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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음악 천재가 얼굴도 미쳤다

이번 생은 얼굴로 노래할게요.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머슬업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10.10 15:45
최근연재일 :
2024.01.0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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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8,934

작성
23.12.09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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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8화

DUMMY

공연장의 문이 열리자 관객들이 우르르 나왔다.

이지욱과 은우의 열연으로 인해서 그런지 공연장 내부는 상당히 후끈 달아올랐다.

관객들은 간단하게 음료수를 마시고, 떨어진 당을 보충하면서 1부의 여운을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지욱 미친 거 아냐? 나이 먹고 점점 더 잘 생겨지는 거 같아.”

“그러게. 한동안 TV랑 영화만 나와서 그동안 노래 들을 기회가 없었는데 여전히 노래 미쳤어.”

“나 몰랐는데 제복 좋아하더라고. 호호호.”


1부에서 이지욱이 보여준 빅토르의 임팩트는 굉장했다.

광기에 사로잡힌 미치광이 과학자가 점차 일반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잘 묘사해 줬다.

반면 은우는 평범한 사람이 광기에 휩싸이고, 결국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친구들끼리 온 관객들은 공연의 여운을 나눴다.


“포은우도 연기 꽤 괜찮치 않았어?”

“맞다. 몰입 진짜 잘 되더라. 이지욱한테 전혀 밀리지 않더라고.”


예상외로 은우의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노래 잘하는 아이돌 출신이라고 고음만 죽어라 낼 줄 알았는데 저음도 굉장히 잘하고 무엇보다 감정표현이 미쳤어.”

“진짜 트레제게 그 자체였어.”

“2부도 기대된다.”

“벌써 30 연차지만 늘 새롭고 짜릿해! 그런데 오늘은 역대급이야!”


은우는 1부에서 튀지 않고 절제하는 연기를 펼쳤다.

그 아름다운 외모조차도 분장을 뚫고 나오지 않았다.

정확히 못 나온 게 아니라 안 나온 것이다.

하지만 2부에는 다를 것이다.

흉측한 괴물이 탈피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상처에 찌들고, 인생 밑바닥에서부터 기어 올라가며 겪는 이야기를 펼쳐질 예정이었다.

그 유명한 ‘괴물의 절규’,’ 너의 환상 속에서’ 넘버도 2부에 있다.

사람들이 2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다는 건 1부에서 그만큼 톤 앤 매너를 잘 잡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제 남은 건 은우가 안에서 웅크리고 있는 괴물을 터트리는 일만 남았다.


“곧 2부 공연이 시작됩니다. 관객분들은 자리에 앉아서 공연을 즐길 준비를 해주시면 대단히 감사합니다.”


안내 방송이 나오자 사람들은 다시 공연장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


다시 무대의 조명이 꺼졌다.

모두가 숨을 죽은 채 무대를 응시했다.

팟!

스포트라이트가 켜지자 트레제게가 목이 쇠사슬로 묵인 채 어디론가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그러면서 왜 자신이 이러한 상황인지 노래로 풀어줬다.


“죽음과 절망은 감당할 수 있었어. 하지만 내가 믿었던 가장 친한 친구의 배신이 덕분에 난 살 수 있었지. 실핏줄이 터지도록 널 바라보았고, 너에게 애원했는데 왜! 살려달라고 빌었는데 왜! 넌 외면한 채 뒤를 돌아서 가버린 거야!”


그러자 관객들은 저마다 살면서 배신당한 순간을 떠올리면서 분노가 상승했다.

지이잉-

몇몇 관객들이 찬 와치가 작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껍질을 깨고 나왔어. 네가 원하던 대로 난 살아났어. 이 흉터는 사라지지 않았지만, 강력한 힘을 얻었지. 이 힘으로 무얼 할까? 당연히 널 죽여야 하지 않겠어? 아니지. 난 사람이야. 사람이 어떻게 사람을 죽인단 말인가? 그건 인간이길 포기하는 거야. 난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니까!”


트레제게는 인간의 존엄성을 잊지 않기 위해서 스스로 노예의 길을 택했다.

트레제게는 지옥 같은 환경 속에 순응하는 척하며 살아갔다.


“여름이 지나고 겨울이 가고, 어느덧 난 또 겨울을 준비해.”


그동안 트레제게가 깨달은 게 있었다.

