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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기맨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멸망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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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둥기맨
작품등록일 :
2019.04.18 12:23
최근연재일 :
2019.05.10 12:30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3,094
추천수 :
77
글자수 :
165,619

작성
19.04.20 12:21
조회
114
추천
3
글자
12쪽

그랑드 엔 트로의 유령

DUMMY

“와~! 저게 그랑드 엔 트로야? 레도니아는 비교도 안 되는데?”


다행히 추격자들을 뿌리친 우리는 며칠 동안 산 숲을 통과하여 마침내 시야가 탁 트인 초원으로 빠져나왔다. 그런 우리 앞에 프란의 말대로 저 멀리 거대한 도시, 그랑드 엔 트로가 모습을 나타낸다.


“음, 확실히 규모가 커진 것 같네.”


“커졌다고?”


“2년 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지금의 반 정도였어.”


“흐음~”


내가 처음으로 그랑드 엔 트로에 온 것은 기스터에 대항하는 연합군이 결성되던 시기였다. 그때도 큰 도시라고 할 만큼 어느 정도 번성했던 곳이지만 수도가 무너진 이후 급속으로 발전을 한 듯하다. 보통 피난민이 이주해왔다면 치안도 불안정해지고 가건물 등으로 상태가 악화하기 마련이지만···


‘역시 황족과 귀족들이 피난민이라면 이야기가 다른가’


아직 자세히는 보이지 않지만, 성벽 안으로는 임시로 지어진 건물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2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무슨 재주를 부렸는지 궁금해질 지경이다.


“하지만 성벽 밖은 처참해 보이는군.”


“그러게. 꼭 끝이 타버린 고기파이 같아”


“···.”


최근 알게 된 사실이지만 프란은 엄청 먹보다. 보존 식도 맛없다고 툴툴대는 주제에 내 2배는 먹는 데다가 지금과 같이 곧잘 먹는 것에 비유하곤 했다.


‘아무리 그래도 저 모습을 보고 타버린 빵과 비교하는 건 좀···’


그녀의 감각이 망가진 게 아닌가? 걱정되는 부분이다.


“뭐야, 그 눈은. 또 속으로 욕하고 있지?”


“아니”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맞잖아!”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적당히 맞장구 쳐주며 이야기 하는 사이에 큰 길로 들어섰다. 절벽을 막은 바위를 아직도 치우지 못한 것인지 우리처럼 숲길을 돌아온 용병이 드문드문 보이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길로 가도 돼? 혹시라도 우리를 알아보면···”


“괜찮아. 지금까지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보면 상대는 우리의 얼굴까지는 모르는 거겠지. 오히려 초원을 돌아가는 것이 더 의심을 살 거야.”


“그건 그렇네~ 하아, 괜히 쫄아 있었잖아.”


프란은 그제 서야 안심했는지 쓸데없이 이상한 얼굴로 두리번거리는 것을 멈추고 몸을 폈다.


“저쪽이 먼저 시비를 걸어오면 그냥 죽이면 될 텐데 뭐가 그리 걱정인지.”


“그렇게 쉽게 말 하지 마! 난 살인 같은 건 해본 적도 없단 말이야!”


“하”


레도니아에서는 농담으로 말했던 것이지만 프란은 진짜 곱게 자란 아가씨였나 보다. 아무리 기스터 때문에 세상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용병이라는 사람이 살인조차 해본 적이 없다니. 어지간히 주변에서 배려를 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운이 좋았던 건지.

성 벽이 점점 커져갈수록 레도니아와 마찬가지로 늘어선 사람의 행렬이 보인다. 이곳 역시 몰려든 피난민들 때문에 심사가 엄격한 듯하다.


“설마 여기도 레도니아처럼 들여보내 주지 않는 것은 아니겠지?”


“아니, 조금씩이지만 줄이 당겨지고 있어. 아마 몰려드는 피난민들 때문에 검사를 철저히 하는 거겠지”


“저 사람들도 다 들여보내 주면 좋을 텐데. 저래서야 기스터가 나타나면 속수무책이잖아.”


“그들에게는 그밖에 선택지가 없는 거야.”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곳은 레도니아와는 다르게 주변이 탁 트여있어 시야 확보가 쉽다는 것과 최소한의 배려로 병사들이 피난민들 사이에 가끔 보인다는 것이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던 그때, 갑자기 병사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쿠구구구구구궁!!


“뭐야 뭐야!?”


