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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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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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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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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2. 크로스솔져 Ⅱ (6)

DUMMY


(이전 회차에서 연속됨)






하지만 첫 번째 시험이 종료되고 최종 결과를 확인하자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발락은 눈앞에 벌어진 일을 도무지 믿지 못했다. 크로스솔져들이 마치 분신술이라도 사용한 것처럼 모든 종류의 선택을 동시에 완수한 것이 아닌가. 시험이 진행된 동안에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거늘.


분명 저들에게는 분신 계열의 능력이 없었다. 시험 도중에도 분명 스페너와 크로스비와 프랑케는 피눈물을 흘려가며 원치 않는 저울질을 감당해야만 했었다. 그걸 똑똑히 확인했거늘.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이건 흡사 저들이 각기 다른 선택을 벌인 경우의 수의 미래가 모두 현실화하여 마지막 순간에 하나로 결과로 겹쳐지는 것 같지 않은가?


세 여장부의 표정의 의연했다. 그들은 뭔가를 굳게 확신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인정치 못한 발락은 열 번도 넘는 시험을 반복하며 차차 난이도를 높였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영웅들은 왼쪽을 보면서 동시에 오른쪽을 쳐다보기라도 하듯 도덕적 딜레마의 곤혹스러움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


“미안해. 미리 설명을 안 해줘서. 이쪽에도 반칙 병기가 있거든.”


“좀 이해해줘. 너희들도 비겁하고 사악한 짓을 벌였잖아. 그래서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그에 상응하는 반칙 행위를 좀 써야만 했어.”


“사실 전략이란 마지막까지 숨기는 게 맞잖아?”


프랑케와 스페너는 허공을 향해 손짓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발락조차 전혀 감지하지 못한 또 한 명의 낯선 인간이 스텔스 모드를 해제한 채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의 나타남에 신수들은 불길한 위화감을 아주 잠시 느꼈다.


“저기,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부족했습니다. 죄송해요. 경험이 이것밖에 안 되어서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전신 슈트를 둘러쓴 그 남자는 조금 낯을 가리는 것 같았다.


“아니에요, 완벽했어요.”


크로스비가 엄지를 올리며 사내를 향해 응원의 제스쳐를 보냈다.


“하지만.”


“당당해지세요. 당신은 열두 팀을 통틀어 최고 전력이자 비장의 카드인걸요.”


난입한 사내, 천재현은 쑥스러워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과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세 명의 솔져 출신 영웅과는 달리 그에게서는 어설프고 미숙한 면모가 현저히 드러나 보였다.


-저 녀석은 휴먼 솔져와는 좀 달라 보이는데? 설마 지구 시민인가?


발락은 재현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았다. 일단은 밑져야 본전 식으로 시험해보자는 작정으로 시혼과 옥에게 명령의 신호를 보냈다. 이에 반응하여 두 괴물은 초음속으로 재현에게 돌진했다. 겁 많은 재현은 잠시 멈칫거리며 가드를 올렸다.


콰아아앙.


재현이 피격당하기 직전에 프랑케와 스페너가 끼어들어 특수 무장으로 수비해내었다. 이어서 기다렸다는 듯 크로스비가 시혼과 옥을 함정에 빠트렸다. 프랑케와 스페너는 두 신수가 당황한 틈에 고속 동작으로 검을 관절 틈새에 박아넣었다. 순식간에 이어지는 협동 속공에 시혼과 옥의 목이 절단되어 머리통이 날아갔다.


“훈련받으셨으니 알겠지만, 전투 중에는 한눈파시면 안 돼요.”


“미, 미안합니다.”


“사과는 그만 하셔도 되고요.”


“······네.”


그제야 발락은 대충이나마 상황의 맥락을 파악하게 되었다. 아마 마지막에 나타난 저 남자 영웅이 틀림없이 조금 전의 기괴한 마술을 부린 근원지이리라. 유독 여자 영웅들이 저 유약한 남자를 감싸고 도는 걸 보면 확실하다.


- 네 이 녀석!


“저, 저요?”


-그래. 멍청아. 네놈 말고 누가 있겠나?


흉측하게 생긴 거대한 괴물이 자신에게 말을 걸자 안 그래도 평소에 겁이 많고 비위가 약했던 재현은 두려워하며 벌벌 떨었다. 어른답지 못한 미숙함. 그럼에도 그는 인내력으로 가까스로 꾹 참고 버텼다.


-뭐, 제법 놀랄만한 능력이었다. 칭찬해주지. 보아하니 크로스솔져 팀에 합류한 것으로 미루어 보건대 인간의 왕께서 창조한 권능을 받지는 않았을 테고. 그럼 설마 그건 확률왕이 심어준 이능력인가? 처음 보는 유형이군.


