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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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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작품등록일 :
2023.09.23 01:47
최근연재일 :
2023.10.21 05:16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16
추천수 :
1
글자수 :
43,156

작성
23.10.07 05:08
조회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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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6화. 진실 그 너머

마법소녀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DUMMY

다음날 아침. 나는 평소처럼 개운하게 일어나지는 못했다. 필시 어제 있었던 일 때문이리라. 첫날엔 기절하고, 그 다음날엔 죽고······. 물론 내가 죽은 것도 아니고, 어찌저찌 다시 살아나시긴 했지만 그래도 죽은 건 죽은 거다. 그리고 죽은 사람이 나였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회사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접 겪어보니 상상 이상으로 이상한 회사였다. 나는 문득 며칠 전 선배가 내게 해주었던 말이 떠올랐다.

'퇴사를 하는 신입사원이 많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었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정말로 목숨 걸고 하는 일이다. 도망친다고 해서, 그것을 비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솔직히 나도 조금은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현관문을 연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돌아갈 곳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도망쳐도 갈 곳이 없었다.

도망치든 도망치지 않든, 어느 쪽이든 죽음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추하게 등을 보이고 죽는 것보다는 당당하게 맞서는 편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회사로 출근한다.


회사로 출근한 나는 제일 먼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3일 차쯤 되니 이젠 제법 어색한 티 없이 인사할 수 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 인사를 받아주는 다른 사람은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적어도 한 사람, 선배만큼은 내 인사를 제대로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용케 아무렇지 않게 오는구나, 너. 대단하네."

그리고 또, 오늘은 칭찬까지 받았다. 그래,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뭐 좀 어떤가. 나 스스로 만족할 수 있게끔, 이렇게 조금조금씩 성장해가면 되는 거다.

다음에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게끔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내 자리로 가서 앉았다.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무기한 대기가 이어졌다. 가만히 자리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어제 봤던 여자아이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선배의 죽음 때문에 그 여자아이에 대한 이야기는 어물쩍 넘어간 듯한 느낌이 있었다. 그때 선배가 여자아이에 대해 뭐라고 말했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물어보면 알려주시려나?'

확실한 것은 선배가 그 여자아이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차피 선배도 한가할 터였고, 한번 떠올리고 나니 아무래도 궁금해져서 나는 선배 자리로 찾아가서 물어보기로 했다.

나는 선배가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 그런데 선배는 어찌된 일인지 나와는 다르게 어딘가 바빠 보였다. 괜찮은 걸까 싶었지만, 그냥 돌아가기도 뭣해서 나는 일단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선배님,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겨서 찾아왔습니다."

뭔지 모를 서류를 손에 들고 끙끙 앓던 선배는 내 목소리를 듣고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뒤늦게 실수했음을 감지했지만, 이미 때늦은 뒤였다.

"야, 마침 잘 왔다. 어제 일 때문에 이거 좀 써야 되는데, 아무래도 기억이 나지 않아서 말이야. 넌 다 봤다고 했지? 네가 대신 좀 적어 주라."

그제서야 나는 일이 끝난 다음에는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나도 작성해 봐서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너무 파란만장한 하루를 보내느라 새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선배가 부탁하는 일이니 딱 잘라 싫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몇 마디 하지도 못하고 결국 선배 대신 업무를 떠맡게 되었다.

"고마워. 다 쓰고 나면 다시 와."

끝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듣지 못하고 나는 서류를 들고 내 자리로 돌아갔다. 이 서류를 다 작성하고 나면 다시 질문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나는 오늘 오전의 업무를 시작했다.


선배가 내게 준 서류는 내가 이전에 작성했던 것과는 달랐다.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모양새였지만, 디테일이 달랐다. 역시 나랑은 급이 달라서 그런지, 깐깐하게 다 작성하는 데 꽤나 많은 시간이 들었고, 업무가 끝났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 있었다.

"휴우, 대충 된 것 같은데."

나는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놓고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오, 다 했어? 생각보단 빨랐네. 별일 없었나 봐?"

"아······, 네 뭐. 하하."

도대체 그동안 얼마나 대단한 일들이 있었으면 지금 걸 보고 '생각보다 빨랐네'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조금 생각해 봤는데, 자세히 알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나는 얼른 생각하기를 관뒀다.

"다 했으면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미안하니까 오늘은 내가 살게."

"네!"

선배의 사준다는 말에 나는 금새 기운을 차리고 대답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선배가 떠넘긴 일 때문에 기진맥진해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정말이지, 이런 점 때문에 나는 선배를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었다.


밥을 먹다가 나는 좋은 기회다 싶어서 선배에게 아까 못 다한 질문을 했다.

"선배님, 그래서 그 여자아이는 누구였던 건가요? 알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뭐? 여자아이? 그게 누군데?"

"어제 말했던 여자아이 말이에요. 선배님을 이름으로 부르고, 나이에 맞지 않는 기운이 느껴졌다는 그 아이요."

"응? ······아, 사장님?"

"네? 사장님이요?"

나는 당황해서 밥을 푸던 손도 멈추고 입을 떡 벌렸다. 하마터면 씹고 있던 것들을 그대로 내뱉어 버릴 뻔했다. 나는 급하게 다시 입을 닫다가 사레가 들어서 작게 헛기침을 몇 번 했다.

"야, 야. 이게 그렇게까지 당황할 얘기였냐? 안 되겠다. 다 먹고 얘기하자."

