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niG 님의 서재입니다.

백룡신화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공포·미스테리

MniG
작품등록일 :
2021.12.13 12:56
최근연재일 :
2024.05.03 12:19
연재수 :
215 회
조회수 :
10,781
추천수 :
32
글자수 :
1,110,648

작성
23.05.02 14:46
조회
23
추천
0
글자
12쪽

타백(3)

DUMMY

연쇄살인마는 나 백사가 살려고 발버둥 치면서 뭔 말인지도 모르고 지껄이는 속사포 멘트에 넋이 나간 게 분명했소.

그런데 저놈의 새끼가 이런 야밤에 그것도 실내에서 선크림을 왜 바르고 있을까?

저런! 어린놈이 버르장머리 없이 지껄이는 꼴 좀 보소.

“十八 뭐야?

주사 맞기도 전에 벌써 맛이 가?

열나 짜증!

진짜 나한테 혼나볼래요?

왜? 선크림 바른 게 이상해?

난 매사 철저한 성격이거든요.

근자에 세상만사가 괴기스럽게 돌아가는 꼴을 보니 밤이 순간 낮으로 바뀌어 12가지 온갖 빛 덩어리가 내 피부를 씹어 먹고 내장마저 증발시킬 수 있으니까요.

그러하거나 저러하거나 간에 정치는 대승(大乘)정치를 해야 해요.

자기만의 해탈인 소승(小乘)은 안 돼!

원래 한반도는 고구려 이래로 대승불교였잖아?

대한민국, 대각국사, 대오각성, 대사면, 대마초, 대깨문, 대도(大盜), 대빵!

암튼 무조건 대빵에게 충성하지 않으려는 백성들은 아주 질 나쁜 새끼들이야!

모조리 빵에 처넣어야 해요.

하긴 빵으로 보내는 사법시스템도 믿을 수 없어요.

봤잖아?

지난 정권 소위 ‘열린 법원’에서 ‘깨인 판사’ 새끼들이란 것들이 내린 ‘진보적 판결’이란 걸.

거기다가 백지 체포장(Letters de cachet)까지 남발했고요.

통탄할 가족사이지만 우리 아빠는 느닷없는 좌파야.

엄연히 대한육견협회 회원이거든요.

요새 주말마다 대통령 퇴진집회 나가고 장난이 아냐.

애견만 편애하는 정권이 자기들을 개만도 못한 인간으로 취급한다고.

그래서 아빠랑 말 섞지 않은 지 오래되었죠.

이에 반해, 엄마는 자기가 ‘모호한 영역을 서성거리는 중도’래.

지독히도 명품가방 외에는 정치엔 아예 관심도 없으면서 그래요.

마지막으로 거룩한 말씀으로 내 소견을 밝히려고 해요.

자고로 대한민국엔 자기가 낳지도 않은 대란(大卵), 즉 큰 알을 품고 있는 ‘partridge(자고새)’가 많더라만.

그러다 정말 대란(大亂) 난다.

그렇더라도 난 원래 좌파들 색깔이 묻어난 딸기가 싫고 무색무취한 크림은 더더욱 싫어.

그러니 딸기 맛 크림은 보기만 해도 토 나오거든요. 이런 걸 제3의 밍밍한 맛이라고 하나요?”


나 백사가 장담하건대 사탄의 종노릇을 하는 놈이 흥에 겨워 던지는 멘트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뒤로 갈수록 논리도 없고 정연함도 없이 횡설수설하는 게 정신이상이 분명했소이다.

난 놈이 그러거나 말거나 더욱 대갈통을 혼란스럽게 만들려고 목소리를 높였다오. 이렇게!


“잠깐만!

우유주사 놓는 걸 그렇게 급하게 할 것까진 없잖아.

동무, 그거 알아?

대한민국의 왼쪽 날개쭉지(호남방언, 날갯죽지) 동무들이 왜 그리도 원자력발전소나 남조선 핵무장을 혐오하는지를?

어떤 이유에서건 지난 정부에서 공무원들을 동원해 통계조작까지 하면서 세계가 부러워했던 원전을 기어이 폐쇄했던 이유를?

정답인즉슨 바로 지구상 어느 전장에서도 써먹지 않았던 원자폭탄 딱 두 방이 조선을 해방시켰기 때문이라오.

믿어 의심치 않았던 러시아 붉은 군대는커녕 중국 공산당 소속이나 이들에 종속된 조선 독립군 때문에 조선이 해방된 게 아니라서 그랬다나 뭐라나. 하-하.

그러면서도 우리 북조선의 영롱한 핵에는 5년 내내 묵묵부답이었잖아.

뭐 마찬가지로 프랑스를 나치독일에서 구한 건 레지스탕스가 아니라 미국과 영국이 주축이 된 1944년 6월 6일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었잖아?

1945년 2월에는 연합군이 독일 드레스덴에 소이탄과 네이팜탄을 뿌린 것도 모자라 양민에게 기관단총을 날려 13만 5 천 명을 죽인 결과를 모르오?

그렇다면 동무는 미국이 핵무기를 개발한 사연을 아시는가?