재현은 대답 없이 묵묵히 가드를 유지했다.


-하지만 비겁한 녀석이었군. 도덕적 딜레마를 그런 반칙으로 회피하겠다니 말이야. 겁쟁이 녀석.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것을 그토록 주저하는 건가? 영웅이라 해도 결국은 남들과 별다를 거 없는 녀석들이었어.


그러자 얌전히만 있던 재현이 발끈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함부로 떠들지 마세요.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니······.”


원래의 재현의 성정은 상냥하고 부드러웠다. 많은 이들이 그런 재현을 유약하다느니 결단력이 없다느니 마음이 나약하다느니 하며 판단하곤 했다. 하지만 성한과 동료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실패자의 속성으로 여기지 않았다. 그들은 재현의 인격과 개성을 창조주의 온전한 작품으로 인정해주었다.


그들은 이렇게 격려해주곤 했다.


“우린 솔져 시절부터 참 많은 것을 희생하고 포기하도록 강요받았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는 정신은 기본이요, 빠른 상황 판단을 기반으로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기술을 훈련받았지. 그러다 보니 위기 상황만 오면 냉큼 가치의 경중을 비교해서 작은 쪽은 냉정하게 포기해버리는 성격이 되고 말았지.”


“그렇게 오랫동안 지내다 보니 마음도 너무 심하게 망가져 버렸어. 지금까지 우리가 대(大)를 위해서 버렸던 소(小)의 가치, 그 버려진 작은 자투리들이 모이고 모여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도 큰 상실로 빚어진 건 아닐까 싶어.”


“재현 씨는 우리와 달리 아직 망가지지 않았잖아. 냉정하게 잘라내버릴 줄 아는 태도? 그런 것도 때때로 필요할지도 몰라. 하지만 재현 씨만은 지금의 순수하고 상냥한 마음을 유지해줬으면 좋겠어. 무언가에 담긴 가치의 크기를 제멋대로 재단하지 않고,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그 말이야.”


“까짓거 우유부단하다고 욕 좀 먹으면 어때. 나는 그런 우유부단함이 세상에 하나쯤은 있어도 좋다고 생각해. 혹시 알아? 한 명 한 명 모두 놓치지 않으려는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큰 힘을 실어주게 될지.”


선배인 크로스솔져들은 재현이 고된 훈련과 정신적 훈육으로 인해 지치고 낙담할 때마다 이런 말들로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자신의 가치와 개성을 인정받은 재현은 서서히 정신적으로 발전했다. 나아가 그는 크로스솔져들과 친해지면서 그들이 섬기는 주님을 향해서도 신뢰의 마음을 열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라난 그는 오늘 당당히 적 앞에 섰다.


-확률왕이 네게 어떤 장난을 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발락이 빠르게 다가와 재현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제법 위험한 카드로 보이는군. 이 자리에서 소멸하는 편이 낫겠어.


너무나도 민첩한 움직임이라 세 영웅마저도 미처 대응하지 못했다. 발락은 앞서 당한 두 잔챙이 신수와는 규격부터가 다른 고등급 사양이었다. 재현은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 탓에 몹시 고통스러워했다.


-지구 시민이라서 죽이면 문제가 되니 폐인이 되도록 환술을 걸어주면 되려나.


“크윽.”


-아쉽군. 저기 저 우악스러운 영웅들과는 달리 꽃돌이인데 말이야.


발락은 재현의 슈트 상부를 잔인하게 뜯어내어 무장 해제를 시작했다.


“저 망할 괴물이!”


“크로스비, 잠시만! 기다려 봐!”


발락에게 달려들려는 크로스비를 프랑케가 제지했다.


“야, 동료가 위험하잖아!”


“진정해. 너 혹시 동부 섹터장과 영웅 두목 녀석이 했던 말 기억해?”


차분한 프랑케의 발언에 동료들이 흠칫하였다.


“보통은 1차 선발대가 2차 선발대보다 압도적으로 강해. 도덕적 측면 말고 능력과 전투력과 정신력 말이야. 출신이 다르니 당연한 일이지. 하지만 2차 선발대 중에서 유일하게 솔져 출신들을 압도하는 강자가 있다고 했었어.”


“뭐? 잠시 설마 그게······.”


여전사들이 잠시 재현도 잊고 대화하는 와중에 발락의 사악한 손이 거대한 드릴의 형태로 변형되었다. 특수 실드마저 부숴버릴 위력의 드릴이 재현의 팔을 관통하려는 순간.


피슝.


섬광과 함께 재현의 몸이 발락의 손아귀 안에서 사라졌다.


-음?


발락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렸다.


-텔레포트? 아니야, 이건······.


