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 사람과 함께 하는 즐거운 던전 나들이!
*
나와 고진호, 그리고 신새봄과 강세연, 마지막으로 이지석이 한혁이 있는 던전 내부로 들어왔다. 던전은 여전히 건재했지만 문제는 입구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별 수 없이 이지석을 제외한 우리는 던전 미니맵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지석이 뒤를 졸졸 쫓아오며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이쪽 세계는 편하군. 질투까지 날 정도야.”
“이쪽 세계? 아.”
그러고보니 이지석은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했다. 태권도 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아 태권도만 하는 세계 뭐 그런 것인가 싶었지만······ 아마 그런 세계 따위는 존재하지 않겠지. 확신은 들지 않지만 존재하면 조금 무서울 거다.
전 세계인들이 태권도 3단을 기본적으로 한다면 다른 의미로 무서울 거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문득 물었다.
“그러고보니 지석씨. 다른 세계에서 왔다고 했었죠.”
“······그렇다.”
“어쩌다 이 세계에 온 거예요?”
“태석이 가라고 하더군. 가는 방법까지 마련해줘서.”
“태석? 그 사람은 또 누구에요.”
“굉장한 녀석이지. 내가 아끼는 아들 같은 사람이다.”
“음······.”
양아들 뭐 그런 것인가. 무협지 같은 세계인가······. 어쩌면 이지석만 그런 거고 다른 사람들은 우리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 사람을 보고 전체를 판단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리고 미니맵을 보고 편해서 질투까지 난다고 했잖아요. 그러면······ 그쪽 세계에는 이런 거 없나요? 몬스터 없어요?”
“몬스터라기보다는 괴수라는 표현으로 부르지. 그리고 조금 다른 점은······ 던전이란 게 없고 갑자기 현실에 괴수들이 튀어 나오는 거야. 그때마다 인명피해가 자주 일어나지. 태석이도 어렸을 적에 부모를 잃었어.”
“······.”
아무래도 이지석이 살던 세계는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 달리 어둡고 음침할 지도 모른다. 괴수들이 갑자기 현실에 튀어나오고 죽는다니······. 아포칼립스 시대가 되지 않은 것이 용할 정도였다.
“그쪽 세계 사람들은 치열하게 싸워왔군요.”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 그게 태석의 가치관이자, 우리가 품어야 할 가치관이었으니까.”
“뭐······ 굉장하네요.”
보스룸에 도착했다. 어째서인지 보스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다시 열어야 하는 모양이다. 아마 인원수를 추가하면서 던전의 구조가 초기화 된 탓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지석에게 기다리라고 하고 보스룸의 문을 열었다.
쿠구구-궁.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보스룸 안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안을 보고 조금 당황했다.
안에는 한혁이 없었다.
하지만 한혁과 닮은 거대한 몬스터 한 마리가 보였다.
“뭐야······?”
그러고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보스룸에 한혁이 있었다면 하이드가 다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정보를 듣고 하이드가 우리를 잽싸게 부르거나 이지석이 들어갔을 지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하이드는 그때 크게 다쳤었다. 그 이유는 보스 몬스터가 갑자기 습격했기 때문이었다.
한혁은 반은 몬스터라고 했으니······ 한혁은 주기적으로 이곳에서 몬스터가 되었다 인간이 되었다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은 몬스터 상태였다.
“미리 미리 좀 알려주지.”
나는 미친 사냥개 마검을 쥐어 들었다. 신새봄 또한 폭탄을 집어 들었고 고진호는 곡도를 들었다. 강세연은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린 채 발도술을 준비했다.
이지석은 열 개의 반지 중 한 두 개에 빛을 내었다. 주먹을 쥐고 무술 동작 같은 것을 취해 보였다.
“일단 죽이지는 말고 기절시켜요. 저 자가 지석씨를 부른 한혁이었으니까.”
“이었다라, 지금은?”
“다른 세계랑 접촉한 영향으로 몬스터가 되었다가 인간 되었다가 혼란스러운 모양이에요. 그러니까 조심히. 죽이지 말고. 알겠죠?”
“알았다.”
몬스터가 된 한혁을 노려 보았다.
크르르르르-.
