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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쓰는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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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쉘오리진
작품등록일 :
2021.05.12 19:01
최근연재일 :
2024.07.23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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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09,760

작성
22.12.02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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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백색의 가루10

DUMMY

말이 씨가 된 것일까?


정의를 찾아 나선 활빈당 일행은 배에 번쩍이는 것들은 잔뜩 가지고 돌아왔다.


“하하하하!! 내 말 하지 않았나! 금은보화를 잔뜩 실어 가지고 올 거라고 말이야!”


재무부 장관도, 지영도, 기타 관료들도 함박웃음을 지으며 눈앞에 쌓인 보물들을 바라보았다.


이번 로마와의 거래를 합하면 추산 450만 석에 달하는 엄청난 보물들이 눈앞에 쌓여 있었다.


“총리! 정말 고생 많았소! 거, 우리 새로운 친구들한테도 섭섭하지 않게 챙겨주시고 자리 한번 마련합시다!”


“예, 전하. 차질없이 준비하겠습니다.”


“음음, 자자! 나머지 인원들은 추가 예산 편성 회의나 좀 합시다! 이거야, 원. 정말이지 즐거운 회의가 되겠구만!”


거의 일 년 예산에 달하는 예산이 쏟아지는 것인데 즐겁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이 중 일부는 성과급 명목으로 빠져나갈 테지만 그런데도 엄청난 재물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회의가 마무리 지어진 후 설차는 담담히 퇴직 의사를 밝혔다.


“아아, 이제 보내줄 때가 되었지... 하지만 이번 그 뭐냐 활빈당 활동까지는 마무리해야 하지 않겠소. 이번 7월 1일에 개각이 예정되어 있소. 그 전까지 모든 활동을 마무리 지으시오. 그래도 인수인계는 하고 넘어가야지.”


“예, 전하.”


지영은 씁쓸하다는 듯이 설차를 바라보았다.


“하... 총리가 은퇴라니 참 싱숭생숭하오. 이전 개각 때는 느끼지 못했소만 정말 한 세대가 바뀌어 버린 느낌이구려”


무려 25년이 지났고 지영이 처음 이곳에 왔을 때의 주 관료층은 대부분 설차의 나이 혹은 그 전후로 몇 살 정도 차이 나는 수준이었으니 지영이 느끼기엔 정말로 한 세대가 지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실제로도 관료층으로 따지면 한 세대가 지나가기도 했고.


“하하... 전하와 다르게 신은 나이를 먹지 않습니까”


“이것이 부럽다는 듯이 말하는구려. 뭐, 원래 사람이야 가지지 못한 것을 자신도 모르게 바란다지마는 이건 그리 좋은 게 아니라오. 진시황이 들으면 목덜미를 잡을 소리오만. 헌데, 이제는 믿는 모양이구려?”


설차는 그 말에 그저 담담하게 말할 뿐이었다.


“이십 오 년이면 어린아이가 청년이 될 나이입니다. 그리 오랜 시간 동안 홀로 시간이 멈춰 계시니 믿지 않을 수가 없지요. 아마 전하를 처음부터 보필했던 신하들은 대부분 믿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뭐, 사람이 직접 보면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지 않소. 보고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도 가끔 있지만 말이오.”


“실로 어리석은 이들이지요.”


설차의 답이 문득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은 지영은 쓰게 미소지었다. 가끔은 이 모든 게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까닭이었다.


그만큼 자신이 본 것은 비현실적이었고 이질적이었다. 물론 현실은 너무도 차갑게도 무수히 남은 세월을 예고하고 있었지만.


‘그러고 보면 내 아내들한테도 설명해야 하는데...’


이 이야기를 또 어찌 꺼내야 할지를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지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숨길 순 없는 노릇이었다. 더 늦기 전에(사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야기를 꺼내어 놓는 것이 맞으리라.


‘따지고 보면 제일 설명이 안 되는 건 바로 이 몸이지만...’


사실 몇 번의 징조는 있었다.


예를 들자면 대숙청.


누가 뭐라 해도 지영은 현대인이다. 모든 현대인이 그러리라는 법은 없지만, 도덕적, 법치적인 문제에 있어 고대와는 너무나도 상이하다.


