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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255 회
조회수 :
692,156
추천수 :
9,415
글자수 :
1,341,764

작성
18.08.31 20:47
조회
9,096
추천
85
글자
11쪽

조우

DUMMY

"하아~"


상혁은 일을 하는 동안 끝까지 참고있던 한숨을 내쉬며 새벽별과 함께 터덜터덜 걸어서 집, 고아원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상혁은 고아원에 산다. 상혁이 기억도 잘 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어릴적에 아빠를 교통사고로 잃었고, 이후 친척조차 없는 상혁의 엄마는 상혁과 두 살 터울의 여동생 아영을 키우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하지만 아무런 기술도 없이 세상에 내쳐진 상혁의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었고, 결국 과로가 겹쳐 쓰러지게 되었다. 상혁이 나이 열 한 살에 엄마까지 잃고 손에 남은 것은 월세 보증금 오백 만원과 아홉 살 난 아영. 어린 나이였지만 바쁜 엄마를 도와 어린 아영을 돌보며 일찍 철이 든 상혁의 생각에 오백 만원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더구나 열 한 살의 상혁이 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없었다. 따라서 월세 보증금은 통장에 고이 모셔둔 채 스스로 고아원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운이 좋다고 말하기에는 뭐하지만 상혁과 아영을 따뜻하게 받아주는 작은 고아원이 있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고아원에서 생활을 해왔다.


욱씬.


피곤에 절어 걷고있던 상혁의 가슴 한 쪽, 심장어림이 쥐어짜듯이 아파왔다. 몇 달 전부터 시작된 통증이 점점 주기도 짧아지고, 강도도 세지고 있었다.


한동안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 손을 가슴에 댄 채 격한 숨을 내뱉던 상혁은 잠시 후 고통이 사라지면서 원래의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병원 따위는 현재 자신의 처지에 사치라고 생각하는 상혁에게 있어, 이 통증은 어떻게 처리할 방법이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더구나 한 달 정도 전 부터는 본능적으로 몸이 죽어간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사람 몸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는 심장이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기에 하는 생각이었다.


"이겨내야해, 상혁아. 이 정도는 해내야 하는 거야. 그래서 최소한 아영이를 대학에 보낼 학자금하고 생활비는 만들어 내어야지."


처음에는 단순히 동생인 아영을 대학에 보내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상혁과 아영은 둘 다 머리가 좋은 편이다. 상혁이나 아영이나 항상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둘에게는 가장 중요한 돈이 없었다. 대학엘 가려면 웬만한 가정의 허리를 휘게 할 정도로 엄청난 수준의 등록금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고, 성인이 되면 기본 정착금만 손에 들고 고아원을 나가야 하기에 생활비도 필요하다. 그래서 고아원 출신들은 보통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숙식이 해결되는 취업을 한다. 그러나 상혁은 아영만큼은 제대로 된 대학공부를 하고 번듯한 직장생활을 하길 원했고, 따라서 돈을 벌기위해 고등학교 1학년인 열 일곱 살부터 이 일을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죽음의 기운을 느끼고는 이 일이 동생을 위한 오빠의 마지막 배려가 되어가는 중이었다.


상혁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초기에 잠시 불행을 탓한 적이 있지만, 지금은 이거라도 준비해놓고 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정말 어린아이답지 않은 침착함이었다.


고통이 사라진 상혁이 다시 걸어가려는 찰나, 반짝이는 무언가가 상혁의 눈에 들어왔다.


"뭐지?"


무표정하던 상혁의 얼굴에 호기심이 떠오르며 가까이 다가갔고, 그렇게 발견한 물건은 칠흙같이 어두운 검정색의 손톱만한 물건이었다.


"목걸이?"


자세히 보니 은빛 목걸이에 매달린 검정색의 펜던트였다. 상혁은 손을 뻗어 검정색 펜던트를 집어올렸고, 손이 펜던트에 닿는 순간 찌릿 하는 느낌이 온몸을 관통했다.


"어?"


생소하면서도 이상하기만 한 느낌에 잠시 멈칫한 상혁은 시간이 지나도 더이상 느낌이 오지 않자 머뭇거림 없이 펜던트를 집어들었다.


