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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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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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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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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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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2. 크로스솔져 Ⅱ (1)

DUMMY



Chapter 52. 크로스솔져 Ⅱ







2차 여행이 개시되면서 수천 팀의 선교팀이 동시에 지구를 떠났던 바로 그 시각, 지구에서는 또 한 번의 냉전이 재개되었다. 냉전은 일 년간 신속히 진행되며 예측불허의 영역으로 흘러갔다. 전황은 수많은 변곡점을 거치며 시시각각 급변하였다. 아주 미세한 변수나 외부의 사소한 간섭만으로도 승패의 향방은 손쉽게 뒤엎어졌다.


전투가 벌어지는 주 무대는 지구의 통상 공간 위에 겹쳐진 특수 아공간이나 구조 변형된 차폐 통상 공간 혹은 실체화된 시뮬레이션 우주였다. 이 전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인 신수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필드 위에 여흥거리로서 환각, 뇌파 공명을 통한 가상 현실 기술, 텔레파시를 이용한 환술 등을 양념처럼 곁들였다. 덕분에 영웅들은 정신세계와 물리 공간에서 동시에 싸우는 버거운 짐을 감당해야 했다. 이는 이들의 몸과 마음 전부를 피로하게 했다.


처음에는 도덕 판단력 측면에서 취약했던 히어로들이 일방적으로 신수에게 골탕먹거나 정신적 재기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일이 잦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험과 데이터가 축적되자 히어로들에게도 나름대로 ‘도덕적 딜레마’와 ‘실전 전투’가 결합한 고난도 과제를 헤쳐나가는 노하우가 저마다 생겼다. 수험자들이 난생 겪어보지 못한 시험 문제가 처음 출제될 때는 난관을 겪어도 여러 차례 유형이 반복되면 요령이 생겨 구전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물론 일라이저도 히어로들을 편히 놔두지는 않았다. 그도 엄연히 초인들의 사회가 인정하는 천재 중의 천재였다. 영웅에게 새로운 시련과 독창적인 난관을 선사하는 일은 신수왕에게 있어 너무도 손쉬운 일이었다. 그는 난관의 장벽을 천천히, 그러나 무섭게 드높였다. 인간이 결코 해결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여기에 더해서, 우주에서의 거래도 그를 도왔다. 전부터 일라이저와 협력 노선을 구성했던 칼리드는 냉전 시작 후 4개월째에 인류 권능 진화 프로젝트 제1안인 성좌 시스템의 도안을 일라이저에게도 일부 제공했다.


“이게 바로 조만간 식민지에 도입할 예정이라던 그 시스템이로군요.”


때마침 그 시기 즈음 하늘도시에서도 시범 운용 중인 참이었다.


“제1 철인왕이여, 이걸 외부에 유출해도 괜찮은 겁니까?”


“핵심 정보들은 배제했으니 상관없다. 지구에서도 축소판을 운용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군. 그래야 양쪽 데이터를 합쳐 상호 보완이 가능할 테니까. 지구를 실험체로 삼게 해줘서 감사를 표하지.”


“뭐, 저야 고맙지만······.”


주어진 떡을 활용치 않을 이유는 없었다. 즉시 일라이저는 성좌 시스템에서 유래한 ‘던전(Dungeon)’이라는 요소를 추출해 지구에 적합한 버전으로 바꾸었다. 그는 이미 그가 냉전에서 쓰던 실체화 버전 시뮬레이션 우주, 홀로그래피 형제 차원과 융합된 현실 차원, 가상 현실, 복제된 현실 공간, 아공간 등을 총망라한 뒤 던전이라는 신개념 안에서 새롭게 재통합했다.


던전은 영웅들을 괴롭히기에는 정말로 적합한 수단이었다. 그것은 공포탄과 같았다. 일반 대중에게도 던전의 존재는 어느 덧 잘 알려졌는데 시민들은 던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쉽사리 불안감에 휩싸였다.


물론 던전의 내용물이 외부로 방출되어 몬스터나 신수 같은 준 마법적 요소들이 민간 세계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없다시피 했으나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이미지가 주는 허상적 공포 효과는 유효했다.


그러다보니 사회적인 압력과 책임감이 히어로들의 어깨에 씌워졌다. 사람들은 영웅들에게 던전을 관리해줄 것을 기대했다. 자연히 이제 히어로들의 주 임무는 던전을 숙청하는 일이 되었다.


“시뮬레이션 우주를 눈속임으로 이용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처음에는 표식 덕택에 속일 수 있었지만, 저 영웅 놀이 하는 자들도 나름 영악한 자들, 차츰 반복되면 시련의 실체가 허상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겠지.”


