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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음악 천재가 얼굴도 미쳤다

이번 생은 얼굴로 노래할게요.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머슬업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10 15:45
최근연재일 :
2024.01.06 03:06
연재수 :
6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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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8,934

작성
23.12.20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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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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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59화

DUMMY

방음이 되어있는 작업실이라 해도 밖에서 문을 두드리면 안에서는 들렸다.


“음?”


은우는 고개를 돌려서 문 쪽을 바라봤다.

곤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무슨 일이야?”


은우가 문을 열어줬다.


“형!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민홍이형 경기 봤어요?”

“아니.”


은우는 쿨하게 대답했다.


“아이참~ 따라와요!”


곤은 은우의 팔을 이끌고 연습실로 냅다 달렸다.

연습실에 들어오자마자 모두들 은우를 보고 놀랐다.


“뭔 일인데? 얘 왜 이래?”

“직접 봐.”


은우는 체인쏘가 가리키는 모니터를 보았다.

전반전이 끝나고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광고 보라고?”

“아니. 곧 전반전 하이라이트가 나올 거야!”

“으흠~”


체인쏘가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은우는 무표정으로 광고를 봤다.

잠시 뒤,

마침내 하이라이트 영상이 나왔다.


“이게 뭐야. 미친. 크크큭.”


은우는 영상을 보고 웃을 수밖에 없었다.

전반 20분쯤 손민홍이 골을 넣었다.

수비수 하나를 제치고 오른발로 감아 찬 슛이 그대로 그물망을 흔들었다.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찰칵 세리머니가 아니라 부채질을 하는 도사 세리머니를 펼쳤다.

관중들은 처음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35분, 44분에 헤트트릭을 터트리자 어느새 관중들은 손민홍의 도사 세리머니를 따라 했다.


“새로운 응원곡 덕분일까요? 쏘니가 전반에 헤트트릭을 기록합니다!”

“이번 응원곡은 독특하군요. 이 악기는 뭐죠?”

“쏘니의 나라인 한국의 전통 악기 태평소라고 합니다.”

“두유 노 태평소? 오 마침 자료화면이 나오고 있군요.”

“세상에! 이 조그만 악기가 저런 큰소리를 내다니. 쏘니처럼 정말 판타스틱하군요.”

“동양에서는 매지션은 도사라고 부른다는군요.”

“도사요? 어감도 쉽고 좋네요. 하하.”


은우는 해설진들이 극찬을 하는 걸 봐도 그다지 감흥이 없었다.


“민홍이형. 역시 축구 잘하네.”

“은우형. 소감은 그게 끝?”


지훈은 당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축구 경기에서 해설자가 이토록 응원가를 찬양한 적은 없었다.

심지어 응원가 때문인지 손민홍은 난생처음으로 전반에 3골을 넣는 독일식 헤트트릭을 기록했다.


“승리요정이 만들었으니 당연한 거 아닐까?”

“승리요정이요?”

“아, 내가 말 안 했나 보네. 저번에 영국 갔을 때 응원가 부르고 이긴 뒤로 홈팬들이 날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와- 은우형이 뭔가 재수 없어졌다!”


더블유가 아연질색하면서 은우를 바라봤다.


“더블유. 부채 안무 만든 건 너잖아.”


그러자 더블유가 머쓱한지 머리를 긁으며 딴 곳을 쳐다보았다.


“그래도 형이 아이디어가 좋았어요. 저렇게 한 번 보면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심플하니까요.”

“뭐야~ 결국 둘 다 잘했다는 거잖아!”


체인쏘가 팔짱을 끼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럼 나는 계속 작업하러 가볼게! 마감이 내일 모레라~ 즐겁게 관람해!”

“알았어요~”


은우는 씨익 웃으며 작업실로 돌아갔다.

작업실 문 앞에는 노크 금지 팻말을 표시했고, 은우는 이틀 동안 집중해서 마침내 월드컵 오프닝 노래를 완성했다.


***


은우는 이틀 밤을 꼬박 새우지는 않았다.

적어도 8시간씩 숙면을 취했다.

작업하다가 힘들면 쉬고, 다시 뇌활동력과 체력이 충전되면 작업했다.

그래서 은우는 충분히 경쟁할만한 곡을 만들었다.


“으흠. 어째 몸이 좀 말랑해진 기분이네? 이게 말로만 듣던 근손실인가?”


