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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님의 서재입니다.

대박을 보는 재벌집 데릴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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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파랑
작품등록일 :
2024.03.15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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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3.2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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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끝내기 한 방

DUMMY

14화



“제가-!”


어쨌거나 내가 팽팽 돌아가는 머리로 대답을 하려는데-.


“하자고 했어요-!”


유주가 갑자기 말한다.


장인어른이 남편인 나를 압박하는 것처럼 느꼈는지, 옆에 있던 유주가 불쑥 말한 거다.


“아빠! 제가 옮기라고 했어요!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배들-! 그냥 거기 계속 있으면 뭐해요? 그래서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시추 작업을 진행하라고 했죠-!”

“···”


순간 장인어른의 표정이 모처럼 어두워진다.


유주는 그 모습에 조금 긴장을 하지만-


한 번 말을 시작한 것, 어떻게든 끝까지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 같다.


“아빠, 그리 큰 걱정은 마세요! 저 또한 나름 전문가들의 분석 자료를 토대로 옮긴 거니까요-!”


하고 황급히 시선을 내게로 돌리는 유주.


“그러니까 이 사람은-.”

“유주야.”


순간 장인어른이 불쑥 유주의 말을 끊는다.


“···예?”

“정말이냐?”

“···뭐가요?”

“정말 네가 옮기라고 했어?”


하고는 정면으로 딸 유주를 응시하는데-


와우.


장인어른의 이런 모습은 정말 처음 본다.


일전에 결혼을 허락 받으러 왔을 때도 이러지 않았던 분인데.


그러니까 유주를 준엄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


유주의 개인적인 일이 아니라- 사업과 관련된 일이라서 그런 건가?


“정말 네가 해광블루오션의 시추선을 한 기도 아니고 세 기나 전부, 약 200km나 떨어진 곳으로 옮기라고 했어?”

“···”


나는 유주를 보았다.


유주는 역시, 지난 삶이나 이번이나 거짓말을 잘 못 한다.


마치 아빠에게 꾸지람을 듣는 소녀처럼, 고개를 숙이고 그 어떤 말도 못 하고 있다.


이런, 이런. 그래서는 안 되지.


뭐가 어쨌든 내 여자가 곤란한 일을 겪게 해서는 안 되지.


더군다나 유주는 나를 덮어 주기 위해-


그러니까 어마어마한 비용의 시추선을 아버지의 허락도 없이 임의로 이동하고 심지어 작동시킨 것에 관한 책임을 자신이 모두 뒤집어쓰기 위해 이런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오로지 남편인 나를 위해서 말이지.


그런데 내가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장인어른.”


장인이 나를 바라본다.


“일단 이 일과 관련해 정식으로 제가 사죄 드립니다.”


아까는 단순히 겸손함에서 한 말이었다면, 이번에는 정말로 죄송하다고 해야 할 때다.


“당황하셨을 겁니다. 그 엄청난 비용의 배를 말도 없이 움직였으니까요. 어쨌거나 실상 이번 일과 관련해 유주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요, 모두 제가 추진한 일이라는 걸 먼저 말씀드리며-.”


일단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결과를 아직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일렁이는 황금빛을 보고 그 바다 아래에 무언가 엄청난 게 있음을 확신하고, 유주를 설득해 시추선을 옮겼다.


그러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객관적인 근거나 자료도 없이, 장인어른에게 대단한 무언가를 발굴할 테니 일단 있어 보라고.


그것도 수백 수천억 원이나 하는 돈을 펑펑 쓰며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막 나가는 사람은 아니다.


상남자는 때와 장소를 가리는 법.


그런 것 구별 없이 아무 때나 하고 싶은 말을 지껄이고 하고 싶은 짓거리를 하고 살면 상남자가 아니라 금수요, 양아치다.


그래서 나는 정식으로 사과를 드리고 최대한 장인어른을 달랜 다음.


얼른 그 아름다웠던 남태평양의 시추선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 오기를 기다리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


물론 그러는 동안 유주가 아닌 내가- 욕을 처먹고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남자의 길이므로.


“당장은 이해하기 힘드시겠지만-.”


하고 계속 말을 이으려고 하는데 장인어른이 다시 급격하게 표정을 고치더니-


순간 정말 헤벌쭉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시고는.


말한다.


“역시 자네지?!”

“···예?”

“자네야. 시추선을 옮기라고 한 사람은 유주가 아니라 박 서방, 자네지?!”

“예, 맞습니다. 물론 저는 공식적인 권한이 없기에, 제가 유주를 설득해서-.”


하는데 장인어른이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어머-!”


유주는 화들짝 놀란다.


나중에 아내에게 들었지만, 유주는 그때 아버지가 나를 때리려고 일어선 줄 알았다고 한다.


물론 장인어른은 평생 폭력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오신 분이지만.


상황이 워낙 상황인 만큼 순간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는 것.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박 서방-!”


장인어른이 내게로 단숨에 오더니 나를 끌어안은 거다.