선배는 내가 입에 든 것들을 전부 먹을 때까지 기다려 주었고, 다 먹은 걸 확인하고 나서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래, 너가 말한 여자아이 우리 회사 사장님이야. 그러니까 너무 아이 아이 거리지는 마. 그래 뵈도 너보다 한참은 나이가 많으니까."

잘은 모르지만 몸이 성장하지 않는 병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을 게임에서 배운 적이 있었다. 우리 회사 사장님도 그런 종류의 병에 걸리게 되신 걸까? 나는 그런 생각이 제일 먼저 들어서 선배에게 그렇게 질문했다.

"어······, 무슨 병 같은 거에 걸린 건가요?"

"병이라······.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그런데 병이랑은 양상이 조금 달라. 병이라기보다는 저주에 더 가까울 것 같은데? 현대 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거니까."

솔직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아무런 말도 않고 있었는데, 선배는 그러거나 말거나 이야기를 계속해 나갔다.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마법이야. 사장님은 1세대 마법소녀시거든. 우리들의 까마득한 선배. 아니지, 선배라는 표현은 좀 이상하다. 굳이 비유하자면 그 이상의 무언가이려나. 우리들 일반 사원은 그저 사장님의 능력을 잠시 빌리는 것뿐이거든. 따지고 보면 우리들은 사장님의 열화판 같은 거라, 사실 같은 마법소녀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운 거지. 아차, 이야기가 좀 센 거 같은데. 아무튼 결론은 사장님은 진짜 마법 '소녀'이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신 거야. 마법소녀가 괜히 마법소녀겠니."

"마법소녀라서 어린아이의 모습인 건가요? 그렇다면 선배는 왜 변신하셨을 때 어려지지 않는 건가요?"

"아까 말했잖아. 우리는 열화판이라고. 원래는 제대로 변신하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변해야 하는데, 우리는 완전하지 못해서 변하지 않는 거야. 그만큼 전투력도 낮아지는 거고."

"아, 그런 원리였던 거군요······."

전투력은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부분만 빼면 나머지는 다 이해가 되었다. 확실히 내가 알던 마법소녀는 모두 어린아이였다. 선배의 말대로 어리지 않으면 소녀가 아니다. 하지만 뭐, 마법소녀의 힘을 빌려 쓰는 거니까 꼭 아니라고 할 수만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동안 줄곧 내가 마법소녀가 맞는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오늘에서야 내 나름대로 답을 내릴 수 있었다. 나는 마법소녀가 맞았다.

"다 먹었으면 가자."

대화를 하는 동안 순식간에 식사 시간은 끝이 나버렸고, 선배는 약속대로 내 것까지 계산을 해 주고 먼저 식당 밖으로 나가셨다. 나도 서둘러 선배 뒤로 따라붙어 함께 회사로 돌아갔다.


회사로 돌아왔다고 해서 딱히 할 일이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오전 중에 보고서 작성도 끝냈고, 할 게 없는 나는 또 한번 선배를 찾아갔다. 아무래도 궁금한 것이 한 가지 더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번엔 뭐 때문에 왔어?"

"혹시 어제 잡고 나서 성과금 얼마나 받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순수하게 그것이 궁금했다. 갓 입사한 신입도 잡을 수 있는 수준의 최약체가 100을 준다. 그런데 나보다 한참은 베테랑인 선배가 고전하며 잡았던 녀석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주는 것일까?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다.

"음······, 안 알려줄래."

그러나 선배는 참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네? 혹시 얼마나 받았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많이 받으셨나요?"

"야, 그런 것 아니야. 그리고 이런 거 알아서 뭐하게? 아직 너한테는 한참 이른 일이야. 어차피 잡지도 못하는 거, 괜히 돈에 눈이 멀어서 자살하러 갈까 봐 안 알려주는 거야. 무엇보다도 대부분 마을 재건비에 써서 실수입은 얼마 없어."

선배의 급격하게 나빠지는 안색을 보고 실수입이 적다는 사실이 거짓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더 질문하지 않고 그대로 내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로 돌아와 앉으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선배는 죽을 고비를 넘기고 그 고생을 해 가며 겨우겨우 외물을 잡았다. 그런데 돈도 얼마 받지 못하다니, 참 일할 맛 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선배는 주로 강한 적들과 싸우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항상 어제와 같은 느낌일 것이다.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싸우는 건 힘들어지지만, 수입은 도리어 적어질 수 있다. 그런 부조리함을 견디며 일해야 하는 것이 선배의 숙명인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신입인 채로 있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언젠가 선배가 될 것이다. 분명 첫날에는 잘 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었다. 마법소녀답게 무기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고, 멋들어지게 변신도 했으면 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르겠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 것일까. 어떻게 해야 여기서 잘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일까.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에 갑자기 경보가 울렸다.

"비상경보 발령. 서울 시내에서······"

이미 2번이나 들어본 적 있는 내용이었기에 나는 당황하지 않고 경보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경보를 듣고 나는 깨달았다. 지금 고민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중요한 것은, 눈앞의 외물을 처리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분명 정답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말이다.

"오늘은 기절하지 말고 제대로 잡아 보라고, 신입."

선배는 그렇게 말하며 먼저 사무실을 나갔다. 나도 그에 뒤지지 않고 선배 이상의 기세로 당당하게 사무실을 나섰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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