"보석?"


펜던트는 마치 보석처럼 세공된 유리재질이었고, 가까이 해서 보니 고풍스러운 문양이 세공된, 은빛의 목걸이 부분마저 범상치 않은 느낌을 풍기는 금속 재질의, 목걸이의 링 하나마다 정밀한 문양이 세공된 목걸이였다.


"하지만 검정색의 보석이라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상혁은 홀린듯이 목걸이를 쳐다보다가 곧 정신을 차리곤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가자. 이러고 있을 시간이 어디 있겠어."


상혁은 바로 고아원으로 가서 화장실에서 간단하게 세안을 하고, 다들 자고있는 방에 조용히 들어가 이불을 덮자마자 잠에 빠져들었다. 건강도 좋지않은 상황에서 혹사당한 몸이 견디지를 못했다.







**






"어? 여긴 어디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상혁은 사방이 온통 검정색 일색인 공간에 서 있었다. 앞을 보아도 뒤를 보아도 위를 보아도 모두 검정색이었다. 그렇다고 사물이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것은 아니었고, 희안하게도 빛은 있는 것처럼 사물을 구별할 수 있었다. 아니, 구별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단지 아무 것도 없을뿐...


"왔나?"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본 상혁은 살짝 놀랐다. 뒤에 서있는 사람은, 아니, 사람 모양의 무엇은 정확한 형체를 이루지 않고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었다.


"무, 뭐..."


평소에 나이답지 않게 항상 똑부러지는 모습만을 보여왔던 상혁이 말꼬리를 흐릴 정도로 기이한 모습의 인형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나? 글쎄... 뭐라고 표현해야 하나?"


인형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살짝 고민하더니 간단하게 답했다.


"다른 차원에서 온 사념체?"


"에?"


상혁은 생각지도 못한 말에 다시금 얼빠진 소리를 내야 했다.


"뭐, 내 말이 어려워? 나는 무척 쉽게 설명한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가?"


"..."


"에이, 모르겠다. 내가 누구인게 뭐가 중요해? 내가 뭘 해줄 수 있는 것인가가 중요하지."


"...?"


상혁이 인형의 말에 얼굴에 의문을 가득 담은채 쳐다보았다.


"간단하게 말하지. 내가 마법과 검을 가르쳐줄테니, 너는 나중에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면 돼."


"부탁... 이요?"


"그래. 부탁. 그다지 어렵지 않은 부탁일 거야."


"..."


상혁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묵묵부답의 자세를 고수했다.


"아니, 왜? 너 몸 상태를 보아하니 검도 마법도 배운 적이 없던데, 한 번 배워보고 싶지 않아?"


상혁은 인형의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검은 그렇다고 치고, 마법이라고요?"


"그래, 마법."


"그, 손에서 불도 나오고, 막 하늘도 날아다니고 하는 그거?"


"그래, 그거."


"하하, 내가 왜 이런 개꿈을 꾸는건지."


상혁은 이 모든 것이 개꿈이라고 생각하고 무시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형은 상혁의 반응에 길길이 날뛰기 시작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개꿈이라니! 어떻게 심상 공간을 개꿈과 비교할 수가 있어! 이게 얼마나 어려운 마법의 영역인데 개꿈이라니!"


그러나 상혁은 이미 꿈이라고 생각하기에 아예 상대할 생각도 없었다.


"정말이라니까? 꿈이 아니야, 심상 공간이야! 여기서 검을 배우면 몸이 튼튼해지고 네 몸의 다 죽어가는 심장도 고칠 수 있다고!"


"뭐라고요?"


계속 무시하려고 했던 상혁은 다른 말은 다 제치고 심장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내 심장을 고칠 수 있다구요?"


"그래. 당연하지."


"어떻게요?"


"그야, 네 심장에 문제가 생긴 이유를 알고 있으니까."


"문제가 생긴 이유를 안다고요? 말도 안 돼."


상혁이 여전히 믿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인형은 살짝 삐친듯한 모습을 보이며 대답했다.


"왜 말이 안 돼? 아까 네가 나를 집어들었을 때 네 몸을 다 스캔 해보았는데."


