 아라비안나이트에나 볼성싶은 귀염둥이 코인 요정들!

그래서일까요? 지난 정부의 코인 담당 실장(1급)이 돌연사를 당했다나 뭐라나.

이리하여 이 코인이 바로 좌우를 망라해 대취하게 하는 금잔이어서 여기에 따른 포도주를 마신 엽전 열닷냥들은 미쳐 돌아갈 겁니다.

이런 와중에도 천우신조(天佑神助) 대장님이 이끄는 수비대가 만약에 상대편의 슛을 막지 못한다면?

당장 북으로부터 쇠파리 떼가 줄곧 올 것인 데다가 술을 옮겨 담는 사람까지도 보게 되리라!

누가? 고주망태들이!

그런고로 희락과 칭찬의 성읍이 어찌하여 버린 것이 되었느냐 한탄하지 말지니라.


느닷없이 남미 소설에나 나오는 어느 꼴통 보수주의자의 외침이 떠오릅니다.

‘그들이 놓은 덫으로 놈들을 잡을 거요.’

이왕 소개한 김에, 극우보수 성향의 그잔 ‘돌멩이만 들추면 그 아래에는 공산주의자가 튀어나올 거야.’라는 예언까지 해댔죠.

반대로!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시를 쓴 민중 시인께선 유언 같은 명언을 남겼대요. ‘그들은 쏴 줄일 거야! 그들을 쏴 죽일 거야!’라는 시적인 저주를···.

더불어 그 나라 신부님들은 칠레산 와인을 홀짝홀짝 들이키면서 이렇게 아이들을 전도했대요.

‘얘야, 교회는 우익이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항상 좌익이었단다.’

말인즉슨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이 철 지난 라틴 아메리카의 좌충우돌(左衝右突)인 양 이렇단 겁니다.


제가 또 별 시시껄렁한 개꿈을 꾼 걸까요?

아님 숨겨놓은 묵시록적인 악몽일까요?

도무지 비몽사몽간이라 모르겠네요.

확실한 건 뭔가 모를 ‘Great Unrest(거대한 불안)’가 어디로부터 다가오고 있다는 것일 터인데···


어쨌거나 저 다니엘로 말하자면 한때나마 미 CIA 요원으로 활약한 바 있던 관계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를 비롯한 서방 정보기관에 아직 연결고리가 있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을 통해 세계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대충은 이해하고 있지요.

그래서 얘긴데요.

요즘 대한민국이 신냉전시대로의 본격적인 진입을 앞둔 외교안보적 행보에 지구차원에서의 주목을 받고 있단 사실!

이름하야 정보전쟁의 각축장이 되고 있단 뜻입니다.

좀 더 솔직히 지껄이자면 관련국에서 그간 은밀히 길러온 양(羊)들이 침묵을 깨고 스파이 전쟁에 가담하고 있단 얘기죠.

순수하고 희생적인 동물로 이해되는 양이 프랑스혁명이 발발한 전후에는 간수들의 첩자를 의미하는 은어였다는 게 믿어지시나요?


영국 친구 미사엘로부터 전화가 한통 왔어요.

과거 MI6 소속이었던 대선배가 한국에서 행방불명되었대요.

가명인 이블린 경으로 불리는 자래요.

영국 정부는 당연하고 그를 최근 고용했던 거물 고객들로부터 생사여부를 확인하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귀띔까지도.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를 속히 찾아내거나 혹여 살해되었더라도 범인이 어떤 세력인지를 알려달라는 거였죠.

전 당장 이블린 경의 행방을 추적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답니다.

제가 한국에 입국할 당시 영국 런던공항에서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데다, 서울 가는 공항리무진에도 함께 탑승했단 사실을요.

그랬어요. 이제 기억이 나요. ‘Savile Row’ 거리에서 맞춘 것으로 보이는 명품 수제 양복을 걸친 채 코미디 영화 ‘핑크 팬더’에 나온 주인공처럼 우스꽝스러웠던 표정의 인물이었죠.


전 어둠의 세계에 여태껏 마당발을 유지하고 있는 쌍장군에게 이블린 경의 소재 파악을 정중히 부탁했어요.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직 간호사로 근무 중인 담백(淡白)이 전국 병원을 수소문해 영국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입원 중인 사실을 밝혀냈다는군요.

다만 담백은 요즘 간호법 제정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화가 많이 났대요.


어쨌거나 병상에 누워있는 이블린 경은 차마 눈뜨고는 볼 수 없는 참혹한 꼴이었답니다.

턱 부위가 붕괴되어 원판 복구가 불가능한 상태였죠.

홀로 근무 중인 담당 간호사에 따르면 정신적으로도 기억상실증을 보이면서 수시로 헛소리와 노래를 해대고 있대요.

어라! 정작 의사는 간호조무사랑 나란히 간호법 통과 반대집회에 나가 있네요.


저는 이블린 경의 폭망한 얼굴 상태를 보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요.