원래 냉전 초반에 일라이저는 실체화된 시뮬레이션 우주 안에 끌어들여 영웅더러 ‘인명 구조의 향방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식으로 괴롭혔다. ‘환상의 표식’의 영향이 남아있었기에 시뮬레이션 우주와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워하는 솔져 출신들은 이 과정에서 좌절과 곤경을 겪었다. 일부 영웅은 눈앞에서 사람들이 사라지는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어 은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런 치졸한 전략이 남발되다 보니 혼동감을 극복하고 현실과 환상을 올바로 구분해내는 영웅들이 늘어났다. 더불어 솔져 출신이 아닌, 사이드킥이라 불리는 지구 출신의 조수들이 합류함으로써 히어로의 약점은 점차 약점이 아니게 되었다.


결국, 일라이저는 몇 개월 동안 잘 써먹었던 전법을 폐기하고 더 효율적이고 강력한 던전이라는 이름의 덫으로 테마를 대체했다.


던전 안으로 쳐들어간 영웅들에게는 곧 생사를 가르는 위험과 시련이 뒤따르게 되었다. 각양각색으로 디자인된 양산형 던전들에는 비단 신수나 이종족이나 몬스터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위협적인 갖가지 시련과 장애물이 넘쳐났다. 육체적 시련도 있었지만, 정신적 시련도 적잖은 비중을 차지했다.


냉전의 가속에 맞물려 차츰 개인 기술력이 빠르게 발전하자 신수왕은 더 과감하고 적나라한 방법들을 동원했다. 그는 기존에 쓰던 ‘시뮬레이션 우주에 가짜 인간들로 이뤄진 군중을 실체화시킨 뒤 영웅들을 속이는 전략’을 살짝 비틀어 응용했다. 그는 인간에게 죽음을 경험할 기회를 주기로 했다. 실제로 죽는 것은 아니되 유사한 체험을 갖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아무래도 책임감의 무게를 높여주는 편이 낫겠지.’


당연하지만 정말로 지구 내부에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줄 생각은 없었다. 아니 그럴 수도 없었다. 살상은 주군이 절대 허용하지 않을뿐더러 공공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최상위 초인으로서 명예를 더럽히는 일은 사양이었다. 일라이저는 실질적인 인명 피해는 전혀 만들지 않으면서도 영웅들에게 생생한 인명의 압박감을 부과할 방법을 찾아내었다.


첫 번째, 그는 철인왕들의 협조를 얻어 지구의 던전 시스템과 식민지 던전 시스템을 연계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즉 지구와 식민지에서의 던전 발생 및 진화 패턴을 하나로 연결했다. 그 결과, 지구에서 던전을 공략하는 영웅들이 매순간 벌이는 선택은 식민지의 던전 양상에 영향을 주게 되었다.


식민지는 지구보다 주민 안전 보장 수준이 낮았다. 인류연합 식 절대적 치안 시스템이 보급되지 않은 그 영역들에서는 던전 피해로 인한 가옥과 재산의 상실, 신체 부상 같은 고난이 허용되었다. 유일하게 보편적으로 보장되는 요소는 ‘생명의 보존’ 하나뿐이었다. 그마저도 죽음 직전에 하데스 챔버로 텔레포트 되어 소생되는 방식이었기에 죽는 고통의 경험은 허용되었다.


지구에서의 던전 공략 패턴을 시작점으로 나비 효과를 거쳐 식민지들에 파급된 변화, 그리고 거기서 생긴 고통의 열매는 다중 정보 전송 네트워크를 통해 영웅들의 뇌리에 강제적으로 공지되었다. 순간의 판단 미스와 실책이 엄중한 결과로 이어지는 현실이 실시간 생중계되는 셈이었다.


이는 영웅들에게는 뼈저린 패배감과 수치감을 제공하였다. 영웅 중 다수는 전직 휴먼 솔져, 다시 말해 식민지 출신 징병자들이었기에 식민지 주민은 넓은 의미에서는 고향 사람과 같았다. 자신의 실수로 수많은 동포에게 민폐를 끼치는 일은 지독하리만큼 불쾌한 경험이었다. 더욱이 영웅들은 하데스 챔버의 존재를 몰랐기에 자신들의 실책이 아무리 커도 최소한 인명 피해만은 낳지 못한다는 사실도 몰랐다.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보다 영웅들의 자괴감과 패배 의식을 쉽게 증폭시킬 고통은 흔치 않았다.


두 번째 전략은 비교적 덜 가혹했으나 역시나 만만치는 않았다. 그 전략은 바로 시뮬레이션 우주 내에 식민지 주민 일부를 접속시켜 정신 접속체 형태로 실존하게 만든 뒤 실험용 쥐처럼 이용하는 방식이었다. 이 정신체들의 용도 역시 도덕적 딜레마 조성. 시뮬레이션 우주 안에서 신수들은 영웅들에게 식민지 주민들의 생명을, 정확히는 주민들의 정신 접속체들의 생명을 저울질하도록 강요했다. 정신체가 파괴당해도 실제 접속자는 죽지 않을 테지만, 생생한 죽음의 경험은 겪는다. 필시 죽음에 필적한 트라우마가 발생한다. 시뮬레이션 우주 속이라 해도 영웅들로서는 최대 다수의 구조에 신중을 기해야만 했다.




