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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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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2.04.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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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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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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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프롤로그

DUMMY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프롤로그>



세상의 끝.

모든 것의 종말.

파멸의 도가니 한복판.


나는 지금 그 절체절명의 파국 가운데 홀로 서 있다.






멸망을 알리는 지진이 내가 선 이 자리를 격렬히 흔들고 있다.






저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은 시공간째로 짓이겨지고 갈기갈기 찢어져 사방으로 흩어지는 중이었다.






무수한 우주들은 모래알갱이들이 흩어지듯 폭풍우에 휘말려 산화되고 있었다.

모든 차원들이 거대한 권능 앞에 무기력하게 붕괴되었다.





천체들은 산산이 부서져 진이 무너진 군대의 패잔병들처럼 흐드러졌다.





나는 현재 '모든 것이 시작된 땅'의 한복판에 서 있는 중이다.

지금 이 절망적인 멸망의 폭풍이 생성된 그라운드제로, 곧 정중앙에 놓인 태풍의 눈.

모든 이야기가 시작된 이 운명의 땅, 성지가 이제는 우주 멸망의 핵심 진원지가 되었다.

한때는 축복의 상징이었던 이곳.

이제 자연계와 초자연계 모두를 집어삼킬 거악(巨惡)의 유일무이한 성역(聖域)이 되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모든 희망이 꺾인 이 좌절 속에서 나는 주마등처럼 지난 날들을 돌아보았다.

나는 그토록 오랜 세월을 꾹 참고 인내하고 성실하게 뛰어왔다.

헌데 그 수고의 나날들이 정녕 헛된 몸부림이었단 말인가?

나는 나를 낳고 키워내신 그 운명의 주인을 향해 되묻고 싶었다.


"이것이 정말로 그대가 계획하신 바입니까?"


침묵 속에서 나는 현실을 바라보며 무너져내렸다.


“이건 아니야!”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럴 리가 없어!"


곧 다가올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를 알았기에 두려움이 몸을 사로잡았다.


피해보기 위해 안간힘을 썼었다.

불가항력적이고 피할 수 없다던 인류 종말의 예언.

그 예언은 내 가족을 핵심 타겟으로 겨냥하고 있었다.

나는 그 운명에 저항하기를 택했다.

막을 수 없다면 지연시키는 것만이라도 성공시키고자 했다.

적어도 나의 시대에만은 나의 가족이 그 파멸을 겪기를 원치 않았다.


나는 운명적 예언의 성취를 내 가족에게서 분리되게끔 애써왔다.

아직 연약한 한 청년이었던 시절,

나는 예언으로부터 내 형제를 지킬 가능성, 그 실낱같은 가능성을 믿었고 그 희망을 원동력 삼아 움직여왔다.

멸망하던 사람들을 살려내었고 그들을 묶던 어둠의 속박을 풀고 빛을 전해주었다.

그들이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되찾아줄 희망의 사자(使者)가 되었다.

그리고 온갖 악과 맞서 싸웠다.

내 소중한 형제들과 함께, 내 동료들과 함께 피조세계의 멸망을 막아내었다.


그렇게 수십년을 견뎠고 마침내 운명으로부터 도망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 혼자만의 착각.

멈춰졌던 시곗바늘은 다시 냉혹하게 회전을 개시하였고 우리는 그 권능 속에 삼켜졌다.


오랜 고통을 견뎌낸 끝에 얻어내었던 값진 인류의 번영.

소중한 정신적, 영적 유산의 개화(開花).

기나긴 세월 그 열매를 누렸던 인류를 향해 지난 날의 악몽이 돌아왔다.


재앙의 씨앗은 두 가지였다.

파괴자의 재림.

악마에게 영혼을 판 마술사의 부활.

그리고 그 둘로 인해 인류의 3분의 1은 목숨을 잃었다.


그 비극은 일종의 촉발제이자 무너짐의 시작이었다.

나의 형은 그 절망의 날을 겪은 후 인간의 마음을 벗어나 초월해버렸다.