"집어 들어요?"


"기억 안 나? 아까, 정확하게는 내가 들어있는 드래곤 하트 목걸이를 만졌을 때 다 확인했지."


상혁은 인형의 말에 길에서 주웠던 검정색 보석이 박힌 목걸이가 생각났다.


"그, 검정색 보석?"


"그래, 그거. 그게 내가 들어있는 목걸이야."


"..."


상혁의 머리는 혼란스러웠다. 사실, 꿈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생생했고, 현실의 사건을 정확하게 집어내며 말하는 것에 정말로 꿈인지에 대한 한줄기 의심이 생겼다.


"하아."


상혁은 여전히 혼란스러움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고민했다.


"정 그렇게 의심이 든다면, 내일 다시 보자고, 내가 증거를 보여줄테니."


"증거?"


"그래. 잠에서 깨면 목걸이에 달린 펜던트를 한 번 손에 쥐어봐. 그럼 알 수 있을거야."


"... 알았어요."


그 말을 끝으로 상혁이 의식이 흐려졌고,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





다음날 잠에서 깬 상혁은 이해할 수 없이 생생하기만 한 꿈 때문에 속는셈 치고 목걸이의 펜던트를 손에 쥐었다.


"!!"


그리고 상혁의 표정은 놀라움으로 물들었다. 펜던트에서 손을 타고 들어온 무언가가 팔을 지나 심장으로 들어가면서, 확실하게 죽어간다고 생각했던 심장에 처음으로 생기가 도는 느낌이 들었다.


"이, 이건..."


상혁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앉아있다가 퍼뜩 정신이 들었다.


"아차, 학교."


상혁은 자리에서 늦게 일어난 만큼 정신없이 준비를 하고 학교로 뛰어가야 했다.







**






상혁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던중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어? 그러고보니 오늘은 피곤함이 줄었네? 원래 항상 잠이 부족해서 너무 힘들었는데 말이지.'


몸도 좋지 않은데 매일 하루에 세 시간밖에 못 자는 상혁이 수업시간에 제 정신을 유지하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항상 비몽사몽으로 지내기 일쑤였다. 그런 와중에도 아무렇지도 않게 성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어이없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살짝 기분이 좋아진 상혁의 얼굴을 찌푸리게 한 원인은, 이 때 들려온 남자아이의 목소리였다.


"야, 이상혁. 오늘은 웬일로 안 졸더라?"


정성원. 상혁과 같은 고아원에서 생활하는 같은반 친구다. 뭐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는 모르지만, 상혁이 하는 일에 매사 시비를 걸고는 했다.


"어, 오늘은 그다지 피곤하지 않네?"


"이제야 좀 사람이 되기로 했냐?"


상혁은 성원의 시비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언제는 사람 아니었냐?"


그리고 성원은 상혁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아 눈썹을 꿈틀했으나, 더이상 뭐라 말을 덧붙이지는 않고 돌아섰다.


성원은 상혁이 처음 고아원에 들어온 열한살에 고아원의 대장 노릇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새로 들어온 호리호리한 상혁의 기를 누르기 위해 싸움을 걸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싸움은 이겼지만 상혁의 기를 죽이는 것에는 실패했다. 몸집이 상당히 좋은 성원을 힘으로 이길 수 없는 상혁이 성원의 팔뚝을 이빨로 물고 놓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 상황은 고아원 원장이 오며 일단락 되었고, 성원은 상혁을 인정할 수는 없었지만 함부로 건드리지는 못하는 껄끄러운 존재로 인식하고 지금과 같은 관계로 지내고 있었다.


상혁은 성원이 돌아서자 신경을 끄고 책상에 엎드렸다. 그리고 어제부터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에 대해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희망작
    작성일
    19.05.20 23:47
    No. 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 작성자
    Lv.87 k5263
    작성일
    19.05.28 21:13
    No. 2

    일단 주인공 반응을 보니 헌터 게이트 이런게 존재하는 세상은 아닌가봅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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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보복 +1 18.09.04 7,608 87 12쪽
5 첫 실전 18.09.03 7,856 89 12쪽
4 시작 +2 18.09.02 8,343 9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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