은우는 자신의 팔뚝을 만져보다가 깜짝 놀랐다.

평소보다 얇아진 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꼬르륵.


“그러고 보니 이틀간 아무것도 안 먹었네···”


곡작업에 집중하느냐고 은우는 끼니도 걸렀다.


“뭣 좀 먹으러 나가야겠다!”

“멍!”

“사랑이 산책을 못 시켜줬구나.”


조이에게 곡을 넘겨준 뒤, 확인이 끝나고 집에서 사랑이를 껴안은 채 미친 듯이 잤다.

자동배식기계가 있어서 사랑이는 다행히 밥을 굶지 않았다.

사랑이는 밥 먹고, 대소변을 보는 시간을 제외하면 은우 옆에 꼭 붙어 있었다.

쏴아아아아-


“아오. 개운하다.”


은우가 타월로 머리를 말렸다.

그리고선 모자와 선글라스를 썼다.

나가기 전 거울을 보며 선크림을 바르는 걸 잊지 않았다.


“으음~”


사랑이는 그 모습을 보며 꼬리를 보며 씨익 웃고 있었다.

마치 꾸민 듯 안 꾸민의 정석이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역시 선글라스는 쓰기를 잘했어.”


인간은 갑작스러운 햇빛에 노출되면 어지러움을 느끼는 법인데 조이가 준 선물해 준 선글라스 덕분에 전혀 문제없었다.

동네에서 간단하게 샌드위치를 사 먹고, 잠시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었다.


그때 개인방송 꿈나무 청소년들이 저 먼발치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은우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바라보았다.


“어? 저건?”


학생들은 도사춤을 추며, 은우가 만든 손민홍 응원가를 불렀다.


“축구를 좋아하나?”


은우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때쯤, 회사로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사무실에 가니 강기연과 조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잉? 두 사람 다 어쩐 일이에요?”


강기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은우야. 혹시 손민홍 선수한테 준 응원가 저작권 등록했니?”

“아- 무슨 문제 있나요?”

“그게 생각보다 너무 대박이 터졌어. 지금 SNS랑 숏폼에 챌린지로 난리가 났어···”


단 이틀 동안 칩거했을 뿐인데 세상은 은우가 만든 응원가로 난리가 났다.


챌린지 열풍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패러디가 나왔다.


“이게 이렇게 대박이 터졌다고요?”


은우는 어리둥절했다.

당최! 이게! 왜?


“일단 이곡이 나올 때 손민홍 선수가 헤트트릭을 한 게 너무 컸어. 영국인들 마음을 사로잡은 것도 있었고.”

“다행이네요. 하하.”

“문제는 너무 대박이 나서 이곳저곳에서도 막 쓰려고 한다는 건데···”

“걱정 마세요. 저작권은 등록했어요. 민홍이 형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은 계속 써도 상관없고, 범죄에만 이용되지 않으면 공짜로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아깝지 않겠어? 이거 숏폼 배경음으로 깔리고, 다른 사람들이 수익 창출할 텐데?”

“상관없어요. 포르노나 불법 도박사이트 같은 데서만 이용 안 당하게 해 주세요. 어차피 응원가 만들어주기로 한 약속은 지킨 거니까.”


강기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은우의 뜻을 존중해 줬다.


“그런데 조이는 어쩐 일이야?”

“아, 곡은 무사히 제출됐고, 기연 실장과 향후 활동방안을 논의하고 있었어. 일단 월드컵조직위원회는 긍정적으로 보는 거 같아. 은우가 이틀 동안 고생해서 만든 곡 말이야.”

“진짜? 어떻게 알아?”

“관계자가 은우를 알더라고. 이번에 손민홍 응원가, 자기도 정말 좋아한다고.”

“단순히 유명한 가수라고 오프닝무대에 세울 거 같진 않아. 이번에 은우가 만든 응원가 덕분에 조직위원회도 호감 있는 상태로 곡을 검토할 거 같아.”

“그렇군요.”

“무엇보다 우린 다른 유명 가수보다 몸값이 싸. 그런데 여기에 만약 인지도까지 올린다면?”

“그럼 진짜 월드컵 오프닝에도 설 수 있겠네요?”

“그렇지.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게 좋을까를 상의하고 있었지. 은우 네 생각도 한 번 들어보려고.”

“그건 너무 쉬운 문제 같은데요?”


