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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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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2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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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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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5
글자수 :
1,341,764

작성
18.09.05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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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59
추천
86
글자
12쪽

칼을 갈다

DUMMY

상혁이 한 명의 덩치를 더 쓰러뜨린 후 상혁의 시간은 끝이 났다.


상혁은 두 번째 덩치의 주먹을 피하며 팔꿈치를 옆구리에 박아넣었고, 공격 후 몸이 공격의 여력을 해소하기 위해 잠시 경직에 들어간 순간 세 번째 덩치의 주먹이 상혁을 향해 날아들었다.


"크윽"


상혁은 급히 손을 들어 막았으나 아직 부족한 힘으로 커다란 주먹을 막아낼 능력이 되지 않아 일격을 허용한채 비틀거렸고, 네 번째 덩치의 주먹에 얼굴을 얻어맞고 그 충격에 몸이 반원을 그리며 바닥에 팽개쳐졌다. 그리고 그 다음은 상혁의 공격에 의한 충격에서 벗어난 덩치들까지 합세해 다섯 명한테 본격적으로 밟히기 시작했다.


- 퍽, 퍽, 퍽, 퍽


"이 자식이 감히"


"죽어, 죽어!"


덩치들은 역습에 대한 분풀이로 발길 가는대로 상혁의 몸 곳곳을 차댔고, 상혁은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중요 부위를 보호하며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발길질하던 덩치들은 분이 좀 풀리는지 발을 멈추고 상혁을 노려보았다. 상혁은 기진맥진한 상태로 겨우 버티고 있을 뿐이었다.


"끌고 가자."


덩치들은 힘이 빠진 상혁을 양 팔에 끼우고 자신들의 아지트로 돌아갔다.





**





조신우는 부하들이 끌고온 상혁을 보며 기가 막혔다. 직접 보니 핏덩이가 아닌가.


"뭐여, 이게. 어디서 이런 핏덩이를 데려왔냐? 나는 분명히 내 식구들을 상하게 만든 장본인을 데려오라고 했는데."


조신우가 날카로운 눈으로 덩치들을 훑어보며 말하자 그 중 하나가 쭈뼛거리며 답했다.


"그게 말입니다, 형님. 이 놈이 맞습니다."


"뭐?"


"이 어린놈이 보통이 아닙니다, 형님. 지금 데려오는 것도 고생 좀 했습니다."


"..."


조신우는 부하들이 자신의 눈치를 보며 하는 말에 더욱 더 열이 올라 소리쳤다.


"야이 자식들아!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냐!"


조신우는 소리를 지르며 옆에 있던 재떨이를 집어던졌다.


- 우당탕


재떨이는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 벽에 부딪혔고, 땅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리고 덩치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치만 볼 뿐이었다.


"어이구, 내가 이런 것들을 믿고 무슨 일을 하냐."


한동안 씩씩거리던 조신우는 마음을 다잡고 상혁을 보며 물었다.


"거기, 어린놈. 너는 왜 우리 애들을 건드린거냐?"


상혁은 신우의 눈을 잠시동안 무심하게 바라보다가 답했다.


"그럼, 아저씨는 가족같은 형과 누나들이 저런 덩치들한테 맞고 있는데 가만히 있겠어요?"


신우는 상혁의 말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별안간 크게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핫~ 그러네. 그 말이 정답이네. 내가 쓸데없는 것을 물었군."


신우는 웃던 것을 멈추고 얼굴 표정을 무섭게 굳히고 으르렁대듯 말했다.


"그런데, 꼬마야. 말투가 상당히 반항적이다?"


"..."


상혁은 신우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않고 신우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꼴을 보아하니까 여기 올 때 반항을 좀 하다가 많이 맞았구나?"


"..."


상혁은 이번에도 역시 신우를 무시하기라도 하듯 말없이 버텼다.


"큭큭큭."


신우는 상혁의 반응에 재미있다는 듯이 큭큭거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상혁의 손을 집어들어 양 손으로 감싸듯 쓰다듬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꼬마야. 네가 모르고 끼어들었건, 알고 끼어들었건 그런건 중요하지 않아. 어른들의 세계에서는 말이지, 결과가 참 중요하단다."


신우는 잠시 말을 멈추고 얼굴을 상혁의 얼굴에 바짝 붙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항상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


- 뚝


신우는 말을 마침과 동시에 상혁의 새끼손가락을 바깥쪽으로 꺾었고, 상혁의 손가락은 손등에 붙다시피 휘어져버렸다.


"끄악~"


상혁은 생전 처음 겪어보는 엄청난 고통에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러야만 했고, 신우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상혁은 고통이 뇌리를 찌르며 잠시 날아갔던 이성이 돌아오자마자 비명을 멈추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신우를 쏘아보았다.


"호오~ 이것 봐라. 아직도 기가 살아있네?"