그건 유대계 과학자 ‘레오 실라르드(Leo Szilard)’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나치독일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으므로 미국도 이를 추진해야 한다.’라고 편지로 제안했기 때문이요.

잠시 참고로 말하자면,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무능하기로 손에 꼽힐지언정 우리 같은 공산주의자들에게 진실로 관대했던 분이지. 당연히 좌파로 분류되고.

암튼 그 두 장짜리 편지엔 아인슈타인의 서명도 함께 있었대.

이밖에도 레오 실라르드가 원자폭탄을 처음으로 형상화한 〈해방된 세계(H.G 웰스)〉란 책을 읽고 아인슈타인에게 제조를 설득했으나 정작 원자탄의 직접 투하까지는 반대했다는 설까지 존재하지.

책 제목 말마따나 뭐든지 해방시켜 버리는 무기랄까?

결국 한반도에선 민족을 해방시킨 건 민족해방인민민주주의혁명이 아닌 핵폭탄이 아니더냐.

암튼 여기서도 루스벨트 급사로 잔여임기를 얼떨결에 물려받은 트루먼 대통령은 레오 실라르드를 포함한 반대론자들의 항의를 무시하고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해방의 검은 구름버섯 포자를 아낌없이 뿌려버리지.

이로 인해 일본제국이 겁 대가리 없이 텐션(テソショソ)만 올라가서 진주만을 공격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지.

흠, 소련이 이런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목도하지 않았더라면 일본을 독일처럼 분할 점령하자고 우기는데 이어 조선은 아예 동유럽 여러 위성국가들인 양 통째로 삼키지 않았을까?

이는 순전히 나의 개인적 주장이지만 무릇 한국인이라면 북조선이나 남조선이나 모두 원자탄 개발을 부추긴 레오와 천황의 땅에 철저한 책임감으로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트루먼 형에게 무척 감사해야 해.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못했던 트루먼이 집무실 테이블 위에 둔 좌우명이 ‘The buck stop here(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이라면서?

이런 문구가 남조선 어디엔가 또 있다던데···.

헌데 여기에 좀 특별한 인물이 등장해.

바로 ‘오펜하이머(John Robert Oppenheimer)’이지.

한때 ‘원폭의 아버지로 추앙받다가 나중엔 수소폭탄제조계획에 반대하는 등 오락가락하다가 결국 빨갱이로 몰려 제거되고 말지.

최근 이자를 굳이 정치판에 소환하려는 의도는 뭘까?

나도 아주 궁금해.

그리고 너 이놈!

저기 책상 위에 있는, 바로 오펜하이머 평전인 ‘American Prometheus(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읽었어, 안 읽었어?

저 두꺼운 책이 아무리 간지(感じ)나기로서니 대충 폼으로 가져다 둔 건 아니겠지. 혹여 대충 영화로 때우려는 건 아냐?

그렇구나!

수사기관에 잡혀가면 빵에서 읽으려고 그래?

그러고 보니 아인슈타인을 비롯해 레오와 오펜하이머 모두가 유대인이 아닌가!

그것도 독일 태생이거나 아니면 적어도 독일에서 공부한···.

이들 모두 과거 저주와 경악과 조소와 수모의 대상이었던 민족임에도 비천하여지지 아니하리라는 말씀을 증명이나 하듯이 판도라를 열었던 것이었으니.

곧이어 지옥으로부터의 섬광이 비추면서 폭풍과 회오리바람이 머리에서···”


역시나 나 백사의 예상이 맞았소.

연쇄살인범은 나의 역사와 시사를 동시에 품은 장황설에 머리를 부여잡더니 울부짖었다오.

“이게 무슨 미친년 널뛰는 이야기람.

누가 저년 좀 말려줘요!

종말이 가까워졌다고!”라면서 날 밀치기까지.

바로 이때요.

난 벌러덩 넘어진 상태임에도 정확히 놈의 옆구리를 향해 발을 뻗어 일명 ‘리버 샷(Liver shot) 업킥(up kick)’을 날렸소이다.

“헉!”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배를 부여잡고 고꾸라지는 지옥의 심부름꾼이라니.

마지막으로 북한식 태권도인 인민의 내려 차기로 놈의 뚝배기를 깨면서 마무리!


【그러거나 말거나】


저 멀리 보살님들께서 바닷가에서 방생(放生) 행사를 집행하고 있네요.

아니, 이럴 수가! 그러할지라도 민물고기를?

전하는 말씀에 따르면 놀랍게도 민물에 방생은 생태계 교란의 우려가 있으므로 해상에 방생한대요. 믿어지시나요.

방생 대상의 원래 서식지나 풀어주는 시기(동절기?)를 고려치 않은 행위는 살상이 아닌가요.

또는 자연생태계에 적응이 도저히 불가능한 양식어류나 일평생 사육당한 짐승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방생하는 것도요.

맹금류나 수생 상위 포식자에게 보시(布施)하기 위함일 터인데요. 낯선 별미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가령 어떤 이들이 이런 절기 행사를 염두에 두고 장삿속으로 방생거리를 기르거나 사냥하는 일은 전혀 없을까요?

