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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음악 천재가 얼굴도 미쳤다

규격외 축구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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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머슬업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3.23 17:04
최근연재일 :
2024.04.27 12:34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0,780
추천수 :
316
글자수 :
165,940

작성
24.04.0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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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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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1쪽

009화:때릴꼬야?

DUMMY

락커룸의 분위기가 제법 무거웠다.

이풍재 감독은 팔짱을 낀 채 고민에 휩싸였다.

다 잡은 경기였다.

하지만 한 명의 퇴장이 경기를 어렵게 만들었다.

단순히 스코어의 문제가 아니었다.

어느 스포츠라도 그러하듯 축구 역시 분위기가 중요했다.

아무리 국가대표 경험과 지도자 경험이 많아도 이런 경우는 좀 난감했다.

무엇보다 후반전은 상대보다 1명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하니까.

그때 누군가 소리를 질렀다.


“으아아아아아!”


모두의 시선이 가장 큰 막내 이상원에게 집중됐다.

“왜들 이렇게 기운이 쳐져 있어! 애국가라도 한 번 부를까요? 동해물과 백두산이~”

“풉.”


문대승이 먼저 웃음을 터트렸다.

민감하고 예민할 수 있는 분위기이기도 했으나 천진난만한 막내의 모습에 그만 웃음이 터져버렸다.


“상원이는 기회가 한 번 더 있지. 아니 두 번은 더 있는 건가?”

“그게 무슨 말이야?”

“이번에 탈락해도 다음 대회, 다다음 대회까지 나올 수 있잖아.”

“음. 성인 국가대표가 다시 연령대 대표로 가는 건 좀 모양새가 그렇지 않아?”

“뭐?”


문대승은 깜짝 놀랐다.


‘이 새끼는 미쳤구나. 가만 보니 눈이 돌아간 거 같네.’


이상원이 이풍재 감독에게 말했다.


“전 이번 대회에서 우승한 뒤, 유럽 찍고 국대 입성할 겁니다!”


이상원의 포부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

어려서 그런가? 아니면 겁대가리가 원래 없는 건가? 아니면 그냥 개념이 없는 건가?


“그러기 위해선 투지 넘치는 형들이 필요해. 축구는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


이상원이 주먹을 꽉 쥐며 웃었다.

작고 눈이 큰 녀석이 그렇게 말하면 귀여웠을텐데, 덩치가 큰 녀석이 형들을 내려다보면서 말하니 몇몇은 움찔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선수들은 혈류속에서 끌어오르는 오글거림을 참기 힘들었다.

문대승은 장르가 열혈 청춘물로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상원이 혹시 애니 많아보냐?”

“응.”


역시 한창 그런 걸 좋아할 나이답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오글거림이 선수들 사이에서 잠자고 있는 낭만세포를 깨웠다.

아니, 선수뿐만이 아니었다.


“그래. 경기는···축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풍재 감독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나는 결과보단 과정을 중시한다. 이미 우리는 3골이나 넣었다. 객관적으로 우리의 평가는 일본보다 한 수 아래라고 하지만, 내 생각은 전혀 다르다. 그냥 심판 운이 조금 없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걸 예상치 못한 나의 실책이기도 하고.”


이풍재 감독은 퇴장 당해서 침울해하는 선수를 결코 탓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부족함으로 치부하는 덕장이었다.


“너희들에게 힘든 상황을 맞이하게 한 건 정말 미안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이겨내면 너희는 몇 배, 혹은 몇 십배는 성장할 것이다. 후반전은 최대한 일본을 괴롭힐 것이다. 상대가 누구든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게 한국 축구다. 승부차기까지 끌고 가서라도 이길거다.”


이풍재 감독이 단호한 의지로 정신 무장을 시킨 뒤, 후반전 전술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할 때,


“할 말 있습니다.”


굳이 손을 들지 않아도 누가 말했는지 잘 보이는 이상원이 입을 열었다.


“뭔데?”

“승부차기까지 꼭 가야하나요? 그냥 한 골 더 넣고 이기면 안 되나요?”


이상원의 천진난함에 이풍재 감독은 순간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쳤다.


