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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맨 님의 서재입니다.

방구석 백수가 집을 나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얼굴왕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10.31 21:03
최근연재일 :
2022.11.30 19:10
연재수 :
26 회
조회수 :
4,443
추천수 :
126
글자수 :
146,467

작성
22.11.29 19:10
조회
75
추천
4
글자
12쪽

25. 대치

DUMMY

“이봐, 일어나.”


아직 해가 고개를 채 내밀기도 전, 조예나는 빠르게 일어나 지훈을 깨웠다.

야간 근무에도 단련이 되어 있어서인지 잠을 많이 자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나도 밤에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생활하기는 했었지만...많이 다르네.’


원래 백수의 기본 패시브는 올빼미족 생활 아닌가.

밤을 새워 시간 떼우고 놀다가 아침에 잠에 드는 건 익숙한 일이었다.

아니면 남들이 퇴근할 쯤인 저녁에 잠이 들어서 이른 새벽에 일어나 축구를 보고는 다시 잔다던가.


뭐가 됐든 그리 건강한 생활은 아니었다.


바른 생활을 하는 지금이야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간혹 조예나처럼 생활하는 사람을 보면 과거에 대한 후회가 생겨나곤 한다.

아무리 지치고 힘들었더라도 대책 없이 방구석에 박혀버리는 것보다는 휴식과 일을 병행한다던가 하는 밸런스 있는 삶을 추구했으면 좀 더 달랐을텐데.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생활을 했더라면 퀘스트창을 받을 일도 없었을테니 전화위복이라고 봐야 할지도 몰랐다.


‘그보다 요새 퀘스트창이 잠잠한데.’


정확히 초과 보상을 줘야했던 그 이후로는 어떤 미션도 주지 않고, 아무런 말도 없다.

딱히 방해를 받아서 그러는 건 아닌 것 같고.

아마 지나친 보상을 줘야 해서 힘을 많이 쓴 건 아닐까?

아니면 그녀가 바라는 대로 이름을 알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어서 굳이 퀘스트를 주지 않아도 돼서 그러는 걸까.


짐작이 가는 것은 많았지만 워낙 초월적인 일인 만큼 확신할 수는 없었다.


“뭘 그렇게 멍때리고 있어? 나 다녀온다.”

“사냥하러 다녀오시려구요?”

“응. 너도 할 거 하고 있어.”


조예나와 협력을 하기로 결정하고 나서, 역할분담 역시 자연스럽게 나누어졌다.

칼로리와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필수적인 고기는 사냥 실력이 뛰어난 조예나가.

지훈은 물의 확보와 식용 식물의 채집, 그리고 길 안내를 맡는다.


여분의 대나무 마디를 이용해 물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양손에 작은 동물들을 하나씩 들고 돌아왔다.

진짜 왜 살이 쪄서 나왔는지 알 것 같다.

맛은 둘째치고 어떻게든 사냥에 성공해 세 끼를 다 챙겨 먹는데 아침부터 이렇게 잘 먹으면 말 다했지.


생각보다 든든하게 챙겨먹은 뒤, 잠시간의 개인 정비 시간을 가진다.

남는 시간 동안 좀 더 협력자 간의 친목이라도 도모해볼까 했지만, 작살을 다듬으며 집중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섣불리 말을 걸어서는 안될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점심 무렵이 되었을 때.


“보인다 저기!”


헬리콥터는 이번에도 정확한 시간에 도착해 주위를 빙글빙글 돌더니, 저 멀리로 보급품을 던지곤 사라졌다.


“이런 젠장. 옆 산인 거 같아요.”


저곳도 후보지 중 하나이기는 했지만 거처로 정한 산이 좀 더 유력하다고 생각했는데.

지훈과 예나는 보급품이 떨어지는 곳을 확인하자마자 발에 불이 날 것처럼 달려가 목표로 하는 산을 올랐다.


다행히 보급품 상자에 도착했을 때,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왜 아무도 없지?”

“이 근처에 있던 사람이라면 모를까 저희보다 먼저 오기는 쉽지 않을 거에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일단 난 주변을 좀 살펴보고 올게.”

“그럼 제가 상자를 열게요.”


한 번 믿으면 정말 아무런 의심이 없는 건가.

당연히 같이 물건들을 살펴 보자고 할 줄 알았는데, 혹시 모를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경계를 하겠다는 그녀의 모습은 제법 놀라운 것이었다.


덕분에 아무런 방해 없이 먹을 것들을 챙기고 지도를 살피고 있을 때, 주변에 아무 것도 없음을 확인한 조예나가 돌아왔다.


“이상한데.”

“어떤 점이요?”

“사람이 너무 없어.”


그 말을 듣자 지훈 역시 이상하게 생각할 만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보급품은 상당히 중요한 물건이다.

칼로리를 보존할 수 있는 식량과 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가치가 높은데, 꼭 수행해야만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미션까지 함께 들어있다.


첫째 날이였던 어제는 생존을 위한 준비 때문에 경쟁이 심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틀째인 지금은?

