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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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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1.07.26 16:18
최근연재일 :
2021.07.31 01:15
연재수 :
6 회
조회수 :
252
추천수 :
35
글자수 :
33,690

작성
21.07.28 00:48
조회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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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4쪽

혼돈, 그 너머

DUMMY

“소정아!”


너무도 안타까운 심정이 담겨있는 목소리였다. 언제 들어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오빠의 목소리 그는 ‘인목’이라 불리는 소정의 오빠였다.


170 정도 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지만, 키를 넘어선 보이지 않는 기운이 인목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190이 넘는 장신이 버티고 선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두운 그늘이 반쯤 걸쳐진 차가운 눈매와 왼쪽 뺨에 사선으로 그어진 흉터가 희미하게 남겨져 있었고, 또한 눈썹이 없었다.


“소정아!”


인목은 다시 한 번 소정을 불렀다. 이제는 내가 너를 지켜줄 수 있다고 그러니 제발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면 안 되겠냐고 통사정을 하고 싶었지만, 그저 사랑하는 여동생의 이름만 힘들게 새어나왔다.


“...가!”

“...?!”

“가라고 가아!”


인목은 조금 더 있다간 소정의 악에 받친 험한 소리가 쏟아져 나올 것이고 그렇게 진이 빠지면 또 실신이라도 할 것 같아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인목의 자취가 사라진 것을 확인해서야 소정의 눈에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 나왔다. 인목이 어떤 대상인가 때로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주기도 하였고, 어머니가 되기도 했다. 그보다도 자신이 여자가 되던 13살의 어느 날, 그 순간도 오빠이기 이전에 누구보다 살가운 언니가 되기도 하였던 그런 인목이 아니던가.


소정은 자신의 품안에서 단잠에 빠진 석영을 쳐다보았다. 사실 석영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은 사랑이기 이전에 연민이자 동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그를 사랑 할 것만 같았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 자신의 기구한 운명,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기묘한 일들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는데, 석영을 보는 순간 그 통증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


석영은 시끄럽게 들려오는 발자국소리에 부스스 눈을 뜨다가 평소와는 다른 게 느껴졌다. 옆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았다. 대체 어는 놈인가 싶어 고개를 돌리는데 훅하고 전해져오는 여자의 냄새가 코끝을 파고들었다.


“누, 누구?”

“어어 이제야 깨셨네!”

“누구냐 너언!”

“내가 누구우게?”

“미, 미영이!”

“그래 미. 영. 이!”

“아냐 아냐! 미영인 이렇게 예쁘게 생기지 않았어, 미영인 눈이 차가웠어 아주!”

“그래 이렇게!”


소정이 새침하게 눈을 흘기자 갑자기 서늘한 냉기가 쏟아져 나왔다.

순간, 석영은 어릴 적 독사라 불리던 미영이 갑자기 자기 앞에 나타난 것 같은 착각과 아니라는 자각이 교차하면서 머리가 아파왔다.


“아, 우...!”

“왜? 머리가 아직 아파 괜찮아?”

“너 누구냐?!”

“나?! 나 주란이!”

“주, 란이?”

“어엉 나는 주란이야 김주란”


소정의 눈에 광기가 비쳤다. 금방, 미영이라고 얘기를 하던 소정이 정색을 하고 자신이 주란이라고 밝히고 있었는데, 소정의 머릿속에는 순간적으로 주란이라는 영혼이 자신을 대신하고 있다는 것을 무의식결에 내뱉은 것이다.


“근데 왜 미영이라고 하냐?”

“오빠가 미영이라고 하니까 그렇지!”

“오, 오빠...아?”

“그래 오빠아!”


소정(주란)이 배시시 웃으며 석영의 오른 쪽 볼을 가운데 손가락으로 슬며시 찔러보며 부끄럽게 웃었다.


“정말 내,내가 니 오빠야?”

“아이 차암! 그래 오빠!”

“근데 왜 이렇게 머리가 아프지?”

“아유우, 그것도 몰라? 아까 그 이상한 놈이 오빠를 막 때렸었잖아. 이렇게 이렇게!”


한놈이랑 붙어 다니던 남자 놈이 휘둘렀던, 주먹과 발길질을 흉내 내던 주란이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아야!”

“어, 어! 괜찮아?”


다른 놈들 같으면 자신이 넘어지는 모습을 보면 신이 난 듯 웃어 제키거나 몸을 덮쳐오려고 환장을 하는 데 석영의 걱정어린 말과 눈빛을 보자 주란의 마음이 울컥해졌다.


“그럼! 그런데애 어떤 놈들이 나타나서 소정언니를 막 어떻게 하려고 그랬다.”

“소정 언니?”


갑자기 소정언니라고 말하는 소정(주란)의 횡설수설에 석영은 이해를 하지 못하는 표정을 짓다가 다시 물었다.


“근데 왜 나하고...”


