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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성

C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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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성
작품등록일 :
2021.08.15 10:58
최근연재일 :
2021.09.05 14:57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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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37,771

작성
21.08.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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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 What about now(2)

DUMMY

컴컴한 창고 안.

오래된 먼지 냄새가 났다.

열린 문 틈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날리는 먼지가 햇빛에 비쳐 보였다.


***

"우와 신기하다."


현우는 사촌형과 함께 아궁이에 앞에서 불장난을 하고 있었다.


"뭐가?"


"햇빛이 커튼 같아."


"나중에 학교가면 다 배워."


형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었다.

***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쳤다.

멍하니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죽을 뻔 했다.

조금만 더 가까웠더라면 현우의 총알이 두개골을 깨부수고 관통 했을 것이다.

난 지금 살아있는 것이 맞는가?

이미 총을 맞고 충격 때문에 환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장난쳐?

또 그놈들이냐?

총에 맞을 뻔 했다고.


늑대가 한 입에 목을 물어 뜯으려 할 때보다 더한 공포가 밀려왔다.

문 옆 벽에 바짝 몸을 웅크린 태진이 문 밖으로 조심스럽게 무언가 내밀었다.

개머리판이였다.


탕!


또 한번의 총소리가 들렸다.


"뭐하는 거..."


현우가 흥분해 소리치려 하자 태진이 그의 입을 막았다.

총알은 개머리판을 아슬아슬하게 맞췄었다.

태진이 알 수 있는 것은 두가지였다.


첫번째, 녀석들은 정문 쪽에 있다는 것.


두번째, 고배율 스코프는 없다는 것.


"지금부터 내 말 잘들어. 여기서는 내 지시대로 할거야. 지금 우리가 엄청 불리한 상황이야. 알지?"


알고 있었다.

그들은 지금 창고에 갇혀 있는 꼴이니까.


"안에 있는 총들은 지금 당장 못써. 방치 된지 오래돼서 격발 자체가 불가능 할 수도 있어. 총알은 쓸 수 있겠지만."


총이 오래된 것이랑 격발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현우도 군 생활하는 동안 이렇게 오랫동안 방치된 총을 써본적은 없었다.

그는 태진의 말을 전적으로 따르기로 했다.

태진이 과거에 무슨 일을 했는 지는 모르지만 이런 상황에 굉장히 익숙해 보이는 듯 했으니까.


"정문 기준으로 좌측 건물. 그 옆에가 지금 우리가 있는 건물. 좌측 건물 뒷쪽에는 뭐가 있지?"


그는 정문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부대의 건물을 어느정도 파악해 둔듯 했다.


"트럭들이 있어요.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주차장이거든요."


"그럼 거기서 밖으로 나갈수도 있어?"


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사육사 여자랑 합류해서 도망가. 우리가 왔던 길 그대로 가서 아까 우리가 쉬던 곳에서 대기해. 만약에 해가 질 때까지 내가 안가면 무기는 포기하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


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안됩니다. 같이 가야해요. 라는 말하고 싶은 듯이.


"나는 녀석들이랑 싸울거야. 내가 이길거고."


태진은 무기고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무엇을 찾나 싶던 때, 그가 수류탄처럼 생긴 것들을 주섬주섬 꺼내들었다.


"연막탄이에요?"


"응. 운이 좋네. 터지기만 하면 돼."


창고에 연막탄이 있다는 것은 현우도 몰랐었다.

군 복무 시절에는 개인화기만 반입했을 뿐 기타 병기 관리는 다른 이가 했었기 때문이였다.


팅.


태진이 연막탄의 핀을 빼냈다.

그리고 우리의 동선에 연막탄을 굴려보냈다.

쉬익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안개가 자욱해졌다.

훅, 하며 안개가 일렁였다.

요란한 총소리가 울렸다.

녀석들은 안개를 향해 마구잡이로 총을 쏴댔다.


현우 일행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안개가 움직인 것을 보고 쐈을 것이다.

바람탓인지 안개는 계속해서 일렁였다.

큰 어르신의 추종자들은 인내심 있게 안개가 걷히길 기다렸다.

이 정도의 화력을 퍼부었으니 시체만 확인하면 된다.

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이가 고개 짓으로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서너명의 인원들이 연막탄이 터진 곳으로 다가갔다.


"대장! 탄띠 밖에 없는데?"


대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창고 들어가보자. 창고에 숨어 있을 테니 CQC준비하고."


