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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티아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개발자, 게임에 갇히다. : 어나더 월드 이스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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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티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21:23
최근연재일 :
2019.04.10 21:03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1,426
추천수 :
24
글자수 :
51,581

작성
19.04.09 20:54
조회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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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늑대와 소녀

DUMMY

상쾌한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나는 모포를 걷고 기지개를 켰다. 흐아암~ 자리에서 몇 번 뒹굴뒹굴하다가 천천히 모포에서 기어 나왔다.


"으응···."


모포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잤더니 머리카락에 밤새 이슬이 맺혀 있었다. 나는 개처럼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 이슬을 털어내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다 좀 웃기는 상황이지만 식물인간인 나도 잠을 잔다. 뇌는 쉬어야 되니까. 그리고 어차피 게임캐릭터인 나도 잠을 자야한다. 수면 수치가 너무 낮아지면 스테이터스가 떨어지거든. 체온이 없는 뱀파이어가 뭐하러 모포는 덮냐 싶지만 그것도 오산이다. 그렇게치면 빙결마법이나 화염마법같은 것에도 면역이게? 어디까지나 인간보다 체온에 의한 디버프 영향을 덜 받는거지 몸뚱이 자체는 결국 뼈와 살로 이루어져 있으니 어느 정도는 온도를 맞춰줘야 한다. 나는 적당히 가죽 조각을 기워 붙여 만든 싸구려 모포를 툭툭 차서 구석으로 밀어 넣었다.


패잔병의 숲에서 오우거를 처치하고 난 후 이틀. 적당히 시간을 맞춰가며 계속 스팟을 옮겨 다닌 덕에 그 이후로는 버닥의 손바닥인지 발바닥인지를 마주할 일도 유다희 볼 일도 없었다. 그렇게 오크 스나이퍼니 오크 라이더니 고레벨 오크들까지 싹싹 챙겨가며 쓸어버린 덕에 굉장한 속도로 폭업을 해버렸다.


그러고 나니 이젠 경험치 오르는 속도가 슬슬 떨어지기 시작한다. 다음 스텝으로 넘어갈 때라는 거지. 이건 레벨 자체가 올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보다 이스테라의 특유의 경험치 시스템이 한 몫 했는데, 같은 몬스터를 계속 사냥하면 처음에는 해당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 숙련도가 올라서 오히려 사냥 속도도 빨라지고 경험치도 많이 챙기게 되지만 갈수록 그 몬스터에게 얻는 경험치가 조금씩 줄어든다. 생각해보면 간단한 논리다. 오크만 잡아서는 소드마스터가 될 순 없다는 거지 뭐.


여튼 20레벨 돌파하면서 위장 스킬도 얻었겠다 전리품도 엄청나게 쌓였겠다(마을을 못가니 팔 데가 없다···) 아이템 정산을 싹 하고 그 돈으로 비싼 장비를 맞추려는 것이다. 그러려면 일단 위장이 뽀록나면 안되겠지.


Ø 종족스킬 - 캐모플라쥬

○ 몬스터가 아닌 일반 종족으로 가장한다. 일반적인 식별 스킬로는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앨라브 마을이라. 마침 멀지 않은 곳에 있네."


자, 그럼 이제 진짜 출발이다. 드디어 다른 유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숲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숲의 경계를 벗어나면서 너른 초원이 나왔고 좀 좁고 듬성듬성 끊어진 길을 발견했다.


그렇게 길을 따라 한 시간쯤 걸었을까? (게임 속에서 한 간을 걷는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지만 어쩔 수 없다. 보통은 말을 사서 타고 다니거나 마을 간의 텔레포트 포탈을 이용할 텐데 나는 그걸 못하니까. 하여간 몬스터 종족 고른 게 천추의 한이다. 젠장... ) '앨라브 3km'라고 쓰인 표지판 앞에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만나게 되었다.


- 크르르르


회색 갈기의 늑대가 나무 위를 노려보고 있고 가지 위에는 작은 체구의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를 아이가 앉아있었다. 가죽 경갑에 등 뒤에는 작은 활을 차고있는 걸 보니 헌터 쪽인것 같군. 곤란한 상황인가?


- 카드드득! 카드득!! 크르릉!!


늑대는 사납게 나무를 나무 밑둥을 긁어댔지만 소년인지 소녀인지 모를 녀석은 조금 호흡이 거친 걸 빼곤 별 표정이 없었다.


"도와줄ㄲ···"

"아뇨."


대답이 빠르구만.


"가까이 오지마요. 어그로 끌리니까."

"...네."


