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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각일기


[노총각일기] '메르스 사태' 소도시 강타, '올스톱'된 지역 경기

노총각이 노총각들을 위해 쓰는 일기(23)

총각이 살고 있는 곳은 전북 김제시다. 조그만 지방 소도시답게 이곳은 늘상 조용해왔다. 벽골제 등 문화유산은 존재하지만 대체적으로 타 지역까지 무엇을 알릴만한 게 조금씩 부족했다. 그래서일까? 어릴 때부터 이곳에서 자라고 성장해왔는지라 사는 곳에 대한 애정이 깊은 총각 입장에서는 다른 지역 분들에게 김제를 알리고 싶었다.

고려시대 최고의 용장으로 꼽혔던 무신 두경승, 극진가라데로 세계를 제패한 '바람의 파이터' 고(故) 최영의 총재, 특공무술 창시자로 알려진 대한특공무술협회 장수옥 총재, 효녀가수 현숙, LG 트윈스 소속 야구선수 이병규, 영화배우 이나영, 개그우먼 정주리 등 김제출신 유명인들을 언급한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메르스 사태 이후 조용해진 거리

하지만 아쉽게도 어쩌다 한 번씩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는 것은 엉뚱하거나 안 좋은 일로 해서였다. 연쇄살인범 온보현, 탈주범 신창원, 마늘밭 돈뭉치사건, 우체국 멧돼지 소동 등 타 지역 분들 상당수는 이런 것들로 김제를 기억한다. 전국 최고 수준의 곡창 지대 등 김제가 좋은 쪽으로 많이 알려지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너무나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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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사태 이후 시내 곳곳은 조용한 거리가 되어버렸다.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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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로 인해 영업을 쉬고있는 식당이 한두곳이 아니다.
ⓒ 윈드윙


요즘 사회 전체적으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메르스 사태다. 더 이상 설명이 무의미할 정도로 대부분 국민들의 시선은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김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실 김제는 그동안 질병, 자연재해 등에서 상당한 안전지대였다. 전국적으로 전염병이 돌아도 좀처럼 이곳까지는 내려오지 않았고 평야의 특성상 전국적으로 물난리가 나도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텔레비전 속 이야기일 뿐이었다. 큰 도시에 비해 문화적 혜택은 적었지만 이런 면에서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서울을 다녀간 김제 사람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감염된 채로 김제 집으로 내려갔고 고열증세를 보이면서 이곳은 삽시간에 전국적 이슈를 타는 곳 중 하나가 되고 말았다. 이전 안 좋은 일로 그랬던 것처럼 전국적 검색어에 '김제 메르스'가 올라가기까지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타고 현재의 김제는 난리도 아니다. 한겨울에도 어쩌다 한 번씩 볼 수 있는 마스크 쓴 사람들을 줄줄이 보게 되는 것은 물론 약국에서도 마스크 열풍(?)이 불고 있다. 조그만 약국에서조차 마스크가 없어서 손님들을 돌려 보낼 정도이니 말다했다.

우스갯소리로 약사분께 "미리 마스크를 좀 사재기해놓았으면 돈 좀 버셨겠어요?"라고 말을 건네니 "아마 비싼 고급 마스크가 많이 있었다면 약국 매출 1위는 마스크가 차지했을 것"이라는 슬픈 농담을 들었을 정도다. 졸지에 마스크가 귀한 제품이 되다보니 식당 같은 곳에서 손님들에게 서비스 제품으로 내미는 광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음식을 배달하는 분들도 마스크를 쓰고 배달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 사회적 이슈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던 지인마저도 마스크를 쓰고 음식을 배달하고 있었다. "엇! 마스크를 쓰셨네요. 그러고 배달 다니시기 답답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다. 지인은 답답하다며 흐르는 땀을 연신 훔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분도 어쩔 수 없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음식을 배달하면 손님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메르스 열풍 때문인지 대놓고 언짢은 기색을 보이거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에 대해 화를 내는 손님들도 있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메르스 사태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지역 경기의 침체다. 최근 이곳은 메르스 사태 이전부터도 경기가 안 좋아 힘들다는 상인들의 하소연이 늘어가고 있는 분위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말았다.

각종 음식점이나 목욕탕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물론 소비가 줄어드니 대리운전같은 연계성 서비스 업종까지 치명타를 입고 있다. 좋지 않은 도미도 현상의 반복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의 침체가 소비자들의 지갑이 꽁꽁 얼어붙은 이유 때문이었다면 현재의 메르스 사태는 지갑 자체를 열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매상이 줄어들 경우 이에 대처하는 상인들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가게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좋지 않은 상황이 풀리기를 기다리는 유형과 적극적인 광고 등을 통해 정면으로 타개책을 마련하는 케이스가 있다. 이는 가게 규모와 업종별 동향 그리고 현재의 상황이나 업주의 성격이나 마인드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떤 방법이 옳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업주나 소비자들이나 한결같이 현재의 메르스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만큼은 똑같다는 사실뿐이다.

용감한 총각은 단 한 번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고 일부러 활동을 자제하지도 않았다.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이 전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총각에게는 그렇지 않아도 조용한 지역이 메르스로 인해 더욱 숨을 죽인 현실이 더욱 슬펐다. 현재의 조용함이 이후의 활력을 위해 일보 후퇴임을 바랄뿐이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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