우리에게 따뜻함을 배웠던 그는, 이제 이전보다 더 무섭고 냉혹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가족을, 동생들을,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그는 인외의 괴물이 되었다.


인류의 시작을 더럽혔던 그 달콤한 유혹이 그의 마음에 침투했고

그는 다른 존재로 재탄생했다.


그리고 지금 내가 마주하는 이 멸망, 그 정체 또한 그 새로운 존재의 현현이다.


인간계의 특이점.

그리고 초자연계의 특이점.

두 존재의 핵융합으로 인해 황제도, 마왕도 아닌 무언가가 발생했다.


그리고 복수심과 함께 자라난 그 파멸은 이제 만물을 삼키는 중이다.

허허벌판 위에 세워진 성전산(聖殿山)이 태고의 대마법에 의해 폭발적으로 팽창하였다.

그것은 이제 우주들을, 차원들을, 심지어 피조계까지도 집어삼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모두가 변질되어 버린다. 더는 되돌이킬 가능성이 사라지게 돼.’


그러나 나를 도와줄 든든했던 이들은 이제 곁에 없었다.


나와 뜻을 함께했던 동료들은 이미 떠나갔다.

한 친구는 나를 구하려다 지옥에서 올라온 마술사의 손에 생명을 잃었다.

나의 아내도 자신의 동족을 지키려다 희생되었다.


의형제들도 전쟁터에서 숨을 거뒀다.

아홉은 수십년 전 떠나보냈고 오늘 아홉이 더 떠나갔다.


이제 나는 홀로 거악을 상대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허나 더 슬픈 부분은 따로 있었다.


‘아이들에게 이런 미래를 남겨주고 싶지 않았는데.’


미래를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멈춰선 채 돌기둥처럼 망연자실하던 중,

작은 희망 한 줄기가 담긴 목소리가 내게 들렸다.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나는 그를 돌아보았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한 친구가 내 곁에 다가왔다.

이제는 서로의 고통을 이해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의지할 구석.

그가 이 최후의 순간에 함깨해주어 이루 말할 수 없는 위로감이 느껴졌다.


허나 우리 둘 뿐이었다.

실상 상실한 자들의 모임이었고 그 힘은 한계가 뚜렷했다.


친구와 나, 둘은 각자 대재앙의 날에 자신의 소중한 이들을 모두 잃어버렸다.

나는 동료들과 내 아내의 동족들을, 친구는 후손들과 가족을 잃었다.

그러므로 친구도 나도 이생의 삶에는 더 미련이 없었다.

차라리 하늘의 품으로 돌아가 평안을 누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이대로 세계를 버려두고 떠나가려니 가슴이 막막했다.

모든 것을 희생하고도, 끝내 인류를 구출하지도, 그를 구해내지도 못했다.


"그만두시길 부탁드립니다."


친구는 포기할 것을 권고했다.

이미 충분히 노력해보지 않았냐고, 더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으니 내버려둬야 하지 않겠냐며 차분히 나를 설득했다.

그의 말이 옳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대의를 위해서라면 이제 나는 사적인 감정을 내려놓아야 한다.


"이미 그는 집어삼켜졌습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구출하는 일이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그렇다.

나의 형은 이미 가장 두려운 파멸의 진혼곡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러한 친구의 현실 직시에도 불구하고.


“미안합니다.”


정말 어리석게도 나는 끝내 포기할 수 없었다.

친구는 그런 나의 모습에 할 말을 잃고 묵묵히 침묵하였다.


“알겠습니다. 당신의 선택을 끝까지 응원하고 축복하겠습니다.”


우리는 헤어지는 그 순간, 이 땅에서는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을 직감하고 울면서 포옹으로 작별하였다.


어리석은 내게, 친구는 부질없는 마지막 희망을 걸어주었다.


“부디 승리하시길. 그러나 만일 그가 이미 죽었더라면.”


각오와 함께 내 마음은 무거운 책무감에 짓눌렸다.


“그의 삶을 빼앗은 그 존재에게라도 직접 한 방 먹여주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이윽고 친구에게서 마지막 남은 한 조각의 열쇠가 내게로 스며들었다.

