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킬을 퍼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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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소설 속에서 주로 보았던 가면의 용도는 당연히 정체를 숨기는 데에 쓰였다. 혹은 의심스러운 인물로 설정했을 때 가면을 씌워놓고는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챔피언 고블린이 가면을 썼을 때 의문보다는 의심이 들었으며 얼마나 강해질지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강해지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만약 내 레벨이 조금이라도 낮았다면 즉사했을 거다.
그렇기에 두려웠었지만 잡았으니 됐다.
파앗!
그리고 지금은 그 가면의 조각을 흡수하고 있었다.
“우오.”
기분 좋은 포만감이 뇌의 끝자락을 태우는 느낌이었다. 그 정도로 가면 조각은 잡템으로서 가치가 높았다.
사실 헌터 협회에서 비싸게 매각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내 능력치를 올리는 게 더 중요했다.
그래야 나중에 다른 던전을 갔을 때 몬스터를 더 쉽게 잡을 수 있을 테니까.
“우와······.”
옆에서 신새봄이 감탄사를 툭하고 뱉었다.
신기한 모양이다.
그야 그럴 거다.
가면이라는 것도 처음 볼 텐데 그걸 흡수까지 하고 있으니······.
솔직히 나도 신기하다.
이런 일은 나도 처음이었으니까.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으니 모를 만하고.
어쨌든 가면을 모두 흡수했고 그 영향이 바로 나타났다.
[가면을 흡수했습니다!]
[가면 분석중······.]
[챔피언 고블린의 가면입니다.]
[스킬 획득!]
“어?”
스킬을 또 준다고? 보통 스킬을 얻으려면 무지막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들었는 데 이렇게 쉽게 스킬 세 개를 얻다니······.
확실히 잡템 마스터가 사기 능력이기는 한 모양이다.
나는 스킬창을 열어 빨리 확인했다.
[고블린 감수성]
“고블린 감수성?”
이건 또 뭔 스킬이야?
*
고블린 감수성 스킬의 정보를 읽었다. 제법 길고 복잡했지만 대충 요약해서 읊어 보았다.
“고블린의 앞으로의 행동이나 약점을 파악하기가 쉬워진다 이건가?”
몬스터 고블린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된 모양이다. 챔피언 고블린 보다 더 강한 상위종을 분석할 수도 있다고 한다.
대단하구나!
정말 굉장한 스킬이었다. 이걸로 고블린이 나오는 던전에서 활약하기가 더 쉬워졌다.
나는 신새봄을 보며 물었다.
“새봄씨.”
“네.”
“고블린들 중에서 제일 강한 고블린이 누구에요?”
“그건······.”
신새봄이 고민하는 눈치로 있다가 마침내 생각이 난 것인지 입을 열었다.
“역시 고블린 중에서 제일 강한 건······ 보스 고블린이겠죠? 그 밑으로 사제 고블린이나 전사 고블린 같은 고블린의 상위 개체들이 있고······.”
“랭크로는?”
“C랭크 정도가 제일 강한 고블린일 거예요.”
“음, 그러면 다음 던전은 C랭크 던전으로 가야겠네.”
“네?”
나는 그녀가 되묻는 말에 굳이 답하지 않았다. 그저 출구 쪽으로 걸어가면서 말할 뿐이었다.
“계속 거기 있을 거예요? 이제 슬슬 출구로 나가야죠.”
“아, 네!”
띨띨하기는.
신새봄은 아무래도 뭔가를 하는 데에 있어서 그렇게 똑똑하지 못한 모양이다. 짐꾼 역할을 오래하느라 무언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에 약한 탓일지도 모른다.
나와 신새봄은 출구 포탈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새하얀 빛이 나를 감쌌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찰칵! 찰칵!
“나왔다! 나왔어!”
“어서 취재해!”
······뭐야?
무슨 일이지?
나는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나와 신새봄을 향해 마이크와 카메라 렌즈를 들이 밀었다.
그리고 제각기 소리쳤다.
“헌터님! 던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던전이 폐쇄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빠져 나온 거죠?”
