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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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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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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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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07.30 13:00
조회
830
추천
12
글자
12쪽

72화-에르 가(El 家)(1)

DUMMY

그 싸늘한 눈동자와 마주한 순간 라니안은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아아아아아악!”


갑작스럽게 피가 튀어 오르고 라니안이 눈에서 피를 뿜으며 쓰러져 고통에 절규했다. 어느새 다가와 에아를 받아 든 아인즈가 그를 싸늘하게 내려다 보았다.


“감히 어디서 지저분한 능력으로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이냐.”


아인즈가 라니안의 능력을 알아챈 것은 그가 5m의 범위 안으로 들어온 순간이었다. 언제나 유지되고 있는 능력으로 구축된 그의 공간 안에서 또 다른 이능의 정보가 유입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사랑하는 딸 에아에 대한 수작. 애초에 그런 행위를 너그럽게 보아 넘길 그가 아닐 뿐더러 에아의 납치로 인해 이미 극한으로 날카로워진 심경은 잔혹한 처벌을 요구했다.


“아악! 크아아아!”


눈을 아니, 눈이 있던 자리를 부여잡은 채 신음하는 라니안에 냉소하며 에아를 바라보았다.

에아. 사랑하는 딸. 가녀린 몸과 그 안의 영혼이 얼마나 상처 입었는지 자신의 몸처럼 느껴져 왔다.

그것이 자신의 무능을 힐책하는 것 같아 더욱 가슴이 아려왔다.


‘미안하다. 다시는,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게 하마.’


다정하게 속삭이며 얼굴을 야윈 뺨을 쓸어 주었다. 여전히 보드라운 피부. 하지만 생기가 업슨 모습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미안하다. 정말로. 이 아빠가 못나서 너를 이렇게 힘들게 했구나.’


살며시 에아의 귀를 가리며 고개를 들었다. 더 이상 저 더러운 것의 육성이 에아의 귀를 더럽히는 것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닥쳐라.”


“!!!”


그 한마디에 라니안의 입에서는 더 이상 신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의 의지가 그것을 용납지 않았으니까.


“너 같은 것의 목숨을 빼앗지 않은 것만으로도 영원토록 감사해야 할 것이다. 나는 아직 이 아이의 앞에서 살육을 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고, 나의 연인이 그것을 원치 않으니.”


“······!”


아인즈의 손이 여전히 바닥을 구르는 처절한 모습의 라니안에게 다가가 그 머리채를 잡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드러나는 라니안의 얼굴.

끔찍했다.

눈이 있어야 할 곳에서는 피가 흘러내릴 뿐인 구멍이 있을 뿐이고 터져버린 안구에서 흘러내린 유리체가 얼굴을 적시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아인즈가 씹어 뱉듯이 말했다.


“그 더러운 눈을 내 친히 뽑았으니 다시는 같잖은 수작질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 질기고 지저분한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니 영원토록 속죄하며 살도록 해라.”


털썩. 어느새 정신을 잃은 라니안을 내팽개치고 아인즈가 일어서자 곁으로 스피카가 다가왔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의 저런 모습을 본적도, 상상해 본적도 없었다.

그는 분노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리고 너, 마왕의 힘을 몸에 지닌 더러운 흑마법사여. 너의 농간을 잘 들었다. 너의 목적 따위 내가 알 바는 아니나 너의 그 수작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그 의 말에 크라켄이 식은 땀을 흘렸다. 그의 눈이 사정 없이 흔들렸다.


‘설마? 설마? 아니, 아닐거야. 절대 그럴 리가 없어!’


간절하리만큼 부정하고는 있었지만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설마 그런 것이 가능한 인간이 있을 리가 없다고 스스로를 달래 보았지만 그의 무력은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불안은 결국 들어 맞았다.


“그러니 너의 희망을 부수겠다.”


콰아앙!

뒤편에서 느껴지는 폭발에 크라켄은 질끈 눈을 감았다. 절망이다.

끝이다. 정말 끝이었다. 저 괴물 같은 존재는 어느새 저 아공간마저 인식하고 링크를 끊는 것을 막고 이제는 파괴시킨 것이다.

이제 저곳에 있는 것은 그저 파괴의 잔재뿐일 터였다.