신우는 싱글싱글 웃으며 상혁에게 다가가 다시 한 번 상혁의 손을 감싸쥐었다.


"이번에는 반대쪽 손?"


상혁은 신우의 말과 행동에 움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그뿐이었다.


"큭큭."


신우는 상혁의 반응에 무척 재미있어하며 나머지 새끼손가락을 주먹으로 감싸쥐었다. 그리고,


- 뚜둑


"끄읍~"


이번에는 예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상혁의 앙다문 입새로 억눌린 신음만 새어나올 뿐이었다.


그러나 상혁이 버티는 것도 거기까지, 결국 상혁이 견딜수 있는 고통의 한계치를 넘어섰고, 상혁의 눈이 돌아가며 기절하고 말았다.


신우는 이런 상혁을 덩치들과 번갈아보며 고민을 하다가 한 마디를 툭 내뱉고는 돌아섰다.


"내다버려."


"네?"


신우의 말에 덩치들이 황당하다는 듯 반문했다.


"이 새끼들아, 그만큼 두들겨주었으면 됐지, 이 어린놈을 데리고 더이상 뭘 할래?"


"하, 하지만 힘들게 데려왔는데..."


신우는 부하의 말에 마구 짜증을 부리며 말했다.


"야, 물론 손 좀 봐주려고 했는데, 저 꼴을 봐라. 니들이 이미 걸레를 만들어서 데려와 놓구선 나보고 뭘 어쩌라고? 저런 핏덩이를 손모가지라도 자를까?"


"아, 아닙니다, 형님."


"그럼, 그냥 내다버려. 저거 걸어서 집에 갈 수 있기나 한가 모르겠네. 쯧."


신우의 말에 덩치들은 상혁을 질질 끌고나가 문 밖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바가지에 찬물을 떠와 상혁의 얼굴에 뿌렸다.


- 촤악~


"크윽"


상혁이 신음을 흘리며 정신을 차리자, 덩치 하나가 그래도 못내 아쉬운 마음에 훈계하듯 말했다.


"꼬마야. 이제 어른들 일에 함부로 끼어들지 마라."


그러나 상혁은 덩치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않고 힘겹게 일어서서 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오, 저 싸가지를 그냥..."


"야, 참아. 저걸 더 건드려서 뭘 할 건데."


그리고 그 모습에 덩치 하나가 발끈했지만, 주변 동료의 만류에 참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





"어이구, 잘~ 한다. 정말 저런 놈들한테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당한 것이더냐?"


겨우 고아원으로 돌아온 상혁이 기절하듯 잠에 빠지자마자 심상세계에 나타난 노인이 상혁에게 핀잔을 주었다.


"..."


그러나 상혁은 별다른 대꾸없이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었다.


"어쭈? 꼴에 눈에 힘을 주느냐? 왜? 내가 더 만만해 보이더냐?"


상혁은, 생긴 것은 선풍도골의 노인이면서 하는 짓은 참 얄밉다는 생각을 속으로만 하며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클클클. 하여튼 앞으로 훈련의 강도를 높여야겠어. 나에게 배웠으면서 어디 저런 놈들한테 맞고다닐 수가 있단 말이냐?"


"..."


"일단 몸 걱정은 안해도 된다. 네 몸으로 흘러들어가는 마나의 양을 일시적으로 높이면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니. 이제 훈련을 시작하자꾸나."


노인의 말과 함께 시작된 훈련에 임하는 상혁의 눈에서는 독기가 줄줄이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조신우나 덩치들이야 자신들의 분이 충분히 풀릴만큼 상혁을 두들겨주었으니 마음이 풀렸겠지만, 반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상혁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억울할 뿐이었다. 상혁은 더 이상 큰 일이 벌어지지 않고 덩치들에게서 풀려난 것을 다행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상혁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복수만 들어있을 뿐이었다.


상혁은 이 날부터 심상세계에서의 훈련량을 50프로 증가시켰고, 죽음의 문턱까지는 가지만 상혁이 정신을 놓치지만 않는다면 절대로 죽을 수 없는 곳이라는 것을 장점으로 삼아 미친듯이 훈련에 매진했다. 그 독기와 집념에 옆에서 지켜보는 노인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





입술이 메마르고 목이 타는 것 같다.


"으음, 물."


상혁은 심한 갈증에 물을 찾았다. 그러자 잠시 뒤 상체가 살짝 일으켜지고 입에 무언가 닿는 것을 느끼자마자 물로 추정되는 무언가가 들어왔다.


"큽, 콜록."


목에 물이 들어오자 시원할 것으로 여겼던 물이 불로 지지는듯한 통증을 주었고, 격통을 이기지 못한 상혁이 거부반응으로 기침을 했다.


"켁켁."


한참을 기침을 토한 상혁이 주변을 살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누가 뭐래도 친동생인 아영이었다. 아영의 눈엔 눈물이 그득하게 들어있었고, 표정 역시 울기 직전이었다.


