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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광 님의 서재입니다.

광견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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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화광
작품등록일 :
2021.05.31 02:57
최근연재일 :
2021.06.20 20:0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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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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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글자수 :
173,957

작성
21.06.0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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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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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체인

DUMMY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마냥 들뜨고 흥겨운 분위기의 네 명.

입에 막대사탕을 문 시우가 제일 앞에 걷고, 규철과 대만이 어깨동무를 한 채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오고, 그 뒤를 두석이 뒤따라 걸어오고 있다.


대만 - 시우야, 화식이랑 철오한테 둘 다 메시지 다시 남긴 거야?

시우 - 당근이지. 늦더라도 이쪽으로 오라고 했어, 기다리고 있는다고.

대만 – 근데 철오 많이 늦으면 어떡하냐?

시우 – 방배동 까페들 새벽까지 하는 데 많으니까 들어가서 삐삐 쳐 놓으면 되지 뭐.

대만 – 그래, 그게 낫겠다. 철오 길치라 니네 집 죽어도 못 찾아온다. 하하.

규철 – 걘 왜 그렇게 길을 헤맬까? 바보같이.

시우 - 야, 나 뒷머리 안 죽었냐? 스프레이랑 다 집에 두고 왔더니 영 찜찜하네.

규철 - 아, 미친 새끼. 쟤 하루 종일 짜증나 죽겠어.

시우 - 네가 똑바로 안 봐주니까 그렇지, 거울도 없는데.

규철 – 미친개싸이코 진짜... 두석아, 괜찮냐?

두석 - (살짝 취한 느낌) 어~

시우 - 근데 수능 볼 땐 거울 못 들고 들어가나?

규철 - 와, 대단하다. 누가 본다고... 하...


대만 일행이 얘기를 나누며 마침 경수의 앞을 지나간다.

경수는 여전히 앉은 채로 무심코 ‘후욱’ 담배 연기를 내뿜는다.

그 연기를 하필이면 맨 뒤로 지나가던 두석이 그대로 맡게 된다.


두석 - (경수 앞에 멈춰 서며) 아, 담배 냄새 진짜. 이 씨발새끼가...


경수는 두석을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피던 담배를 마저 핀다.


두석 - 야, 고삐리. 눈에 뵈는 게 없어? 디지고 싶냐? 담배 안 꺼?

경수 - (두석은 쳐다보지도 않고) 가던 길 그냥 가쇼.

두석 - 아구창을 확 찢어 불라 이 씨발새끼가. 진짜 뒤지고 싶냐 좆만아? 내가 니 눈깔에다 지져서 꺼줄까?


경수는 담배를 쭉 빨아 연기를 머금고 일어선다.

그리고 두석의 얼굴에 연기를 내뿜는다.


경수 - 좆까는 소리 하지 말고 꺼져, 이 씨발놈아.

두석 - (웃으며) 하, 나 이런 개호로 양아치 새끼를 봤나? 야, 너 그러다 처맞어 나한테.


경수는 담배를 짧게 빨았다 연기를 내뿜으며 담배 불똥을 손가락으로 탁 쳐서 두석의 가슴에 날린다.

곧바로 주먹을 날리는 두석.

경수는 재빠르게 피한 후 다시 바로 주먹을 날린다.

하지만 두석은 경수의 주먹을 피하고 번개같이 원투펀치를 경수의 얼굴에 꽂아 넣는다.


Julio Iglesias 'Crazy'


피를 튀기며 눈이 풀린 채 비틀거리는 경수의 얼굴.

뒤쪽의 소란에 돌아보는 시우.

웃으며 걷다 돌아보는 규철과 대만. 그리고 깜짝 놀라는 표정들.

그리고 쓰러져가는 경수를 바라보는 두석의 얼굴.

경수의 얼굴이 스르륵 아래로 떨어져 바닥에 푹 고꾸라지고, 긴 핏방울들이 이어 후두두 떨어져 내리면 그 뒤로 흐릿한 풍경이 드러나 보인다.


쓰러진 경수를 내려보던 두석은 문득 따가운 시선들이 꽂히는 느낌에 고개를 들어 본다.

경수의 얼굴이 사라진 그 흐릿한 풍경으로 초점이 또렷해지면 40여 명의 폭주족들이 두석을 부릅뜬 눈으로 일제히 노려보고 있다.


순간 일촉즉발의 정지 상태가 된 폭주족들과 대만 일행.

폭풍이 몰아치기 전의 고요처럼 싸늘한 정적이 감돈다.


잡아 죽일 것 같이 분노에 차 일렁거리는 폭주족들의 살벌한 표정.

멀리 쓰러진 경수의 모습을 보고 있는 창익과 헌수의 표정 역시 몹시도 험악하다.

아슬아슬한 분위기.

터지기 일보 직전의 풍선처럼 팽팽해진 긴장감.

