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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 님의 서재입니다.

멸망을 봉인하는 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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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aceti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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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6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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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4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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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2. 크로스솔져 Ⅱ (2)

DUMMY

*




냉전을 시작한 지 4개월쯤 지났을 무렵, 성운은 크리슈나에게 제의했다.


“영웅들이 자체적으로 자기들의 팀 구성을 재편성하도록 허락합시다.”


“어이, 그 문제는 네가 결정할 사안이 아닐 텐데?”


“그러니까 정식으로 부탁을 드리는 것 아닙니까?”


크리슈나는 마지못한 척 성운의 제안에 귀를 기울였다.


“네가 허투루 그런 제안을 한 건 아닐 테니 의견을 들어는 보지.”


사실 권위의 차이 때문에 크리슈나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긴 했지만.


“현재의 팀 구성은 철저히 우리 관점에서 나온 판단으로만 설정된 것입니다. 얼마나 더 전략적 효율성을 끌어낼 수 있을지, 영웅에게 이식된 이능력과 무장들이 어떤 조합의 팀웍을 이루었을 때 최대의 시너지 효과를 낼지, 영웅 개개인의 성향과 성격상 어떻게 해야 팀워크가 극대화될지······, 이런 것들이죠.”


“현재로서는 최선의 기준이지.”


크리스는 성운이 대체 무슨 엉뚱한 발언을 할지 갈피가 안 잡혔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혹시 우리가 외현적이고 현상적인 기준, 즉 일종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것은 아닐까 하고요. 만약 우리의 눈으로도 파악하지 못하는 제3의 요소가 존재한다면?”


크리슈나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성적이고 계산적인 네 녀석답지 않은 비약적인 주장이군.”


“진정 탁월한 지도자가 되려면 이성의 한계도 인정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초인들은 결코 전지전능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물론이고 자타공인 최강자인 보스조차도요.”


“큭, 뭐, 그건 그렇지.”


성운은 여기에 한 가지 이슈를 근거로써 더 얹었다.


“최근 보스께서 인류 권능 진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셨습니다. 식민지에서는 이미 실험이 한창 진행되는 중입니다. 아직까지는 제1안만 발동 중이지만, 조만간 제2안도 발동되겠죠. 두 단계를 통해 충분한 검증이 쌓이면 곧 실전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겁니다.”


“초능력이 군사력으로 이용되리라는 뜻이군.”


“네, 그런데 설령 완성되더라도 중간 단계가 별도로 있으면 더 좋습니다. 틀림없이 보스는 인류연합 정규군과 비정규군에 초능력을 무기로 도입하기 직전 사전 검증을 위해 다른 샘플, 다른 군대를 시범작으로 쓰실 겁니다.”


다른 군대가 무엇이라 지칭하지 않았으나 뭘 의미하는지 맥락은 자명했다.


“현재 한창 주목받는 냉전의 주역, 히어로즈와 신수족이겠군.”


“네, 식민지 내부의 인간, 이종족, 그 다음 차례의 모르모트는 이쪽이겠죠.”


“영웅 녀석들이 그걸 받아들일까?”


“대부분은 받아들일 겁니다. 인간의 힘에 대한 욕망은 강합니다. 부작용도 없는 막강한 공짜 슈퍼 파워를 거부할 자는 사실상 없으니까요. 물론······.”


희미한 가능성이지만 거절할 자도 나타날 수 있다. 성한의 입김이 닿은 자들처럼. 그것이 성운이 실험하려는 바의 핵심이었다. 그의 계획은 이러하였다. 팀원의 자율적 재배치를 허락해주되 모두에게 다 허용하지는 말고 초능력과 권능의 이식을 거절하려는 자들에게만 허락해주자. 새 힘을 받아들일 자는 성운과 크리슈나의 팀원 배치 명령을 따르도록 하고. 받아들이지 않은 채 기존 무장만으로 싸우기로 결정한 자들은 자율적인 팀 구성을 허락해주자.


“음, 왜 하필 힘을 거부할 자들에게?”


“지금은 설명 않겠지만, 나름대로 다 이유가 있습니다.”


“네 꿍꿍이가 의문스러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긴 하다만.”


크리슈나는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뭐, 좋아. 네 제안을 수용하도록 하지.”


성운은 미소로 응답했다.


“감사합니다, 킹 오브 히어로즈.”






*




1개월 후.


-약해 빠졌군.


신수(神獸) 골리앗은 두 명의 히어로를 여유로이 짓밟으며 승리를 만끽하였다. 근본 명령 체계에 심겨진 제약 때문에 감히 인간을 죽이지는 못했기에 제압만 해둔 상태. 그럼에도 골리앗은 속으로 기뻐하며 비웃었다. 역시 인간들은 연약하다. 그들은 육체적으로도 허약하지만, 정신은 더욱더 나약하다. 여태껏 초인 이외 개체는 단 한 차례도 자신을 만족시킨 일이 없었다.