이 모든 일들은 겉보기에는 지독하게 가혹하기만 할뿐 무의미함의 극치인 초인들만의 오락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 일련의 촌극은 인류연합에게 큰 실질 이익을 가져다주었고 더 나아가 인류 차원의 이익으로도 환산되었다.


먼저, 신수와 히어로즈, 양 집단 모두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결과가 발생했다. 이들은 경쟁을 통해 서로의 기술, 전략, 정신, 도덕 체계의 장단점을 모방 학습한 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소화하였다. 자연히 승리를 위한 새 전략과 알고리즘과 기술이 숱하게 개발되었다. 이렇게 도출된 각종 결실은 우주 곳곳에 수출되어 여러 세력에 의해 재활용되었고 다양한 분야에 색다르게 접목되면서 점차 다양성의 폭도 증대되었다.


한편 신수의 진화는 그들만의 전유물로 끝나지 않았다. 블라스핌 헥사그램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활성화한 조율 프로그램 TUNER는 지구에서 추출된 신수의 진화 데이터를 제공 받은 즉시 편집하여 다른 이종족들에게도 옮겨심었다. 과도하게 자율 발전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선에서 재조정하긴 했지만.


여하튼 신수라는 실험 데이터 덕분에 우주 모든 이종족의 진화 속도는 추가 엔진을 단 로켓처럼 가속되었다. 그리고 혜택의 대상은 이종족들에게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미 기계와 생명체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진 시대. 기계 생산 체계도 영향을 받아 이전보다 더욱 성장했다.


반면 영웅들은 영웅들 나름대로 독창적인 무술과 전술을 열심히 창출해냈다. 이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들은 초인들의 손과 지혜를 거쳐 일반화된 이론으로 정립되었고 곧 공용화됨으로써 인류의 군사력과 전투력 향상에 크게 이바지했다.


영웅들의 피땀 섞인 산물이 비단 군사 분야에만 접목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각종 경험이 짙게 배임으로써 형성된 그들의 고유 기술들은 우주 저편에서 실험 조율 중인 초능력 시스템을 완성 단계로 이끄는 데도 보탬이 되었다. 나아가 그 초능력 시스템이 식민지의 문명 성장까지 유도했으니 인류연합으로서는 일거양득이 된 셈이었다.


또 다른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 로스트엠페러들과 지구의 초인들이 저마다 성운과 일라이저, 둘 중 하나를 물밑에서 지원하는 과정에서 여러 교류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도 부산물들이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는 과학 기술의 발전, 행정 체계 개편, 그리고 경제적 활성화도 포함되었다.


이런 여러 이윤들이 영웅들 개개인과 식민지 주민의 사회가 받을 정신적 고통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윤리적인 비판 여지야 여러 방면으로 있었으나 마냥 이상주의적 관점을 고수하며 비난하기에는 냉전에서 창출된 중장기적 유익이 너무도 광범위하고 뚜렷하고 달콤했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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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5. 공중부양하는 촉수 물체 (4) 24.07.15 11 0 12쪽
355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5. 공중부양하는 촉수 물체 (3) 24.07.13 14 0 12쪽
354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5. 공중부양하는 촉수 물체 (2) 24.07.10 11 0 11쪽
353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5. 공중부양하는 촉수 물체 (1) 24.07.08 14 0 12쪽
352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4. 지적설계종 (3) 24.07.06 12 0 12쪽
351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4. 지적설계종 (2) 24.07.03 12 0 12쪽
350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4. 지적설계종 (1) 24.07.01 14 0 15쪽
349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3. 하이퍼스페이스의 기원 (6) 24.06.29 14 0 12쪽
348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3. 하이퍼스페이스의 기원 (5) 24.06.26 19 0 12쪽
347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3. 하이퍼스페이스의 기원 (4) 24.06.24 12 0 12쪽
346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3. 하이퍼스페이스의 기원 (3) 24.06.23 12 0 11쪽
345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3. 하이퍼스페이스의 기원 (2) 24.06.20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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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2. 크로스솔져 Ⅱ (7) 24.06.16 15 0 14쪽
342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2. 크로스솔져 Ⅱ (6) +1 24.06.14 21 1 16쪽
341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2. 크로스솔져 Ⅱ (5) 24.06.12 18 0 11쪽
340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2. 크로스솔져 Ⅱ (4) 24.06.08 1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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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2. 크로스솔져 Ⅱ (1) 24.06.01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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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0. 낡은 시대와 새로운 시대 (4) 24.05.23 12 0 13쪽
332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0. 낡은 시대와 새로운 시대 (3) 24.05.21 12 0 11쪽
331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0. 낡은 시대와 새로운 시대 (2) 24.05.18 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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