그러니까 소파에 앉아 있는 나를 와락 끌어안았다.


“···”


뭐냐, 이거 대체.


“박 서방-! 우리 복덩이 박 서방-!”


나는 너무 얼떨떨해서 가만히 있었다.


이번 삶 유주가 재벌집 외동딸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이후로 가장 큰 충격이었다.


“역시 자네가 그럴 줄 알았네-!”

“···예?”


나는 계속 장인에게 안긴 채로, 조금 힘겹게 물었다.


장인은 배가 좀 나왔다.


지난 삶에서는 배가 나오지 않았었는데, 이번 삶에서는 나왔다.


좋은 걸 많이 드셔서 그런가 보다.


그래서 그런지 다른 무엇보다 피부- 피부가 엄청 달랐는데.


지난 삶에서 장인은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까맣고 얼굴에 기미 같은 것도 많이 있는 등 그저 한눈에도 좀 힘들게 살아가는 모습이었다면-


이번 삶에서는 반질반질한 걸 넘어서 아주 그냥 광채가 난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장인 뒤에, 어떤 조명 같은 것이 비치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자네가 그럴 줄 알았어-! 자네가-!”


하고 장인이 계속 나를 부둥켜안자-


“아빠-!”


유주가 어느새 일어나 그런 아버지를 뒤에서 떼어 놓으려 한다.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하면서도 그녀는 방금 전 거짓말을 해 들통이 나 긴장했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얼굴이 밝다. 무척 밝다.


그래, 이게 바로 유주의 모습이지.


“그렇게 막 안지 마요-! 당황하잖아요-!”

“흐하하-!”


장인은 다시 호탕하게 웃고서-


충분히 나를 안았는지, 아니면 딸 유주가 떼어놓아서 그런 건지 뒤로 물러선다.


그러고는 드디어 말을 한다.


“대박이네- 아주 대박이야-!”

“···뭐가요?”


나는 진심 궁금해서 물었다.


“자네가 유주를 시켜 해광블루오션의 시추선을 옮기고- 나는 물론 조금 뒤늦게 보고를 받았네! 의아했지. 의아했어. 그래서 오늘 이렇게 직접 만나 진상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웬걸-.”


···웬걸?


“어제 밤 보고를 받았다!”

“···”

“새롭게 시추 작업을 시작한 곳에, 원유가 있을 확률이 약 90% 넘는다고-!”


호올리.


“자네가 시추선을 옮기고 나는 곧장 사람을 시켜 새로운 지점을 조사하게 했네. 어차피 벌어진 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알아보게 한 거지. 그리고 박 서방.”

“예.”

“아까 나에게 죄송하다고 했지만, 애초 그리 죄송할 일도 아니네.”


나는 잠자코 있었다.


“이 봐, 만약 자네가 그 페니스 놈의 헛짓거리를 적발하지 못했다면 지금 그 시추선들이 무얼 하고 있었겠나?”

“아-.”

“아직도 기름 한 방울 없는 곳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바다에 쏟아 버리며- 그 자식 그거 괜한 위장 작업이나 하고 있었겠지?”


옳은 말이다.


솔직히 여기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뭐 어차피- 그 돈이 그 돈이라는 거다. 자네가 시추선을 옮기지 않았어도- 페니스 놈을 잡아내지 못했다면 결국 나갈 돈이었지. 그런데 그렇게 뒷골목 강아지보다도 못한 그것들을- 우리 대한민국 구치소에 처넣고 헛돈 쓰는 걸 막았으니! 자네가 임의로 시추선을 옮겨 작업을 진행하게 해도, 나는 그러려니 하고 잠시 가만히 있을 수 있던 거지!”


장인어른의 큰 그림이로군.


“그리고 새로운 지점의 탐사 자료를 받고, 일반적으로 그런 것처럼 역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오늘 이렇게 만나서 왜 그랬냐고 그저 한 번 타이르고 작업을 중단시키고 말았을 텐데, 오, 이런-!”


하고 장인어른이 다시 날 끌어안으려는 걸 유주가 얼른 막아선다.


“90%라니-! 원유가!”


오케이.


“이게 꿈이냐! 생시냐, 으응?!”


으음, 기쁘다.


나도 무지 기쁘다.


하지만 아직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약 90%라는 건, 그곳에 원유가 없을 확률이 약 10%라는 것과 마찬가지.


물론 10%는 높은 수치가 아니지만, 그렇다고 엄청 낮은 수치도 아니다.


한마디로 그곳에, 나로 인해 새롭게 시추기로 뚫은 그곳 바다 아래에-


원유 따위 없을 확률이 10%나 된다.


따라서 말을 아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우쭐대다가, 결국 뭣도 나오지 않으면 그만큼 또 우스운 상황이 없다.


“장인어른.”


나는 짐짓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으응?”


그런 나를 보는 장인의 얼굴은 마치 유주를 보고 있는 것과 같다.


내가 좀, 좋은가 보다.


“긴장을 늦춰선 안 됩니다.”

“···!”