“아이고. 상원아. 전술은 감독님이 짜주시는 거야. 우리는 그걸 잘 소화하면 되고.”


순간 이상원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이해하는 하지만, 인정하긴 싫었다.


“그래도 연장전까지 뛰면···다음 경기 체력문제도 있고···”


의견은 누구라도 낼 수 있다.

다만 결정은 감독이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풍재 감독의 생각은 매우 단호했다.


“그냥 3:3인 상황이라면 상원이 말대로 어떻게든 골을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수적 열세라서 우리는 최대한 지킬 필요가 있다. 적어도 먹히지만 않으면, 우린 지지 않으니까.”


***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졌.잘.싸란 말이 있지 않은가?

과정을 중시한다는 사람이 지지 않기 위해서 수비를 선택한다?

그런 축구는 솔직히 노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팀의 전술 포메이션이 변했다.

측면 미드필더가 빠지고, 4–4-2 형태로 전환했다.

4명의 수비수와 더블 보란치가 후방에 배치되고, 중앙 미드필더를 뒀다.

나와 문대승은 전방에서 고립이 될 수 있으나 오히려 한 칸 더 아래로 내려왔다.

반면 상대편은 4-3-3 형태로 전환했다.

전방에는 란이 원 톱으로 올라가고 이오와 이사치가 측면에 배치됐다.

후방에는 츠보가 바딱 붙어있는데 사실상 4-2-4에 가까웠다.

즉, 어떻게서든 골을 넣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이오가 전방에 서는 게 국룰 아닌가?”

“쟤네 저거 훼이크야. 아마 수시로 포지션 변경을 할테니 정신 바짝 차려야 해.”


문대승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는 거 같았다.

포스트 플레이가 좋은 이오가 측면에 있고, 위치 선정이 좋지만 발이 느린 이사치가 측면에?

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가지 않아서 풀렸다.

일본팀의 공격 스타일이 바뀌었다.

츠보의 파도 같은 경기 조율이 아니라 전방에서 란이 선수들을 지시했다.

그리고 처음 맞붙었을 때 이상한 점을 느꼈다.

“음? 안 밀리네?”


덩치는 분명 이오보다 작지만, 밸런스가 좋다고 해야하나? 무게 중심이 좋다고 해야하나.

몸싸움이 단순히 덩치로만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뒤에서 지켜보던 츠보가 소리쳤다.

그리고 이사치가 측면으로 빠지니 일본의 공격은 한층 더 껄끄러워졌다.

진짜 문대승의 말처럼 끊임없이 스위칭를 하며 우리의 수비진을 뒤흔들어 놨다.

중앙에서 시작된 츠보의 빌드업 이외에 이사치의 측면 스루패스도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중앙을 강화한 우리팀의 약점을 노린 전략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수비의 왕, 이순신의 후예가 아니던가?

순간 등 뒤에서 파도를 가르는 거북선이 밀려오는 거 같았다.

막고자 하니까 정말 막아졌다.

이사치, 이오, 란이 끊임없이 스위칭을 하면서 우리를 교란시키고자 애썼다.

이사치의 빈공간 패스를 받은 란은 엄청난 스피드로 질주했다.

만약 나 역시 전력으로 뛰면서 슈팅 타이밍을 빼앗았다.

란은 그럴때마다 나를 노려보았다.


“때릴꼬야?”


일부러 빡치라고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 표정과 말투를 따라했다.

언어는 달라도 뜻은 통한 모양이었다.

축구는 폭행이라고 했던 녀석은 주먹을 쥐다가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란의 드로잉을 중앙에 있는 이오가 받아서 그대로 슈팅을 날렸고, 튕겨져 나오는 공을 이사치가 노렸다.

하지만 강지현의 선방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콜록콜록하며 얼굴을 찡그렸지만,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그 모습을 보니 조금 더 열심히 해서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

골을 넣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전술상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치고 나가려고하면 전방에서 문대승이 말렸다.

몸이 점점 근질근질했다.

내가 이런데 관중들은 오죽하랴?


[야! 뭐하는 거냐!]

