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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 Grand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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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만화책
작품등록일 :
2021.04.05 16:27
최근연재일 :
2022.09.04 05:18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1,004
추천수 :
0
글자수 :
229,545

작성
22.08.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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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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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5-2장

안녕하세요, 두 번째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DUMMY

방안에는 수많은 책이 즐비해 있었다. 어림짐작으로도 수천 권은 족히 되어 보였다. 그래서 루시아는 들어오자마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들의 산속에서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어휴, 차라리 사막에서 바늘을 찾으라지.”

안 그래도 급한데 일이 잘 풀리지 않으니 갑갑해 죽을 지경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정말로 막막한 기분이었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일단은 안을 적당히 둘러보기로 했다. 무작정 하나하나 꺼내 보는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살핀 다음 그럴싸해 보이는 것을 찾는 편이 더 빠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앤이 시간을 벌어주겠다고는 했지만, 여유가 얼마나 있을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기에 일말의 시간도 낭비할 수 없었다.

루시아는 동선을 최소한으로 해서 이곳저곳 돌아다녔다. 예상대로 책들은 장르별로 나뉘어 있었고, 그녀는 왕궁의 역사를 기록한 책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발을 멈추었다. 그를 봉인한 건 선대 왕이라고 했으니, 기록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왕궁의 역사만 모아놓았다고는 해도 상당한 양이어서, 전부 다 뒤지기란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녀는 자료를 뒤에서부터 열람하기로 했다. 정확한 연도는 몰라도 아무튼 상당히 오래전 일일 테니까, 뒤에서부터 보는 것이 빠를 것 같았다.

루시아는 현대의 기록이 적혀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하여 점차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책들이 낡아지는 게 눈에 보였다. 그녀는 마치 과거로 걸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말단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딱 봐도 오래된 것 같은 책들밖에 없었다. 그녀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하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어떤 문을 발견했다.

역사서를 보관해 놓은 장소는 서고의 가장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루시아는 그 안에서도 가장 안쪽으로 들어왔다. 그곳에 있는 어떤 문. 끝의 끝보다도 더 깊은 곳에 존재하는 문이라니, 딱 봐도 수상해 보였다. 그래서 루시아는 그 문의 근처로 걸어갔다. 문 자체는 특별할 게 없었다. 오래되어서 먼지가 조금 내려앉은 정도였다. 그러나 이 문에도 역시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이미 서고에 들어올 때도 자물쇠를 한번 부수었는데, 그 안에 또 자물쇠가 달린 문이라니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한번 감추는 것으로도 모자라 두 번이나 감춰야 하는 물건이 과연 무엇일까?

‘뭐냐, 이 유도되는 듯한 기분은······.’

그러나 너무나도 일이 순조롭게 풀리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게 조금 걸렸다. 마치 누군가가 잘 깔아놓은 길을 따라 걸어온 느낌이었다. 더 정확하게는, 사냥꾼이 깔아놓은 덫을 향해 걸어가는 것 같달까. 과연 이 안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중요한 비밀이 감추어져 있으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게 과연 그를 봉인한 일에 관한 것일까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일이 아니라고 해도 루시아는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이 문을 열고 싶었다. 모험가라면 누구나가 가질 미지에의 동경이 여기서도 작용하는 것인지, 그녀는 억누를 수 없을 정도의 상당한 충동이 생겼다. 지금은 그저 이 문을 열고 싶었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 별 도움 안 되는 곳이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때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재개하면 된다. 오히려 지금 이 문을 열지 않으면 궁금한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 앞으로의 일에 방해가 될 것만 같았다. 그래, 이것은 앞으로의 수색을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작업이야. 그렇게 자신 속에 미세하게 남아있는 일말의 의심마저 지워버리고, 루시아는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간 순간, 그녀는 그녀가 아니게 되었다.


“뭐지?”

그는 갑자기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위층에서 무언가가 일어났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강한 마력의 흐름이 느껴졌지만, 위치는 여기서 조금 떨어진 곳이었다. 그는 혹시 자신을 앤이 자신을 막아선 이유가 마법의 행사를 위해서였나 의심했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항할만한 수단을 준비해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그는 초조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마침 적당히 힘도 돌아왔으니 무력행사로 돌파하기로 했다.