그제야 석영은 자신이 덮고 있는 이불도 새 것인데다, 자신의 어릴 적 짝사랑이었던 미영과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이상한 여자가 자신과 함께 있었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몰라 나는 소정언니 보려고 왔는데 그냥 오빠랑 있네, 깔깔깔!”

“...?”


소정이 갑자기 실성한 듯이 웃어 제키자 석영의 큰 눈이 더 커지고 있었다.


한 사람에 또 다른 영혼이 깃든다면, 그는 영매이거나 영기에 민감한 체 살아가는 어쩌면 불행한 비정상적인 사람일 것이다. 그러니 소정의 경우는 정확히 소정(주란)은 지금 그 영혼 중에 하나인 주란을 받아 들여 살아가는 영매이면서도 또 다른 길을 가고 있는 독특한 케이스였다.


석영은 머리가 아픈 가운데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지난 밤, 자신을 향해 무지한 주먹질을 날려 오던, 그 순간 정신을 잃었고 지금 옆에 있는 소정이라는 여자가 이상한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아니 그냥 편안하다는 느낌을 더해 그냥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영은 처음 소정을 만났던 때를 떠올리며 서둘러 횡단보도를 가로질러 소정에게 가까이 가고 있었다.


“어이 거지새끼!”


갑자기 등 뒤에서 노골적으로 석영의 장애를 빗대어, 빈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놈은 소정을 따라다니던 일건 그놈이었다.





정식은 등 뒤에서 들려오는 일건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릴까 하다가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이번 주에는 제발 2등, 아니 3등이라도 당첨만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또 하면서 추첨일 전까지는 가급적 좋은 것만 듣고, 좋은 것만 보는 게 아무래도 로또당첨확률을 높이는 최소한의 방편이 아닐까하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방금 전 보았던 그 남자가 아무래도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서울역을 자기집처럼 여기고 아무데나 쓰러져 잠을 자던 그가 하루아침에 말쑥한 모습을 하고 나타나 여자를 데리고 남산에 오른다고.


그렇다면, 혹시 저 친구가 플랜카드에 걸린 56억 당첨금을 받은 그 누구인 것일까?!


이어지는 추측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더구나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교차해서 걸어가던 여자, 그 여자는 어디서 본 듯한, 한번은 꼭 더 만나야 할 그런 인연이 아닐까싶었다.


“...아!”


갑자기 정식의 백회혈로 또다시 무거운 돌덩이가 내려앉고 있었다. 동시에 눈앞이 캄캄해지는가 싶더니 귀에서 고주파 소리가 들려왔다.


-지이잉!


'또 시작되는 것일까!‘


이제는 익숙해 질만도 하련만, 정식의 백회혈에 둔중한 기운이 내려앉고 고주파 기음이 귓청을 울리고 나면 꼭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


아무래도 그 노숙자를 만나서 얘기라도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급하게 뒤를 돌아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였지만, 이미 신호등의 신호는 적색으로 바뀌어있었다.


한편, 횡단보도의 연장선상으로 이어진 남대문시장의 뒷골목은 대낮에도 어두운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사람 한 명이 겨우 드나들 정도의 좁은 골목 입구의 처음과 끝에 머리가 짧은 어깨들이 특유의 거들먹거리는 자세로 진을 치고 있었다.


“뭐야? 남 장사하는 곳에서...”

“별일이네..."


입담이라면 뒤지지 않을 상인들이 지나칠 때마다 한마디씩 어깨들의 비위를 건드렸지만, 그들은 그냥 그러려니 하는 표정으로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골목 중간 중간, 악세사리 상가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었고, 조금 더 안쪽에는 다닥다닥 늘어선 식당 골목으로 들어가는 샛길이 있었다. 그 한쪽 벽면에 일건의 뒷모습이 한쪽 벽면을 손으로 짚고 고개를 숙여 누군가를 다그치고 있었다.


“야이 ㅅㅍ녀ㄴ아! 니 년이 나를 갖고 장난을 쳐!”

“왜 왜 그래요오! 무섭게...”


겁에 질린 눈으로 두 손을 모은 체 일건을 쳐다보지도 못하는 주란의 다리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왜, 왜그래요? 우리가 뭘 잘못했다고!”


석영이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고 있는 주란을 자기 뒤로 감추며 일건 앞에 나섰지만, 심장이 너무 크게 뛰고 있다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눈동자까지 가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오라! 네 놈이 이번에 팔자 고쳤다던 그 놈이냐?! 어디서 거지 놈이 기집 애를 데리고 다녀 다니길 어?”


일건이 가운데 손가락으로 연신 석영의 이마를 쿡쿡 눌러대기 시작했다.


“무 무슨 말이에요? 그게 파, 팔자를 고치다니!”

“그렇지 않으면 어디서 돈이 생겨, 새 옷 처바르고, 깔따구끼고 케이블카를 타러 가시나 어? 꼴에 뭐 돈가스도 먹는다고 허이구”


일건이 기가 차다는 듯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리는가 싶더니 느닷없이 주란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어마야!”


-쿠웅!