사람은 죽어야 할 이유는 충분히 많다.

하지만 사람을 죽이지 말아야 할 이유 단 한 가지를 찾으면 트레제게는 기꺼이 빅토르를 용서하려고 했다.


“널 죽여야 할 이유는 처음엔 한 가지뿐이었지. 하지만 지금은 100가지가 넘어. 너로 인해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 아니야. 너희와 같은 종족이었다는 게 혐오스러워! 차라리 이건 신의 축복! 너희와 난 달라. 바이러스와 백신은 성선과 성악···”


트레제게는 검투사가 되어 미친 듯이 상대방을 죽였다.

그만큼 강력했다.

미친 회복력과 강력한 힘, 무서운 외모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고생했다. 먹어라.”


툭.

돌아오는 건 더러운 그릇에 담기 수프와 딱딱한 빵조각, 그리고 채찍질이었다.

공포에 질린 상대를 살려줬다는 이유였다.


“너 때문에 돈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날렸잖아!”


1부에서 빅토르 역을 맡았던 이지욱이 2부에서는 투기장의 주인 역할을 맡았다.

은우는 이지욱의 1인 2역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전혀 다른 역할이라 감정도 발성도 다르기에 처음 본 사람은 이지욱인지 확인하기 힘들었다.

이지욱인 줄 알아보는 사람은 킥킥거리며 웃을 수 있는 포인트였다.

왕범용감독의 의도는 명확했다.

이러면 트레제게의 분노에 개연성을 더 줄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이상하게 싫다면 그 이유는 이미 비슷하게 생긴 사람한테 한 번 데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연전연승을 하는 압도적 괴물.

오히려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다가오기 힘든 괴물의 모습에 사람들은 더더욱 공포를 느꼈다.

트레제게는 먹지 않아도 배불렀다.

고독함과 외로움을 양분 삼아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었고, 인간의 대한 환멸이 더더욱 커질수록 점점 삶에 대한 애착도 세상에 대한 미련도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더 시간이 필요할까?’


트레제게가 인간의 본성에 대해 탐구하기로 정한 기한은 꽤 많이 남았지만, 더 기다려봐야 시간낭비라고 생각했을 무렵.


“많이 아프죠?”


한 여자 노예가 자신의 몸에 묻은 피를 닦아주고, 상처에 붕대를 감싸줬다.

비슷한 처지이기에 어쩌면 공감할 수 있었던 걸까?

아니면 트레제게가 생각한 인간의 본성인가?


‘조금만 더 지켜볼까?’


트레제게는 잠시 분노를 억누르고 좀 더 인간의 본성을 관찰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트레제게가 싸움에서 돌아온 날이면 상처를 치료해 줬다.

자신의 먹을 것을 조금 떼어서 트레제게한테 줬다.

이런 식의 사랑을 트레제게는 처음 받아봤다.

인간에 대해 분노만 남았다고 생각한 자신의 감정에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괴물이 된 나도 누군가한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단 말인가? 아니, 사랑할 자격이 있단 말인가?’


사랑은 모든 것을 초월한다고 하지만, 수많은 것들이 가로막기도 했다.

외모, 돈, 시간, 성별 등 모든 것을 초월하고 얻을 수 있기에 가치가 있는 것일까?

빅토르는 나에게 생명을 주었다면, 이 여자는 자신에게 사랑을 주고 있었다.

트레제게가 그녀한테 물었다.


“이름은?”

“저같이 천한 것은 이름이 없어요. 보통은 계집애, 천한 년이라고 부르죠.”


트레제게는 잠시 생각했다.


“까뜨린.”

“네?”

“이제부터 당신의 이름이야.”

“너무 예쁜 이름이에요.”


까뜨린은 굉장히 기뻐했지만, 이내 시무룩해졌다.


“그렇지만 저랑은 안 어울릴 정도로···”

“아니. 누구보다도 당신한테 어울리는 이름이야.”

“당신의 이름은요?”

“한때는 있었지. 그러나 지금은 그냥 괴물이라고 불러도 돼.”

“그런 게 어딨 어요? 나도 당신한테 이름을 지어줄래요.”

“이름은 생명한테 필요한 것. 나는 죽음 그 자체라 이름이 필요 없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눈이 두 개, 콧구멍이 두 개, 입은 하나, 말도 하고, 생각도 하고, 그러면 사람이죠?”