사실 일개 최상위 초인 하나가 종족 전체가 농락당하는 신수족의 한 일원에 불과한 개체로서 이는 실로 오만한 망각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오만에도 나름의 당위성은 있었다. 신수는 다른 이종족과 달리 ‘자신에게 영혼이 존재한다고 믿는’ 특성을 지닌 종족이었다.


그 특성 때문인지 신수들은 종종 실제 영적 현상에서도 부분적으로나마 관여된 바가 있었다다. 수년 전에 있었던 지난번 냉전 때 하필 일라이저가 지구에 신수를 들여온 시점에 복음주의자들의 선교 활동이 미스터리한 원리에 의해 방해를 받은 것도 이와 관련이 있었다.


-초능력을 받고도 고작 이 수준이라. 인간의 정신력도 별것 없네.


괴물 골리앗은 발가락으로 히어로들의 몸을 툭툭 건드렸다. 처절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신수는 고민했다. 팔다리 정도는 부러뜨려줄까? 어차피 치료될 텐데 정신적 충격이라도 심어주는 게 좋겠다. 골리앗은 즐거이 발을 치켜올렸다.


푸욱.


그 순간 폭발음과 타격음, 그리고 텔레포트의 공간 충격파가 울려 퍼졌다. 갑작스러운 기습에 골리앗은 몸을 재빨리 내뺐다. 히어로 증원군이 나타났다. 열 명 미만 정도로 구성된 무리였다.


“흉측하게도 생겼네.”


“야, 케리, 일단 이 사람들 던전 바깥으로 내보낸 뒤에 합류해.”


평소 자신의 초월적 육감을 굳게 신뢰했던 골리앗은 예상 밖에 허를 찔리자 자존심이 상했는지 이빨을 으득 갈았다. 수십 겹으로 구성된 상어 이빨의 흉측함이 한층 더 짙어졌다. 그는 상대의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뒤졌다.


-이 녀석들, 소문의 그놈들이군.


“좋게 봐줘서 고맙지만, 이쪽도 처지가 난처해서 말이지. 사냥하게 되어 미안하군.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식민지들이 유린당하는 모습을 볼 순 없어서 말이야.”


무디는 차분한 목소리로 예를 갖춰 대화를 시도했다.


-네놈들이 소문의 ‘그 영웅들’인가? 생각보다 약해 보이는군.


최근 몇 팀의 영웅 무리가 독특한 행보로 이름을 떨쳤다고 들었다. 그들은 다른 팀과는 달랐다. 굳이 억지로 애쓰지 않아도 정직함, 겸손함, 고귀함 같은 가치를 향기마냥 저절로 내뿜는 자들이라 알려졌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도 도덕적인 밑바닥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상대가 아무리 악해도 비인도적인 처우를 하지 않았다고 했었지.


본래 던전은 영웅의 추악한 민낯을 드러내기에 최적화된 덫이었다. 통신 차단 시스템 때문에 던전 내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모니터링 중인 최상위 초인들을 제외하면 외부에는 알려지지 않는다. 대중이 보지 않는다면 인기를 중시하던 영웅들은 거리낌 없이 비겁한 내면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게다가 던전은 생존 때문에라도 연이은 배신이 꼬리물기 쉬운 곳. 더구나 몬스터를 제압할 때 얻어지는 아이템과 스킬 등의 이차 유익은 자연히 탐욕의 분출을 부추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칭 ‘크로스솔져’라 하는 그 열두 개의 팀만은 이상하리만큼 던전 안에서도 특출한 깨끗함을 유지했다.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가 섞이지 않는 방식으로 타 영웅 팀과 물리적으로 분리된 것은 아니었으나 영적, 정신적 행동 원리의 차별화는 확실했다.


그들은 다른 팀들과의 연합 작전에서도 단 한 번도 사익을 취하려고 이기심을 부리지 않았다. 심지어 크로스솔져들은 배신을 당하거나 정당한 이익을 빼앗겨도 화를 내거나 보복하지 않았다. 다른 영웅들은 이런 그들을 어리숙하고 미련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신수들은 도리어 크로스솔져에게서 ‘일반인과는 분리된 고결함’을 감지하고는 은연 중 두려워했다.


-상관없다. 어차피 너희도 일개 인간에 불과하니 밟아주지.


골리앗은 불쾌한 위화감을 억지로 부인하며 큰 소리쳤다.


“무디, 저 녀석 굉장히 살벌하네.”


“두려워할 것 없다.”


자기 위엄이 무시당했다고 판단하여 역린이 상한 골리앗은 기다렸다는 듯 체내에서 방대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이어서 비장의 수단까지 끌어올렸다. 몸에 강제로 이식된 초능력이었다. 신수는 자신에게 영혼이 있다고 착각하는 특성 때문인지 유독 초능력과 궁합이 잘 맞았다. 일라이저는 이 특성을 이용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신수에게 권능을 덧씌웠다. 참고로 이 당시는 아직 우주에서 대대적인 이종족-초능력 융합이 실험되기 이전이었는데도 그런 일이 가능했다.


