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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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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조회수 :
183,066
추천수 :
3,198
글자수 :
630,487

작성
14.05.26 21:02
조회
1,468
추천
28
글자
8쪽

야구장에서 (1)

DUMMY

이시영과의 승부가 있고 나서 어느 덧 한 주가 흘렀다. 이인은 그 이후로 이시영과 마주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직 입부신청서는 돌려받지 못했으나 어쨌든 약속은 했으므로 굳이 먼저 찾아가서 만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송민희와 최강수에게는 야구부를 나간다는 이야기를 해둔 상태였다. 최강수는 그렇다고 쳐도 송민희는 필시 이상하게 여겨질 것이라 생각하여 나름 변명거리를 생각해두었으나 의외로 그녀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은 계속 그냥 야구부에 있겠다는 말을 하는 게 전부였다.

이인은 자신이 야구부를 나간다고 해도 그녀까지 데리고 나오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없었던 터라 -이시영과 죽이 잘 맞는 것처럼 보였다- 부활동을 새로 정해야하는 입장이었으나 딱히 그것을 서두르지는 않고 있었다. 5월이 되기 전에만 정하면 되는 것이라 그냥 적당하게 인수가 적은 부를 고르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음…… 강수 너 요즘 몰골이 말이 아니다?”

아무튼 이제 평화를 다시 되찾았다고 할 수 있었던 터라 이인은 그냥 평소처럼 버스를 이용하여 학교에 등교했는데, 곧 그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앞자리에 있는 최강수가 아침부터 책상에 엎어져있는 모습을 보게 된 탓이었다.

“부장이…… 요즘 기초체력훈련을 무지막지하게 시켜서…… 진짜 죽겠어…….”

‘제대로 굴리고 있나보네……. 나에 대한 분풀이는 아니겠지?’

책상에 엎어져있는 최강수의 목소리는 스스로가 지금 기력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힘이 전혀 없었던 터라 이인은 그 모습에 쓴웃음을 짓다가도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이시영의 괄괄한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라면 승부에서 지고 나서 거기에 대한 분풀이로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부원인 최강수를 훈련이라는 명분하에 무지막지하게 굴릴 가능성이…… 제법 상당했다.

“마, 많이 힘드냐? 무슨 운동이든 갑자기 하면 힘든 거래. 참, 아침은 먹었어? 안 먹었으면 빵이라도 좀 사줄까?”

결코 자신이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잘못을 한 것처럼 느껴지자 이인은 살짝 말을 더듬으며 그를 다독이다가도 선뜻 매점에서 사줄 뜻까지도 보였다. 지금은 왠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지가 않아 그런 것이었다.

“말은 고맙다만…… 지금은 그냥 둬줘. 쉴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쉬어야 오늘 또 버틸 수 있을 것 같거든.”

‘그래도 포기는 안하네. 기초체력훈련이면 아직 구체적인 포지션을 잡고 굴리는 건 아닌 건가…….’

최강수의 여전히 힘이 없는 목소리에 이인은 그가 생각보다 끈기가 있다고 생각하며 거기에서 대화를 중단했는데,

“인아, 잠시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

기다렸다는 것처럼 송민희가 그의 곁에 다가왔다. 책가방을 아직 등에 메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막 등교한 모양이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할 말이라면 그냥 해도 이제 큰 문제는 없을 터인데 따로 이야기를 요청하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이인은 송민희를 데리고 복도로 나왔다.

“이거, 오늘 저녁 잠실야구장 입장권인데…… 괜찮거든 같이 가지 않을래?”

송민희는 이인의 말에 스스로의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곧 거기에서 컴퓨터로 인쇄된 야구경기 입장권 두 장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

그런데 이인은 그녀가 보여준 입장권을 보는 순간 살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건…… NX 경기네? WS는 요즘 계속 원정경기라 갑자기 뭔가 했더니만 이 팀 경기 보자고?”

왜냐하면 그 입장권은 이인과 송민희가 좋아하는 팀인 WS가 아닌, 만날 때마다 팽팽한 경기를 보여 라이벌로 불리고 있는 NX 팀의 경기를 보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응, 그 뭐지……. 집에서만 보면 심심하잖아. 어제 아버지한테서 남는 표라고 받았거든. NX 팀 전력분석 겸, 어때……?”

송민희는 이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으음, 안 그래도 WS는 내일까지 경기가 없어서 한가하던 차였는데 NX 팀 경기라면 봐둬서 나쁠 건 없을 테니 나쁘지 않긴 한데…….’

“그…… 오늘 야구부는 안가도 되겠어?”

