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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부진한 KCC, 농구 명가의 유산 잃어버린걸까

프로농구 전주 KCC는 챔피언 결정전 5회 우승에 빛나는 최고 명문구단 중 하나다. 워낙 큰 경기 경험이 많은지라 정규시즌에서 다소 부진하더라도 플레이오프에서는 가장 경계 받는 팀으로 돌변하고 만다.

1대 신선우 감독은 2005년 플레이오프 당시 단테 존스 효과를 앞세워 정규경기 15연승을 달렸던 유력한 우승후보 SBS(현 KGC)의 발목을 잡은 바 있다. 2대 허재 감독은 가드중심의 농구로 인해 포워드 농구를 구사하는 팀들에게 정규시즌에서 다소 약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복수혈전에 성공하고는 했다.

신선우, 허재 감독은 같은 방식에 여러 번 당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가지고 있는 전력 내에서 철저하게 상대를 분석해 가장 중요한 순간에 몇 배로 돌려주고는 했다. KCC팬들이 팀에 자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기력의 부재

하지만 최근의 KCC는 이러한 모습이 실종된 상태다. 시즌 초부터 우승후보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정규시즌 내내 고전하는가하면 가지고 있는 전력조차 제대로 활용을 하지 못해 팀에 대한 팬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2승 4패로 몰린 SK에게는 그야말로 '고양이 앞의 쥐'다. 매경기 같은 패턴으로 당하고 또 당한다. 4강 직행을 놓고 격돌했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도 뻔한 전략이 노출되며 분루를 삼키고 말았다.

팬들은 과거 허 감독이 그랬듯 추승균 감독이 SK의 허를 찌를 전략을 준비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간 그랬듯이 달라진 것은 없었다.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시즌 내내 지적된 사항의 일부만 반영했을 뿐 정규리그와 크게 다르지 않은 운영으로 일관하며 문경은 감독과의 지략대결에서 완패를 당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입증하듯 31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4강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9-80으로 패하며 지난 2경기를 모두 내주고 말았다. 역대 4강 플레이오프 1~2차전 승리팀이 100%의 확률로 챔피언 결정전 진출에 성공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SK가 유리한 고지를 확실히 점하게 된 상황이다. 사실상 대등한 전력의 충돌이었던지라 사령탑 대결에서 패했다 할 수 있다. KCC팬들의 자부심이였던 큰 경기 유전자는 실종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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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메이스의 공수에 걸친 맹활약은 애런 헤인즈의 빈자리를 잊게하기에 충분했다.
ⓒ 전주 KCC


특급 외인 빈자리 특급으로 메운 SK

'케빈 듀란트가 빠지니 그 자리에 하킴 올라주원이 왔다.'

이번 시리즈를 지켜보고 있는 농구팬들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말이다. 당초 SK는 팀내 1옵션 애런 헤인즈(37·199cm)의 공백을 메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새로운 특급 외국인선수 제임스 메이스(32·200cm)는 헤인즈 못지않은 맹활약을 펼치며 SK를 이끌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32득점(3점슛 3개), 12리바운드, 3블록슛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양팀 첫 공격에서 테리코 화이트(15득점, 5리바운드)의 3점슛이 빗나간 가운데 송창용(11득점, 3점슛 3개)은 깨끗하게 외곽을 연달아 꽂아 넣었다. KCC 입장에서는 SK 지역방어를 깨뜨릴 3점이 필요했는데 그런 점에서 초반 스타트는 좋았다.

송창용이 초반 슛감을 오래 가져갈 수 있다면 SK의 지역방어를 흔들어놓는 것은 물론 이정현의 체력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었다. 하승진(15득점, 10리바운드)도 안드레 에밋의 빗나간 슛을 공격 리바운드를 잡고 세컨샷을 우겨넣는 등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남달라 보였다.

10-1까지 밀리며 주춤하던 SK는 7분께 안영준이 3점슛으로 첫 팀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추격에 나선다. KCC는 부지런히 달아나려 했으나 공격 원툴 에밋의 잇단 공격 실패와 실책으로 금새 동점을 허용하고 만다. 반면 SK 새 외국인선수 메이스는 빅맨임에도 연달아 3점슛을 성공시키며 팀 오펜스에 완전히 녹아든 모습을 보였다.

3년차에 들어선 에밋은 추감독의 무한신뢰에도 불구하고 국내선수의 수비에도 고전하고 팀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하는 등 아쉬움을 많이 주고 있다. 특히 큰 경기나 중요한 순간에 유달리 약한 캐릭터를 굳히는 모습이다.

