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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라기 님의 서재입니다.

나는 투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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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라기
작품등록일 :
2020.05.26 14:57
최근연재일 :
2020.05.26 16:55
연재수 :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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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추천수 :
3
글자수 :
3,186

작성
20.05.2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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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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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혼돈의 시작

DUMMY

ㅅ 쩍,

소 ㅉ... 솟...


어디선가 소쩍새가 울기 시작했다.


칠흑같은 어둠으로 가득한 강원도 어느 산 속에 잠깐 하얀 보름달이 빠르게 산세를 비추며 지나간다.


크허어엉!

...

우워어엉!

...


절규하는 듯 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적막한 산골의 고요를 마구 흔들고 있었다. 그 너머, 이 모든 움직임을 주시하는 기운이 있었다.


마치 레이저로 목표물을 찾아가듯 서서히 절규하는 소리를 쫒아가는 연록색의 빛이 다다른 곳은 산 정상 부근의 참나무 숲속이었다.


분명 인적이 드나든 것 같았지만, 그 흔한 소로의 흔적도 없다는 것이 이상하기만 하였다.


-철컹 철커엉

...

-철커덩, 철컹

...


이번엔 육중한 느낌의 쇠사슬 소리가 산중에 울려 퍼졌다.

맑은 쇠 소리가 아닌 녹이 슨 쇠 소리, 신경을 거슬리는 기분 나쁜 소리가 이어졌다.


연녹색의 빛이 쇠 소리가 나는 그 앞에 다가와 멈췄다.


짙은 어둠속에서 잠깐 둥근 보름달의 음기가 내려앉자 희끄무레한 모습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굵은 쇠기둥이 촘촘히 박힌 검붉은 바위가 먼저 나타났다.


쿠우웅, 크아앜!!

처절한 울음이 더욱 또렷이 들려왔다.

웬만한 사내라도 지금의 저 소리를 들었다면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렸을 것이다.


...


연녹색 빛이 다시 보이는가 싶더니 그 곳에 작은 영물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것은 팔색조라 불리는 새 한 마리가 언제 나타났는지 모르게 신비한 광체를 발하면서 조용히 쇠기둥 안을 주시하고 있었다.


쇠기둥 안에 잠깐 보름 달 빛이 새어 들어오자 그 안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었다.


바닥에는 바짝 마른 활엽수 낙엽들이 쌓여 있었고 조금 더 안쪽으로 빛이 들어서자 그 안에 굵은 쇠막대에 ‘칭칭’ 감겨진 쇠줄이 보였다.


하지만, 달빛은 거기까지였다. 그 안으로 검은 형체가 꿈틀대고 있었지만, 볼 수가 없었다.


슥슥슥


보통의 청력으로는 들을 수가 없는 소리가 들려왔다.

무엇인가를 갉아먹는 소리일까 아니면 핥아먹는 소리일까?


스슥, 슥슥


다시 소리가 이어지자 또다시 짐승의 절규가 이어졌다.


크아앙, 크앙!


거대한 산군(호랑이)이 포효하는 듯 한, 처절한 울림에 커다란 바위가 무너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다시 작은 정적이 이어졌다.

그제야 한 쌍의 파란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호랑이 아니 호랑이라기보다는 대형 견 크기의 검은 물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우리가 흔히 맹인안내견이라고 불리는 골든리트리버였다.


워리


흔하다면 흔한 이름인 ‘워리’가 그의 이름이었다.


도대체 몇 달을 묶여 있었을까, 워리의 몸은 뼈만 남아있었지만, 그나마 전신을 덮고 있는 털로 그나마 대형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여기저기 빠져나간 털의 빈자리가 너무도 처참하게 다가왔다.


슥슥슥


다시 아까의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워리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꼬리부근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고개를 한껏 젖혀 자신의 엉덩이 살을 갉아 먹는 저 놈들을 잘근잘근 씹어 먹고 싶었지만, 볼 수도 찢어먹을 수도 없었다.


슥슥슥


또다시 자신의 엉덩이 살을 갉아먹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문드러진 엉덩이 살의 육즙을 빨아먹고 있는 구더기들이 쉴 새 없이 입을 놀리며 포식을 즐기고 있었다.


워리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은 붉은 실핏줄이 번져나갔다.


크아앙!