은우의 말에 강기연과 조이가 사뭇 놀랐다.


“가수한테 가장 좋은 프로모션은 신곡 아닐까요?”


은우는 뮤지컬이 끝난 뒤, 리메이크를 시작으로 해서 예정에 없던 손민홍의 응원가, 그리고 월드컵 개막식 무대를 위한 노래도 만들었다.


“은우. 괜찮아?”

“체력이요? 문제없죠!”

“그거 말고 멘탈이나 심리 상태.”


강기연은 은우가 사뭇 걱정됐다.


‘너무 무리하면 안 되는데···’

은우가 천재이기 때문에 천재들을 따라다니는 못된 것들이 있었다.

고독과 외로움이었다.

창작의 고통과 음원 성적은 비례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나쁜 것에 의존하기도 하고, 아름다움을 유지한 채 영원히 살고 싶다며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문제없죠. 그렇지. 사랑아?”


사랑이가 은우를 보고 웃으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보셨죠?”


강기연과 조이가 서로를 바라보며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은우가 두 사람을 안심시키고자 한 행동이었지만, 도리어 걱정을 시킨 꼴이었다.


“은우야. 조급해할 필요 없어. 올해는 아직 많은 시간이 남아있으니까.”


조이는 기연의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마치 자신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전혀 보이지 않는 기분이었지만,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난 기연보다 더 어리고, 예쁘고, 돈도 많아.’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사실 조이는 자기보다도 10살이나 많은 기연한테서 열등감을 느끼고 있었다.


“전혀 조급하지 않아요. 다른 애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 CF 찍을 때보다 음악 작업할 때가 더 즐거워요.”


은우한테 CF는 그저 돈벌이 행위일 뿐,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라기보단 동료들과 회사를 생각해서 마지못해 하는 일종의 고액 알바였다.

근래에 활동을 시작하니 다시금 CF 제의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지간하면 소속사 연예인은 거절하기 힘들다.

하지만 거절이 가능한 순간은 단 하나.

배우가 작품에 몰입할 때, 가수가 앨범 작업에 몰입할 때다.


“그리고 다음 앨범 작업은 어느 정도 끝내놨는걸요?”

“뭐? 언제?”

“뮤지컬 때부터 이런저런 작업하면서 틈틈이요?”


은우는 곡을 상당히 빠르고, 심플하게 만드는 편이었다.

강기연이 물었다.


“혹시 들어볼 수 있을까?”

“물론이죠. 작업실로 가시죠.”


좁디좁은 작업실에 은우, 강기연, 조이가 들어갔다.

조금만 움직여도 서로의 어깨가 닿을 정도로 좁았다.


“누나가 여기 앉아요.”

“나도 앉고 싶어.”


조이가 투정을 부렸다.


“조이. 누나는 나이가 많아서 오래 서 있기 힘들어.”

“뭐! 이 자식이!”


강기연은 은우의 나이공격에 버럭 화를 냈다.

이 정도는 장난치고 놀 수 있는 사이였다.

결국 조이가 의자에 앉고 은우와 기연이 뒤에 서 있었다.


순간 조이는 후회했다.


‘차라리 내가 같이 은우랑 서 있을 걸···’


그런 아쉬운 기분이 들 때, 은우가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럼 틉니다.”


좁은 작업실에 실버레인의 다음 앨범 인트로가 흘러나왔다.

우선 은우가 작업한 곡은 20곡 정도였다.

20곡이 저마다 개성과 특색을 가지고 있었다.

굳이 평가를 한다면 현재 유행할 장르나 앞으로 유행할 장르를 기준으로 정하면 되는데 얘는 왜 이렇게 트렌드 할까라고 강기연은 생각했다.


“은우야. 이 정도면 프로 작곡가나 다름없어···”

“누나, 저 저작권자로 등록된 프로예요! 하하.”


은우가 쑥스러운지 너스레를 떨었다.

강기연은 경이로운 눈으로 은우를 바라보았다.

조이도 마찬가지였다.

재능의 차이?

그것을 논하기 전에 먼저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가를 물어보라.

이미 은우의 능력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걸 보고 조이는 감탄···아니 반할 수밖에 없었다.


“미쳤어!”


조이는 벌떡 일어나서 은우의 볼을 잡고 키스를 갈겼다.


작가의말

업로드를 위해 송년회자리를 파하고 왔슴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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