여러 군데 맞은 것이 아니라 정확히 한방 맞은 것으로 진단되기 때문이죠.

이는 도저히 동양인의 짓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잖아요.

혹여 제 친구 아사랴와 같은 사모아 파이터에서나 나올 수 있는 파괴력이면 모를까.

어쩜 정말!


이블린 경이 흡사 미라와 같이 붕대를 얼굴에 휘감은 채 노랠 부르고 있네요.


“‘You touched my life(당신은 내 인생을 어루만졌네요.)

∽Knife, cuts like a knife(칼, 잘라버려요. 칼처럼)

How will ever heal I’m so deeply wounded(난 깊이 상처받았는데 어떻게 치료될 수 있겠어요.)

you cut away The heart of my life(당신은 내 인생의 심장을 잘라버렸어요)∽’


그래서 말인데, 어떤 유대인 사회주의자가 죽기 전에 말했지.

봉건국가의 ‘Heart(심장)은 특권, 부르주아 국가는 재산, 사회주의는 사람이라고!

그런데 왜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사회주의자들의 심장이 특권이며 재산인 게야! 마치 봉건왕조나 천박한 부르주아인 양.

내 지식과 분석력으론 이해할 수 없어!

결국엔 그들은 ’on a stage Day and Night(밤낮으로 연극무대)’에서 ‘Charade(거짓 게임)을 벌였던 거야?

내가 판단컨대 이자들은 진짜 빨갱이라기 보단 ‘좌파 멜랑콜리’ 포자들일 뿐일 텐데.”


저 다니엘이 과거 팝송 팬이었던 경험으로 보건대 저 곡은 아마도 ‘조지’오웰‘의 소설 제목과 같이 1984년에 발표된 〈Knife〉일걸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마이클 잭슨’의 친구인 락웰(Rock Well)의 데뷔작이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이블린 경이 인용한 좌파 학자는 ‘칼 폴라니’를 지칭하는 게 분명해요.

그러고 보니 락웰은 칼 폴라니가 세상을 떠난 1964년생 용띠죠.

락웰이 흑인이라는 이유로 슬럼가에서 태어나 노래 하나로 성공한 흙수저라고 섣불리 판단하는 건 큰 실례랍니다.

팝음악의 전설인 ‘모타운(Motown) 레이블’ 회장인 ‘베리 고디(Berry Gordy)’의 아들이거든요.

헌데 이런 ‘베리 고디’가 한국전쟁에 포병으로 참전했단 걸 아시는 분이 얼마나 될까요?

물론 나중엔 전방에서 교회 오르간 연주자로 활약했지만요.


저자가 또 지껄이고 있네요.

“고아출신이었던 증조부가 말씀하셨대.

시장경제와 자유무역, 그리고 금본위제의 원조였던 우리 영국이 1920년대 모든 분야에서 고통을 받았다고.

또 듣자하니 1920년대 말과 1930년대 초 영국 런던엔 실업자가 우글거렸고 아일랜드와 웨일스에서 온 여성들이 식모살이를 했대.

즉 미국 양키들이 1926년부터 1928년 중반까지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다 느닷없이 주가 거품을 이유로 뉴욕연방금리를 3.5→5%대로 인상함으로써 지옥이 펼쳐졌다는군.

미국에서 1만 여개에 달하는 은행이 파산했고 유럽에 대한 자본공급이 빠짝 말라버렸거든.

이를 서곡으로 1931년 신용위기→1932년 무역 감소→1933년 통화가치 폭락으로 이어졌으니 작금의 사태와 너무 유사하지 않아?

세상에나! 1970년대 이래 할리우드의 주연배우로 활약한 ’신용 메커니즘‘이 빌런(Villain)으로 추락하다니.

세상이 미친 거 아냐?

이처럼 ‘Haute Finance(거대 금융자본)이 잉태한 ‘unleashing of capital(고삐 풀린 자본)’이 가출해 총기를 난사하는 불량청소년이 됐잖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건 그때와 똑같이 전쟁뿐이야!


돌이켜보면 증조부는 1921년 아일랜드 진압에 파견된 영국 정부군인 블랙앤드탠(Black and Tans) 소속이었던 데다 조부 역시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산화한 전쟁영웅이었고 아버지도 1972년 아일랜드의 ‘피의 일요일’ 사건에 진압군으로 가담한 것도 사실이지.

허나 지금은 영웅들에 부끄럽지 않은 내 조국 영국이 위태롭단 말이야!

이게 다 아일랜드 피를 물려받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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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 시백(1) 24.02.15 5 0 11쪽
210 염백(7) 24.01.17 5 0 11쪽
209 염백(6) 23.12.27 5 0 11쪽
208 염백(5) 23.12.08 6 0 12쪽
207 염백(4) 23.10.30 9 0 12쪽
206 염백(3) 23.10.09 7 0 11쪽
205 염백(2) 23.09.23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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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갱백(7) 23.08.30 1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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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갱백(5) 23.08.10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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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 타백(1) 23.04.19 2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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