설마 이상하리만치 자비심 가득한 방생이 죄수들의 가석방이나 각종 특사, 혹은 사면복권은 아니겠죠?

물론이거니와 이런 혜택을 받은 이들 중엔 베풀어주신 은혜에 보답하기는커녕 드디어‘되살아났다.’를 연호하면서 절치부심의 묘수를 기획하는 경우도 있겠고요.

여하간 요즘 아예 유기되거나 포획된 후에 다시 방생처분을 받은 보수주의자들이 차고 넘쳐요.

얼마나 살아서 돌아오려나?


모래시계를 잠시 뒤집어볼게요.

아뿔싸!

한낱 인간이 피워놓은 불 주제에 이내 꺼질 양초가 이십여 년, 아니 영겁의 세월 동안 불타오르려는 욕심을 머금다 칼에 베어지고 말았군요.

그 불이 자기 스스로 발명하거나 개척한 것도 아니고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로부터 전해 받았음에도 그랬어요.

허나 마치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헬름 협곡의 한판 싸움이 끝난 후 반성은커녕!

이 땅에 널려있는 붉은 양초들은 기어이 다시 밤을 비추시겠대요.

인천 성냥공장으로부터 물건을 공짜로 때어와 성읍에서 미친 듯이 팔고 있는 성냥팔이 소녀들이 많고도 많다면서요.

이런! 벌써부터 이곳저곳에서 촛불 점화식을 거행하고 있군요.

저기 보세요. 이미 인간 착화탄(着火炭)들은 자신들이 이긴 게임이라면서 수항단(受降檀)까지 다시 쌓고 있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대세력은 승리에 도취된 채 인형의 성채에서 타란테라(Tarantella-이탈리아 나폴리 춤) 곡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난리 부르스도 아닌걸요. 실상은 주변엔 온통 입으로는 축복이요 속으로는 저주인 자들뿐이거늘.

뿐더러 적들에 대해서도 쉽게 깨부술 수 있는 오합지졸 농민 반란군에 불과하다고 멸시 중이죠.

맹세코 지금 농촌에서 평화롭게 일하는 농부들이 들고 있는 보습과 낫이 판단과 판결받기 전에는 인간을 살육하는 칼과 창이었음을 알랴마는.

아마도 과거 삼전도(三田渡)의 치욕을 깡그리 잊은 듯해요.

추종자들 역시 ‘어떻게 이런 일이?’라면서 화들짝 놀라 사방으로 쫓겨난 근자의 패배를 애써 외면하려 하고요.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명심하세요. 이제 저 교만한 촛불을 잠재울 수 있는 건 다 타버리도록 인내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포학에 의지하지 말며 탈취한 것으로 허망하여지지 말지니 오로지 권능의 태양빛으로 불쏘시개를 무용지물로 만들어야 해요.

한편으론 타란테라의 어원이 타란툴라라는 독거미에서 왔다는 ‘썰’이 있어요.

해서 이놈에게 물릴 경우 미친 듯이 춤이라도 춰서 독기를 빼야한다는 변명도 있으니 일말의 이해는 되고요. 독이 올랐거든요.

또 다른 설은 그 옛날 남유럽에서 행해지는 일종의 검무였다는 주장도 제기 중이므로 지금 그곳에서 항장검무(降將劍舞)라도 추고 있는 걸까요?

쏘리! 실수. 원래는 ‘항장검무(項莊劍舞), 의재패공(意在沛公)’이였다죠.

에라,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룡신화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당부의 글 21.12.28 225 0 -
215 시백(5) 24.05.03 3 0 12쪽
214 시백(4) 24.04.05 3 0 12쪽
213 시백(3) 24.03.21 6 0 11쪽
212 시백(2) 24.03.04 5 0 11쪽
211 시백(1) 24.02.15 5 0 11쪽
210 염백(7) 24.01.17 5 0 11쪽
209 염백(6) 23.12.27 5 0 11쪽
208 염백(5) 23.12.08 6 0 12쪽
207 염백(4) 23.10.30 9 0 12쪽
206 염백(3) 23.10.09 7 0 11쪽
205 염백(2) 23.09.23 10 0 12쪽
204 염백(1) 23.09.10 10 0 11쪽
203 갱백(7) 23.08.30 16 0 12쪽
202 갱백(6) 23.08.19 16 0 12쪽
201 갱백(5) 23.08.10 13 0 12쪽
200 갱백(4) 23.07.26 13 0 12쪽
199 갱백(3) 23.07.16 14 0 12쪽
198 갱백(2) 23.07.07 20 0 11쪽
197 갱백(1) 23.06.28 17 0 11쪽
196 타백(7) 23.06.16 18 0 12쪽
195 타백(6) 23.06.06 21 0 11쪽
194 타백(5) 23.05.24 22 0 12쪽
193 타백(4) 23.05.13 20 0 11쪽
» 타백(3) 23.05.02 24 0 12쪽
191 타백(2) 23.04.26 25 0 11쪽
190 타백(1) 23.04.19 24 0 11쪽
189 발백(7) 23.04.12 29 0 12쪽
188 발백(6) 23.04.01 29 0 11쪽
187 발백(5) 23.03.23 37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