“생존자는 둘 뿐입니까?”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야 나는 어쩌다보니 성좌의 장난질로 던전에 들어간 거고 신새봄은 실제로 동료를 잃었으니까.
그러니 대답해야 할 것은 내가 아니라 신새봄일지도 모른다. 조금 잔인한 말이었지만······.
신새봄이 입을 달싹거릴 때였다.
“그만.”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날카롭지만 강인한 목소리.
그 목소리가 그만하라 하자 모두가 조용해졌다. 그리고 일제히 기자들이 길을 만들어줬다. 그 길을 뚫고 여자가 나와 신새봄을 향해 걸어왔다.
검은 챙이 큰 모자를 쓴 여자였는 데 그녀는 선글라스를 벗어서 가슴 쪽 옷에 끼워 넣더니 말했다.
“많이 놀라셨죠? 모니터링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모니터링?”
“아. 모르셨나요?”
여자가 싱긋 웃었다.
“붉은 새 측에서는 우리 쪽 헌터들의 상황을 주시하기 위해 특정 스킬을 지닌 사람들을 이용해 던전을 모니터링합니다. 그래서 당신의 상황도 잘 알고 있죠, 현솔씨.”
······정말로 모니터링을 한 모양이다.
나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그래서, 용건은?”
뭘 원하는 걸까?
*
찰칵! 찰칵!
기자들이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부담스럽도록 나와 여자 쪽을 찍어대고 있었다.
뭔가 부끄럽다. 꼭 스캔들이라도 난 것 같은 느낌이다. 연예인이 되어 본 적은 없지만······ 지금만큼은 연예인 부럽지 않게 관심과 이목이 집중된 상황이다.
여자가 챙이 큰 모자를 벗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저는 강세연. 붉은 새 클랜의 대장입니다.”
“아, 그러셨군요.”
“그러고보니 던전에서 별안간 나타났는 데, 성좌의 장난입니까?”
“네, 대충은.”
일부러 얼버무리며 말했다. 왜냐면 굳이 사실대로 말해봤자 좋을 것이 없고 사실대로 말하지 않아도 나쁠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충 대답한 것이었고 이것을 어떻게 받아 들인 거지.
“아하.”
강세연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이 상황을 모르는 것도 당연하겠네요.”
“그래서, 던전이 무슨 상황이었길래 사람이 이리 모인 거예요?”
“최근 몇몇 던전에서 일어나는 폐쇄 사건, 아시나요?”
“폐쇄 사건······. 제가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에 어두워서.”
“간단히 설명하자면 던전 입구가 돌연 봉쇄되고 보스를 잡아야만 빠져나갈 수 있는 던전이 늘어난 겁니다.”
“그거 위험하군요.”
“던전의 입구가 막히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죠?”
“네, 당연히.”
던전의 입구가 막히면 위험하다.
왜냐면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던전들은 몇 번이고 나갔다 들어갔다하면서 몬스터들과 지리를 파악하고 마지막에 보스를 잡는다.
그래서 탐험 팀과 연구 팀과 공략 팀으로 나누기까지 한다.
그런데 들어갔는 데 절대 못 나간다면?
탐험 팀은 죽은 목숨이 되는 거다.
“새봄이도 탐험 팀의 짐꾼이었죠. 살려내서 감사드립니다.”
“할 수 있는 일이니까 한 겁니다.”
“하긴, 그렇겠죠.”
강세연이 활짝 웃으며 명함을 들이 밀었다.
“그래서······ 당신의 가능성을 보고 요청하는 건데······.”
“스카웃 제의인가요?”
“맞습니다. 뭐, 먹고 싶은 거라도 있으신가요?”
“음······.”
나는 잠시 고민했다. 뭐가 좋을까. 지금 제일 먹고 싶은 거라면 역시······.
“햄버거.”
의외로 지금은 인스턴트 식품이 땡겼다. 햄버거 집으로 유명한 칸타로스에 방문하고 싶었다.
“칸타로스가 마침 저기 있네요. 저기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죠.”
“윽.”
“왜 그러시죠?”