하지만 지영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리고 아무런 느낌 없이 십 만에 육박하는 죄 없는(일부는 있을지도 모르는) 생명을 학살하다시피 했다. 현대인인 지영이라면 절대로 하지 못 할 짓임에도.


그와 별개로 이 몸의 생부, 생모 및 기타 친인척에게는 아무런 감정이 들지 않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속 알맹이는 전혀 다른 사람이니.


하지만 이상하게 서연이 아이를 출산할 때는 감정적인 부분이 주체가 되질 않았다. 분명 감동스러우면서 미안하고 고맙고 말로 설명하지 못할 온갖 감정이 휘몰아쳤지만 그게 고생하며 출산 중인 서연을 방해할 정도로 감정 제어를 하지 못했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그와는 별개로 이번 작전에서 일반 사람들을 납치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본능적인 거부감이 들었단 말이지...’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당연히 해결법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다만... 지영이 추측하기로는 신도 완벽하지는 않고(특히나 이제는 이름도 가물가물한 디아나라는 여신은 더더욱 그래 보였다.) 이 몸을 비우는 도중 혼을 조금 덜 비운 게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아주 가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고 아마도 이 혼은 이 육체의 원래 생명이 끝나면 사라지지 않을까 싶었다.


‘영생을 약속받은 건 나 하나니까...’


“전하...? 무슨 염려라도 있으신지”


지영이 고개를 푹 숙인 채 생각에 잠기자 설차가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물어왔다.


“아니, 아니오. 내 아내 생각을 좀 하고 있었지.”


거짓말은 아니었기에 지영은 뻔뻔하게 답했고 설차는 기껍다는 듯이 껄껄 웃었다.


“허허허, 전하와 왕비 전하의 금슬은 아주 유명하지요. 궁전 시녀들이 꺅꺅대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여튼, 이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니까. 막상 일을 정리하다 보면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으니 더 시간을 빼앗지 않겠소. 잘 마무리 지으시구려.”


“예, 전하. 이만 물러나 보겠습니다.”


설차가 나가자 지영은 꽤 오랫동안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 담배 피고 싶네’


서울 외곽의 한 퇴비 실험장에서는 한 남자가 투덜거리고 있었다.


“이거 이렇게 해서 퇴비 만들어지는 것 맞답니까? 어휴, 냄새야.”


“여기가 퇴비 실험장인데 그럼 뭐 만드는데?”


“아니 선배, 말이 안 되잖아요. 똥오줌에 피에... 뭐 이런 건 그렇다 치고 흙은 왜 쌓고...”


이제 들어온 지 한두 달 정도 되는 신입의 불평에 선배라는 사람은 묵묵히 눈앞에 놓인 똥산을 열심히 뒤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건물은 도대체 왜...”


실험실이라 하기에도 꽤 큰 건물을 둘러보며 중얼거리자 선배는 조용히 말했다.


“돈 받았으면 일이나 하자. 이유는... 너도 이제 들어온 지 좀 지났으니까 나가서 설명해 줄게”


똥내와 썩은 내가 진동하는 곳에서 둘은 묵묵히 삽으로 흙을 뒤집고 습도를 확인하며 적당히 마른 곳에는 물을 조금 뿌려주고... 또 어느 곳에는 다시 흙으로 맨 위층을 만들고 진행 상황을 기록한 뒤 두 사람은 실험실을 나왔다.


똥내가 진동하는 근무복을 벗고(운이 좋지 않다면 똥내 진동 수준이 아니라 알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묻는다) 몸을 벅벅 씻고 난 후에야 그들은 원래 입고 출근했던 옷을 입을 수 있었다.


“그래서요, 선배? 이유가 뭡니까? 아니, 사실 퇴비면 이런 식으로 건물 만들어서 해야 할 필요가 있나. 이유라도 압시다, 뭣 때문에 구르는지 알아야 할 거 아냐”


선배는 품 속에 고이 보관하고 있던 종이 한 장을 슥 내밀었다.


“조용히 보고 내놔”


“허, 이게 뭐 보안문서라도 되시나?”