[수비만 해서 어떻게 이겨?]

[여기서 지면 짐 싸야 한다고!]


붉은색 옷을 입은 대한민국 관중들도 지금 이순간, 대한민국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이런 경기를 응원하고자 했던 게 아니었으니까.

그들의 모습을 보자 점점 더 확신이 들었다.

졋.잘.싸···

진짜 외할아버지의 조언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을 것이다.

예전에 할아버지가 해주신 말씀.


“진정한 에이스는 팀을 위기에서 구하는 법이다.”

“그러나 독단적이어선 안 돼. 그건 만용이야. 45분동안 잘 참고 있으면 그중에 한번은 기회가 올 거란다.

그때를 놓치지 않는 게 에이스란다.”


이것은 마치 손오공 이마를 감싼 긴고아처럼 내 심장과 뇌를 조여왔다.

후반 20분.

우리는 지독하게도 일본한테 뒤지게 처 맞았다.

골을 안 먹힌 게 신기할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슬슬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10명인데 그걸 못 넣냐?]

[제대로 된 공격을 하란 말이야!]

[아! 답답하다!]


일본 관중석의 반응이 심상찮았다.

란은 원래 빡쳐 있어서 잘 모르겠지만, 츠보의 표정에도 여유가 사라졌다.

역시 수비의 나라.

양규의 후손이란 말인가?

공격을 막아내고, 도발에 넘어가지 않으니 오히려 답답한 건 일본이 되었다.

그때 어렴풋이 느껴졌다.

수많은 스위칭과 공격시도로 공격진들이 많이 지쳤다.

이사치도, 란도, 이오도 땀을 엄청 흘렸다.

츠보도 다리가 아픈지 진영으로 복귀할때마다 햄스트링을 주물러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들이 자랑하는 패스의 힘이 떨어진 걸 알 수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느린 패스.

중간에 커트를 한 뒤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려는 찰나.

벤치에서 감독의 목소리가 들렸다.

굳이 보지 않아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상원아. 달려!”


파바바바박~!

후반 25분에 드디어 우리는 상대 진영을 넘어갔다.

갑작스러운 돌파에 일본은 당황했다.


“막아!”


일본 선수들이 서로를 쳐다보고 손짓을 하며 부산하게 움직였다.

내쪽으로 선수들이 몰리자 문대승한테 패스를 줬고,

문대승은 공을 살짝 흘리며 다른 선수한테 패스했다.

우리팀의 미드필더는 사이드로 치고 달렸다.

상대 역시 4-3-3을 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이드가 비어 있었다.


일본 선수들이 따라붙자 우리팀 미드필더는 크로스를 올렸다.

매우 평범한 크로스.

아니 사실 약간 실수에 가까웠다. 일반 선수들의 머리에 닿기에는 조금 높았다.


“흥. 그런 크로스 따위는 내버려 둬도 그만···”

“뭐해! 이상원 막아!”


일본 수비진들이 방심을 했지만, 뒤에서 보던 츠보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공을 향해 뛰어드는 나를 봤기 때문이다.

이 한방을 위해 난 그토록 참아왔다.

2M 정도를 날아서 그대로 공을 머리에 맞혔다.

골키퍼도 주먹을 뻗었다.

공을 사이에 두고 내 머리와 골키퍼의 주먹이 맞닿았다.

그런데 말이다.

손목을 아무리 단련시킨다고 한들 목보다 튼튼할 순 없었다.


“으아!”


조그마한 주먹의 몇 배나 되는 내 얼굴의 힘이 더 강했다.

그대로 공과 상대방의 펀칭을 같이 골대로 꽃아 넣었다.

일본 골키퍼와 내 몸은 뒤엉켰고, 공과 함께 골대로 같이 굴렀다.

이와중에 상대 골키퍼가 다칠까봐 재빨리 그의 등을 잡아주는 로맨틱한 모습까지···

미쳤다. 이상원 폼 미쳤다!

팽팽한 균형은 후반 27분에 무너졌고 스코어는 4:3이 됐다.


“으아아아아!”


나의 포효에 일본 선수들은 온 몸이 굳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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