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윈드윙 님의 서재입니다.

전체 글


[격투기 쓴것] 맥그리거 승리의 결단, 디아즈에게 좀비로 맞불

news_1471819686_586526_m_1_99_20160822082803.jpg
UFC 맥그리거가 '좀비' 디아즈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 게티이미지
UFC 페더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27·아일랜드)가 ‘웰터급 좀비’ 네이트 디아즈(30·미국)를 맞이해 리벤지에 성공했다.

맥그리거는 21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서 펼쳐진 ‘UFC 202’ 메인이벤트에서 5라운드 접전 끝에 2-0 판정승했다.

1차전의 뼈아픈 패배를 씻고 2차전에서 승리를 따내기는 했지만, 이번 경기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타격이 오고가고 피가 튀었다. UFC 팬들에게는 더없이 뜨거운 명경기지만, 옥타곤에 있는 맥그리거나 디아즈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높은 대전료는 괜히 그런 것이 아니었다.

2차전을 앞두고 도발과 독설을 멈추지 않았던 맥그리거는 옥타곤에 들어선 이후로는 냉정했다. 이번 경기를 내줬을 때 받게 될 데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필승 의지에만 불탔다. 자신의 주먹을 믿고 정면에서 펀치를 날렸던 1차전과 달리 맥그리거는 세세한 것까지 꼼꼼히 챙기며 전략적인 승부를 펼쳤다.

맥그리거는 5라운드 전체를 머릿속에 그리고 포인트를 쌓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넉아웃을 노리기에는 디아즈의 내구력과 체력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페더급에서의 맥그리거는 우월한 신장과 리치로 상대를 압박하고, 밀린 상대가 조급함에 들어올 때 카운터를 꽂으며 승리를 쌓아왔다. 하지만 상위 체급의 디아즈 앞에서는 사이즈의 우위를 점할 수도 없었고, 상대가 난타전을 매우 즐기는 스타일이라 진흙탕 싸움을 벌이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2차전 필승카드로 맥그리거가 들고 나온 것이 로우킥이다. 앞다리를 지속적으로 노리는 로우킥 공격, 레슬링을 활용한 압박은 대표적인 디아즈 공략법이다. 이 가운데 타격가인 맥그리거나 들고 나올 수 있는 방법은 역시 로우킥이었다.

맥그리거는 1차전처럼 욕심을 부리며 들어가기보다 일정 거리를 두고 지속적으로 로우킥을 시도했다. 디아즈의 튀어나온 앞다리에 지속적으로 로우킥을 가했고, 앞손 공격의 비중도 높였다. 장기인 뒷손은 디아즈가 치고 나올 때 카운터로 쓰거나 빈틈이 보일 때만 꺼내들었다. 자신의 빈틈을 최소화하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고 체력 안배까지 하겠다는 영리한 전략이었다.

2라운드 중반까지만 해도 이러한 맥그리거의 전략은 제대로 통하는 듯했다. 맥그리거는 자신의 펀치에 디아즈가 충격을 받고 다운을 당해도 무리하게 들어가지 않았다. 디아즈가 “들어오라”고 도발해도 ‘부동심 전략’으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디아즈는 만만치 않았다. 디아즈의 무서운 점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맥그리거 역시 이를 너무 잘 알고 있어 ‘감염 거리’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경계했다.

조급해진 디아즈가 2라운드 중반부부터 들고 나온 바이러스는 ‘더티복싱’이었다.

날렵한 맥그리거가 무리하지 않고 페이스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펀치를 꽂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작은 펀치는 맞으면서 케이지 구석으로 몰았다. 그리고 클린치 싸움을 벌였다. 테이크다운 시도가 제대로 통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지만 철장에서 이루어진 끈적끈적한 몸싸움을 맥그리거를 힘겹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디아즈와의 몸싸움이 계속되자 맥그리거는 힘겨운 기색이 역력했다. 초반 활발하게 밟았던 스텝도 눈에 띄게 느려졌고 숨을 헐떡이며 지친 모습을 자주 드러냈다. 1차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무너지는 그림도 그려졌다. 3라운드를 마치고 자신의 코너로 들어가는 맥그리거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나머지 2라운드를 견딜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표정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맥그리거는 좀비 바이러스를 피하기보다는 자신도 좀비가 되기로 결단을 내렸다. 승리를 부른 결단이다. 체력적, 신체적으로 상당한 데미지를 입은 만큼, 초중반처럼 활발하게 움직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신력과 투지를 앞세워 맞불을 놓은 것이다. 영리하게도 작은 펀치를 맞으면서도 큰 궤적의 주먹은 모두 피했다. 내구력에서 밀리는 맥그리거가 ‘좀비전쟁’에서 생존한 이유다.

고전하기는 했지만 맥그리거는 디아즈와의 2차전을 통해 자신의 상품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체력적으로 힘겨운 상황 속에서 내구력, 체력을 두루 갖춘 상위체급 파이터와 후반 내내 진흙탕 싸움을 펼쳤다는 것은 ‘입만 살은 파이터’가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입증했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667 격투기 쓴것 | 메이웨더 은퇴경기, 숄더롤 보다 무서운 UFC급 클린치 15-09-17
666 스포츠 쓴것 | KCC 에밋 득점머신 ‘맥도웰-민랜드 계보’ 이어갈까 15-09-17
665 격투기 쓴것 | '슈퍼플라이' 지미스누커, 살인 혐의 전면 재수사 15-09-13
664 격투기 쓴것 | 은퇴 앞둔 메이웨더, 무관심+약물의혹 ‘2중고’ 15-09-13
663 격투기 쓴것 | UFC 크로캅·문희준 '10만 안티팬' 털어낸 비결은? 15-09-10
662 격투기 쓴것 | UFC 4연승 알롭스키 아슬아슬 상승세 15-09-09
661 격투기 쓴것 | UFC 크로캅·표도르 '불꽃처럼 얼음처럼' 다시 쓰는 전설 15-09-07
660 스포츠 쓴것 | LG 맷 볼딘, 명품 백인용병 계보 이을까? 15-09-07
659 격투기 쓴것 | UFC 알롭스키, ‘합법적 약물러’ 미어 격파할까? 15-09-06
658 격투기 쓴것 | UFC 서울 대회, 추성훈부터 크로캅까지 ‘빅매치 향연’ 15-09-04
657 격투기 쓴것 | ‘황제의 결심’ 표도르, 패턴 수정으로 생존법 모색 15-09-02
656 격투기 쓴것 | ‘230kg 스모왕’ 아케보노… 현실 속 혼다는 없었다! 15-09-02
655 스포츠 쓴것 | 거포 외국인 전성시대…저평가된 브렛 필 가치 15-09-01
654 격투기 쓴것 | 불혹에 돌아온 표도르, 변화 아닌 익숙함 선택 15-08-31
653 격투기 쓴것 | 최홍만도 졌던 모vs오직 전진 최무배 ‘중년의 화력 만끽' 15-08-30
652 격투기 쓴것 | ‘동안의 암살자’ 바넷, UFC 슈퍼뚱보 제거 나선다 15-08-29
651 매니아-피플 | ‘화가도 만화가도 디자이너도’ 아닌 그냥 손쌤? *2 15-08-28
650 격투기 쓴것 | 크로캅 UFC 서울 출격 열망…인기는 표도르 능가 15-08-26
649 격투기 쓴것 | 식지 않는 크로캅, UFC 서울 중심의 자격 15-08-26
648 격투기 쓴것 | UFC 재입성 양동이, 황소의 서울 폭주 기대 15-08-23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