그리고 천천히 일어서는 도준의 굳은 옆얼굴에는 시퍼런 살기가 서려 있다.


시우 - 째!


시우가 별안간 소리치며 후다닥 도망치기 시작한다.

그러자 규철 역시 곧바로 뛰기 시작하고, 대만은 잠깐 허둥대다 마찬가지로 부리나케 따라 뛴다.


그와 동시에 마치 성난 들개 떼처럼 폭주족들이 일제히 우르르 달려든다.


‘이야아!’


잡아먹을 듯 내지르는 함성 소리.


깜짝 놀란 두석도 정신이 번쩍 들어 본능적으로 마구 달리기 시작한다.


가장 멀리 있던 창익과 헌수도 피던 담배를 던져 버리고 곧바로 달려들어 뒤를 쫓는다.


대만 일행을 쫓는 폭주족들의 우악스러운 고함 소리와 거센 발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조용하던 포장마차촌 앞 사당역 공영주차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린다.


쫓기는 대만 일행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사당동 번화가가 있는 큰 도로 쪽으로 되돌아 달아난다.


이때 슬쩍 뒤를 돌아보는 대만의 모습.

그 잠깐의 순간, 도준이 멀리 그런 대만을 날카롭게 주시한다.


앞서 달리는 폭주족들을 엄청난 속도로 제치면서 바짝 뒤를 쫓는 큰 키의 창익.

그리고 죽어라 내달리는 대만 일행.


두석 - 으아아...

규철 - (두석에게) 야 이 미친 새끼!

시우 - (그 와중에 옆머리를 살짝 눌러 주며) 씨~발, 좆됐다.

대만 - 차도로 건너 그냥!


대만 일행은 차들이 쌩쌩 지나는 차도로 앞뒤 재지 않고 냅다 뛰어든다.

그 바람에 지나던 차들이 끼이익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어지럽게 멈춰 서고, 다급하게 여기저기 클랙슨을 울려댄다.

대만 일행은 그 사이로 위험천만 아슬아슬 비틀대며 결국 왕복 팔 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 버린다.


어느새 폭주족 무리의 맨 앞으로 치고 나온 창익도 곧바로 차도로 뛰어들어 대만들을 쫓으려 한다.


하지만 그때 어디선가 울리는 경찰차의 크고 짧은 사이렌 소리.

창익이 흠칫 놀라 돌아보면 차도 저편에 경찰차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다가오는 모습이 보인다.


창익은 급히 손을 들어 폭주족들을 제지한다.

우르르 달려들던 폭주족들은 그에 일제히 차도 앞에 멈춰 선다.

창익은 경찰차 쪽을 주시하며 손짓으로 물러설 것을 명령한다.

그러자 폭주족들은 재빨리 주차장 쪽으로 물러서서 흩어진다.

그때 마침 차도까지 도착한 헌수.


헌수 - (숨을 헐떡이며) 저 개새끼들...


헌수는 곧바로 뒤돌아 폭주족 무리들 쪽으로 뛰어간다.


헌수 - 야, 호준아. 큰길부터 막고, 애들 끌고 네가 저 새끼들 쫓아.

호준 - 네, 형. (주변의 폭주족들에게) 야, 가자.


열 명 정도의 인원들이 자전거 체인, 테이핑 한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을 한 채 오토바이에 올라타 급히 시동을 걸고 대만 일행을 쫓기 위해 출발한다.


헌수 - 그리고 나머진 지금 바로 애들 다 삐삐 때려. 핸드폰 있는 새끼들 전부 섭외하고 연락되는 놈들 싹 다 호출해서 저 새끼들 수배해.

일동 - 네!


헌수의 지시에 폭주족들은 재빠르게 흩어져 일사불란하게 각자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다.


지시를 내린 헌수는 이어 두석에게 맞아 쓰러진 경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간다.

그곳에는 정열이 어느새 먼저 달려와 피를 흘리는 경수를 부축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헌수 - (경수 쪽으로 걸어가며) 경수 어때?

정열 - 코뼈 나간 것 같은데요? 병원 가봐야 할 것 같아요.

헌수 - 정열이 네가 빨리 데리고 병원 갔다 와라.

정열 - 네, 헌수 형.


정열은 경수를 부축해 자신의 오토바이 쪽으로 향한다.


헌수는 다시 창익 쪽을 돌아보며 외친다.


헌수 - 창익아, 나도 뒤쫓아가 볼게.


창익은 여전히 차도 쪽을 바라보고 있는 채로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으로 알았다는 신호를 한다.


헌수는 몇 명의 폭주족들을 이끌고 떠나고, 창익은 이미 멀어져 보이지 않는대도 대만 일행이 사라진 방향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그리고 도준이 그 곁으로 뚜벅뚜벅 다가가 창익 옆에 선다.


창익 - 도준아, 아까 그 교복 입은 새끼 혹시 예전에 대만인가 하는 그 녀석 아냐? 기억하지?