절망으로 가득한 그의 얼굴을 보며 아인즈는 잔인하게 웃어 보였다.

자신은 언제나 대부분의 이들에게 친절함으로 대하지만 그의 대적, 특히 그의 식솔에게 손을 대는 이에게까지 친절을 베풀 생각은 없었다.

그들에게 줄 것은 끝없는 절망. 그리고 비탄의 나락뿐.


“그래. 그것이 너에게는 어울리는 표정이다. 잊지 말도록.”


온몸의 힘이 풀려버린 크라켄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는 일행과 함께 사라져 갔다.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홀연히.

남겨진 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 내렸다. 이 나락에서 올라갈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 끝이다.


* * *


24. 에르 가(El 家)


따사로운 햇살. 부드러운 바람. 몸을 감싸는 이불의 부드러운 감촉. 피부에 닿는 감각을 누리며 행복한 미소를 그리다 박차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처음 보는 집의 풍경. 부드러운 갈색의 가구가 포근하게 꾸미고 있는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이때까지의 고통이 모두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아? 아······?”


‘이게, 어떻게······ 된?’


분명 자신은 그때 세계로부터 부정 당하고 끝내는 끌어내려져 고통에 몸부림쳤었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고 의식은 저 아래의 나락에 떨어져 내리는 아득한 고통이 아직도 생생하다.

멍한 눈으로 방을 바라보던 에아는 문득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에 느릿느릿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시야에 들어온 그리운 얼굴에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빠?”


그럴 리가 없다고, 있을 수 없다고, 단지 꿈일 뿐이라고 되뇌면서도 자유로운 오른 손을 들어 그의 뺨에 가져갔다.

부드러운 온기. 기억에 선명하게 남아있는 그의 감촉. 언제나 그의 주변을 감도는 별하늘을 닮은 은은한 마력의 자취에 왈칵, 울음이 날 것만 같았다.


“아······빠.”


떨리는 손으로 간신히 그의 뺨을 쓰다듬었다. 약하다, 강렬하다 정도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교감과 유대의 감각에 그의 눈꺼풀이 떨려 왔다.


“아빠.”


“으음······ 에아?”


몸을 일으키며 자신을 부르는, 막 잠에서 깼을 때 특유의 그의 멍한 목소리. 다시는 듣지 못할거라 생각했던 그 음성에 참았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아빠!”


와락 달려드는 자신을 안아주는 그의 팔이 너무나 든든하고 또, 따뜻했다.


“아빠! 아빠, 아빠, 아빠!”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다시는 들을 수 없을 거라 슬퍼했다.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 절망했다.


“아빠······ 아빠, 아빠!”


어째서 자기 뜻대로 고집을 피웠는지 후회했었다. 그 나락의 고통 속에서도 간절히 그를 다시 만날 수 있기만을 간절히 소망했었다.

그리고 결국 만났다.


“아······빠······”


“그래, 그래. 미안하다. 우리 딸. 아빠가 조금 늦었지?”


“아니, 아니야.”


도리질을 치며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애초에 놓아버린 희망의 끝에서 기적적으로 그를 다시 만났다. 아니, 그가 건져 올려 주었다.

사랑하는 자신의 아빠.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하며,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


“고마워. 너무 고마워. 미안해. 내가, 내가 고집만 부리지 않았어도······”


“아니, 아니다. 내가 미안하구나.”


에아의 울음 섞인 말에 아인즈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에아를 위로했다.

애초에 그가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했으면 되었을 일이었다. 하지만 그 스스로도 새로운 곳으로 나아간다는 생각에 최소한의 예비만 하고는 에아를 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결국 모든 것은 스스로의 책임이다. 라고 생각했다.


“아빠. 아빠······”


“그래. 그래.”


“아빠. 아빠. 아빠. 아빠.”


“그래. 그래. 그래. 그래.”


딸은 아빠의 품에 안긴 채. 아빠는 슬퍼하는 딸을 품에 안고. 오랜 이별의 끝에서 고통 속에서도 간절하게 아빠를 부르던 딸과 미칠 것 같은 감정과 이성의 괴리의 속에서도 딸을 찾아 헤매던 부녀는 마침내 재회를 실감했다.


* * *


삐걱삐걱.

귀에 거슬리는 소음이 아닌 평온함을 가져오는 흔들의자의 규칙적이고 가벼운 마찰음이 기분 좋게 울려왔다.

