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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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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4.05.26 20:26
최근연재일 :
2014.07.04 22:42
연재수 :
1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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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3,294
추천수 :
3,198
글자수 :
630,487

작성
14.05.26 21:06
조회
1,257
추천
24
글자
8쪽

증명과 이야기 (4)

DUMMY

“다른 아이들도 놀랐지만 당사자인 내가 가장 놀랐어. 그때 이기느냐 마느냐에 모든 게 달렸던 거니까 오죽할까. 그때 퍼뜩 떠오르더라. 어쩌면 이시영 녀석이 나에 대해 감독님한테 말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말이야.”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야…….”

절체절명의 순간에 아무리 실력이 부족하다고는 하나 누구라고 해도 백업으로만 있던 선수보다는 나을 터인데 굳이 이인을 기용한다는 것은 그의 숨은 실력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송민희 역시 이야기를 듣자마자 그러한 가능성을 알 수 있었기에 이인의 중얼거림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나타냈다.

이인이 말을 이었다.

“당장 몸을 풀라는 지시가 있어갖고 확인은 못했지만 그때 이시영 녀석은 꽤나 안절부절 못했었지……. 아무튼 나는 그렇게 준결승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하게 되었어. 지금 생각해도 엄청 떨리는 순간이었지.”

갑작스러운 선발출전으로 이인은 앞서 몸을 풀었다고는 하나 1회에 제구가 되지 않아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었으나 포수의 안정적인 리드 덕분에 유격수 앞 땅볼로 병살을 유도, 2사 3루가 되고 그 다음은 우익수 플라이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고 난 뒤 2회부터는 안정을 되찾아 삼자범퇴를 이어갔다.

사실 그는 그때 꽤나 갈팡질팡했었다.

“또 실력을 보이면 그 다음의 후폭풍이 너무 두려웠어. 그래서 그냥 적당히 던져서 질까했는데 같이 뛰는 부원들의 얼굴을 보니 도저히 그럴 수가 없더라고.”

혼란의 도가니였던 1회가 끝난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이인은 고심 끝에 오늘만큼은 진짜 실력을 보이기로 다짐했었다. 모두가 이번 대회를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너무 잘 알고 있었고 오늘의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기를 겨우 넘기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자 반겨주는 부원들의 모습은 그가 결심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 데에 부족함이 조금도 없었다. 덕분에 2회부터는 제 실력을 발휘했으나 이목을 덜 끌기 위해 삼진보다는 맞춰서 잡는 식으로 이닝을 마무리시켰다. 개중에는 야수실책이 나와 곤욕스러운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다행히 실점은 없이 이닝을 종료시킬 수 있었다.

공격을 할 때는 4회에 선두타자가 끈질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나가 그 다음 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이인이 희생 번트를 대어 1사 2루를 만들고 뒤쪽 순번의 두 타자들이 강공을 펼친 끝에 간신히 한 점을 내어 1:0으로 앞서갈 수 있었다.

그렇게 치열한 투수전 양상을 보이며 시간이 흐르자 어느 덧 스코어는 1:0으로 9회 말. 마지막 수비를 맞게 되었다.

그때까지 이인의 총 투구 수는 102개에 성적은 9피안타 4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으로 매우 준수한 성적을 보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시원 감독은 9회에도 그냥 이인이 계속 나가게 하여 그는 졸지에 생애 첫 완투승을 노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더그아웃에 변화가 생겼다.

“오전에 사고로 병원에 간, 원래 선발로 예정이었던 녀석이 돌아온 거야. 꽤 걱정하고 있던 눈치더라고. 그런데 그 녀석이 날 보니까…… 그게 떠올랐어. 초등학생 때 날 시기하던 녀석들의 눈빛이…….”

“…….”

병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이인이 투수로 기용되었다는 사실에 매우 놀란 눈치를 보였는데, 그가 안타를 많이 맞긴 했어도 무려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는 사실에는 거의 경악했었다.

이인은 더그아웃에서 마운드에 나갈 준비를 하다가 우연히 그의 얼굴에 떠오른 눈빛을 보고 크게 흔들렸었다. 그 눈빛은 초등학생 때 자신을 시기하던 아이들의 것과 완전히 동일한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인은 상황이 상황이었던 터라 자신이 잘못 본 것이라고 판단, 우선 마운드에 올라갔다. 하지만 그로 인한 여파가 아주 없는 건 아니어서 앞선 타자들은 범타로 잘 처리했으나 그 다음 타자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여 2사 1루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리고 맞닥뜨리게 된 상대는 바로 상대 중학교의 4번 타자였다. 오늘만 해도 자신에게 멀티히트를 쳐냈으며 충분히 한 방이 있는 타자였기에 이인은 신중하게 카운트 싸움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그때 그는 볼 수 있었다.