에밋으로 인해 초반부터 분위기를 넘겨줄 뻔한 KCC는 신명호, 이정현, 로드, 정희재 등이 교체 투입되면서 흐름을 끊는데 성공한다. 이정현(22득점, 3점슛 5개, 3어시스트)은 연이은 돌파로 자유투를 얻어냈고 신명호, 찰스 로드, 정희재도 각자의 영역에서 제몫을 해줬다. 신명호, 이정현의 앞선과 로드, 정희재의 골밑은 SK에게 높이와 스피드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신명호는 무려 외국인 선수 화이트를 전담마크하면서도 동료들에게도 틈틈이 도움 수비를 들어가는 등 헌신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이정현이 버저비터 3점슛으로 화답했다. 21대 19로 KCC가 아슬아슬하게 앞서며 1쿼터가 끝났다. 

패싱에서 갈린 승부

신명호의 허슬은 경기 내내 계속됐다. 속공을 치고나가는 김선형(18득점, 3점슛 3개, 6어시스트)을 끝까지 따라가서 공을 쳐내는 등 몸을 사리지 않았다.

하지만 에밋은 메이스에게 블록슛을 당하고 곧이어 속공을 허용하는 등 이른바 민폐모드를 거듭했다. 네이트 밀러(31·187cm) 정도 되는 리그 평균 수준의 단신 외국인선수만 있었어도 KCC의 상황은 달라졌을지 모를 정도로 에밋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이 분투해도 에밋 자리에서 자꾸 구멍이 났다.

메이스는 장신의 이점을 살려 속공에도 적극 가담하는 등 특급 빅맨의 위용을 톡톡히 과시했다. 송교창(22·201cm)의 속공시에는 뒤를 따라가 위력적인 블록슛을 성공시켰다. 하승진(33·221cm) 을 앞에 두고 타점 높은 훅슛을 보여주기도 했다. 장신 스윙맨 헤인즈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그 과정에서 무릎으로 송창용의 갈비뼈 부위를 강타하기도 했다. 큰 충격을 받은 송창용은 고통스런 모습으로 코트에 나뒹굴었다.

KCC는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볼을 오래 끄는 경향이 많아 패싱 플레이가 잘 되지 않았다. 반면 SK는 공격은 외국인선수들이 이끌어갔으나 선수들이 고르게 볼을 한번 씩 만져보는 등 원활한 팀플레이가 이뤄지는 모습이었다. 정통파 1번 유현준(21·180cm)을 정규시즌을 통해 경험치를 쌓게 하지 못한 대목이 아쉬웠다.

시즌초 강력한 우승후보로 분류됐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SK는 전천후로 경기를 운영했다. 하승진을 투입하면 기동력으로 승부하고, 하승진이 없으면 높이로 밀어붙였다. 전포지션에 걸쳐 갖추고 있는 높이와 스피드의 라인업을 잘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KCC가 어떻게 반응해도 거기에 맞춰 플레이했다.

거기에 정규시즌 내내 노출된 단순한 KCC의 패턴을 역으로 공략하는 등 사령탑 싸움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었다. 전술적인 부분에서 다소 물음표가 따라다니는 문감독이었으나 추감독을 상대로는 언제나처럼 우세한 모습을 보였다. KCC는 이정현이 외국인 선수급으로 활약하며 무너질 듯한 균형을 겨우 겨우 막아줬다.

SK 2옵션 화이트는 수비시 공중에서 패스를 쳐내고 공격시 바스켓카운터를 얻어내는 등 공수에서 3년째 추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는 에이스 에밋을 압도했다. 메이스의 활약은 막판까지도 계속됐다. 골밑에서 센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마크맨에 따라 돌파, 포스트업, 외곽슛 등 공격옵션을 다르게 가져갔다. 빅맨과 스윙맨의 장점을 모두 보여주는 전천후 활약이었다.

김선형과 함께 프랜차이즈로 불리며 SK팬들의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변기훈(6득점, 3점슛 2개)도 필요한 상황에서 외곽을 잘 넣어주었다.

빼어난 수비에 시리즈 내내 중요한 시점마다 적중률 높은 야투를 자랑하고 있는 안영준은 올 시즌 문감독의 히트상품이다. 사실 신인 복이 많은 팀은 KCC였다. 차세대 정통파 대표 1번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유현준을 비롯 김국찬(23·190.1cm), 김진용(24·200cm) 등 포지션별로 즉시 전력감들을 잘 보강했기 때문이다. 노장이 많은 팀 특성상 중용이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까지 신인을 잘 키워낸 쪽은 SK다. 문 감독은 젊고 에너지 넘치는 포워드진이 즐비한 가운데서도 안영준에게 꾸준히 기회를 주며 신인왕으로 키워냈다. 팀 성적과 세대교체를 동시에 해내고 있는 모습이다.

결국 SK는 전체적 밸런스와 벤치전략 대결에서 앞서며 4쿼터 종료 2분여를 앞두고 10점차로 스코어를 벌린채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화이트가 던진 3점슛이 림을 맞고 크게 튕기며 들어가는 등 승리 운도 SK의 편이었다. SK는 4쿼터에서 3점슛 6개를 성공시켰는데 이는 역대 플레이오프 3점슛 신기록이다. 이래저래 쾌조의 2연전을 보낸 SK였다.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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