뒤로 갈수록 더 경쟁이 심해지는 만큼 최대한 빨리 확보하려고 하는 게 일반적인 판단 아니겠는가.


물론 섬이 넓은 만큼 사람들을 만나기 힘들 수도 있다.

한 곳에 사람이 몰려있을 수도 있고, 이동하다 보니 못 만날 수도 있고.


하지만 여기는 빅 우드 케이만큼 한 바퀴를 도는 데에 일주일이 넘게 걸릴 정도로 큰 섬은 아니다.

하루 정도면 돌 수 있을 만한 곳이니 그만큼 사람을 마주칠 확률이 크다.

당장 첫 번째 보급품 때만 해도 지훈 역시 변성일과 만나지 않았는가.


게다가 단순하게 생각해봐도 지도가 일곱 조각으로 나뉘어 있고, 사람이 열두 명이라면 대충 같은 지역에 두 명씩은 있어야 한다.


방송적으로 생각해봤을 때도 보급품을 한 사람이 독차지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나눠 갖는 게 꿀잼일테고 말이다.


어제 보급품이 떨어졌던 곳에는 자신과 변성일.

조예나는 처음에 있던 곳이 이 근처가 아닌데 사냥한다고 혼자 말도 안 되는 거리를 주파했으니 별종이라고 치면.


그렇다면 여기에 있어야 할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하다못해 어제 만났던 변성일이라도 보급품을 차지하러 왔을 때는 다시 만날 줄 알았는데.


“어제 저랑 만나기 전까지 이동하면서 다른 사람들 마주친 적 없어요?”

“없어. 네가 처음이야.”


심지어 여러 곳을 돌아다닌 조예나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다?

명백한 이상 신호였다.


“일단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대로 가보죠.”


여기가 섬의 북쪽이라면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곳은 섬의 남쪽.

정반대로 향해야만 했다.


한 섬을 일직선으로 주파하는 만큼 다른 사람을 못 만나기도 어려운 일이겠지.


참가자들을 만나면 엄청난 우연으로 두 개나 되는 상자를 그냥 얻을 수 있었던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 ※






본선의 서바이벌이 펼쳐지는 섬은 마치 자로 잰 듯 지형이 나눠져 있는 모습을 보였다.

섬의 북쪽에는 산이 많고, 그 왼쪽으로는 숲이 펼쳐져 있었으며.

중앙은 제법 넓은 평지가, 남쪽으로는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큰 강이 존재했다.


‘작은 섬에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지형이 나타날 수 있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작진이 저번 예선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본선에서는 진짜 이를 갈고 장소를 준비한 것 같다.


점심 역시 배부르게 먹고 길을 나선 지도 어언 한나절.

슬슬 지친다는 생각이 들 무렵 펼쳐지는 들판의 모습에 지훈은 섬의 중앙에 도달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좀 더 편하게 다닐 수 있겠지.

울퉁불퉁한 숲길을 걷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과 좀 더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저 멀리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그의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장애물이 없는 곳인 만큼 무리 역시 지훈과 예나를 확인한 것처럼 서서히 다가왔다.

그렇게 두 무리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윽고 바로 앞에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선두에 보이는 남자의 얼굴은 지훈에게 매우 익숙한 얼굴이었다.

바로 개그맨 변성일이었다.


“와, 이렇게 마주하니까 굉장히 반갑네요.”

“그래? 나도 너무 반갑네. 어제 내가 신세를 졌었지?”


과연 그 일을 가슴 속에 담아두고 있었군.

하기사 겨우 24시간 전에 있었던 일인데, 그걸 넘어간다는 게 말이 안 되지.


다만 복수하겠다는 생각이 있더라도 개인적인 원한 해결을 위해 어ᄄᅠᇂ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다른 분들은 여기가 살만하신가 보네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을 도와주러 오고.”

“에이, 설마 경쟁자를 도와주러 왔다고 생각하면 너무 머릿속이 꽃밭인 거 아냐?”


비아냥거리는 솜씨가 꽤 일품인데.


“그럼 대체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는 거죠? 구경하러 오셨나?”

“아니. 네가 가지고 있는 미션 용지를 뺏으려고.”

“와, 그걸 다 공유했다구요? 미션이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데 다른 보급품 상자를 손에 넣을 생각은 안 하고 정보를 풀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첫 상자를 놓쳤으면 다음 상자를 노리던가 해야지, 내가 가지고 있는 상자를 뺏기 위해 정보를 풀고 사람들을 모은다?


그 안에 어떤 미션이 있을 줄 알고 사람들을 끌어모은단 말인가.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혼란스러운 눈빛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러자 변성일은 대수로운 일도 아니라는 듯 술술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스스로의 능력을 자랑하길 좋아하는 성격이 확실하다.


“다행히도 난 미션 내용이 뭔지 알고 있었거든. 그리고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한 미션이라는 것도.”

“그걸 어떻게 알아요?”

“미리 어떤 미션인지 아는 방법은 많지. 그리고 정보만 알면 그걸 어떤 식으로 이용할지는 너무 간단한 일이야.”