신수의 얼굴은 일순간 당혹감으로 일그러졌다. 그리고 미처 적의 다음 움직임을 감지하기도 전에 발락은 급작스럽게 피를 왈칵 토했다. 엄청난 충격파가 순간적으로 발락의 단단한 육체를 가격하였다. 금강석의 수천억 배 이상의 경도를 지닌 껍질로 덮인 몸체가 두부처럼 처절히 찢어지면서 상체 일부가 통째로 증발했다.


“헉헉.”


재현의 전신은 흰 섬광 덩어리처럼 강렬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본인의 능력에 아직 온전히 적응하지 못한 것인지 거친 숨을 내쉬는 중이었다. 슈트는 그의 신체에서 분출되는 특수형 고에너지 탓인지 파손된 상태였다.


“허억!”


‘한꺼번에 과하게 쏟아부었어.’


재현은 지친 상태로 기력을 소진하여 몸의 균형을 잃었다.




과연 그에게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인가?


“결국, 천재현 군도 크로스솔져에 합류하기로 마음먹은 겁니까?”


그 무렵 던전에서 유유자적하던 성운이 크리슈나에게 질문했다.


“아마도 그럴걸. 카이젤이 창조한 그 힘은 거절하더군.”


“신념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냥 애초에 엄청나게 강해서 필요 없을겁니다.”


“큭, 자기 작품에 자부심이 강하군. 그런데 꼭 신념 때문이 아닌 것도 아닌 듯 하군. 성한 형씨와도 제법 친하게 지내던 걸 보면 확실히 신앙도 그들과 같은 쪽으로 굳힌 것 같아. 그 증거로 크로스솔져들과 같은 정신 패턴을 공유하고 있어.”


“그렇군요. 역시나 그랬군.”


성운은 마음속에서 여러 샘플을 겹쳐보았다. 자신의 보스과 강윤혁, 자신과 막냇동생 유지현, 그리고 천수현과 천재현. 이런 저런 면에서 차이는 있었으나 희미하게나마 공통분모가 존재했다.


“또 뭔 꿍꿍이지?”


“아, 아닙니다.”


성운은 생각을 들킬까 싶어 태연히 포커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나저나, 대체 넌 그 천재현 녀석에게 무슨 짓을 한 거냐?”


크리스의 추궁에 성운은 잠시 머뭇거린 후 적절히 포장하여 자백했다.


“원래 사고로 죽을 뻔했던 사람입니다. 실험으로 살려냈습니다.”


“무슨 방법?”


다시금 성운은 멈칫했다. 하긴 이젠 밝혀도 상관없겠지.


“신체 전체를 양자 정보 복제 전송시켰습니다. 도박에 가까운 방법이었죠?”


그 말의 과학적 의미를 이해하는 크리슈나는 당황하여 소리질렀다.


“뭐? 이런 미친!”


“네, 욕먹어도 싼 건 저도 압니다.”


크리슈나는 몇 번 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입장이 난처해진 성운은 고개를 돌려 맹렬한 비난의 시선을 회피했다. 물론 자신보다 하위의 인간에게 비난 받는 것을 신경쓸 이유는 없었으나 성운은 젠틀한 성격상 그런 비난에 대응해 스스로를 변호하지 않고 넘어가면 몸이 근질거리곤 했다.


“어쨌건 살았으니 된 거 아닙니까? 어차피 당시에는 방도가 없었습니다.”


“초인들의 말 같지도 않은 인성이야 나도 잘 아니까 그건 그렇다고 치자.”


“당신 자신에게 침 뱉는 행위입니다.”


“나도 알아, 싸이코패스 녀석. 뭐 좋다. 그럼 그 녀석의 이능력은 그 괴이한 소생 과정에서 발생한 건가? 현재로서는 그런 메커니즘 말고는 설명이 안 되는군.”


“저도 그렇게 추측합니다. 원본 육체와 양자 정보 복제 전송으로 만들어진 육체, 그중에서 후자 쪽으로 영혼 본체가 이동한 모양입니다. 피코초 이하의 찰나에 말이죠.”


“흠, 백 퍼센트 분석이 끝난 결론이 아닌 가설이었군.”


“아무래도 영혼과 관련된 지식은 아직 보스에게조차 미지인 영역이라서요.”


“흠, 어쨌건 천재현 꼬맹이가 얻은 능력의 근원을 온전히 분석하지는 못했다?”


“솔직히 저로서도 거의 요행으로 얻은 카드입니다. 다만, 그에게 생긴 이능력을 구체적인 형태로 빚어내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정착하는 과정에서는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 부분은 제 기여도가 90% 이상입니다. 무려 12년이나 걸렸죠.”


이어서 성운은 재현이 지닌 ‘확률 다각화’라는 능력을 설명해주었다.


“그에게 담긴 능력은 다양한 향방으로 분지될 미래 경우의 수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융화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여러 경우의 수 중에서 원하는 미래를 선택적으로 골라내거나 확률을 증폭시키거나 줄일 수도 있습니다.”