시원한 바람이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감촉을 느끼며 아인즈는 부드러운 미소를 그려냈다.


“우응······”


작게 꾸물거리며 품을 파고드는 에아를 안아주는 그를 보며 스피카 역시 아인즈와 같은 미소를 그려 보였다.


“좋아요?”


“응. 무척.”


“다행이네요.”


“후후.”


짧은 단답식의 대화였지만 지금의 감정과 기분을 전하기에는 아무런 모자람이 없었다.

무릎을 베고 기분 좋은 얼굴로 잠들어 있는 에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인즈는 지금의 평온을 온몸으로 만끽했다.

불과 2년여. 에아와 떨어져 있던 기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지만 하지만 그 안에 큰 사건이 있었다.

에아의 갑작스러운 납치로 어떻게 보면 반쯤 미친 상태로 한달 정도를 거의 넋 놓고 지냈었던 것 같았다.

실제로는 그 어떤 때보다 날카로운 감각으로 보낸 시간이었지만 사실 그것은 감정에 휘둘렸었던 것뿐. 실상 이성이 마비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빠······”


꼬옥.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오는 딸의 손을 잡아주며 애틋한 미소를 그려갔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에아의 납치 소식과 에아를 찾기 위한 일들. 사실 그때의 그는 너무나 위태로웠다.

이치를 알며 마법의 극에 도달해 인간을 벗어난 것은 그저 이성뿐. 여전히 겁 많고 주변의 이들을 잃는 것을 극단적으로 두려워하는 그에게 기댈 수 있는 존재의 부재와 딸의 납치로 인한 세계에 대한 원망은 그를 벼랑 끝까지 몰고 갔다.

한발자국만 잘못 디디면 그대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험천만한 지점. 하지만 에아의 존재는 지지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아니, 그것은 속박이었다.

누군가와 관계를 가지고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비단 마음의 의지처가 되는 것만이 아니다. 그들의 존재는 스스로를 속박하는 구속기이기도 하다.

에아는 그의 딸. 에아에게 무엇이 되었든 문제가 생겼다면 그것은 인과가 어떻게 되었든 보호자의 의무가 있는 그의 책임이다. 그것이 바로 천륜이라고 불리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그는 나락으로의 걸음을 내딛지 않고 견딜 수 있었다. 에아에 대한 사랑만큼 에아를 구해야 한다는 ‘책임’이라는 이름의 구속구는 튼튼했으니까.

결국 그는 딸을 찾았고, 오랜 시간의 뒤에야 만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던 연인이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의지처와 안식처가 모두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어쩌면 에아를 필사적으로 찾은 이유는 스스로를 위해서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아인즈는 다시금 에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잔잔한 바람이 지나가고, 아인즈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스피카에게 시선을 던졌다.


“아, 그러고보니 스피카. 그때 대 총람 위에서 마력을 뿌리던 보석은 뭐였어? 평범한 드래곤 하트(Dragon Heart)같은 마나 결정은 아닌 것 같던데.”


에아를 구출하던 날. 모습을 드러낸 스피카의 대 총람 위에서 마력을 흩뿌리던 보석은 그로서도 처음 보는 종류의 것이었다.

마치 밤의 하늘을 담아 놓은 듯한 모습. 꼭 그의 성해(星海)를 결정화시킨 것만 같았던 그 모습이 뇌리에 박혀 떠나가지 않았다.

그가 알기로 그런 것은 분명 스피카에게는 그런 것이 없었으니까.


“아, 그거요?”


살풋 미소를 지은 그녀가 손을 가슴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모여드는 마력.


“오라.”


그것은 마법이 아니었다. 별을 닮은 포이멘 특유의 마력과 어울리는 격, 약속된 의지가 합쳐져 보이는 단순한 현상이다.

사아아아아.

마치 안개가 뿜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마력으로 스스로의 영역을 구축하는 보석의 모습에 그는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파직!


“읏?”


무심코 뻗은 손에 마력이 스파크를 일으키자 아인즈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 나왔다. 아름다운 마력의 결정. 하지만 그 실체는 가시를 잔뜩 세우고 허락되지 않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 도도한 아가씨였다.


“후후, 내가 마음에 안 드나 보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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