그렇다면 처음 상자를 확인하려 한 건 자신이 가진 정보를 점검하려고 했던 건가.

물론 그 정보가 정확했는지는 차지하고서라도,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저런 생각까지 하지?

정치력만 대단하다고 생각했더니 우승에 대한 열망도 엄청난 수준이다.


그렇게 모은 사람이 일곱 명.

미션을 하나씩 수행했을 때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되는 최대 숫자다.

이 사람들을 다 설득하는 것만 해도 엄청난 노력이 필요했을 텐데.


“그럼 왜 우리 둘은 제안을 안 한 거지?”

“뻔하죠. 저 사람 입장에서는 우리가 제일 경계 되서 그런 게 분명하잖아요, 예나 씨.”


시청자들이 꼽은 우승 후보 세 명이 바로 우리다.

인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실력 면에서도 그렇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그와 조예나의 경우 생존 기술과 힘과 같은 개인적인 능력이 뛰어나 우승 후보로 꼽혔다는 점.

반대로 변성일은 그 둘에 비해 개인적인 능력이 떨어지지만, 뛰어난 정치력으로 원하는 상황을 만들어 가는 장점이 있어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온 것.


아마 셋 중에 누가 우승 확률이 가장 떨어지냐고 물어본다면 변성일이 꼽힐 것이다.

이를 의식하고 있었는지, 당연히 변성일도 자신에게 가장 경계 되는 사람이 우리 둘이라고 생각한 게 틀림없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본선에 진출한 만큼 모두 한 칼이 있는 사람이지만.

그가 생각하는 라이벌들을 제거하고 나면 나머지 정도는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할 게 뻔하다.

첫 라운드에서 연합을 구성해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이 다음 라운드 역시 자신의 의지대로 게임 과정을 주무를 수 있고.


“그래서 미션 용지는 어떻게 뺏어 가려구요?”

“사람이 일곱 명인데 둘 막는 것 정도는 쉽지.”


서바이벌 프로그램 자체가 생존을 중점적으로 보기는 하지만, 가장 원초적인 건 강함을 보여주기 위함.

게다가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생활하는 만큼 원시적인 계급제가 형성되는데, 그 계급이 정해지는 건 바로 힘.

어제 지훈과 변성일이 벌였던 정도의 몸싸움 같은 건 어느 정도 허용된다는 말이다.


물론 아예 폭력을 쓰는 건 금지지만.

숫자를 앞세워 덤벼들었다가 상황이 과격해지는 순간 전부 NG다.


비록 제작진이 아무 간섭을 안 하는 상황이긴 하지만 실시간 상황을 보기 위해 드론 정도는 띄워두고 있다.

일이 커지는 순간 언제든 개입이 가능하다는 거지.


그러다 보니 변성일을 위시한 일곱 명의 참가자들 모두 말로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했지만, 서로의 눈치만 보고 있을 뿐 쉽게 액션을 취하지는 못했다.


진짜로 몸싸움이 벌어진다면 아무리 자신이 힘이 센 편이라 해도 수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은 그들에게 괜찮았다.

이제 어떻게 해결할지만 생각하면 되는데.


상황을 뒤집을 만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하긴, 그러니까 머리를 잘 굴리는 변성일도 괜한 압박감을 주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거겠지.


바로 그때.


“남자놈들이 쫑알쫑알 시끄럽게. 뭐 하지도 못할 거면 좀 꺼져라, 시간 아깝게.”


긴장된 상황을 폭발시키는 한마디가 터져 나왔다.


조예나였다.


작가의말

본격 서바이벌 생존물...!

힐링물 아니었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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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백수가 집을 나옴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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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 역시 답은.... 22.11.22 108 2 13쪽
18 18. 초과달성 +1 22.11.21 125 3 12쪽
17 17. 조난 22.11.19 125 3 12쪽
16 16. 둘째 날 22.11.18 127 3 12쪽
15 15. 개판이군. 22.11.17 154 4 12쪽
14 14. 준비는 끝났다. 22.11.16 144 2 12쪽
13 13. 하...합격! 22.11.15 159 3 12쪽
12 12. 주인 나만 믿어라! 22.11.14 161 4 12쪽
11 11. 무친 놈임? +1 22.11.12 172 4 13쪽
10 10. 찾았다. 22.11.11 186 5 12쪽
9 9. 다이아 카드 22.11.10 204 3 12쪽
8 8. 가위바위보 22.11.09 191 3 12쪽
7 7. 후려치세요! 22.11.08 201 4 13쪽
6 6. 미친 거 아냐? +2 22.11.07 210 3 13쪽
5 5. 이걸 나만 맛볼 순 없지! 22.11.05 221 4 14쪽
4 4. 해보겠습니다. 22.11.04 243 4 13쪽
3 3. 이런 걸 어떻게 참냐고. +3 22.11.03 273 11 12쪽
2 2. 일 년만의 외출 +3 22.11.02 322 12 13쪽
1 1. 백수의 삶 +6 22.11.01 476 2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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