크리슈나는 그 의미를 깨닫고는 혀를 찼다.


“본질부터 엄청난 능력이로군.”


“그렇다고 해서 무적은 아닙니다. 제한적인 시공간 내에서만 작동합니다. 또 일반인이라 천재현씨 본인의 두뇌에 담긴 연산력이 부족하기에 이용 한계도 분명하죠. 무엇보다 능력 자체가 시전자의 감정이나 염원에 영향을 받습니다.”


“호오, 아무튼 확률왕이라 불리는 네 스타일이 잘 반영됐군. 도덕적 딜레마에 부딪혔을 때 팀원들의 여러 선택을 동시다발적으로 실현할 수 있겠어. 현재로서는 거기까지가 한계이겠지만,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타개책이야.”


“네, 능력이 반칙인만큼 훈련하여 적응시키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죠. 이제는 천재현 군도 실전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그의 존재만으로도 냉전 판도가 완전히 바뀔 것입니다. 일라이저도 더는 도덕적 딜레마로 장난칠 수 없게 됐죠.”


아무리 던전에서 공략이 불가능한 딜레마가 제시되어도 즉각 재현을 임무에 투입해버리면 그만이니까. 그야말로 게임 규칙을 바꿔야만 할 필연성을 제공한, 반칙 치트 병기나 마찬가지였다.


“그나저나 크리슈나 씨는 천재현 군에게 무슨 기술을 가르쳐준 것입니까?”


“별거 아니다. 그 녀석은 신체 능력이나 경험 쪽은 형편없잖아? 그래서 대신에 놈의 이능력을 활용해 근접 전투력으로 바꾸는 방법을 알려줬다.”


재현의 신체는 텔레포트해서 살아남은 영향인지 물질 상태와 정보 상태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특수 성질을 띠게 되었다. 성운도 처음에는 이 점을 재빠른 기동력과 순간이동 기능을 확보할 목적으로만 쓸 작정이었다. 그런데 크리슈나는 전투의 전문가답게 더 나아가 새로운 응용법을 재현에게 가르쳐주었다.


“광속을 넘어서는 신체란 사실 그야말로 살아있는 행성파괴 병기와도 같지. 게다가 정보 상태와 물질 상태의 중간에 머물러있으면? 그 상태를 인위적으로 흔들리지 않은 채 유지한다면?”


성운은 순식간에 그 엄청난 가치를 이해하고는 흥미로 눈을 반짝였다.


“본인은 타격을 안 입되 상대에게는 순간적으로 무한에 가까운 타격을 줄 수도 있지. 응용하기에 따라 한없이 막강한 근접 격투가로 재탄생하게 된다.”


“훌륭한 발상의 전환이군요.”




다시 현재로 돌아가서.


무사히 승리를 쟁취한 크로스솔져 팀은 허무하게 널브러진 발락의 뇌 부위에서 문제의 ‘증거물’을 채취해내었다. 큰 에너지를 한꺼번에 분출해낸 재현은 싸움에서 승리한 직후 휘청 균형을 잃고 공중에서 땅으로 떨어졌다. 크로스비는 재빨리 재현을 낚아챈 후 보완용 나노 슈트를 전이해 신체를 안정화시켰다.


“이긴 거 맞죠?”


“그래, 당신 덕분에. 고마워.”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네요. 그래도 죽일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차피 신수는 인공생명체라 인격을 얼마든지 백업할 수 있어. 신체도 재생할 수 있고. 괜히 미안해할 필요 없어. 적군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일도 어디까지나 아군의 안전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만 하는 거야.”


“그렇긴 하죠.”


그가 지상에 착륙하자 다른 여걸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잘했어. 덕분에 잠정적인 위기에 몰렸던 식민지 주민들을 보호했네.”


재현은 말없이 얼굴을 붉혔다.


“어렴풋이 제가 맡을 마땅한 역할을 깨달은 느낌이에요. 사고를 당했을 적에는 마냥 현실이 고통스럽고 원망스럽기만 했는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선한 일에 쓰임 받을 줄은 몰랐어요.”


말을 마친 재현은 신체 에너지 급속 소모의 여파로 깊은 피곤에 압도되더니 스르르 눈을 감더니 조용히 잠들었다. 여전사들은 선량한 청년의 인품에 긍정적인 인상을 받았는지 미소지었다.






(다음 회차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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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7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9. 인터미션 Ⅶ (3) 24.09.03 4 0 11쪽
376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9. 인터미션 Ⅶ (2) 24.08.31 5 0 12쪽
375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9. 인터미션 Ⅶ (1) 24.08.29 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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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8. 이치죠우지 카가미 (5) 24.08.24 8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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