그들 중 둘이 창고를 신중하게 살피며 진입했다.

창고 안에는 총기들이 가득했지만 아무도 없었다.

뒤돌아 빠져나가려는 찰나, 총소리가 들렸다.

추종자 둘이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한 명은 정확하게 미간을 맞아 즉사했고 한 명은 폐를 당한 듯 헐떡 거리고 있었다.

창고에 있던 둘이 허겁지겁 뛰어나와 응급조치를 하려했다.

부상자는 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에도 무언가 말을 하려 했다.


"말하지마. 지금 치료하면 살 수 있으니까."


"진정해. 살아서 육지에서의 사명 끝내고 큰 어르신의 바다로 가야지."


그것이 그 둘의 유언이였다.

창고 맞은편 건물 옆에 은신하고 있던 태진의 총이 그들을 향해 불을 뿜었다.

부대 정문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대장은 무언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태진 선배! 나 위진철입니다! 살아있었다니 반갑네요!"


위치를 옮기고 있던 태진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

파 어웨이 필드.


어느 국가에도 속하지 않은 용병 부대.

그들 하나하나의 경험치는 노련한 특수부대 교관보다도 많다고 했다.

그들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군 상층부 외에는 퇴역한 용병 정도라고 한다.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지 다 하지만, 비무장인 사람은 절대 죽이지 않는 것이 그들의 규율이였다.


위진철.


그는 상대가 비무장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유린하듯이 죽였다.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로 풀어주듯 하다가 술래잡기 하듯이 쫓아가 죽였다.

죽은 이는 10살 남짓의 남자 아이였다.

태진은 그것을 목격하고 부대 대장에게 보고했고, 진철은 퇴출됐다.

***


태진은 좀더 신중하게 움직이기로 했다.

허술한 실력을 가지고 있던 녀석들과 달리 진철은 프로였다.

게다가, 진철은 태진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그를 알아챘다.


"아. 어떻게 알았냐구요? 간단하죠. 선배가 자주 쓰던 전략이잖습니까."


진철은 소총을 장전하며 태진이 있는 쪽을 향해 걸어왔다.

그리고 남은 대원들을 반대편 방향으로 손짓해 보냈다.


"연막탄 터뜨려 놓고. 탄띠 던져서 사람 지나간 것 처럼 꾸미고 총알 떨어지면 그때 빠져나가기. 누가 속냐 싶겠지만 전투중에는 사고가 마비 되기 마련이니까요."


진철은 신중하게 건물 모서리를 돌아 나왔다.

태진은 그곳에 없었다.


"혼자 전투하고 있는 거 보니 같이 있던 놈들은 초짜인가 봅니다. 조만간 죽겠네요."


진철은 고개를 까딱거리며 호흡을 가다듬더니 소총을 견착하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철이 향한 방향은 현우 일행이 있는 곳이였다.

상대의 위치를 알수 없다면 모습을 드러내게 만들어라.

기본적인 전술이였다.


태진은 진철의 발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듣고 급하게 추격하기 시작했다.

지킬 것이 있는 쪽은 언제나 불리하다.

진철의 발소리가 속임수일 가능성이 있다 하더라도, 태진은 뛰어나가야 했다.


***

"우리만 가자고? 태진 오빠는?"


현우가 앞장서서 담을 넘으려는 때, 가영이 우뚝 멈춰섰다.

그녀의 시선은 현우를 보고 있었지만 발은 이미 뒤를 향해 돌아있었다.


"누나."


현우는 담장을 넘으려다 멈추고 내려왔다.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고 돌렸다.


"지금 상황에서 리더는 태진 형님이에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까. 전투에 참여 하는게 오히려 방해가 될거에요."


침착하고 담담하게 말하는 듯 했지만 현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표적삼아 사격을 한 경험도 처음이였지만, 이 상황에 힘을 보탤 수 없다는 사실이 분했기 때문이였다.


"지금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전력을 다해 빠져나가서 태진형님을 기다리는거에요."


현우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심호흡했다.


"태진 형님을 믿어요. 우리가 할일은 형님을 믿는거에요. 믿자구요. 최선을 다해서 믿읍시다. 최선을 다해서."

***


진철이 건물 뒷편에 도착했을 때 현우 일행은 이미 빠져나가고 난 뒤였다.

상관없었다.

잔챙이들 따위 만난다면 언제든지 죽일 수 있으니까.

모든 것은 태진을 꾀어내기 위한 페이크.

