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한일전 승리에는 김연경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 연합뉴스
열대야에 지친 국민들에게 한국 여자배구 올림픽대표팀이 시원한 승전보를 전해왔다.
여자배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각) 브라질 마라카나지우 경기장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조별리그 1차전에서 ‘숙적’ 일본을 세트 스코어 3-1로 격파했다. 초반 너무 긴장한 탓에 서브와 리시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첫 세트를 내줬지만, 이후 조직력이 살아나며 내리 2,3,4세트를 따냈다.
반전이 가능했던 것은 역시 김연경(29·페네르바체) 활약이었다. 최다득점(30)을 기록한 김연경은 다양한 루트로 일본 진영을 맹폭격했다. 작은 빈틈만 보이면 여지없이 날아들어 높은 타점에서 대포알 같은 스파이크를 내리 꽂으며 파워를 뽐냈다. 네트 근처에서는 블로킹이 뜨는 타이밍을 노려 영리하게 득점을 올렸다. 대각, 직선, 후위 등 위치를 가리지 않고 완급을 조절하며 해결했다.
김연경이 확실하게 중심을 잡자 동료들도 살아났다. 22득점을 기록한 양효진(27·현대건설)은 2연속 서브공격을 성공시켰다. 흔들리면서 빠르게 꺾여 들어가는 특유의 서브에 일본 선수들은 당황했다. 국내리그 최고의 센터답게 높은 블로킹으로 번번이 상대의 공격을 막아냈고, 속공에도 적극 가담했다.
첫 올림픽 무대에 오른 대표팀 막내 이재영(20·흥국생명)의 활약도 빼어났다. 서브 리시브는 물론 분위기가 넘어가려는 찰나에 전면에 나서 과감한 공격을 가했다. 후위에서의 안정적인 수비도 든든했다. 올림픽 한일전이라는 무게에 주눅 들지 않고 막내가 패기를 보여주자 분위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한국에 김연경이 있었다면 일본에는 나가오카 미유(29·히사미츠 스프링스)가 있었다. 틀어 때리면서도 직선으로 강하게 날아가는 나가오카의 강력한 스파이크는 중요한 순간마다 대표팀을 괴롭혔다. 네트 근처는 물론 후위에서도 연달아 위력적인 공격을 성공시켰다. 나가오카를 지나치게 의식하다보면 반대쪽에서 이시이 유키(29·히사미츠 스프링스)가 위력적인 지원사격을 함께했다.
미모와 실력을 겸비한 일본 대표팀 아이콘 기무라 사오리(30·도레이)는 손가락 부상 탓에 눈에 띄지 않았다. 1세트에서의 활약을 제외하고는 김연경이 폭발한 시점부터 급속도로 움츠러들었다. 공수에서 리더 역할을 하려는 모습은 역력했지만, 직접 주포로 나서 공격을 주도하지는 못했다. 수비에서는 여러 차례 실책도 범했다.
한일전에서 김연경의 존재감은 어떤 선수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자신이 공격의 중심에서 활약하는 것 외에도 끊임없이 동료들을 독려하고 기회를 만들어주는 등 실질적 사령탑 역할을 해냈다. 김연경의 불 같은 활약에 이은 포효 세레머니에 일본 여자배구대표팀은 사오리를 비롯해 모두 기가 죽었다. 일본 언론들도 “김연경을 막지 못해 졌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국내리그 평정, 해외리그 우승 및 MVP 등극 등 김연경은 프로선수로서 이룰 것은 다 이뤘다. 남은 것은 단 하나, 올림픽 메달뿐이다. 선수로서 화룡점정을 꿈꾸는 김연경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0년 만에 대표팀에 메달을 끌어올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한편, 대표팀은 오는 9일 오전 8시 30분 ‘강호’ 러시아와 올림픽 본선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