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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소녀 주식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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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작품등록일 :
2023.09.23 01:47
최근연재일 :
2023.10.21 05:16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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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추천수 :
1
글자수 :
43,156

작성
23.10.01 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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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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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5화. 죽음의 이면에 있는 것

마법소녀의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DUMMY

나는 죽은 선배를 목전에 두고 두려움에 떨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선배를 죽인 상대는 그런 내 반응을 천천히 즐기기라도 하듯이 일부러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나는 다가오는 그것을 보고도 움직이지 못하고 바닥에 쓰러지듯 앉아 벌벌 떨고 있었다. 천천히, 아주 느리게 다가온 그것은 결국 내 코앞까지 도달했고, 천천히 한쪽 손을 들었다.

"아, 아아······"

끝까지 치켜든 그 손은 나를 향해 내리꽂혔다. 충분히 반응을 즐겼던 것인지, 외물은 걸어올 때와는 달리 이번엔 빠르게 내리쳤다. 나는 두눈을 질끈 감고, 처절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그러나 죽음은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두눈은 감은 채로, 속으로는 숫자를 셌다. 하나, 둘, 셋. 거기까지 기다려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나는 의아함을 느껴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떴다. 그곳에는 한쪽 팔을 잃은 채로 멍청하게 서 있는 외물이 있었다.

"키에엑!"

그것은 팔이 사라진 자리에서 엄청난 출혈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는 쏟아지는 피를 맞으면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쏟아지는 피를 피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곧바로 이어진 다음 장면이 너무나도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차마 도망쳐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게 될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나는 외물의 뒤에 서 있는 내 선배의 모습을 보았다. 방금까지 죽어 있었던 사람이 내 눈앞에 서 있다니, 보통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움직이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 내가 그녀를 그녀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시끄러워. 죽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눈앞에 있는 방해물을 죽였다. 너무 빠르게 일어나서 나는 그 순간을 시각으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게는 마치, 그녀가 말을 하자 외물이 죽은 것처럼 보였다.

나는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 내가 알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아니었다. 초점이 없는 흐릿한 눈동자에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감정 없는 차가운 목소리. 그것은 마치 내 눈앞에서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 있는 외물을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바라봤다. 나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내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내게 '위험하다'고 고하고 있었다.

도망가야 한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죽는다. 나도 저 외물의 옆에 나란히 눕게 된다. 분명 알고는 있었지만, 내 두 다리는 처음부터 바닥의 일부였던 것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내 다리에 움직이라고 명령하는 일이, 마치 길바닥의 돌에게 움직이라고 명령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내 몸은 이미 내 신체의 일부가 아니었다.

"서, 선배······, 제발 정신 차려요."

움직일 수 없게 된 나는 고작 비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나의 말이 그녀에게 닿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이미 은연중에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말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의미는 전달되지 않더라도, 내 말이 그녀를 아주 조금이라도 멈춰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었다. 죽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안돼, 오지마······!"

나는 겁에 질려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그러나 여전히 몸은 움직일 수 없었다. 아니, 기분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오히려 내 몸은 그녀에게 다가가고 있는 듯했다. 이미 내 몸은 나의 통제를 벗어나서 별개의 생물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가 내 몸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 같았다.

"너도, 방해······"

나는 또 한번 눈을 질끈 감았다. 방해된다, 이 한마디는 죽음을 고하는 사신의 말이었다. 그녀의 말이 끝나는 순간 내 숨도 끝이 난다. 그런 사실을 나는 본능적으로 직감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기력하게 죽음을 기다리는 일뿐. 그러나 죽음은, 이번에도 나를 반기지 않았다. 그녀가 말을 하다 말고 갑자기 오른쪽을 쳐다본 것이었다. 나의 시선도 그녀와 같은 방향으로 꺾였다.

그곳에는 여자아이가 있었다. 아주 이상한 일이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은 이미 대피했다. 건물이 무너지는 싸움 도중에 누군가 들어왔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어려웠다. 목숨이 아까운 사람이라면 그런 일은 못한다. 더군다나 어린아이라니, 이 장소에 어린아이의 존재는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거기서 나는 한 가지 가능성을 도출해 냈다. 이곳은 아까까지 싸움이 한창이었던 전장. 일반인은 절대로 들어오지 못한다. 그렇다면 저 사람도 혹시 마법소녀가 아닐까?