“한가롭게 대화하는 것도 이걸로 끝이다. 이제 이유 따위는 묻지 않겠다.”

갑자기 변한 그의 태도를 앤은 의아하게 여겼다.

“뭐야, 갑자기 급한 볼일이라도 생긴 거야?” “흥, 시치미떼지 마라. 저런 노골적인 마력의 운용을 내가 눈치채지 못할 것 같은가? 내가 너무 얕보였나 보군.” 앤은 더더욱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가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였기에 어떻게든 변명을 해야 했다.

“뭐야? 나 아무 짓도 안 했어. 애초에 나는 마법을 쓸 줄도 몰라.”

“그렇다면 그런 것으로 해 두지. 그런 뻔한 거짓말밖에 못 하다니, 도대체 뭘 믿고 나에게 덤빈 거지?”

마력은 여기보다 먼 곳에서 느껴졌다. 도대체 자신이 얼마나 얕보인 것인지, 정말 어이가 없었다. 그는 아주 살짝 실력 자랑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잠깐만. 그런 문제가 아니잖······”

앤이 차마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는 그녀에게 육박해왔다. 너무나도 빠른 속도 때문에, 주변에는 바람이 일어났다. 바람의 여파로 그녀의 머리칼이 가볍게 흩날렸다. 그리고 시야로 인식하기도 이전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그는 그녀의 앞에 도착했다. 미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그녀는 그대로 그의 사정권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버렸다.

가벼운 육체 강화 계열 마법을 쓴 것이었는데, 그녀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무래도 마법을 사용할 줄 모른다는 건 사실이었던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뭐, 인제 와서 그런 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쓰러진 앤을 뒤로하고 서둘러 위층으로 향했다.


방 안에 들어서자 손에 든 마력이 반응했다. 그때와 같은 기분이라고 그녀는 순간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때, 그것은 바로 자신이 기억을 되찾았을 때ー


달밤이 아름답게 비치던 날, 나는 그와 만났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생면부지인 그이를 좋아하게 된 것은, 분명 달빛이 아름다웠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는 처음 보는 나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말을 걸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혹시 오두막의 주인이시라면 하룻밤 묶고 가도 되는지 여쭈어보아도 될까요?”

나는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원래라면 인간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했지만, 그날은 달빛의 마력에 홀렸던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일이 있어 숲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길을 잃어버려 밤늦게까지 헤매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이 집을 발견했고, 돌아다니느라 지쳤던 탓에 하룻밤 묶고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허락해 주어서 정말 고맙다고, 그는 잠들기 전까지 연거푸 이야기했습니다. 순진한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지요.

아침에 일어나자 그는 이미 사라진 뒤였습니다. 식탁 위에는 작은 편지가 하나 놓여있었어요. 먼저 간다고, 고맙다고. 마지막까지 고맙다는 말을 하고 그는 떠나갔습니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그는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는 내게 친구가 되자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일찍이 인간 세상에서 버림받아 숲으로 내쫓겨진 저희는 인간과 친하게 지낼 수 없었답니다. 돌아가신 저의 어머니가 인간과 어울리면 안 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를 다시 숲 밖으로 돌려보냈지만, 그는 내일도,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하여 나를 찾아왔습니다. 원래 내 집은 인간이 쉽게 찾아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나는 그를 계속 돌려보냈지만, 그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가 찾아온 게 몇 번째인지도 셀 수 없게 되었을 때쯤, 나는 결국 그를 집 안으로 들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이별을 통보하기 위해 안으로 들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도저히 그에게 그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때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그는 나의 집에서 나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나도 그를 좋아하였기에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이때는 이미 어머니의 가르침은 잊어버리게 되었습니다. 나는 금기를 깨고 그이와 매일같이 만났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늘 혼자 숲에서 살았기 때문에 누군가와 만난다는 일이 저에게는 굉장히 설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그이는 점점 나를 찾아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일어났다고 했습니다. 나는 그게 무엇인지 몰랐지만, 그이는 나에게 전쟁이 무엇인지 알려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역시 달밤이 아름다운 날이었습니다. 그는 나에게 한동안 찾아오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어요. 자신도 전쟁에 나가서 싸워야 하게 되었다고 나에게 말했어요. 나는 그이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언젠가 반드시 돌아오라고 그이에게 말했어요.