-너희도 어서 전력을 다해라. 인간의 왕께서 창조해낸 힘을 꺼내라!


자존심이 상한 골리앗은 무디와 케리에게 협박 조로 읊조렸다.


“미안, 너희를 무시하는 건 아닌데, 우린 새로운 힘을 받아들이지 않아.”


갑작스러운 낯선 기척에 골리앗은 뒤를 돌아보았다. 다른 영웅 둘이 슈트와 무장을 장착한 채 공중에 부유하고 있었다. 신해와 그의 친구, 리빙스턴이었다.


-그 힘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골리앗은 믿지 못했다. 인간이 그 힘을 탐하지 않는다?


-너희 히어로들은 이미 거의 다 받아들였을 터, 무슨 헛소리지?


“우리는 과학 기술이건 영이건, 외부 요소가 육체와 정신을 지배하도록 허락하지 않을 작정이니까요. 주님의 영 이외의 것은 함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리빙스턴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래, 이미 뜻을 모아 합의했어. 마음의 뜻을 정하여 왕이 발명해낸 힘으로 스스로를 더럽히지 아니하겠다고, 다 같이 결심했거든(단 1:8, i).”


신해는 특유의 담대하고 차분한 어투로 골리앗을 도발하였다.


“솔직히 그런 부담스러운 힘 없어도 너 정도 이기기에는 충분해.”


순간, 발끈한 신수 골리앗은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을 속도로 영웅들의 뒤쪽으로 이동해 거대한 발톱을 휘둘렀다. 고농축 에너지 덩어리가 이글거리는 발톱의 검이 공간을 가르자 녹색 충격파가 일대의 균형을 붕괴시켰다. 그러나 신해와 리빙스턴을 관통하지는 못했다. 그들은 미리 움직임을 예측이라도 한 듯 공간 도약으로 달아났다. 베인 건 그들의 잔상뿐이었다.


곧 격렬한 혈전이 벌어졌다. 이 싸움터가 만일 던전 내부가 아니었다면 수십 개 이상의 도시가 붕괴하였을 만큼 치열했다.


골리앗은 내심 놀랐다. 초능력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롯이 현대무기와 슈트 같은 기술만으로 싸우는데도 자신과 대등하게 맞서다니. 단순히 능력치만 놓고 비교한다면 신수인 골리앗 쪽이 압도적이었으나, 서로를 의지하는 신뢰감에서 우러나오는 팀워크와 보이지 않는 존재가 인도하기라도 하는 듯한 정확한 상황판단력이 힘의 격차를 상쇄하였다.


-나약한 인간 주제에 제법 싸우는군.


“어이, 미안하지만 네놈의 그 몸뚱이도 인간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리고 우린 너희 같은 인조물과 달리 전능하신 주님의 자녀들이다, 인마.”


케리와 무디도 협공 중 여유롭게 골리앗의 비아냥거림을 받아쳤다.




(다음 회차에서 연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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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9. 인터미션 Ⅶ (5) NEW 14시간 전 2 0 11쪽
378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9. 인터미션 Ⅶ (4) 24.09.04 4 0 15쪽
377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9. 인터미션 Ⅶ (3) 24.09.03 5 0 11쪽
376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9. 인터미션 Ⅶ (2) 24.08.31 6 0 12쪽
375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9. 인터미션 Ⅶ (1) 24.08.29 6 0 13쪽
374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8. 이치죠우지 카가미 (6) 24.08.26 6 0 13쪽
373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8. 이치죠우지 카가미 (5) 24.08.24 8 0 15쪽
372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8. 이치죠우지 카가미 (4) 24.08.22 7 0 13쪽
371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8. 이치죠우지 카가미 (3) 24.08.19 8 0 12쪽
370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8. 이치죠우지 카가미 (2) 24.08.18 8 0 13쪽
369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8. 이치죠우지 카가미 (1) 24.08.15 11 0 14쪽
368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8) 24.08.12 9 0 11쪽
367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7) 24.08.10 9 0 11쪽
366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6) 24.08.08 10 0 12쪽
365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5) 24.08.06 10 0 12쪽
364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4) 24.08.03 10 0 11쪽
363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3) 24.08.01 12 0 12쪽
362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2) 24.07.30 11 0 12쪽
361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7. 뿌리 원정대 (1) 24.07.27 10 0 11쪽
360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6. 승천 (3) 24.07.24 10 0 11쪽
359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6. 승천 (2) 24.07.23 11 0 11쪽
358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6. 승천 (1) 24.07.21 11 0 14쪽
357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5. 공중부양하는 촉수 물체 (5) 24.07.18 11 0 11쪽
356 하늘 위의 도시들 : Chapter 55. 공중부양하는 촉수 물체 (4) 24.07.15 1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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