“아뇨, 이런 서민 음식이랑은 잘 안 맞아서······.”
강세연이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히죽 웃으며 놀렸다.
“그래서, 지금 제가 원하는 게 아니라 다른 걸 먹으시겠다?”
나를 스카웃하는 데 그런 예의를 안 지키겠다 이건가?
그런 의도로 물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놀리고 싶은 마음이 강해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고······.
“아, 알겠습니다.”
강세연은 여전히 난처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식은 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칸타로스 내부에 들어가 햄버거를 시키고 커피 한 잔 또한 시켰다.
싸구려 커피와 햄버거가 눈앞에 들어오자 일단 감자튀김부터 주워 먹으며 내가 말했다.
“그래서, 조건은요?”
“조건은······.”
강세연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리 나쁘지 않을 겁니다.”
*
그리 나쁘지 않다라.
나는 우물우물 햄버거를 씹으면서 강세연이 조건으로 제시한 것을 생각했다.
우선 던전은 일주일에 일 회 이상 들어가야 한다. 어느 던전이건 상관 없이 F랭크여도 된다고 했다. 그러니까 일정 이상 클랜에게 기여를 해야 한다는 거다.
그리고 능력치 포인트를 올리는 책을 일주일에 하나씩 공급해준다고 했다. 성장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겠다는 거다.
또한 필요한 헌터 도구도 등급에 따라 차등 배분해준다고 했다.
돈도 물론 꽤나 주는 모양이다.
나름 나쁘지 않은 데······ 어떻게 하는 편이 좋을까?
나는 계약서를 받아 든 채 슬쩍 강세연 쪽을 보았다. 강세연은 여전히 자신만만한 사나이다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자인데도 멋져 보인단 말이야. 굉장히 매력적인 미소였다.
하지만······ 그런 미소와는 별개다. 이건.
“거절합니다.”
“당연히 그래야······가 아니라, 네? 뭐라고 하셨죠?”
“거절한다고요.”
“아니······ 정말로요?”
“네. 정말로.”
강세연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표정 관리가 시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이렇게 좋은 조건은 어딜 가도 없을 겁니다. 그런데, 거절이라뇨?”
“조건은 확실히 좋은 데, 저랑 안 맞아서요.”
“안 맞다니, 뭐가?”
“일주일에 한 번 던전에 가야 한다는 거요.”
“한 달에 한 번으로 바꿔드릴까요?”
“아뇨, 저는 그 제약 자체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건 안 됩니다.”
“그러니까 계약은 없던걸로.”
강세연이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니,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던전에 갈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헌터라면.”
“제가 좀 게을러서요.”
누가 시키면 안 하는 게 내 성격이다.
그래서 거절한다고 하자 강세연이 조금 허탈한 표정으로 허허 웃었다.
“이런······.”
뭐라뭐라 혼자 중얼거리고 있었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꾸벅이고 자리에서 빠져 나왔다.
뭔가 미안하기는 한데······ 어쩔 수 없었다.
왜냐면 나는 누가 시키면 안하고 책임감도 별로 없고 성실하지도 않은 이 시대의 평균적인 청년이었으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헌터로 각성한 주제에 던전 한 번 안 간 헌터였었고 지금도 그 마인드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뭐 그래도.
“던전 정도는 한 번 더 가보도록 할까.”
고블린의 감수성.
그런 사기 스킬을 얻었으니 고블린 사냥을 한 번 더 나가도 될 것 같았다.
나는 던전을 예약하기 위해 헌터 협회로 향했다.
인벤토리에 가득찬 아이템도 현금으로 환전해야 했으니까 겸사겸사 가는 거다.
“그러면 얼마나 벌렸을지 봐야겠네.”
꽤나 비싼 아이템들이 많이 들어온 느낌인데, 얼마 정도 벌렸을까?
부우우웅-!
내가 탄 택시가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헌터 협회로.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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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면은 과연 무엇일까요?
* 주인공은 어디까지 강해질까요?
* 하루 전날 미리 써놓은 예약 연재글에 후기를 남기며,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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