열 개의 열쇠 조각을 모두 모은 나는 그것을 인증 코드로 삼아 성전산의 심장부로 침투할 권한을 얻었다.


한때는 신비의 성지였으나 이제는 우주를 침식하는 마계 궁전의 핵심축이 되어버린 저곳.

지금 저 뒤틀린 무한 차원의 공간 안에는 나와 피를 나눈 단 하나뿐인 이복형제가 있다.


'기다려.'


나는 무한의 권역을 뚫고 그곳으로 진격하였다.

어떠한 두려운 운명이 마주할지 감히 가늠하지도 못한채, 그저 달렸다.


'반드시 구해내겠어.'


오늘 이 작은 나의 삶은 부스러져 마땅히 돌아가야 할 그곳으로 환원되리라.


나는 심연의 가장 깊은 중앙에 이르렀다.

그리고 외쳤다.


“강재혁!”


고함치는 내 앞에서 기다리는 그 거대한 존재.

그것은 세상의 모든 빛을 집어삼킨 듯 홀로 빛나는 영광스러운 아름다움 자체였다.


확실히 그는 항상 정점으로 존재해왔다.

그는 현 인류 제국의 위엄을 구축해낸 장본인이요, 모든 지식과 권능들의 시작점.

가히 위대한 존재 중의 제일이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허나 나를 마주한 존재는 내 형이 아니었다.

형의 영과 혼과 육신은 그저 껍데기.

진짜는 그 속에 또아리를 틀어버린 다른 존재,

곧 창조된 모든 존재 가운데 으뜸가는 능력을 가진 자였다.


끓어오르는 혼돈, 멸망의 아들, 작은 뿔.





기름부음 받은 아침의 아들!

그 파멸의 거성이 나라는 가소로운 존재를 맞이하였다.



나는 부르짖었다.


“정신차려 형! 깨어나! 그놈에게 지면 안돼!”


그러나 거악(巨惡)은 애원하듯 발버둥치는 나를 조롱하였다.


<<<“<<<틀렸다. 그도, 과거의 나도, 더는 존재하지 않아.>>>”>>>


내 평생의 원수. 그는 이미 너무 강대해져 있었다.


<<<"<<<나는 완전한 자이자 영광스러운 자, 그리고 스스로 존재하는 자.>>>">>>


영계와 자연계의 모든 특이점이 하나로 모인 궁극의 압축점.

어느 누가 감히 그것과 전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왕의 몸은 내 것이고 그의 소유물인 인류 또한 그러하다.>>>”>>>


내 저항은 부질없었다.

그의 맹렬한 손날이 칼로 두부를 꿰뚫듯 내 심장을 관통했다.


<<<“<<<이것으로 네 패배다. 기나긴 세월 애썼다. 억제자.>>>”>>>


"크헉!"


의식이 점차 흐려졌다.

그리고 숨이 거둬지기 직전, 마지막 한 음성이 내 귓가를 강타했다.


[그래, 이것으로 그 피에 대한 약속을 갚도록 하마.]


나의 곁을 항상 지켜주던, 내 삶과 죽음의 목표가 되었던 그 음성.


"제 모든 삶은 당신의 것이었고, 당신과 함께였습니다."


내 심장 깊숙히, 나무에서 흘렀던 그 핏방울이 스며들었다.


[일어나거라. 나의 아이야.]


생명과 죽음이 교차하는 종말의 진혼곡.


그 충돌의 여파가 세 하늘과 피조계를 동시에 집어삼켰다.





작가의말

Peacetige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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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8) 24.08.12 9 0 11쪽
367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7) 24.08.10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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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5) 24.08.06 10 0 12쪽
364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4) 24.08.03 10 0 11쪽
363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3) 24.08.01 12 0 12쪽
362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2) 24.07.30 11 0 12쪽
361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1) 24.07.27 10 0 11쪽
360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6. 승천 (3) 24.07.24 10 0 11쪽
359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6. 승천 (2) 24.07.23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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