도준 역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사라진 대만 일행 쪽을 바라본다.


도준 - 기억하지... 김대만.


가쁘게 숨을 내쉬며 달리고 있는 대만의 뒷모습.

문득 멈춰 서더니 뒤를 돌아본다.

뭔가 마음에 남는 듯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

하지만 이내 앞선 친구들을 쫓아 다시 뛰기 시작한다.


그 뒷모습이 번화가 골목의 지저분한 불빛들과 어둠 사이로 뒤섞여 멀어져간다.


18. 회상 - 텅 빈 교외 직선차도 (1993년 초겨울)


엔진의 굉음을 울리며 밤거리를 질주하는 라임그린 닌자의 바퀴.

텅 빈 긴 도로에 늘어선 가로등 불빛들이 휙휙 도준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상처 하나 없이 하얗고 앳되어 보이는 얼굴.

얼굴을 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상쾌함을 즐기는 도준.

액셀을 힘껏 당겨 더욱 빠르게 텅 빈 도로를 질주한다.


긴 불빛의 잔영을 남기고 터널 속으로 멀리 사라지는 도준의 오토바이.


19. 회상 – 아파트 지하 주차장


고요하기만 한 텅 빈 지하 주차장.


멀리서 오토바이의 엔진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오다 뚝 멈춘다.

곧 엔진을 끈 채 그 탄력을 이용해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도준의 오토바이.

온통 조용한 가운데 바닥을 밟는 타이어의 자박한 마찰음만이 낮게 퍼진다.


도준은 오토바이를 구석에 세우고 바퀴에 자물쇠를 건 후 오토바이 커버를 씌운다.

그리고 장갑을 벗어 탁탁 털고는 바닥에서 가방을 집어 들어 그 안에 넣는다.


가방을 어깨에 메고 다시 출구 쪽으로 걸어 나가는 도준의 뒷모습.


20. 회상 – 지하 주차장 바깥


도준은 지하 주차장을 나와 아파트 입구를 지나서는 잠깐 주변을 둘러본다.

아직 오토바이를 타던 순간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 살짝 벌겋게 상기된 표정이다.


제법 쌀쌀한 날씨.

입가에 입김이 옅게 새어 나온다.


밝아오는 새벽빛으로 푸르스름한 텅 빈 주택가 거리를 가볍게 뛰어가는 도준.

중간중간 한 번씩 취해 보는 섀도복싱의 동작들이 빠르고 날카롭다.


그렇게 점점 멀어지는 도준의 모습.


21. 회상 - 교실 (동신 실업 학교)


이른 아침 텅 빈 교실.

창가 쪽 맨 뒷자리에 도준이 엎드려 자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 명 두 명 학생들이 들어와 자리를 채우고 밝아오는 햇살에 교실이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수업을 하는 동안에도,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시끄럽게 뛰어놀아도, 도준은 움직이지 않고 죽은 것처럼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자고 있다.


삼 교시 쉬는 시간.

같은 반 남학생 한 명이 지나가다 툭 도진의 가방에 부딪힌다.

그 결에 슬쩍 내려보자 살짝 벌어진 가방 틈새로 바이크용 장갑이 보인다.

그 남학생은 잠깐 보고는 곧바로 교실을 나간다.


점심시간이 되고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도시락을 꺼내 먹는다.


여전히 죽은 듯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도준.

그런 자고 있는 도준의 곁으로 두 명의 남학생들이 다가온다.

주변 학생들은 그 둘을 보자 슬며시 자리를 피한다.

다가온 그 둘은 자고 있는 도준을 보더니 발로 책상을 툭 쳐서 도준을 깨운다.


선배1 - 야, 일어나.


도준은 졸린 눈으로 그 둘을 올려본다.


도준 - (잠에 취한 목소리) 네?

선배1- 너 잠깐 따라와 봐.

도준 - 왜?

선배2 - 왜? 개새끼가 미쳤나. 1학년 새끼가 어디서 말을 까고 지랄이야?

도준 - (약간 기가 죽은 듯) 네? 왜 그러는데요?


선배1이 도준의 뒤통수를 냅다 후려갈긴다.


선배1 - 오라면 오지 뭔 말이 많아?


도준은 당황하지만 그래도 끝까지 일어서지 않는다.


도준 - 이유를 얘기해줘야죠.


선배1이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자 옆의 선배2가 도준의 뒤통수를 계속 툭툭 때리기 시작한다.


선배2 - 야 이 좆만 한 새끼야, 선배가 나오라면 발딱발딱 나와야지 어디서 처앉아 가지고 말대꾸를 찍찍 갈겨? 니 애미가 그리 가르치던?


도준은 주먹을 불끈 쥐고 둘을 노려본 채 일어서려 한다. 그때


인철 - 그럼 니네 애미는 그러라고 가르치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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