“기, 기스터다!!!”


“빨리 해자로 뛰어들어!!!”


땅의 울림이 느껴지는 순간, 성벽 위에서 망을 보던 병사가 소리쳤다. 줄을 서던 행렬이 순식간에 흐트러지고 사람들은 성 입구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내 눈길을 끄는 것은 피난민들의 움직임이었다. 그들은 신기하게도 일사불란하게 성을 둘러싸고 있는 해자 한쪽으로 이동해 뛰어내린다.


“알비스 뭐해! 우리도 빨리 피해야지!”


“잠깐 기다려봐! 성 측에서 뭔가를 하려는 모양이야.”


두두두두두


아까와는 명백하게 다른 진동과 소리가 근처에서 느껴진다. 이건 마치···


부우우우우우우웅


성 위의 병사가 거대한 뿔피리를 불고 그 소리에 호응하듯 피난민 거처 주변의 땅이 갈라진다.


‘아아 그러고 보면 들어본 적이 있어’


마침내 건물 하나 정도 면적의 공간이 열리면서 말을 탄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은 땅위로 올라와 그대로 거침없이 말을 몰아 기스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예전 용병들 사이에서 떠돌던 소문이 있었지. 그랑드리아의 수도는 유령이 지켜주고 있어서 밤이 지나면 영문도 모른 채 전멸해있었다고.”


“밤 몰래 땅속을 이동해서 적을 제거했다는 말이야? 하지만 여긴 수도가 아닌데?”


“나도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2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군. 이런 일을 벌일 수 있는 건··· 역시 라이아스공작인가”


이곳을 습격한 기스터들은 중형이 몇 체나 섞여있는 다수의 기스터 무리였지만 기사들의 서슬 퍼런 검과 마법을 버티지 못하고 찢겨나가기 시작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훈련이 잘된 정규 병사들은 용병들보다 강하다. 그 중에서도 기사단은 하나하나가 중급용병 이상의 실력자인데다가 오랫동안 훈련을 거듭, 연계가 자유로워 그 강력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기스터무리를 완전히 처리하고 주변을 잠시 맴돌다가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뭔가, 순식간에 끝나버렸네”


“네 말처럼 아무런 대책도 없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군.”


‘하지만 고작 피난민을 돕기 위해 기사단까지 나올 줄은··· 아직 완전히 썩은 것은 아니란 말인가’


기사들이 떠나가자 해자로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주변을 확인한 후 다시 올라왔다. 그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평소대로 돌아간다. 그들에게는 이미 이런 생활이 일상이 되었을 테지.

잠시 사고가 있었지만 도망친 사람들 덕분에 성문 바로 앞까지 진행되었다.


“여긴 원래 내 자리였다고! 저리 꺼지지 못해?”


“지랄하네. 겁쟁이처럼 도망간 주제에 무슨 자리 타령이야!”


“뭐? 지랄? 이 새끼가 머리에 칼이 박혀봐야 정신을···”


뒤늦게 행렬로 돌아온 사람들이 욕을 내뱉으면서 자리싸움을 하고 있다. 기스터가 나타났다는 말에 제일 먼저 도망친 인간들이 서로 위협하며 싸우는 꼴이라니.


“우리한테는 시비 거는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야”


“저것도 만만해 보이는 상대한테나 하는 거지. 아무한테나 했다가는 크게 당할지도 모르니까.”


“그럼 우리는 꽤 강해 보인다는 소리네?”


“적어도 나는 말이지”


“으~뭐야. 재수 없어”


프란이 나를 보는 눈빛과 언동이 나날이 신랄해져 간다.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그래도 좀 부드러운 태도였던 것 같은데 슬프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블렘에서 오는 길이다.”


“용무는?”


“보면 모르나! 최근 습격이 잦아져서 온 것이다!”


“아, 피난민이란 말이죠? 죄송하지만 피난민은 들이지 말라는 명령입니다.”


“네놈!! 이분이 누구신지 알고 이야기하는 것이냐! 블렘의 유서 깊은 귀족 플람 남작이시다!”


앞쪽 일행에 무언가 문제가 있는지 남루한 옷차림의 남자가 병사들을 상대로 언성을 높이고 있다. 그가 감싸고 있는 사람들은 3명으로 이루어진 가족처럼 보였는데 비교적 깔끔한 옷에 곱상한 얼굴을 하고 있다.


“아~귀족님이시군요. 제가 몰라 뵀습니다.”


