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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대항마' 돌아온 괴물 퍼거슨, 건재 과시하나

0002333529_001_20190609000412620.jpgUFC 토니 퍼거슨이 돌아온다. ⓒ 게티이미지


UFC 라이트급을 대표하는 괴물 캐릭터 '엘쿠쿠이(El Cucuy)' 토니 퍼거슨(35·미국)이 돌아온다.

퍼거슨은 9일(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펼쳐지는 ‘UFC 238’에서 특유의 성실함과 꾸준함을 바탕으로 여전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베테랑 파이터 '카우보이' 도널드 세로니(36·미국)와 격돌한다.

퍼거슨은 UFC 팬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선수 중 하나다. 라이트급 흥행을 이끌던 빅네임 파이터임에도 타이틀 전선에서 얼굴을 쉬이 볼 수 없었기 때문. 2016년부터 강력한 챔피언 후보로 불리며 현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1·러시아)와 ‘양강 구도’를 이뤘던 그의 현재 모습은 만족스럽지 않다.

누르마고메도프는 라이트급에서 적수를 찾아보기 힘든 무적 행진을 벌이고 있다. 탈 체급 완력에 강력한 레슬링을 앞세워 상대들을 지옥으로 몰아갔다. 선수층이 두꺼운 라이트급에서도 누르마고메도프와 제대로 된 승부를 벌일 상대를 찾기 힘들다.

퍼거슨은 진작 누르마고메도프와 경기를 치렀어야 했다. 다른 체급이었다면 적어도 한두 차례 매치가 성사되고도 남았다. “이대로 시간만 흐르다 세기의 빅매치가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팬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만큼 퍼거슨과 누르마고메도프의 진검승부는 세계 격투기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드림매치다.

아쉽게도 퍼거슨과 누르마고메도프는 번갈아 사고를 치며 경기를 취소하게 만들었다. 언젠가는 성사될 매치라고는 하지만 퍼거슨의 나이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더 늦춰지면 의미가 흐려진다.

기량이 절정에 오른 상태에서 충돌하는 것을 기대하는 팬들의 실망만 커질 수 있다. 전성기에서 내려온 매니 파퀴아오와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의 복싱 빅매치처럼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매치업이 된다면 허탈함이 커질 수 있다.

아쉽게도 최근의 퍼거슨은 옥타곤에 오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크고 작은 부상은 차치하고 정신질환(조현병), 가정폭력 문제까지 휘말리며 훈련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재작년, 작년 겨우 한 경기씩 소화했다. 세로니전도 올해 첫 출격이다.

퍼거슨이 다시금 누르마고메도프와 경쟁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로니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 누르마고메도프의 대항마는 여전히 자신이라는 것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 전력상 퍼거슨의 우위를 예상하지만 여러 외적인 요소들을 감안했을 때, 쉬운 승부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며 세로니를 꺾을 경우, 라이트급은 다시금 요동칠 수 있다. 챔피언의 독주로 다소 김이 빠져버린 타이틀전선이 불타오르는 것은 물론 최고의 흥행메이커 코너 맥그리거(31·아일랜드)와의 큰 그림도 그려 볼 수 있다. 이래저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복귀전이다.

0002333529_002_20190609000412641.jpgUFC 라이트급 챔피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 게티이미지


퍼거슨을 누르마고메도프의 유일한 대항마로 기대하고 있는 것은 그 동안 보여 왔던 ‘싸움꾼 근성’ 때문이다. 2013년부터 11연승을 이어오고 있는 퍼거슨은 강하기는 하지만 누르마고메도프처럼 압도적인 포스는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라이트급에서 가장 무서운 슬로우 스타터’라는 평가답게 승리를 가져가는 쪽은 퍼거슨이었다. 치열한 양상을 띨 경우, 대부분의 선수들은 페이스가 떨어지거나 지치지만 퍼거슨은 외려 지치거나 데미지가 축적된 상대를 지켜보며 힘을 낸다. 때문에 퍼거슨 경기에서는 유달리 진흙탕 공방전이나 혈전이 자주 펼쳐지고 팬들은 더욱 열광한다.

수준급 파이터들 대결에서는 기량 외 멘탈도 큰 영향을 미친다. 상대에게 주눅 들지 않는 자신감, 흥분하지 않고 가져온 전략을 풀어나갈 수 있는 차분함 등 여러 요소가 잘 맞아떨어질 때 좋은 성적이 따라온다.

그런데 퍼거슨은 상대의 멘탈을 깨는데 능하다. 상대가 예측한 부분을 훌쩍 넘어서는 내구력과 핏빛 근성을 과시한다. 무수한 공격 허용에도 좀비처럼 다가와 피투성이로 ‘씨익’ 웃는 퍼거슨의 모습은 상대 선수는 물론 지켜보는 팬들까지도 오싹하게 만들기 일쑤다.

경기가 중반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웬만한 선수는 데미지가 쌓이고 체력이 떨어지면서 힘겨운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퍼거슨은 다르다. 지친 상대를 보면서 전투력을 끌어올린다. 퍼거슨은 멘탈이 흔들린 상대를 자신의 공간으로 끌어들여 악몽을 안겨준다. 마치 공포영화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프레디 크루거를 보는 듯하다.

많은 이들이 누르마고메도프의 대항마로 퍼거슨을 기대하는 것도 바로 이런 모습 때문이다. 과연 퍼거슨은 여러 악재 속에서 세로니를 꺾고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까. 돌아온 퍼거슨표 악몽 극장에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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