몬스터가 침을 질질 흘리며 털로 수북한 손에 대검을 쥐고 있었다. 자신의 몸 만큼이나 거대한 것이었다.
[세계 파편의 수호견이 당신을 노려봅니다.]
세계 파편의 수호견이 저 녀석의 이름인 모양이다. 결코 질 수는 없었고 나에게는 힘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하다 여겼다.
아무리 괴물이어도 결국 A랭크 정도가 고작이었으니까. 한혁의 본연의 힘을 전부 사용한 괴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전투가 시작되었다.
*
그렇게 모두가 전투 태세를 갖춘 상태로 전투가 시작되었고, 제일 처음으로 이지석이 나섰다. 이지석의 반지에서 노란 빛이 나더니 그의 몸에 전기가 둘러졌다. 순간 일본 만화에 나오는 귀여운 노란 짐승이 떠올랐지만······ 지금 사람들에게 말했다가는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 같아서 참았다.
“이 힘은 전격의 반지.”
이지석이 그렇게 말하며 엄청난 속도로 세계 파편의 수호견에게 달려 들었고 뛰어 올랐다. 그리고 허공에서 점프를 한 번 더하고 앞으로 돌진했다.
······무슨 대전 격투 게임의 기묘한 움직임을 보는 것 같아서 멋있었다. 나도 저런 능력을 쓰고 싶다는 느낌이었다. 지석은 그대로 세계 파편의 수호견과 부딪쳤고-.
콰릉!
전기가 세계 파편의 수호견에게 내리쳤다. 아니 번개라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몰랐다. 굉장한 기세와 위력의 전격이었으니까. 그것에 맞자 세계 파편의 수호견이 찌릿찌릿거리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지석이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모두, 공격해라!”
“예!”
신새봄이 소리치면서 폭탄을 집어 던졌다. 귀엽게 생긴 핑크색 공이 세계 파편의 수호견에게 날아가 박혔다. 그리고 일어난 폭음은 귀엽다기 보다는 공포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콰가가가가가가강-!
세계 파편의 수호견이 깨갱! 소리를 내며 눈물을 조금 흘렸다. 도대체 어떤 재료를 넣었길래 저런 괴물 폭탄이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신새봄이 “헤헤······.”하며 뿌듯한 웃음을 내서 뭐라 할 말을 잃었다.
그 뒤로 곧바로 강세연이 발도술로 세계 파편의 수호견에게 유효한 타격을 다수 먹였다. 세계 파편의 수호견이 뒤늦게 이곳저곳으로 물러나면서 발도술의 타격을 입었다. 뒤이어 고진호가 버스킹을 사용했다. 붉은 기운을 흩뿌리며 정확히 40번 정도의 타격을 먹였다.
하지만 세계 파편의 수호견은 아직까지는 멀쩡했다.
크르르르르르-.
그렇게 괴음을 내며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순간 눈빛에 압도되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
내 귀에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아니, 소리는 착각이 아니었을 거다. 한혁의 목소리였으니까. 한혁이 바라는 것은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자기 자신이 몬스터가 되는 것도 거리끼지 않고 대의를 위해 희생하려 하는 것이겠지.
그런 그를 위해 나 또한 움직일 거다. 비록 게으르고 노는 것만 좋아했지만······ 잠깐 동안은 성실히 행동할 것이었다.
이번 일 끝나면 진짜 집에 틀어박힐 생각이었으니까.
나는 그리 생각하며 미친 사냥개 마검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쿠우우웅-!
그리고 그 타격에 세계 파편의 수호견이 천천히 쓰러졌다.
“끝났네. 아니, 끝난······ 건가?”
“일부러 우리 놀리지마요. 불안하게.”
괜히 플래그를 꽂아 보는 것이다.
“이 일이 끝나면 결혼할 거야.”
“······.”
내 말장난에 고진호가 차가운 눈으로 노려 보았다. 옆에서 신새봄이 드물게 신난 표정으로 물었다.
“누, 누구랑 결혼하시게요? 설마······ 고······.”
“아닙니다.”
더 이상 대꾸했다가는 신새봄에게 정신적 타격을 입을 것 같아 입을 다문 나였다.
*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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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치과를 갑니다. 크윽. 두렵네요.
2019년이라는 문구에 익숙해져야 하는 시기가 왔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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