워리가 벌떡하고 상체를 일으키며 고개를 저어보기도 엉덩이에 닿지 않는 자신의 뒷다리 살을 힘껏 물고 흔들어도 보았지만, 구더기들의 집요한 입놀림은 계속 되고 있었다.


너무도 분하고 화가 났다. 도대체 나를 잡아, 이곳에 가둔 그 놈들은 누구란 말인가! 매일같이 내 몸을 갉아먹는 구더기들과 그 모체인 금파리들은 또 어디서 날아온 단 말인가,


워리는 도무지 생각하면 할수록 답답하고 미칠 것만 같아 그냥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것은 자신의 주인인 정기를 찾아야 한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때였다.


휘리맄


쇠창살 앞에서 워리를 지켜보던 팔색조가 워리의 머리맡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워리는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팔색조의 모습에 두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순간, 워리의 눈에서 맑은 눈물이 흘러나왔다.


웡, 웡!

(엄마, 엄마!!)


워리가 어린 강아지 같은 울음소리로 엄마를 부르고 있었다. 그것은 워리의 모견인 모리였다.


하지만 팔색조는 그런 워리를 잠시 쳐다보았지만, 아무런 내색도 소리도 없이 워리의 엉덩이쪽으로 날아가 앉았다.


...


팔색조는 워리의 엉덩이살을 헤집고 들어가 육즙을 빨아먹는 구더기들을 능숙하게 집어내어 삼키기 시작했다.


투두둑


순간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수많은 구더기들이 저절로 워리의 엉덩이살에서 쉴 새 없이 떨어져 나오고 있었다.


삐리맄!!


팔색조가 청량한 고음을 터트리며 당황 해 하고 있었다.


워리의 몸에서 단 한 마리의 구더기도 놓칠 수 없다는 듯 맹렬히 주둥이를 놀리다가 여기저기 떨어져 나오는 구더기들을 보고 적잖이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바닥에 떨어진 구더기들이 꿈틀꿈틀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한 곳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한 곳에 검붉은 물체가 모습을 드러내 보였는데 그것은 우툴두툴한 등껍질을 하고 있는 두꺼비 한 마리였다.


두꺼비는 워리의 몸에서 필사적으로 떨어져 나와 살려달라고 아우성대는 듯한 구더기들을 긴 혀를 내둘러 냉큼냉큼 잡아먹기 시작했다.


워리의 두 눈에 다시 증오의 불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크어엉!!


맹렬한 울부짖음이 두꺼비를 향해 터져 나왔지만, 두꺼비는 큰 두 눈을 번갈아 껌벅이며 약올리듯 구더기를 집어삼키며 혀를 낼름거렸다.


-엄마, 저 놈을 잡아야 돼 저 놈 좀 잡아줘

워리가 팔색조를 향해 애원을 하였지만, 팔색조는 그런 워리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듯 서둘러 워리의 엉덩이 속에서 속속들이 구더기를 잡아 내 삼키는 가 싶더니.


휘리맄!

휘맄!!


허공에서 몸을 유지한 체 날개 짓을 시작했다.


그러자 누런 짓물과 울긋불긋 화농이 찬 엉덩이 살에 새 살이 돋아나는 가 싶더니 보드라운 새 솜털이 엉덩이를 포근하게 감싸며 덮여나가는 것이었다.


그 때 보았다. 워리의 눈에 들어온 모리의 눈물을, 모리는 자신의 모든 공력을 쏟아 부어 워리의 짓물러진 엉덩이는 물론이고 전신에 진기를 넣어주고 있는 어미의 모습을.


-엄마!

...


저 멀리서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두런두런 말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오늘이 놈이 살아나는 그 날이라고?”

“그래 보름달이 뜨는 오늘이 바로 그날이야!”

“그럼 오래간만에 큰 게임 하나 건졌는데!”

“그렇지 이번에 제대로 한 판 벌려야지...”

“그럼, 그럼 얼마나 기다려 온 날인데”

“빨리 가세!”

“그러지 허허!”


소쩍...


소ㅅㅉ...


어디선가 또다시 소쩍새가 울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오래전부터 쓰고 싶은 이야기였습니다. 현재 로또기인열전을 연재하면서, 매번 부족한 글이라는 자각을 하면서도 이번 기회가 아니면, 또다시 쓸 계기가 없을 것 같아서 용기를 내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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