"아영아."


상혁은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물기가 몸에 들어와서 그런지 힘이 조금 났고, 힘겹게 아영을 불렀다. 그리고 아영은 상혁의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을 알기에 마구 울지도 못하고 꾹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괜찮아?"


"큭. 괜찮아 보이냐?"


"대체 어디서 뭘 하기에 이렇게 잔뜩 맞고 들어와. 먼지랑 피투성이인 오빠 상태 보고서 원장님이랑 다들 얼마나 놀랐는데."


사실 상혁이 아무런 조치없이 들어왔었다면 더 난리가 났었겠지만, 억지로 정신을 부여잡고 고아원으로 돌아오는 와중에도 반대 방향으로 꺾인 양쪽 새끼손가락을, 이 상태를 그대로 알릴 수는 없다는 일념 하나로, 고통을 참으며 정상적인 방향으로 돌려 놓았었다. 그 후 드래곤 하트에서 흘러나온 마나 덕분에 빠르게 회복되는 중이었다.


"아아."


"나는 오빠 어떻게 되는줄 알고 정말 깜짝 놀랐잖아."


"어떻게 되기는. 오빠 튼튼해."


"이 모양으로 맞고 와서 할 말은 아니잖아."


"하하..."


상혁의 웃음에 아영은 눈을 흘기며 말했다.


"웃지마. 뭘 잘했다고 웃어."


"흐으~"


"하여튼, 정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오빠?"


"걱정할 거 없어."


"... 오빠 너라면 걱정이 안 되겠냐?"


"당연히 걱정이 되겠지."


"그런데 그런 말을 해?"


"앞으론 그럴 일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 정말, 정말로 다신 이런 일이 있으면 안 돼?"


상혁은 간절한 목소리로 부탁하는 아영의 말에 눈을 바라보며 답했다.


"그래. 걱정마. 그리고 난 좀 쉬어야겠다."


"알았어."


아영은 상혁의 상체를 조심스레 침대에 눕혔고, 그 말을 끝으로 상혁은 정신을 잃고 고개를 떨구었다.





**





"이놈아, 정신 똑바로 차리거라! 이런 것도 못 피하면 어쩌자는 거냐!"


상혁의 훈련은 실전을 방불케하는 강도로 진행되었다. 먼저 말했듯이, 상혁의 정신이 포기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죽지않는 심상세계의 장점을 살려 노인은 정말로 상혁을 죽이겠다는 듯이 달려들었다. 덕분에 상혁은 하루에도 몇 번 씩이나 죽음에 임박한 경험을 했다. 때로는 그 상황을 운좋게 잘 빠져나왔고, 대부분은 피하지 못하고 죽음을 당했다. 아니, 현실이었으면 죽음을 맞을 행위를 당했다.


"크윽."


그럴 때마다 상혁은 끔찍한 경험을 해야 했다. 실제로 죽지 않는다고 해도 얼굴이 으스러지거나 목이 잘리거나 하는 등의 상황은 맨정신으로 버티기엔 끔찍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상혁은 오기로 버텼고, 시간이 지날수록 상혁은 임사체험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더불어 살기에 대한 적응도 마쳤다.


"이 정도 살기에 꼼짝도 못한다는 말이더냐? 그래서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나 있겠나? 복수는 꿈도 꾸지 말아라, 이놈!"


처음에는 약한 살기에도 오금이 저려서 몸이 굳어버렸던 상혁이었다. 그러나 여러번 경험하고 죽어보면서 익숙해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고, 차츰 살기를 인정하고 그에 저항하며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갔으며, 그 결과가 지금이었다.


"어쭈? 이젠 제법 공격도 하는구나?"


노인의 말에 상혁이 이를 악물고 웃으며 답했다.


"다 사부님의 덕이 아니겠습니까?"


노인은 어딘지 모르게 원한이 서린듯한 웃음에 즐거워하며 말했다.


"껄껄껄, 그렇고말고, 다 내 덕이지. 하지만 네놈은 이제 발걸음을 떼었을 뿐, 실력으로 보면 아직도 멀었느니라. 앞으로도 정진하거라."


그리고 상혁은 노인의 반응에 한 마디 한 마디를 씹어뱉듯이 답했다.


"큽. 알겠습니다.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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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마무리 +5 18.09.07 7,094 87 13쪽
9 결행 +2 18.09.07 7,146 80 12쪽
8 복수의 시작 +1 18.09.06 7,270 88 12쪽
» 칼을 갈다 +3 18.09.05 7,360 86 12쪽
6 보복 +1 18.09.04 7,609 87 12쪽
5 첫 실전 18.09.03 7,857 89 12쪽
4 시작 +2 18.09.02 8,344 94 12쪽
3 조우 +2 18.08.31 9,098 85 11쪽
2 이상혁 18.08.31 11,636 83 12쪽
1 프롤로그 +3 18.08.30 15,709 89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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