내일까지 WS 팀이 휴식인 터라 야구장에 가는 거면 썩 괜찮은 조건이었던 터라 이인은 속으로 흥미가 생기는 것을 느끼다가도 물었다. 그 물음은 현재 송민희가 소속된 야구부의 출석에 관한 것이었다.

송민희는 확실히 처음에는 야구부에 그냥 이름만 올려두는 식으로 입부했었으나 부장인 이시영과 첫날부터 말이 트인 덕택에 방과 후가 되면 일종의 매니저 비슷한 느낌으로 자주 야구부에 얼굴을 보이고 있었다. 이인은 그 소식에 잠깐 외로움을 느꼈으나 그 사실은 멀리 보면 송민희 본인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좋은 것이라고 할 수 있어 그리 말은 하지 않았는데, 그렇기에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각 부마다 출석이 요구되는 날은 다르겠지만 혹시 모르는 법인 터라 그런 것이었다.

“야구부는 괜찮아……. 강수가 시영이에게 집중적으로 훈련을 받는 식이거든. 시영이한테는 안 그래도 어제 오늘 못 간다고 해뒀어.”

“흐음…….”

‘이번에는 1루 쪽 네이비 석인가……. 뭐, 이것도 어디야.’

“그럼 같이 가자. 휴식기라 심심했던 차에 잘 됐네. 어디 보자, 6시 반부터니까 학교 끝나거든 바로 가면 되겠다……. 어이쿠, 슬슬 조례하겠네. 얼른 들어가자.”

내심 또 다시 테이블 석을 기대했으나 남는 걸 받아서 그런지 좌석은 평범한 네이비 석이었다. 그러나 그런 부분을 언급해서는 결코 좋을 게 없었던 터라 이인은 갈 뜻을 밝히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교실에 있는 시계가 조례가 시작하기 5분 전을 가리키자 먼저 교실로 들어갔다.

‘오늘은 물어볼 수 있을까…….’

이인이 교실에 먼저 들어가게 됨에 따라 복도에 혼자 남게 된 송민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사실 송민희의 오늘 이인을 향한 야구장 초대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행한 것이었다. 그것은 바로 과거에 야구를 했었다는 말을 들어내는 것이었다. 어떤 방법으로 들을 것인지는 아직 생각을 해두지 못했으나, 좌우지간 그런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데에는 야구장이 최고라고 생각하여 며칠 전에 오늘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지는 NX 팀 경기 입장권을 예매하여 이인을 초청한 것이었다.

WS 팀의 경기일 경우 감독인 아버지 송일영의 힘을 빌리면 언제든지 경기가 잘 보이는 테이블 석을 구할 수 있겠으나 라이벌인 NX 팀의 경기인지라 그게 불가능했다. 물론 다른 경기를 보는 방법도 있겠으나 WS 팀은 휴식기였고 동인 고등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야구장은 잠실야구장이었으며 NX 팀은 어디까지나 라이벌인 터라 명분을 만드는 것도 쉬웠던 터라 송민희는 그냥 그 경기를 택했었다.

‘들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직접 예매를 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우왕좌왕했으나 어찌어찌 성공은 했으므로 이제 남은 일은 오늘 방과 후에 야구장에 가는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송민희는 교실에 얌전히 착석하여 오늘의 시간표에 맞춰 교과서를 정리하는 이인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부디, 오늘 잠실야구장에 가게 되거든 그에 관하여 더욱 알 수 있기를 말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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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불여시 같으니 (1) +2 14.05.26 1,673 30 7쪽
40 그와의 만남, 그녀의 이야기 (2) +2 14.05.26 1,417 25 12쪽
39 그와의 만남, 그녀의 이야기 (1) +2 14.05.26 1,453 22 10쪽
38 야구장에서 (2) +2 14.05.26 1,405 23 7쪽
» 야구장에서 (1) +2 14.05.26 1,469 2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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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다시 마주치다 (2) +2 14.05.26 1,409 27 13쪽
32 다시 마주치다 (1) +2 14.05.26 1,331 27 8쪽
31 뜻밖의 재회 (5) +2 14.05.26 1,324 24 11쪽
30 뜻밖의 재회 (4) +2 14.05.26 1,429 26 10쪽
29 뜻밖의 재회 (3) +1 14.05.26 1,222 32 8쪽
28 뜻밖의 재회 (2) +2 14.05.26 1,360 26 10쪽
27 뜻밖의 재회 (1) +2 14.05.26 1,367 25 9쪽
26 황금양 이야기 (4) +4 14.05.26 1,480 25 12쪽
25 황금양 이야기 (3) +2 14.05.26 1,569 24 9쪽
24 황금양 이야기 (2) +4 14.05.26 1,767 4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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