“내가 무섭지 않아?”

“무서워요. 하지만 가여워요.”

“동정인가?”

“아니요.”

“측은함인가?”

“아니요.”

“왜 나한테 잘해주지?”


까트린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녀는 순수하게 트레제게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으니까.

물론 괴물이 가엽긴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이 지옥에서 자기를 데리고 도망칠 힘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의도와 목적을 드러낼 수 없었다.

괴물은 의심이 많으니까.

하지만 괴물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그녀는 누구보다도 알고 있었다.

어릴 때부터 눈치를 보며 터득한 생존비법이었다.

인간의 가장 약한 부분, 인간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그녀는 쉽게 파악했다.

그러던 어느 날.

트레제게는 창에 찔리는 부상을 입었다.


“속상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거 같은데···”

“난 이 따위 상처로는 죽지 않아.”


까뜨린은 울상을 짓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 도망갈래요?”


까뜨린은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자신의 본심을 말했다.

하지만 눈앞의 괴물은 고개를 저었다.


“나와 함께 도망친다고 해서 행복할 수 없어. 내가 줄 수 있는 건 불행뿐이야.”

“괜찮아요. 우리 둘만 있을 수 있다면···”

“그런 곳이 있어?”

“위로 올라가면 북극이 있어요. 얼음으로 집을 짓고,

물고기를 잡아먹고살면 돼요. 그곳에선 아무도 우리를 찾으러 오지 않을 거예요.”

“북극이라···”


트레제게는 생각했다. 매서운 추위가 우리를 지켜줄 거라고...

그날 밤.

두 사람은 도망칠 준비를 했다.

트레제게는 손쉽게 창살을 뜯어내고, 까뜨린을 꺼냈다.

그리고 숲을 향해 달렸다.


“잡아라!”


투기장의 주인은 추격대를 이끌고 달려왔다.

1부에서 봤던 장면과 비슷하지만, 그 느낌이 달랐다.

강인한 트레제게와 다르게 까뜨린은 너무나 연약했다.

애초에 마르고 작은 몸, 영양상태도 부실하고 피곤한 상태라 그런지 금방 지쳤다.


결국 까뜨린이 잡혀버렸다.

절망한 그녀는 트레제게를 향해 소리쳤다.


“당신이라도 도망쳐요!”


트레제게는 혼자 충분히 도망칠 수 있는 힘이 있었으나, 까트린 쪽으로 몸을 돌렸다.


“네가 없으면 아무런 내 삶은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어.”


트레제게가 까뜨린을 안아주는 순간,

몽둥이를 든 검투사들이 트레제게를 후려쳤고, 쇠사슬로 트레제게를 묶었다.

그 뒤 서로 독방에 갇힌 채 지독한 고문이 시작됐다.

투기장의 주인은 트레제게를 협박했다.


“이번에 싸우면 지도록 해. 그렇지 않으면 까뜨린은 굶어 죽게 될 거야.”

“난 괜찮아요. 이렇게 더는 살고 싶지 않으니까.”


먼발치에서 까뜨린이 외쳤다.


“흥.”


투기장의 주인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돌렸다.

트레제게는 까뜨린은 이미 죽음을 약속한 사이였다.

한쪽이 세상에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 트레제게는 착각했다.

투기장의 주인은 트레제게를 아무리 협박해도 먹히지 않자 까뜨린으로 눈을 돌렸다.


“이 약을 트레제게한테 먹여. 나가서 싸우도록 만들어. 그러면 너에게 자유와 돈을 약속하마.”


며칠을 굶은 까뜨린은 음식을 허겁지겁 먹은 뒤, 주인이 내민 치명적인 당근을 덥석 물었다.

애초에 트레제게를 꼬신 이유도 도망치기 위한 수단,

다시 잡힌 노예한테 남은 건 죽음밖에 없었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구원이 되어준 건 괴물 같은 힘을 지닌 트레제게 아니라 사악하고 비열한 투기장의 주인이었다.


“정말 이걸 트레제게한테 먹이면 날 고향으로 돌려보내 줄 건가요?”

“물론.”


투기장의 주인은 웃음으로 구두 계약을 했다.

문제는 그가 단 한 번도 계약을 이행한 적이 없다는 것이지만···


작가의말

일요일은 쉬고 월요일날 2화 연참하도록 하겠습니다 :)

좋은 주말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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