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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좀비' 디아즈 형제, 공포의 가랑비 타격

네이트 디아즈 바탕 복사.jpg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이 있다. 가늘게 내리는 비는 조금씩 젖어 들기 때문에 여간해서 옷이 젖는 줄 깨닫지 못한다는 뜻으로, 이를 입증하듯 세상을 살다보면 처음에는 임팩트가 크지 못하다해서 무심히 넘겼다가 계속된 반복의 결과로 큰 손실을 보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UFC 웰터급과 라이트급서 활약 중인 '형제 파이터' 닉 디아즈(30·미국)-네이트 디아즈(28·미국)는 이러한 가랑비 타격(?)에 능하다. 이들의 호리호리한 몸매와 매서운 눈매만을 봤을 때는 얼핏 아웃파이터로 착각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인파이터들은 뼈대가 굵고 겉보기부터 맷집이 좋게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전형적인 인파이터들이다.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히트영화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시리즈에 나오는 좀비들처럼 흐느적거리면서도 전진을 멈추지 않는게 바로 디아즈 형제다. 디아즈 형제는 킥보다는 펀치위주로 난타전을 즐기는데 그래서 이들이 사용하는 스탠딩펀치 스타일에 '좀비복싱'이라는 이름까지 붙여졌다.

중장거리에서 계속 주먹을 휘두르며 전진하는 좀비 복싱은 얼핏 보면 단순하기 그지없다. 쉴 새 없이 펀치만 내지르기 때문이다. 정교한 복싱 테크닉도, 무시무시한 한 방이 돋보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디아즈 형제의 스탠딩 압박은 상대에게 심한 공포를 가한다. 반격을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거듭하며 앞으로 밀고 들어오는 전법은 상대의 리듬을 깨뜨리고 질리게 만든다.

타격에 일가견이 있는 상당수 선수들도 디아즈 형제를 상대로는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누구를 만나도 물러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호전적 파이터 '내츄럴 본 킬러(Natural Born Killer)' 카를로스 콘딧(29·미국)이 닉 디아즈를 상대로 경기 내내 정면승부를 피한 것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펀치를 가할 때 다른 한 손은 방어동작을 취하지만 디아즈 형제는 예외다. 주먹을 뻗는 순간에도 벌써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로 다음 공격에 대한 본능이 들끓는다. 상대가 펀치공격을 한 번 할 때 두세 번 가할 수 있는 비결이다. 탄탄한 내구력과 배짱이 필요한 파이팅 스타일로 디아즈 형제가 아니라면 쉽게 흉내 내기 어렵다.

일단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준비동작을 최소화 한 채 부지런히 주먹을 뻗으니 궤적파악이 어려워진 상대방은 당연히 많이 맞을 수 밖에 없다. 맷집에 자신이 있고 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다보니 반격이 터져 나와도 움찔하지 않고 때리는데만 집중한다.

좀비답게 체력도 좋아 경기 내내 비슷한 페이스 유지가 가능하다. 상대 입장에서는 질릴 수 밖에 없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시간이 흐를수록 누적 데미지는 쌓이고 만다.

디아즈 형제는 무조건 무식하게 주먹을 내뻗지만은 않는다. 근거리에서 회피동작도 나쁘지 않아 큰펀치는 적당히 흘릴 줄도 알고 적절한 타이밍에 바디샷을 꽂아 넣어 상대의 호흡이나 스탭전환을 곤란하게 만든다. 일격필살을 노리지는 않지만 맞추는 재주도 좋아 상당수 주먹이 정타로 들어간다.

마구잡이로 때리는 것 같으면서도 나름 지능적으로 게임을 풀어간다. 반격에 상관없이 전진을 거듭하며 안면과 복부에 쉬지 않고 긴팔로 주먹을 내뻗다보면 상대는 어느새 육체적-정신적 데미지를 엄청 입게 되어 잠식당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디아즈 형제의 좀비복싱은 너무 많이 알려져 있는지라 공략법도 존재하기는 한다. 아예 처음부터 테이크다운 시켜버려 스탠딩 공방전을 최소화하던지 로우킥을 최대화 활용한 채 원거리-근거리를 확실히 잡고 중간거리를 철저하게 주지 않는 것 등이 방법이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을 수행하기위해서는 압박형 그래플링이 엄청 뛰어나던지 아님 스탠딩에서의 스탭전환과 타격능력이 출중해야한다. 테이크다운을 노리고 어설프게 달려들었다가는 주짓수에도 일가견이 있는 디아즈 형제에게 서브미션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킥 타이밍도 잘못 잡았다가는 단번에 카운터에 얻어맞기 십상이다.

디아즈 형제는 고집스럽다. 이미 알려진 공략법이지만 여전히 그들은 앞으로도 자신들만의 파이팅 스타일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방법을 알고 있다 해도 실천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더불어 이런 화끈한 스타일에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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