까칠하네. 그런데 그때 나뭇가지가 우직, 소리를 내며 부러지며 아이가 떨어지고 말았다. 그러자 늑대는 당장에라도 물 기세로 이빨을 들이밀어 보였다. 나는 뺼리 등 뒤에서 크로스보우를 꺼내 늑대에게 겨눴다.


"하지마요!!"


그 외침에 나는 멈칫했다. 후드가 벗겨진 그는 곱상하게 생긴 여자애였다. 보이쉬한 숏컷, 갸름한 얼굴에 큰 눈, 오똑한 콧날. 중학생? 고등학생? 잘 모르겠지만 저렇게 이쁘장하면 학교에서 인기 많겠는데. 소녀는 주저앉은 채로 맹렬한 적의를 드러내는 늑대에게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설마 길들이려고?


-크르르르르


그러나 테이밍은 저렇게 멀쩡한 몬스터에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아니, 할 수는 있는데 실패 확률이 엄청나게 높다. 나는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소녀와 늑대라. 너무 동화적인 조합이 아닌가?


하지만 그건 동화고, 여긴 냉혹한 게임 속 세상이다. 소녀의 손이 닿자마자 늑대는 덮썩 그 팔을 물고는 마구 흔들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소녀는 이렇게 외친다.


"쏘지마요! 절대!"


음, 레벨 높은 늑대는 아닌 것 같으니 당장 죽어버리진 않겠지만 두고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품에서 미니기타를 꺼내서 현을 퉁겼다. 다리링~ 그러자 늑대는 우뚝 멈추며 귀를 쫑긋 거렸다. 이어서 손가락을 놀려 연주를 시작하자 늑대는 소녀의 팔을 놓더니 고개를 휙돌려 내쪽을 노려봤다. 그리곤 대로 숲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바드? 고레벨 곡일 텐데 그거."

"그렇죠."


소녀의 미심쩍은 눈길을 무시하고 나는 품 속에 기타를 집어 넣고 그대신 붕대를 꺼냈다.


"필요없어요."


소녀는 툭툭 털고 일어나서 물린 팔을 들어보였다. 찢어진 소매 안 쪽으로 두꺼운 천이 여러겹 감긴 게 보였다.

소녀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방금 늑대가 도망친 곳으로 터덜터덜 걷기 시작했다. 냉랭하구만. 나는 그 모습을 한참 바라다가 혀를 한 번 차곤 다시 걸음을 옮겼다.



며칠만에 처음 만난 사람인데 (셰이아 빼고) 이렇게 냉담하다니 슬프구만. 인간 세계는 이렇게 차갑구나. 신경 끄고 마을에나 가야지. 그렇게 5분 정도 더 걷자 너른 언덕 아래로 멀리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길가에 놓인 큰 바위 앞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다. 뭐지? 그 때 덩치가 좋은 남자가 날 보고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서 약간 경계하는 기색으로 물어왔다.


"마을로 가십니까?"

"네. 안녕하세요."


내가 히죽 웃으며 인사하자 남자는 민망한듯 뒤통수를 살살 긁으며 마주 웃어 보였다. 무투가? 양 주먹엔 권갑을 끼고 있다. 차림새가 허름한걸 보니 레벨은 낮아보이는데 나이는 삼십대 후반정도려나. 거칠게 자란 수염이 남성미가 있는 타입이었다. 자세히 보니 덩치에 비해 몸도 생각보다 호리호리하다. 키가 큰 데다가 어깨가 넓고 팔다리가 굵직한 용가리 통뼈. 천연 체육계스타일. 음··· 현실에선 배 나왔을 거야. 아무튼 그럴 거야···


"무슨 일이세요?"

"앞에 머더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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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작전 회의 19.04.10 60 1 8쪽
» 늑대와 소녀 19.04.09 66 0 7쪽
13 오거 슬레이어 19.04.08 61 1 7쪽
12 버닥의 보이지 않는 손 19.04.08 47 1 7쪽
11 패잔병의 숲 19.04.05 53 1 9쪽
10 나의 이름은... 19.04.05 49 1 7쪽
9 이세계로 전생한 내가 오크의 목덜이를 빨게 된 것에 관하여 19.04.04 58 1 7쪽
8 복수의 신 19.04.04 59 1 7쪽
7 성대한 실패 +2 19.04.03 104 2 9쪽
6 첫번째 유다희 19.04.03 84 2 8쪽
5 오크의 주먹감자 19.04.02 105 3 7쪽
4 즉흥 금지! 멋대로 행동 금지! 19.04.02 121 2 9쪽
3 모험 플레이!! 19.04.01 124 3 9쪽
2 구름 위의 판타지! 어나더 월드 이스테라! 19.04.01 163 3 10쪽
1 구름 위의 판타지! 어나더 월드 이스테라! 19.04.01 273 2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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