“원유가 있을 확률이 높은 건 무척 고무적인 상황이지만- 세상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죠.”


순간 장인도 날 따라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오로지 확실한 건-.”


하고서 나는 오른손으로 유주의 하얀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고는 장인어른에게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 왼손으로-


어르신의 등을 감쌌다.


“손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오오-!”

“이렇게 두 손으로 직접 접하고 느낄 수 있는 것만이- 확실하게 우리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흔들리는 장인의 동공.


이 시점, 끝내기 한 방을 날려야 한다.


“저는 그렇습니다. 너무도 사랑하는 유주와 존경하는 장인어른과 이렇게 함께하고 있는 것처럼-.”

“···”

“원유를- 그 까맣고 끈적끈적할 원유를- 이 손으로 한 움큼 강하게 쥘 때까지 절대 마음을 놓지 않겠습니다.”


잠시 정적에 잠긴 실내.


“그게 바로- 장인어른의 사위이자 유주의 남편인, 저 박영태의 자세입니다.”


하고 내가 마지막 말을 날렸다.


장인은 깜짝 놀라서는 가만히 숨만 쉰다.


유주도 마찬가지다.


내가 이렇게나, 다소 오버해서 말을 하고 액션을 취할 거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한 눈치.


으음, 잠깐 지나고 보니 조금 말을 과하게 한 것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지만-


괜찮다.


어쨌든 지금 나는, 상황이 좋다.


아니, 상황이 좋은 것을 넘어 장인은 아마 이 순간-


내가 무척 마음에 들 것이다.


원유 확률 90%다. 장인어른은 오랫동안 원유를 찾아 헤맸다.


그런데 내가 데니스 놈을 감옥에 처넣은 것을 넘어 90% 확률로 원유를 발견했으니-


내가 얼마나 좋게 생각되겠는가.


이럴 때는- 분위기 좀 타서 아무 말이나 막 날려도 된다.


“맞네···!”


장인이 입을 연다.


“맞아···! 그게 바로 비즈니스의 기본이지-!”


하고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을 잇는다.


“박 서방! 대체 어떻게 그걸 알고 있는가! 이 험난한 세상- 두 눈으로 확실히 보고 두 손으로 확실히 만질 수 있는 것 아니면 절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걸-!”


하고 얼굴까지 벌게져 흥분하시는 장인어른.


“그걸 어떻게 대체 자네가 알고 있는 건가? 응?! 내가 따로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후후, 장인어른.


어르신 딸이랑 같이 있으면 대가리가 좀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빠-!”


유주는 신나서 큰 목소리로 말한다.


“제가 그랬죠-! 아빠 사위 대단한 사람이라고-!”

“···정말 그런 것 같구나!”

“보세요-! 앞으로 더 대단해질 테니까!”


으음, 너무 기대를 하는 건 좀 부담스러운데.


어쨌거나 좋다, 너무나 좋다.


“유주야-!”


순간 굳은 표정으로 딸 유주를 바라보는 장인어른.


심지어 굵은 목소리로 말한다.


“예, 아빠?”

“그걸 가져오너라-!”

“뭐요?”

“막걸리-!”

“···!”


오호라.


“서울 막걸리-! 그걸 빨리 가져오너라-!”

“···알겠어요!”


하고 유주는 얼른 부엌으로 간다.


“박 서방-!”


하고 장인어른은 내 어깨에 손을 올린다.


“우리, 오늘 코가 아주 삐뚤어질 때까지 제대로 마셔 보세!”

“하하, 좋습니다.”


말씀 안 드렸지만, 사실 제 전공은 알코올입니다, 장인.


“아주 좋아, 좋아-!”


유주가 얼른 오 실장과 함께 카트를 끌고 막걸리와 몇 가지 안주를 가져온다.


막걸리 잔은, 물론 세 개다.


유주는 지금 뛸 뜻이 기뻐하고 있다.


“흐하하-!”


크게 웃는 장인어른.


“몹시! 기쁜 날이로구나-!”


그렇게 나는 장인어른의 완벽한 술 동무가 되었다.


*


그리고 시간이 꽤 흘러.


“오빠-!”


대궐 같은 집에서 대낮까지 잠을 때리고 있는 나를 유주가 부른다.


“···으응?”


나는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깼다.


아, 좀 더 자고 싶은데 말이지.


“대-박이야!”

“···응?”

“대-박!”

“뭐가?”

“원유가 발견됐어-!”


오오, 드디어.


“뿐만 아니야-!”

“응?”

“가스도 발견됐어! 천연가스!”

“···”

“심지어 무슨 희토류까지 발견됐대!”


나는, 말을 잃었다.


“황금이야-! 오빠가 판 그 바다 아래가 완전 황금 밭이었다고-!”


후-.


어질어질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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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정당한 악 24.04.02 796 11 12쪽
18 프라이드 24.04.01 872 13 14쪽
17 오펜하이머의 원자폭탄보다 더한 24.03.31 986 11 13쪽
16 3600점 24.03.30 1,035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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