"흠, 도대체 누가 우리 귀여운 유나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대?"

그녀는 내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걸음은 쓰러진 외물의 앞에서 멈췄다.

"분명 3급이라고 방송이 나갔던 것 같은데. 이건 4급, 아니 5급 이상인가? 그렇다고 해도 유나가 질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얘답지 않게 방심하기라도 했나?"

그녀는 외물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관찰하듯이 그것을 보고 있었다. 무방비하게 그것을 보고 만지는 그녀의 모습은 묘한 위화감을 자아냈다. 그녀의 행동은 마치 죽은 쥐나 개구리를 관찰하는 것 같았다. 나는 어째선지 그녀라면 살아 있는 외물을 보더라도 저런 행동을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에게서는 상대가 살아 있든 죽어 있든 마찬가지로 대할 것만 같은 여유로움이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미처 그녀에게 피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너도 방해야!"

나는 갑작스런 아이의 등장에 잠시 내 선배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나는 뒤늦게 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그 존재를 다시금 알아차렸다. 그러나 이미 늦은 뒤였다. 그녀의 공격은 아까 전과 마찬가지로 미처 따라가지 못할 만큼 빨랐기 때문이었다.

'죽었다'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갑작스런 아이의 등장으로 나는 운좋게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아마도 저 아이는 죽었을 것이다. 내 선배는 공격을 했고, 나는 살아 있으니 나 대신 저 아이가 죽은 것이리라.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그 아이는 죽지 않았다.

"에구구, 이거 완전 중증이네. 이렇게까지 망가졌을 정도면, 시원하게 목이라도 뎅강 날아간 걸려나? 역시 방송에는 못 내보내겠네."

아이는 말하면서 내 선배 쪽으로 걸어갔다. 선배는 어째서인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나처럼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된 것 같아 보였다.

"수고했어. 이제 좀 쉬어."

아이가 그렇게 말하자, 선배는 기절한 것처럼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리고 선배가 무겁지도 않은지 아이는 그녀를 안은 채 내게 다가왔다.

"너가 신입? 어째서 여기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갈 때 유나 좀 같이 데려가. 나한테 돈도 받았었으니까, 아무리 신입이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아, 네."

나는 얼떨결에 아이의 말에 대답하며 그녀가 건네주는 선배를 받쳐 들었다. 외견은 어린아이였지만 말투에서 느껴지는 상당한 수준의 관록에 나도 모르게 절로 존댓말이 나왔다.

"그럼, 난 여기 좀 정리해야 하니까 먼저 가."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내게 등을 보이며 저 멀리 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말대로 선배와 함께 회사로 돌아가기로 했다. 저번에는 내가 신세를 졌으니, 이번에는 내가 도와줄 차례였다.


회사에 도착한 나는 탕비실에 그녀를 누이고 내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다들 일하러 간 것인지 사무실에는 그 많던 사람들이 한 명도 없었다.

"휴우, 오늘은 어제보다 더 심하네······. 그나저나 아까 전에 선배님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였지? 분명 목이······, 잘렸었는데."

나는 말하면서 무심코 선배가 죽었던 순간의 기억을 떠올려 버려서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솔직히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또 뭐였지? 그러고 보니 누군지도 못 물어봤네. 역시 그 아이도 마법소녀였을까? 하긴, 나보다는 그 아이가 더 '소녀'이긴 하구나. 잠깐, 그러면 나는 마법소녀가 아닌 건가? 마법어른······, 인가?"

할 일도 없이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자니 그런 실없는 생각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아직 신입이라 모르는 것이 많아서 그런지, 의외로 여러 가지 생각할 것들이 잔뜩 있었다. 나는 과연 마법소녀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가, 외물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회사는 어떻게 수익을 내는 것인가, 등등. 개중에는 내 나름대로 답을 내릴 수 있는 것도 있었고,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는 것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으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벌써 퇴근할 때가 다 되어 있었다. 나도 선배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인가 고민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탕비실에서 선배가 나왔다.

"으음, 나답지 않게 자버린 모양이네······. 어, 신입 아직 있었구나. 혹시 기다려 준 거야?"