“원망이 섞인 눈빛…… 그 자체였어. 그 녀석이 날 그렇게 보고 있더라고. 그걸 보니까 겁이 나더라. 그러다가 공을 던졌는데, 그건 한 가운데에 몰린 완벽한 실투가 되었어. 4번 타자인 녀석이 그런 걸 놓칠 리가 없었지…….”

고의사구로 내보낼 경우 주자를 2루까지 내보내는 게 되므로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될 수도 있었던 터라 이인은 부득이하게 승부를 보려고 했다. 따라서 그는 변화구 위주로 가자고 하는 포수의 사인에 따라 그립을 쥐고 막 던지려고 했는데, 그때 볼 수 있었다. 더그아웃에서 팔에 깁스를 한 채 공허한 눈빛으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원래의 선발이었던 부원을 말이다.

이인은 그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어 그만 실투를 던졌다.

그리고 그것은, 당시 경기의 종료를 알리는 끝내기 투런 홈런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때 잠실에서 말이 없었던 것은 데자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구나…….’

“정말 아쉽게 졌구나. 혹시 그 때문에 야구를 그만둔 거……?”

이인의 우직한 성격으로 볼 때 당시 패배의 책임을 지기 위해 스스로 야구를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을 가능성이 있었기에 송민희는 당시 경기에 대해 유감을 표하다가도 나름 추측하여 말하려고 했는데, 곧 그녀는 그 말을 도중에 멈춰야만 했다.

“…….”

‘떨고 있어……?’

왜냐하면 눈앞에 있는 이인이 몹시 창백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두려움에 억눌린 듯한 모습이기도 하여 송민희는 무언가가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곧 그녀는 행동에 나섰다.

“미안해, 인아. 다음 이야기는 나중에 들을게.”

“어, 어……?”

“사실 이따가 오빠하고 만나기로 했거든. 간만에 서울로 온 김에 얼굴 좀 보자고 해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벌써 시간이 늦어져서…… 미안해. 먼저 갈게.”

송민희가 이어서 보인 행동은 바로 자리를 피해주는 것이었다. 그녀는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어서 약속이 있다는 말과 함께 이인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그대로 먼저 카페를 나섰다.

사실 송민희의 지금 핑계는 말이 되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그녀의 오빠인 송석영이 소속되어있는 WS 팀은 아직까지도 원정경기로 내려간 상태였던 탓이었다.

억지로 살을 덧붙이자면 송석영 본인만 무언가 볼일이 있어 서울로 혼자 잠깐 올라왔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일전에 송민희가 파울 타구에 맞아 병원에 뇌진탕으로 입원했을 때처럼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말이 되지 않았다. 더욱이 그런 사유가 있어서 온 것이라면 얼른 볼일만 보고 내려갈 터. 아무리 동생이라고 해도 구태여 송민희를 만나려고 할 이유는 없었다.

아무래도 이인 또한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듯싶었다.

‘또 배려를 해주는구나. 정말 착한 녀석이야…….’

이인은 송민희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인해 얼떨결에 카페에 혼자 남게 되자 마시다 남은 음료를 마시며 속으로 생각했다. WS 팀의 광팬으로써 팀의 일정을 다 꿰고 있는 그가 방금 들은 송민희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수가 없는 것이다.

‘미안하다. 진짜 미안해, 송민희……. 아직 그 일을 태연하게 말하자니 내 마음이 편치 못해……. 나중에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때가 되거든 그때는 꼭 말해줄게.’

지금쯤 홀로 조용히 시내를 거닐고 있을 송민희를 생각하며, 이인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그 말에서는 일종의 안도감 같은 게 느껴지고 있기도 했다.


작가의말

+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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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불여시 같으니 (1) +2 14.05.26 1,675 30 7쪽
40 그와의 만남, 그녀의 이야기 (2) +2 14.05.26 1,419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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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정면승부 (2) +2 14.05.26 1,300 2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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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다시 마주치다 (2) +2 14.05.26 1,413 27 13쪽
32 다시 마주치다 (1) +2 14.05.26 1,332 27 8쪽
31 뜻밖의 재회 (5) +2 14.05.26 1,325 24 11쪽
30 뜻밖의 재회 (4) +2 14.05.26 1,430 26 10쪽
29 뜻밖의 재회 (3) +1 14.05.26 1,223 32 8쪽
28 뜻밖의 재회 (2) +2 14.05.26 1,361 26 10쪽
27 뜻밖의 재회 (1) +2 14.05.26 1,368 25 9쪽
26 황금양 이야기 (4) +4 14.05.26 1,481 25 12쪽
25 황금양 이야기 (3) +2 14.05.26 1,570 24 9쪽
24 황금양 이야기 (2) +4 14.05.26 1,768 47 18쪽
23 황금양 이야기 (1) +2 14.05.26 1,598 31 10쪽
22 섣부른 판단은 금물 (4) +3 14.05.26 1,496 3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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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섣부른 판단은 금물 (2) +2 14.05.26 1,674 3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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