그리고 그이가 찾아오지 않는 날이 계속되었습니다. 보름달이 몇 번이나 뜨고 사라졌습니다. 나는 매일같이 그이를 찾아 멀리까지 나오고는 했습니다. 언제 돌아오려나, 오늘은 돌아오려나, 기다리다 기다리다 더는 기다릴 수 없게 되면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날도 역시 밖으로 나왔습니다. 원래라면 나는 밖으로 나오면 안 됩니다. 인간과 멀리 떨어져서 사는 나는 집과 그 근처에서만 지내야 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인간을 만나면 안 된다고 그리 말씀하셨기 때문에, 나는 인간과 만나는 일 없도록 절대로 집에서 멀리까지 나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이를 만나지 못해 애타는 나는 그 사실마저 잊어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날 만난 사람은 저를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그이는 나를 좋아해 주었지만, 그것은 특별한 경우였습니다. 원래 인간들은 우리를 요괴라 부르며 숲으로 내쫓았던 종족이었습니다. 인간들에게 우리는 박해의 대상이었습니다.

“그 여자다, 죽여라!”

그들은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나는 뒤로 돌아 열심히 달렸지만, 말을 타고 다니는 그들에게서 도망갈 수 없었습니다.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나간 나는, 결국 그곳에서 만난 인간에 의해 죽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고, 그들 중 우두머리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를 죽였습니다. 나는 죽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역시 어머니가 옳았던 거라고.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이를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그이만은 다른 사람들과 달랐으니까. 나는 죽어가면서 그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드시 다시 찾아오라고 말했던 것은 나였는데, 내가 먼저 죽어버려서. 그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지 못해서, 나는 그이에게 매우 미안했습니다.

“미안해, 미안해······.”

다 꺼져가는 목소리로 나는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나의 목소리는, 되돌아가는 그들의 말발굽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나의 마지막 목소리가 그이에게 닿기를 원했지만, 역시 역부족이었을까요. 나는 혼자 차가운 땅바닥에서 눈물을 흘리며 죽었습니다. 어머니의 충고를 잊은 것은 나였으니 죽은 것은 서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그이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슬펐습니다. 나는 마지막 숨을 내뱉으면서도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아, 미안해.’라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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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6-2장. 에필로그 22.09.04 16 0 33쪽
36 제6-1장 22.09.03 7 0 12쪽
35 제6장. 닫는 이야기 22.09.02 10 0 14쪽
34 제5-5장 22.08.31 8 0 15쪽
33 제5-4장 22.08.29 10 0 13쪽
32 제5-3장 22.08.28 8 0 12쪽
» 제5-2장 22.08.27 11 0 12쪽
30 제5-1장 22.08.26 9 0 14쪽
29 제5장. 끝맺는 이야기 22.08.24 8 0 15쪽
28 제4-8장 22.08.22 10 0 12쪽
27 제4-7장 22.08.21 9 0 12쪽
26 제4-6장 22.08.20 9 0 15쪽
25 제4-5장 22.08.19 9 0 13쪽
24 제4-4장 22.08.17 11 0 15쪽
23 제4-3장 22.08.15 12 0 14쪽
22 제4-2장 22.08.14 13 0 11쪽
21 제4-1장 22.08.13 12 0 11쪽
20 제4장. 그의 이야기 22.08.12 14 0 12쪽
19 제3-5장 22.08.10 13 0 12쪽
18 제3-4장 22.08.08 15 0 13쪽
17 제3-3장 22.08.07 14 0 12쪽
16 제3-2장 22.08.06 17 0 13쪽
15 제3-1장 22.08.05 14 0 12쪽
14 제3장. 마법사 이야기 22.08.03 18 0 12쪽
13 제2-5장 22.08.01 20 0 12쪽
12 Monologue 22.07.31 19 0 13쪽
11 제2-4장 22.07.30 21 0 16쪽
10 제2-3장 22.07.29 22 0 13쪽
9 제2-2장 22.07.27 2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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