"아뇨, 이제 퇴근 시간이에요. 앗, 안 기다리려 했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뭐야, 이제 퇴근 시간이라고? 거 참 타이밍 좋게도 일어났구만. 그나저나 어떻게 된 일인지 아냐? 너랑 같이 돌아오다가 갑자기 쓰러졌던 것 같은데."

"아, 그게······"

나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선배는 죽은 다음 쭉 기억이 없는 듯했다. 나는 이것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망설이고 있었다.

"뭐야, 왜 말이 없어. 뭐 나 죽기라도 했냐?"

"어······, 네."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서 나는 그냥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그러나 그 판단은 영 좋지 않았던 듯했다. 내 대답을 들은 그녀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 버려서 나는 내가 실수했다는 사실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

"뭐야, 진짜? 그럼 그것도 봤겠네?"

그러나 그녀는 의외로 담담한 말투로 내게 말했다. 나도 은근슬쩍 그 기세에 올라타 그녀에게 궁금했던 것을 질문했다.

"네, 봤어요. 도대체 어떻게 되셨던 거에요 선배님?"

그런데 내 질문을 듣자마자 선배의 안색이 나빠졌다. 나는 또 실수했나 싶어서 횡설수설 다급하게 변명을 시작했다.

"아니, 저, 그게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에요. 곤란하시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아, 미안. 별 거 아니야. 그냥 잊어버려."

안색은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담담한 말투가 아니었다. 그녀의 말에서 나는 왠지 모르게 좋지 않은 기운을 느꼈다. 하긴, 자기 죽는 얘기를 하는데 좋은 기운이 느껴지면 그것은 그것대로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별일 아니라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아, 맞다. 혹시 저희 회사에 어린아이도 있나요? 아까 선배가 그, 폭주하셨을 때 어린아이가 와서 도와줬는데, 역시 그 아이도 사원인 건가요?"

"뭐, 어린아이?"

나는 대화 주제를 바꿔볼까 생각해서 선배에게 낮에 봤던 아이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나 선배의 낯은 오히려 아까 전보다도 더 안 좋아졌다.

"네, 어린아이였는데요. 그런데도 희한하게 세월의 무게가 느껴지는, 그런 아이였어요. 또 선배님을 유나라고 부르고······"

"사장님까지 왔다갔다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좀 자세히 말해 봐."

선배가 사뭇 진지한 말투로 내게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이래도 되는 걸까 생각하면서 그녀에게 있었던 모든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말하면서 또 그녀가 죽었던 순간이 떠올라 토할 것만 같은 기분을 참으며 어떻게든 끝까지 설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된 거였구나. 그럼 아무래도 숨기기는 힘들 것 같네."

그녀는 탕비실 안으로 들어가며 내게도 들어오라고 말했다.

나는 탕비실 안의 의자에 앉아 선배의 이야기를 들었다.

"너도 봤으니까 알겠지만, 우리들 마법소녀는 죽어도 죽지 않아. 아니, 오히려 죽기 전에는 마법소녀가 아니라고 해야 하나······, 하아, 이건 아직 몰랐으면 했는데."

선배는 말을 멈추고 한숨을 크게 푹 내쉬었다. 그런 선배의 얼굴에서 나는 엄청난 양의 근심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한눈에 그녀가 얼마나 큰 부담을 안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쉽게 말해서, 우리들은 죽으면 더 강해져. 내가 이걸 안 알려주려 했던 건, 당연하지만 너가 죽지 않았으면 해서야. 사실 우리 회사 안에서도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굉장히 드물어. 다들 목숨을 소중히 했으면 해서 일부러 알려주지 않았지. 그러니까 하는 말인데, 혹시라도 죽으려고는 하지 마라. 뭐, 애초에 이렇게 될 수 있는 것도 무기를 받고 나서이기도 하니까. 넌 아직 죽으면 그냥 끝이야."

그녀는 끝에 그렇게 덧붙이며 말을 마쳤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그녀가 애써 덤덤한 척하려고 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을 구태여 지적하지는 않았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해야 할 정도로 암울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화는 끝이 났고 나와 선배는 탕비실을 나왔다. 퇴근 시간도 이미 지났으니 우리는 이대로 퇴근하기로 했다.

"그럼, 내일 또 봐."

"네, 안녕히 들어가세요."

선배와 나는 가는 방향이 달라서 회사를 나오자마자 헤어졌다. 그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둘째 날이 겨우 막을 내렸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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