주란이 자지러지는 비명과 함께 벽이 울리는 둔탁한 마찰음이 동시에 울렸다.

일건이 다시 눈을 치켜뜨고 물었다.


“누구야? 그 때 내게 선 빵 날린 그 놈!”

“누, 누구라뇨?”

“그 때 네 년 앞에 갑자기 나타났던 그 놈, 누구냐고오!”


일건은 스믈스믈 피가 베어 나오는 손등에 긴 혀를 내밀어, 핥으면서 물었다.


석영 뒤에 숨어 힐끗 힐끗, 일건의 눈치를 살피던 주란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일건의 음흉한 모습을 외면했다.


“하 이것들이 지금 무슨 러브스토리를 찍나? 빨리 말 못 해!”


순식간에 석영을 땅바닥에 들어 메친 일건은 주란의 아랫배에 무릎을 꺾으면서 찍어 내려갔다.


그 직전에 골목 끝에서부터 둔탁하고도 거친 파열음이 연거푸 들려오는가 싶더니 동시에 어깨들이 비명을 내지를 시간도 없이 허리가 꺾이며 쓰러져나갔다.


실로 눈 깜짝 할 순간이었다.

일건의 바로 앞에서 ‘부웅’하는 허공을 가르는 바람소리가 일어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검은 그림자가 갑자기 몸을 날려 오는 기세에 급하게 고개를 돌리려는 일건의 아래턱을, 비호같은 발길이 여지없이 날아왔다.


-퍼엌

“우웈!”


일건은, 시뻘건 선혈을 뿜어내며 맥없이 고꾸라졌다.


“회장님!”

“형님!”

“형님!”


여기저기서 한 남자를 향해서 사정없이 허리를 숙이며 고개를 땅에 처박고 있었다.


“이 자식들이 회장이라고 부르라니까 허허허...”


자신을 회장이라고 불러달라고 한두 번 주의를 준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도 형님이라고 부르는 눈치 없는 어깨들을 향해 헛헛한 웃음을 흘리는 남자는 도명이라는 건달이었다.


이제 50은 되어 보이는 인상이었지만, 두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은 예사롭지 않아보였다. 그의 이마 오른쪽엔 검은 사마귀가 하나도 아닌 세 개가 위치하고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니 일건의 아래턱을 요절낸 검은 그림자는 어느 순간 도명의 바로 뒤에 기립을 하고 서 있었다.


“혀, 형님이 어떻게...”

“그러게 왜 일을 만들어 내가 고이 모셔오랬지 이렇게 푸대접을 하라고 했나?”

“저 그게...”


말끝을 흐리며 뒤통수를 긁으며 일어나려는 일건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가 사라졌다. 아래턱에서 전해져 오는 통증이 꽤 심했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설마 저 검은 그림자 놈이?


일건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저 놈은 형님으로 모시는 도명의 오른 팔로 우석이라고 불렸다.


지금껏 그가 말 한마디 하는 것을 본 적이 전혀 없었다. 소림사에서 기본기를 다지고, 유도 5단에 합기도 3단, 태권도가 3단, 택견까지 통달한, 살인무기라는 소리는 어깨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들은 바가 있었지만, 그 실력이 이렇게 맵고 빠를 줄은 몰랐다.


도명은 지난 밤, 석영과 주란을 데리고 오라고 했었다. 데리고 있는 어께들을 대동해도 좋다는 허락도 해 주었지만, 곱게 모셔오라는 소리는 없었기에 속으로 잘 됐다고 쾌재를 부르던 일건이었다.


혼자서는 지난 번, 자신을 보기 좋게 쓰러트린 그 놈을 찾아내어 복수를 하자니, 웬지 모를 불안감이 있던 차였기에 어께들을 잘 만 쓰기만 하면 복수도 하고, 주란이라는 여자 앞에 체면도 설 것 같았지만, 이번에도 또 쓴 맛을 보고 말았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일건을 향해 질타어린 시선을 던지던 도명은 석영을 부축해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이 친구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연신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는 도명을 보고 석영은 어찌 할 바를 모른 체 당황했다.


“괜 괜찮습니다. 괜찮아요 이제 저희는 그냥 갈게요 가게 놔 두세요!”


석영은 새 옷에 묻은 흙을 털어내고 주란의 손을 잡아 발걸음을 옮기려 했지만 어깨들이 길을 내주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허허 왜 이러시나, 잠시 우리 사무실가서 할 말씀이 있다니까 그러시네!”


도명의 눈에서 강압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오자 석영은 또다시 마음이 불안해지고 있었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회장님 아니십니까?!”


갑자기 사방을 울리는 듯한 소리에 일제히 한곳으로 시선이 쏠렸다.


그곳에 사누가 있었다.



일순간 짧은 정적이 사위를 감쌌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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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돈, 그 너머 +2 21.07.28 35 6 14쪽
2 새로운 인연 +2 21.07.27 46 6 12쪽
1 사냥을 시작하다 +6 21.07.26 86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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