“흥, 알면 됐다. 어서 길이나 열도록 해!”


“죄송합니다만 위쪽에서 귀족이라도 들이지 말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아니면 혹시 전쟁에 참여하셨거나 싸움에 자신이 있으십니까?”


“그, 그건···”


“아니라면 죄송하지만 돌아가 주셔야겠습니다.”


결국 남자의 일행은 병사의 단호한 태도에 터벅터벅 피난민거처로 걸어갔다.


‘귀족조차도 받지 않는 건가’


대영주들을 제외하고 귀족들이 몰락했다고 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도시 안으로 들이는 것은 도시에 도움이 되는 상인이나 공고를 보고 온 싸움에 어느 정도 자신 있는 이들 뿐인 듯하다.


“큭큭, 그나저나 플람이라니, 어디의 누군가하고 비슷한 이름이군.”


“웃지 마! 안 그래도 그 생각 중이었는데”


플람 일행이후로도 같은 이유로 돌아 나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피난민 거처로 가는 사람, 아예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이들.


“그냥 적당히 싸울 줄 안다고 속이고 들어가면 되는 것 아닌가”


“글세. 안을 보니까 그렇게 쉽게 될 것 같지 않을 것 같은데”


입구 안쪽을 들여다보면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짐 검사와 함께 임시로 만들어 놓은 작은 수련장 같은 것이 자리 잡고 있다.

앞서 들어간 사람들이 그곳에서 간단한 시험을 한 후 통과하거나 돌려보내는 방식인 듯하다.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는지 마침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오는 사람이 보인다.


“어중이떠중이는 받지 않겠다는 건가”


“그냥 보기에는 간단한 시험 같은데”


프란과 둘이서 시험을 치르고 있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나아가다 보니 어느샌가 우리가 차례가 되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레도니아에서 왔어요.”


“무슨 용무··· 용병이신가 보군요.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역시 수도의 병사인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부터가 시골과는 달리 정중하다. 우리는 병사에 안내에 따라 수련장으로 들어갔다. 수련장에는 총 5개의 멍청하게 생긴 허수아비가 꽂혀있고 그 옆을 병사들이 지키고 있다.


“이야아아압!!!”


카아앙!


“불합격!”


“젠자아앙!!”


수련장에 들어온 사람들은 차례대로 그 멍청하게 생긴 허수아비를 향해 무기를 휘두른다.


“이것은 기사단의 마법사들이 특수 제작한 인형입니다. 검으로 베든 화살로 관통시키든 마법으로 태우든 상관없으니 유효한 타격을 주기만 하면 합격입니다.


“뭐야. 생각보다 간단하네?”


“제대로 무기를 휘두를 수 있느냐 정도의 수준인 것 같군. 아니면 생각보다 실력자가 없었나?”


앞선 도전자들은 보면 정말 초보처럼 중심이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엉성한 자세로 휘두르는, 마치 검을 처음 잡아본 것 같은 사람 이외에는 웬만큼 상처를 입히고 통과하고 있다.


“다음!”


“나부터 갈게!”


병사의 호령에 프란이 자신 있게 앞으로 나섰다.


“3번의 공격 안에 제대로 된 공격을 하셔야합니다. 유효한 타격인지 아닌지는 저희가 판단 후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훗! 3번까지 갈 것도 없이 한 번에 끝내주지!”


“너무 방심해서 망신당하지나 마”


그녀의 실력은 확실하지만 노파심에 한마디 해본다.


“시작!”


핑!


슈우우우웅! 퍽!!


활시위를 튕기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인형을 꿰뚫는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살은 보기 좋게 머리 한중간에 박힌 것도 모자라 반대로 화살촉이 조금 튀어나와 있다.


“하, 합격!”


“별 것도 아니네. 후후!”


병사가 놀란 듯이 말을 더듬으며 프란의 합격을 선언한다. 구경하던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며 환호를 보낸다.


“오늘까지 인형을 관통시킨 사람이 몇 명이지?”


“아직 100명채 되지 않은 건 확실해. 저 여자용병 보기보다 대단한 실력자인 모양인데?”


‘100명··· 생각보다 너무 적군’


클라인이 영웅 용병이랍시고 득세하는 시기다. 2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옛 영광을 되찾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다음!”


‘어쨋든 지금은 라이아스공작에게 조금이라도 다가가는 것이 먼저다’


병사의 호령에 생각을 멈추고 나에게 배정된 허수아비로 이동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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