픽 웃어 보인 그는 선배의 손에서 종이를 뺏어 들다시피 한 후에 펼쳤다.


[허가증 제24-0-7호]

이 허가증은 한국의 특급 군사기밀 시설인 25-3호 실험실에 선임 연구원 강명진, 연구원 김진호 두 인원이 출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허가증을 분실하였을 시 즉시 신고하여 새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

한국왕 이지영


지영의 친필에 인장까지 찍혀 있는 걸 보자 김진호는 기겁하며 허가증을 둘둘 말아 건넸다.


“... 이런 씨발”


“넌 보안 서약서까지 쓰고 진짜 퇴비나 쳐 만들 줄 알았냐? 이제 이유 알았으니까 그만 투덜대라, 응?”


“아니... 허, 여긴 아무도 없으니까 말해도 되죠?”


“작게 말해, 작게”


“아니 씨발 특급? 특급? 그것도 군사기밀 시설? 우리 대체 뭘 만들고 있는 거랍니까? 뭐 저거 날리면 사람들 픽픽 쓰러지나?”


“만든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알어”


“아니, 선임 연구원 자리는 딱지로 따셨나? 경력자로서 좀 통찰력을 발휘해 보라 이 말입니다”


강명진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묘하게 자신 없는 투로 말했다.


“저기서 흰색 황금이...”


“지랄, 붉은색, 회색, 갈색, 노란색, 온갖 잡다한 색 가진 거 부어놓고 하얀 금이 왜 나오는데?”


강명진은 그 말에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 말이 맞긴 하지만 말도 안 되는 물질 넣어서 온갖 기괴한 거 다 만들고 있는 ‘화학’이라는 학문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자신은 화학이라는 학문과는 조금 거리가 있긴 하지만 지영이 한 말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하얀 황금이라 했지만 이건 겨우 그깟 거에 비교할 바가 아니야. 만들어지기만 하면 역전할 자신이 있네. 황금이랑 비교하기엔 미안하지.’


황금과도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귀한 물질. 그런 물질이 저런 똥 무더기에서 나오는 것도 어이가 없을 지경이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거 잘못하면 국방과학연구소로 끌려갈 거 같은데’


국방과학연구소에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강명진은 지금 하는 일이 좋았다. 아, 지금처럼 똥 무더기랑 노는 일이 좋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은 아직 팔팔한 삼십 대, 조금은 미래에 대한 고민을 더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당나라 장안, 황궁


“그놈들이 모조리 탈출했다고?”


“그, 그러하옵니다...”


“한국 놈들은 이십 만 군대를 운운했고?”


“...”


덕종 이괄은 머리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과 천천히 관계 개선을 하고 있지 않았나?


하지만 지금은 활빈당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이름으로 남부를 약탈하고 그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한 다음에 국왕이라는 작자는 직접 고구려에 방문해 동맹을 한층 더 강화했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이... 건방진...”


“폐하, 고정하시옵소서!!”


““““고정하시옵소서!!!””””


이괄은 이를 갈며 신하들을 내려다보았다.


지금 화를 내 봐야 아무 쓸모도 없다는 건 알고 있다. 현 상황에서 동부마저 확실한 적으로 넘어선다면 당조는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할 수도 있었으니


‘대국의 힘이 실은 빈곤함을 뜻하는 것이요, 대국의 덕과 은혜가 땅에 떨어진 것이라 할 수 있으니 이를 과연 대국이라 칭할 수 있겠습니까?’


“동이족... 건방진 동이족 오랑캐 놈드으으으을!!!!!!!!!!!!!!!”


평소라면 침이나 좀 튀기고 머리에 열이나 좀 오를 분노.


하지만 오늘만큼은 조금 달랐다.


침 대신 붉은 것이 잔뜩 튀어나왔고 머리는 차갑게 얼어버린 듯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어 이괄의 몸은 천천히 기울었다.


온갖 난리를 치는 신하들이 무어라 말하는 것 같았지만 유감스럽게도 잘 들리지 않았다.


작가의말

요즘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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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양면21 +2 23.05.29 197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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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 양면19 +4 23.05.22 20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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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양면13 +6 23.04.29 222 5 12쪽
208 양면12 +4 23.04.26 227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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