진철보다 훨씬 많은 전투경험을 가지고 있는 태진은 언젠가 '큰 어르신의 추종자들'에게 방해가 될 것이 뻔했다.


죽인다면 그들이 불리한 지금이다.

태진이 심리적으로 불리한 지금.

진철은 태진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사격했다.

그리고 빠르고 신중하게 거리를 좁혀갔다.

다수의 총성이 계속해서 조용한 군부대안에서 울려퍼졌다.


"선배님!"


진철이 숨을 고르며 벽 뒤에 붙어 소리쳤다.


"어르신과 함께 하시죠! 당신이라면 어르신의 부름을 받기 충분합니다!"


태진은 벽뒤를 조준한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어르신이 뭔지 모르고 니들한테 관심은 없지만 니가 그렇게 따르는 걸 보니 정상은 아니네!"


태진이 벽 뒤를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그가 무언가 더 말을 이어 가려는 찰나, 진철이 튀어나와 거리를 좁히며 권총을 꺼내들었다.

트럭 한대를 끼고 돌며 견제 사격을 하며 치열한 추격전이 이어졌다.

평소에 날랜 움직임을 가진 진철이 결국 태진의 뒤를 잡고 권총을 겨누었다.


틱.


총알이 떨어졌다.

진철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뒤를 잡았다는 생각에 권총의 슬라이드가 젖혀져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태진이 뒤로 돌아 그의 미간을 겨누었다.

진철은 깨달았다.

뒤를 잡은게 아니였구나.

총알의 수를 세다가 일부러 뒤를 내준거구나.


아슬아슬하게 뒤를 보여주면서!


"으아아! 어르신! 여기 어르신의 적이 있습니다! 부디 당신의 사명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십시오!"


진철은 권총을 바닥에 내팽게치며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분노에 차 있었다.

무엇이 그를 분노하게 했는지는 명확하게 알 수는 없었다.

사명을 완수하지 못한 것?

태진을 죽이지 못한 것?

태진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때, '파동'이 느껴졌다.


'세번째! 써드 웨이브! 왜 하필 지금!'


첫번째는 2년전 그날이였고, 두번째는 작년이였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웨이브는 1년에 한번 꼴로 일어난다는 것.


태진은 시야가 흐려지고 평형 감각이 이상을 느꼈다.

마치 중력이 반대로 작용하는 듯한 불쾌한 감각이였다.

중심을 잡고 똑바로 서 있으려 애썼지만 바닥이 눈에 가까워질 뿐이였다.

자신의 자세가 어떤지도 알기 힘들었다.


추운지, 더운지, 몸의 어디에 힘이 들어가는지도 알수 없었다.

써드 웨이브의 효과는 완벽한 감각의 교란이였다.

비틀거리는 중에 잠깐 보인 진철도 마찬가지로 바닥을 짚으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정신차려.

감각을 바로 하는 거야.

무엇이 진짜 감각인지, 무엇이 가짜 감각인지 구분해내!


태진은 처음 물구나무서기를 했을 때의 감각을 떠올렸다.

세상이 뒤집히는 느낌.

보이는 풍경과 느끼는 감각이 뒤죽박죽이 되었던 느낌.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 감각을 바로 할 수 있다.


진철보다 빨라야 해!


태진이 바닥과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을 때, 진철이 먼저 일어나 도주하기 시작했다.

먼저 정신을 차렸음에도 태진을 처리하지 않은 이유는 이성적으로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가지 확실한건 그의 표정은 환희에 가득차 있었다는 사실이였다.


탕!


태진이 진철의 뒤에서 총을 쏘았다.

노리쇠가 후퇴 고정됐다.


마지막 총알이였으니까.


쓰러진 진철은 다시 벌떡 일어나 다리를 절며 계속해서 멀어져갔다.

시간이 흐르고 감각이 어느 정도 돌아왔을 때 쯤 해는 아직 지지 않았다.

태진은 약속된 장소로 걸어갔다.

긴장이 풀리자 몸이 천근같았다.

게다가 서드 웨이브의 효과가 아직 남아있는 듯 걷기 어려웠다.

그렇게 10분 정도를 걸어가자 도착한 장소에 현우 일행은 없었다.


'조만간 죽겠네요.'


진철의 일행이 남아있던 건가?

그러고보니 진철은 어느 방향으로 뛰어간거지?


그때 저 멀리 수풀이 바람에 살랑이듯 움직이나 싶더니 태진을 겨누고 있는 총구가 나타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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