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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UFC 단순한 헨더슨? 착각이 초래하는 파멸의 ‘H-bo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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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미들급 헨더슨은 무작정 휘두르는 것 같지만 여러 속임 동작을 섞어 쓴다. ⓒ 게티이미지

 
UFC의 노장 투혼을 얘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파이터가 ‘폭탄 레슬러’ 댄 헨더슨(46·미국)이다.

미들급에서 활약 중인 헨더슨은 40대 중반이지만 여전히 강력하다. 전성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와 맞붙는 상대들은 여전히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어떤 누구라도 쓰러뜨릴 수 있는 한 방의 파괴력이 무시무시하기 때문이다.

헨더슨은 여전히 넉아웃 게임을 즐긴다. 랜디 커투어 등 노장 파이터들은 대부분 정면 충돌보다는 노련미를 앞세워 포인트 싸움을 벌이며 승리를 쟁취한다. 힘 대 힘으로 맞붙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헨더슨은 다르다. 재작년부터 벌인 6경기 중 3승을 넉아웃으로 장식했다. 체력과 내구력은 예전 같지 않지만 한 방의 파워는 아직도 공포 그 자체다.

지난 5일(한국시각) 미국에서 열린 UFC 199 헥터 롬바드(37·쿠바)전은 헨더슨의 건재를 입증한 한판이다.

흑인 특유의 탄력에 터질 듯한 근육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이팅이 인상적인 롬바드는 1라운드에서 거친 타격과 테이크 다운 등으로 쉴 새 없이 헨더슨을 몰아붙였다. 웬만한 상대였다면 1라운드에서 무너질 흐름이었다. 하지만 진념의 헨더슨은 1라운드를 견뎌내고, 2라운드 들어 기어코 흐름을 뒤집었다. 팔꿈치 타격으로 롬바드를 옥타곤 바닥에 눕힌 뒤 팔꿈치 파운딩을 퍼붓고 끝냈다.

헨더슨이 위대한 ‘노장의 전설’을 쓰고 있는 배경에는 ‘H-Bomb(수소폭탄)'이라 불리는 무시무시한 오른손 펀치가 크게 자리한다. 롬바드를 잡은 것은 팔꿈치 공격이었지만, 바탕에는 라이트 훅의 위력이 깔려있다. 롬바드는 경기 내내 헨더슨의 펀치를 의식하고 경계하다가 불의의 팔꿈치 일격을 당했다. 헨더슨의 무시무시한 펀치가 없었다면 결정적인 팔꿈치 공격이 성공할 확률은 크지 않았다.

엘리트 레슬러 출신답지 않게 헨더슨은 레슬링보다 펀처 스타일로 파이터 생활의 대부분을 장식하고 있다. 상대의 품으로 파고들면서 큰 궤적을 그리다가 폭탄처럼 터지는 펀치는 꽂히기만 하면 ‘어마무시’한 위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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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에서 손꼽히는 싸움꾼들도 헨더슨 펀치에 나가 떨어졌다. ⓒ UFC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마우리시오 쇼군, 롬바드 등 빅네임들을 깬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스타일과 내구력을 가리지 않고 맞으면 모두 나가떨어진다. 현 UFC 미들급 챔피언 마이클 비스핑(36·영국)은 헨더슨과의 맞대결 당시 펀치에 맞고 쓰러진 뒤 폭탄 팔꿈치 파운딩을 허용하고 실신하는 굴욕적인 장면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오른손 펀치 외에는 딱히 위협적인 무기가 없다는 사실이다. 상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헨더슨의 라이트만 조심하면 된다는 것을 안다. 헨더슨 역시 우직하게 같은 공격만 반복한다. 그러나 여전히 헨더슨의 라이트를 극복하지 못한다.

헨더슨의 라이트가 터져 나오는 장면은 의외로 단순하다. 전진 압박하면서 로우킥을 차고 이어서 펀치를 날린다. 또는 상대가 견제 공격을 펼치면 곧바로 큰 펀치로 뚫듯이 공격을 가한다. 패턴 자체는 복잡하지 않지만 한 방의 위력이 워낙 강해 대부분의 상대는 뒤로 물러난다. 사냥꾼 같은 헨더슨의 순간 스피드는 변함이 없어 물러서는 상대에게 곧바로 달려들어 숨 쉴 틈 없이 펀치를 작렬한다.

헨더슨 특유의 거리 감각과 폭발력, 그리고 투박하면서도 나름 까다로운 속임 동작도 톡톡히 한 몫을 한다. 헨더슨은 무작정 휘두르는 것 같지만 여러 속임 동작을 섞어 쓴다. 충분히 닿을 만한 거리에서도 못 미치는 듯 헛손질을 하다가 펀치각이 나오면 주저 없이 강펀치를 꽂는다. 펀치를 가할 듯하다가 반 박자씩 타이밍을 늦추거나 빨리하는 노련함도 일품이다.

헨더슨의 펀치는 풀스윙으로 매우 크게 나가는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다. 얼핏 보기에는 궤적이 커 보이나 왼쪽 아래로 몸을 숙이며 스트레이트와 훅의 중간 형태로 펀치를 날린다. 보이는 궤적보다 빠르게 상대 안면까지 펀치가 날아갈 수밖에 없다.

강펀치에 긴장하고 압박을 당하는 상대 입장에서는 속임 동작이 섞인 채 보이는 궤도보다 빠르게 펀치가 들어와 막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20여년 째 비슷한 스타일로 롱런하고 있는 헨더슨의 노익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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